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챔피언쉽 아스톤 빌라전[2]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전반 5분도 되지 않는 시점에 골을 넣었습니다.”
“놀랍습니다. 상당히 먼 거리였는데요. 이걸 골로 만드네요.”
가람은 골을 넣은 순간 양팔을 벌려 만세를 하다가 카메라를 향해 점프를 하고 어퍼컷을 내질렀다.
다소 고전적인 세레머니였는데, 사실 이 세레머니는 게르트 뮐러의 세레머니였다. 그리고 순간 게르트 뮐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이제 내가 알려줄 건 없구나. 아! 아니 한 가지 있나?’
‘한 가지요?’
‘그래. 골 세레머니다.’
‘골 세레머니가 필요한가요?’
‘그래. 요즘 같은 시대에는 스트라이커의 캐릭터가 될 수도 있지. 하지만 너는 앞으로 골을 엄청 많이 넣을 테니 화려한 거 보다는 단순하면서도 사람들이 따라하기 쉬운 걸로 생각해봐.’
게르트 뮐러와의 대화를 통해 가람은 여러 가지 세레머니를 생각해봤다. 하지만 승연의 삶에서도 특별히 자신의 시그니쳐 세레머니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결국 게르트 뮐러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 그의 세레머니를 계승하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이 세레머니는 매우 단순하고 특별한 것이 없어,사람들이 이것은 게르트 뮐러의 세레머니를 계승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먼 훗날의 일이었다.
전반 5분도 되지 않는 시점에 골이 터지자, 아스톤 빌라 선수들은 어안이 벙벙했고,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개막전 그것도 홈경기인데 전반 5분만에 터진 골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아스톤 빌라 선수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강제로 정신을 차리라는 듯 전반 10분 또다시 김가람에게 기회가 생겼다.
“던컨 왓모어 선수의 크로스! 올리비에 지루 선수 헤딩 슛!!”
퍼어엉!!
“아스톤 빌라의 루크 맥기 골키퍼의 펀칭에 공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갑니다.”
“지난 시즌에 포츠머스에서 활약을 하다가 이번에 영입되었는데요. 방금 슈팅을 쳐내는 자세만 봐도 그가 얼마나 좋은 영입..”
장재현 위원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루크 맥기의 강력한 펀칭에 공은 패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나갔고, 그 나가는 공을 누군가 달려들어 발리 슈팅으로 이어갔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오올!!! 김가람!! 루크 맥기 골키퍼 꼼짝없이 당합니다. 전반 5분에 이어 전반 10분, 김가람이 오늘 아스톤 빌라에게 지옥을 보여줍니다. 경기 스코어 2대 0!!”
“와.. 제가 맨날 놀랍다고 말하는데 아직 첫 경기이기는 하지만 이 골은 이 달의 골로 선정될 정도로 대단한 골이었습니다.”
골이 터짐과 동시에 가람은 만세 세레머니를 이어갔고, 선수들은 가람이 세레머니를 끝내자마자, 가람에게 달려들어 골을 넣은 기쁨을 함께했다.
그리고 이어진 골장면 리플레이를 보며 장재현이 입을 열었다.
“지금 보시면 루크 맥기 선수가 공을 쳐내는 순간 김가람 선수가 움직였거든요. 이게 가만히 있다가 리바운드 되는 공을 발리 슈팅을 한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 한 거라 말이 안 됩니다. 원래 이렇게 되면 자세가 무너져서 공은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게 맞거든요.”
“정말 놀랍습니다. 김가람 선수 U20 월드컵의 영웅이라 불렸던 시절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김가람 선수의 이 정도 활약이 이어진다면 선더랜드가 정말로 승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괜히 겸손한 박지석 감독이 승격을 확신한 게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아까까지 선더랜드의 고전을 예상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랬습니다. 확실히 그랬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제가 김가람 선수를 완전히 잘못 평가하고 있었네요."
