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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59화 (60/319)

59화 챔피언쉽 아스톤 빌라전[1]

폴 스미스는 자신의 질문에 순간 싸해진 기자 회견장의 분위기를 읽고 약간 움찔하더니 말을 바꾸었다.

“이런.. 제가 말 실수를 했군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큰 활약을 하신 박지석 감독님 앞에서 동양인이라는 말을 하다니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을 바꾸겠습니다. 특정 국가 선수들이 많이 영입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오히려 약점으로 보이는데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말을 바꾸어도 좋은 의도가 보이지 않는 폴 스미스의 질문에 박지석은 표정의 변화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특정 국가라고 말 하시는 건 아마도 한국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시즌 한국에 가능성이 많은 선수들을 영입한 건 사실입니다. 그건 단순히 국적이 아니라 충분히 능력이 있는 선수이기에 영입을 했습니다. 김만재 선수는 이미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그 능력을 증명했고, 좋은 피지컬과 빠른 판단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또 권윤성 선수는 U20 월드컵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에 충분히 챔피언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대답이라도 준비한 듯 박지석이 말을 이어가자, 폴 스미스는 바로 다음 질문을 넘어갔다.

“그럼 이번에 임대 이적한 우레이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레이 선수의 발빠른 드리블과 크로스, 역습 시 역동적인 움직임은 저희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박지석 감독님께서는 우레이 선수도 이 챔피언쉽에 통할 거라고 생각하셨다는 거군요. 제가 보기에는 단순히 티셔츠 판매용 선수로 보였는데 말이죠. 챔피언쉽을 너무 쉽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그 선수는 부상으로 10월까지 경기에 나오지 못하지 않습니까?”

“우레이 선수의 부상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우레이 선수가 회복이 되면 그런 소문은 스스로 종식시킬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생각입니다. 또 이 자리에서 미리 말씀드리면 제가 챔피언쉽을 쉽게 본다고 하셨는데 그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그걸 기자분들께서 말씀하신 승격 후보팀인 아스톤 빌라와 내일에 진행할 개막전 경기에서 입증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성실한 답변 감사합니다. 여태까지 수많은 재벌들이 잉글랜드의 유서 깊은 구단을 인수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구단 경영보다 구단을 통해 자신의 비자금 세탁 아니면 구단을 이용해 이미지 세탁을 하려고 했었는데 부디 이번에 선더랜드를 인수하신 구단주님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폴 스미스와의 질문을 마지막으로 기자회견은 마치게 되었고, 잉글랜드 현지에서는 선더랜드의 공격적인 투자와 승격 자신감을 두고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 선더랜드 기자 회견 봤음?

- 응 동양인들이 제대로 미친 것 같음.

- 뭐 동양인들이 구단을 인수하면 생색 내기식으로 저런 약속을 많이 하잖아. 그냥 넘어가

- 선더랜드에 있는 내 지인이 거기서 숙박업하거든.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이미 한 달 전부터 지역 부서랑 힘 합쳐서 도로 정비하고, 숙박업자들한테 지원해주고 있다고 하네.

- 지원은 그렇다고 해도 바로 승격은 말이 안됨. 딘 핸더슨, 오비 에리자아 둘 다 프리미어 리그라고 해도 U23 팀이잖아. 아! 물론 올리비에 지루는 넘어가지.

- 그렇지만 김가람이 있다.

- 김가람? U20 월드컵 작살낸 그 괴물?

- 김

- 가

- 람

- 김가람 인정하지만 솔직히 U20 월드컵은 그 나이 때에서 잘하는 거지. 챔피언쉽은 다르지. 이번에 승격 못한다. 승격하면 내가 나체로 선더랜드 구장 앞에서 사진 찍는다.

- 이거 박제함.

- 박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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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1일 빌라 파크(아스톤 빌라 홈경기)

박지석 감독이 선수 시절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노력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챔피엄쉽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한국에서는 큰 전쟁이 터졌다.

그리고 그것을 따낸 것이 배선재 캐스터가 있는 CBS 스포츠국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선더랜드와 아스톤 빌라! 아스톤 빌라와 선더랜드의 잉글랜드 챔피언쉽 리그 1라운드 경기 중계를 맡은 배선재입니다. 오늘의 도움 말씀은 장재현 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재현입니다. 오늘 경기는 챔피언쉽 1라운드 경기로 박지석 감독이 이끄는 승격팀인 선더랜드와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한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경기 전 어제 인터뷰에서 박지석 감독이 평소의 겸손한 모습과 다르게 충분히 선더랜드는 승격이 가능하다는 인터뷰를 해서 현지에서는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그렇죠. 승격도 승격이지만 김하늘, 샤오루 공동 구단주가 내세운 선더랜드 지역발전과 함께하는 선더랜드 구단의 비전 설명은 실제로 실현이 가능할지 그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경기가 진행할 빌라 파크의 관중석은 선더랜드의 원정팬과 아스톤 빌라의 홈팬들이 모두 채웠습니다. 우선 그 이슈는 나중에 따로 다뤄 보도록 하고요. 지금은 경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경기 위원님은 어떻게 보시나요?”