"그렇습니다. 장재현 위원님도 놀랄 정도로 선더랜드의 경기력은 뛰어납니다. 사실 아스톤 빌라는 승격 후보라고 평가 받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되면서도 선수들을 대부분 잔류시키며 전력을 유지했거든요. 다른 챔피언쉽 팀보다 한 차원 높은 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 팀을 상대로 이런 경기력을 보인다는 건 고무적입니다.”
전반 10분에 김가람에게 두 골이나 먹히게 되자, 아스톤 빌라의 감독 앤드류 스콧은 벤치에서 뛰어나와 크게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 저런 녀석 하나 못 막아!! 정신 차려!! 너희는 아스톤 빌라의 선수들이라고!! 여기는 빌라 파크야!!”
앤드류 스콧의 외침에 아스톤 빌라 선수들은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그중에 주장인 잭 그릴리쉬는 박수를 치며 주변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프리미어 리그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정신 차려!! 그냥 운으로 들어간 골이야.”
그리고 다시 아스톤 빌라의 공으로 경기는 재개 되었다.
두 골을 먹힌 아스톤 빌라는 라인을 끌어올리며 공격적으로 나섰고, 선더랜드는 전방부터 강한 압박으로 아스톤 빌라의 공격을 끊어내며 종종 역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미 두 골을 넣은 가람에게 두 명의 전담 마크맨들이 붙었고, 올리비에 지루는 원래부터 역습에는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기에 경기는 팽팽하게 맞서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전반 43분
“전반 5분, 10분에 터진 김가람 선수의 골로 경기는 선더랜드가 앞서나가고 있지만, 두 골을 먹힌 아스톤 빌라도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맞서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특히 주장인 잭 그릴리쉬 선수를 중심으로 점점 점유율을 높이고 선더랜드의 허점을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골키퍼였던 존 맥플래건을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한 딘 핸더슨 골키퍼의 선방과 권윤성, 김만재, 글랜 로번스, 브라이언 오비에도 선수로 이어지는 수비 라인은 견고합니다.”
“이렇게 약간의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이대로 전반은 끝날 것 같은데요.”
아스톤 빌라 선수들도 경기가 이대로 끝내고 싶었는지 공을 돌리기 시작했고, 주장인 잭 그릴리쉬도 후반전에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는 듯 공을 돌리는 데 동참했다.
그렇게 공은 후방에 있는 왼쪽 수비수 제이크 비드웰에게 건네졌다.
그때
“김가람 선수!! 잭 그릴리쉬의 안일한 패스를 가로챕니다. 김가람 선수 앞에는 수비수 4명이 있습니다.”
“좋은 찬스입니다. 하지만 김가람 선수의 생각지 않은 가로채기에 선더랜드의 선수들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가람은 하프라인 뒤에서 잡은 공을 그대로 몰고 안으로 치고 들어갔고, 그런 가람을 잡기 위해 아스톤 빌라의 미드필더 라인과 수비라인은 가람을 앞 뒤에서 포위하듯 감싸기 시작했다.
“아스톤 빌라 선수들 김가람 선수를 포위합니다. 이렇게 되면 김가람선수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중거리 슈팅은 불가능하죠.”
“여기서는 유효 슈팅보다는 상대편을 맞추는 영리한 슈팅을 통해서 코너킥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중계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람은 속도를 더 높였고, 제이크 비드웰은 아까처럼 가람의 페이크와 속도에 속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신중하게 거리를 좁히며 어깨 싸움을 걸었다.
하지만
투우웅!!
제이크 비드웰은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김가람이 나온 U20 월드컵 경기 자료를 찾아봤다.
그때 U20 월드컵에서 수많은 수비수들이 가람과 어깨 싸움을 하다가 오히려 자신이 튕겨져 나가는 모습을 보며 어린 친구들이 피지컬 훈련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몸이 부딪치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크윽!”