“아스톤 빌라는 강등을 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주전 선수들을 지키면서 선방했거든요. 거의 프미리어 리그 시절의 스쿼드를 유지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바로 승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10골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한 브라질 출신 공격수 웨슬리 선수와 팀의 주장인 잭 그릴리쉬 선수는 아주 위협적이죠. 그 둘이 챔피언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준비한 내용이 많은지 장재현은 잠시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물론 공격에 비해 수비의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는 있지만 그건 프리미어 리그에서 해당되는 내용이고요. 지금은 챔피언쉽에서는 그 수비를 뚫어낼 팀이 거의 없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아마 오늘 선더랜드는 생각보다 힘든 경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선더랜드에는 첼시에서 뛰었던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있어 충분히 수비를 뚫어내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사실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포스트 플레이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탑클래스로 인정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골도 넣었고요. 선더랜드에서 그런 올리비에 지루 선수를 잘 이용해야 할 겁니다. 문제는 그런 패스를 올리비에 지루 선수에게 넣어줄 선수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죠.”

“그렇군요. 이제 선수들 준비를 마치고 경기장에 들어섭니다. 오늘 코리아 삼총사 김만재, 권윤성, 김가람 선수 선발 출전이 확실시되어 있습니다.

"그렇죠. 선더랜드 13/14시즌에 기성룡, 지동언 선수 이후 한국 선수들이 잉글랜드 팀에 2명 이상 나오는 경우는 오랜만인데요. 기대가 됩니다.

"그럼 양팀 라인업 말씀드리겠습니다.”

배선재는 특유의 빠르고 정확한 발음으로 양팀 라인업 선수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딘 핸더슨

권윤성 – 김만재 – 글렌 로번스 – 브라이언 오비에도

오비 에자리아 – 맥스 파워 – 리 캐터몰

김가람 – 올리비에 지루 – 던컨 왓모어

“오늘 박지석 감독은 선더랜드 이전 감독인 잭 로스 감독이 있던 시절의 4-2-3-1 전술이 아닌 4-3-3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렇죠. 4-3-3 이지만 던컨 왓모어 선수의 성향상 클래식 윙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고요. 김가람 선수는 좀 더 공격적인 윙어의 역할인 인사이드 포워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 전술에서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활동량이 많은 맥스 파워 선수를 활용했는데 경기는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선더랜드의 공으로 경기는 시작되었다.

올리비에 지루는 맥스 파워에게 공을 보냈고, 맥스 파워는 옆에 있는 오비 에자리아에게 공을 건넸다.

“경기 초반 선더랜드 선수들은 공을 돌리면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실 박지석 감독의 데뷔전이기도 하거든요. 조금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배선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비 에자리아는 오른쪽 터치 라인에 있는 가람을 보고 길게 공간 패스를 뿌렸다.

“여기서 오비 에자리아 선수가 김가람 선수의 앞공간을 보고 공간 패스를 뿌립니다.”

타타타탓!!

가람은 오비 에자리아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연습 훈련과 친선 경기를 통해 호흡을 맞춰왔고, 오비 에자리아의 패스가 정확히 어디에 떨어질지 바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김가람 선수! 한발 빠른 속도로 공을 잡아냅니다. 바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선더랜드 김가람 선수의 빠른 발에 안와르 선수 그냥 제쳐집니다. 이제 남은 건 왼쪽 수비수인 제이크 비드웰 선수만 있습니다.”

가람은 속도를 높여 나가기 시작했고, 가람의 움직임에 맞춰 올리비에 지루와 던컨 왓모어가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그렇게 아스톤 빌라의 수비진은 올리비에 지루와 던컨 왓모어를 마크하면서 수비 라인을 뒤로 내리기 시작했고 가람은 덕분에 자신의 앞에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가람 선수 계속 치고 나갑니다.”

“좋은 찬스입니다. 여기서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머리를 겨냥해 크로스를 올린다면 득점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소 흥분한 장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람은 공을 차서 오른쪽 하프라인에서 패널티 에어리어 중앙으로 치고 나갔고, 이를 지켜보던 제이크 비드웰은 가람을 막기 위해 앞으로 달려들었다.

“김가람 선수 앞으로 제이크 비드웰 선수가 막아섭..”

'니다'라는 말을 배선재가 꺼내기도 전에 가람은 제이크 비드웰이 뛰어나오는 공간을 예측하고 방향을 살짝 더 골대쪽으로 꺾어 안으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제이크 비드웰은 자신을 순간에 지나쳐 나가는 가람을 보며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가람의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따라잡지 못한 채 가람의 등만 쳐다봐야 했다.

제이크 비드웰이 허무할 정도로 제쳐지자, 아스톤 빌라의 중앙 수비수는 다급히 가람을 막기 위해 다가갔다.

“김가람 선수! 빠릅니다. 자신의 장기인 속도를 살려 제이크 비드웰을 제치고, 찬스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아 지금 아스톤 빌라의 중앙 수비수가 김가람 선수에게 붙으면서 올리비에 지루 선수에 완전한 찬스가 생겼어요!!”

지금의 찬스.

만약 가람이 U20 월드컵을 나가지 않아서 능력을 키우지 않았다면, 그리고 게르트 뮐러의 특별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올리비에 지루에게 양보하는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가람은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면 골이 터진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가람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왼발을 가볍게 공을 민 후에 오른발로 강하게 슈팅을 가졌다.

뻐어엉!!!

그리고 오른발을 거쳐 떠나는 공을 보며 가람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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