어깨 너머로 느껴지는 고통에 제이크 비드웰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속도를 높이며 드리블하는 선수에게 아무리 힘을 실지 않았다고 해도 몸싸움을 걸게 되면 대부분 선수들은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제이크 비드웰의 상식은 무너졌다.
“김가람 선수!! 제이크 비드웰과의 몸싸움에서 이겨내면서 이제 수비수 3명만 있는 상태입니다.”
가람은 제이크 비드웰의 수비를 벗겨내는 순간 더욱 가속해서 패널티 에어리어쪽으로 접근해 들어갔고, 골키퍼인 루크 맥기는 크게 소리쳤다.
“슈팅이야!! 막아!!”
루크 맥기의 외침에 아스톤 빌라의 중앙 수비수들은 다급하게 가람의 앞을 막아서려고 했다. 그때
휘리릭~
가람은 다가오는 아스톤 빌라 수비수를 상대로 크로스 오버 일명 헛다리 짚기를 선보였고, 순간 중앙 수비수는 그 헛다리 짚기에 스탭이 꼬이며 허공에 스탠댕 태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가람 선수의 개인기!! 루크 맥기 선수!! 다급하게 나옵니다.”
이미 김가람이 슈팅을 때릴 거라고 예상한 루크 맥기는 중앙 수비수가 무너지는 동시에 다급하게 각도를 좁히며 나왔다.
만약 챔피언쉽의 스트라이커들을 상대로 지금과 같은 반응 속도라면 루크 맥기의 수비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만큼 스트라이커들을 당황하게 할 만큼의 빠른 반응 속도였다.
하지만
토오옹~~
루크 맥기가 각도를 좁히며 다가오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 날아오는 공은 루크 맥기의 얼굴 옆을 지나갔다.
루크 맥기의 양팔은 슈팅 각도를 줄이기 위해 양 옆으로 크게 벌린 상태였기에 팔이 4개가 아닌 이상 막을 수는 없었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챔피언쉽 데뷔전 1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이거 아스톤 빌라는 뼈아픈 실점이 될 것 같습니다. 전반 10분 내에 두 골을 먹힌 후 어떻게든 정비를 해서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골을 만들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전반 경기 종료 직전에 골을 또 먹힌다면 이건 회생불가예요.”
장재현의 거의 사형선고와 같은 해설이 나오는 동시에 그 말을 증명하듯, 아스톤 빌라의 선수들은 꼭 연장전을 다 뛴 선수들처럼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단순히 체력적으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전반에만 3골을 먹힌 아스톤 빌라는 단순히 선수뿐 아니라 감독인 앤드류 스콧까지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다.
“말도 안되는 저런 괴물이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거야?”
후반전 45분
“오늘 경기 추가 시간이 2분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나요?”
“솔직히 오늘 경기는 김가람 선수의 클래스가 챔피언쉽이 아니라 프리미어 리그에도 통할 거라는 걸 증명한 경기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아스톤 빌라는 이번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등된 팀인데요. 그렇게 쉽게 단언해도 될까요?”
“물론 한 경기를 가지고 단언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김가람 선수의 지금 기량이라면 충분히 통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선더랜드 선수들도 공을 돌리면서 경기 마무리할 것 같습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원래 시간보다 좀 빨리 울리는 느낌이었지만, 앤드류 스콧 감독은 항의하지 않고 박지석 감독과 악수를 하자마자, 도망치듯 라커룸으로 향했다.
“오늘 경기 해트트릭에 도움 2개까지 기록한 김가람 선수의 활약으로 선더랜드 챔피언쉽 1라운드에서 5대 0 대승리를 가져갑니다.”
TV중계 화면은 가람이 웃으며 선수들과 함께 원정 응원을 온 팬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잡혔다.
띠리링
[챔피언쉽 데뷔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10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귓가에 듣기 좋은 알림음과 반가운 상태창에 가람의 표정은 더욱 환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