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리그컵 4라운드 토트넘전[1]
2019년 10월 30일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선더랜드 홈구장)
리그컵 4라운드 토트넘전
선더랜드의 라커룸
박지석 감독은 모든 선수를 모아두고 평상시처럼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를 위해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 우리는 잃을 게 없다. 사실대로 말하면 리그컵 4라운드까지 올라온 것도 좋은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즌이 시작될 때 말했듯이 우리는 승격이 최우선이고, 다른 경기에는 큰 여력을 배분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잠시 말을 멈춘 박지석 감독은 선수들의 얼굴을 쓰윽 둘러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금 우리는 리그에서 충분히 여유가 있고, 리그컵에 그여력을 배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여태까지 싸워왔던 그 어떤 팀보다 강한 팀을 맞서 싸우게 된다. 이 경기가 우리팀의 진짜 실력을 평가할 수 경기가 될 거다. 최선을 다해라! 그리고 최선을 다한 결과를 가지고 와라! 알겠나?!”
박지석 감독의 말에 모든 선수들이 크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선수들이 몸을 가볍게 풀면서 경기장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제임스 플라워 수석코치와 다른 코치들이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개인 전술을 설명하기 위해 나눠준 태블릿 PC를 다시 걷어들이고 있었다.
그때 박지석 감독이 가람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걸었다.
“가람아. 오늘 컨디션은 어떠니?”
“언제나 좋습니다. 감독님.”
“그래. 오늘 경기 코리아 더비라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관심을 갖지만, 무리하거나 부담 갖지 마라.”
“알겠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긴장감이 들어 기분 좋은데요.”
“그래. 오늘 경기도 부탁한다.”
박지석 감독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언제나 자신의 뜻을 알고, 정답을 이야기하는 가람을 보며 흐뭇했다.
분명 처음으로 지도하는 가람이지만, 가람은 자신이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는 선수였다.
그렇게 가람을 격려한 후 박지석 감독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가벼운 격려와 조언을 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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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리그컵 4라운드 선더랜드 대 토트넘, 토트넘 대 선더랜드의 경기 중계를 맡은 캐스터 마틴 테일러입니다. 오늘의 도움 말씀에는 개리 리네커씨와 함께 BCD 스포츠에서 정규 편성으로 이 경기 보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개리 리네커입니다.”
“오늘의 경기 리그컵 4라운드지만 이 경기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위원님.”
“그렇죠. 이미 챔피언쉽에서는 상대를 찾아 볼 수 없는 선더랜드거든요. 여태까지 무패행진으로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즌 초반에 전문가들의 예언은 완전히 뒤집은 상태입니다. 그러던 중 오늘 경기를 하게 되는 토트넘은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느 팀보다 강팀이죠. 과연 선더랜드가 토트넘을 만나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를 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거 이외에도 선더랜드의 김가람 선수와 토트넘의 손홍민 선수의 대결도 한국 뿐 아니라 잉글랜드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죠. 현재 토트넘의 경기력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손홍민 선수는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죠. 저도 김가람 선수와 손홍민 선수가 이 경기의 키 플레이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씀 드리는 순간 이제 양 팀 경기 준비를 마친 것 같습니다.”
딘 핸더슨
권윤성 – 김만재 – 글렌 로번스 – 브라이언 오비에도
리 캐터몰 - 오비 에자리아 – 맥스 파워
김가람 – 올리비에 지루 – 던컨 왓모어
“선더랜드는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했습니다. 이번 경기에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선더랜드에게 이번 경기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거든요. 챔피언쉽에서는 적수가 없었는데요. 과연 지금 경기력이 좋지 않다고 해도 지난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을 한 팀인 토트넘을 상대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선더랜드의 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올리비에 지루는 오비 에자리아에게 공을 건넨 후 앞으로 뛰어 나갔고 오비 에자리아는 후방으로 공을 보내 토트넘의 공격진을 끌어 내려고 했다.
그렇게 권윤성에게 공이 오자, 해리 케인이 어느새 다가와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토트넘 전방 압박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경기와 다르게 토트넘 전반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토트넘도 선더랜드를 상대로 베스트 일레븐을 가동한 가운데 이번 경기를 이겨서 지금 좋지 않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발판으로 마련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해리 케인 선수 좋은 전방 압박이에요.”
해리 케인의 압박에 권윤성은 순간 당황했고, 자신이 여기서 공을 빼앗기게 되면 큰 일이라는 생각에 전방을 향해 다급하게 길게 공을 걷어 찼다.
뻐어엉!!
티이익
하지만 권윤성이 차낸 공은 해리 케인의 발에 맞았고, 공은 크게 굴절되어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자
“마이 볼!!”
이번 경기 왼쪽 윙어로 나선 손홍민이 공의 낙하지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생각지 않은 상황에 가람은 뒤늦게 손홍민의 뒤를 따라 갈 수밖에 없었다.
토오옹
리바운드 되는 공을 가볍게 잡은 손홍민은 아직 정비가 되지 않은 선더랜드의 수비를 향해 뛰어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쿠우웅!!
어느새 나타난 가람의 어깨 싸움.
여태까지 수많은 선수들을 날려버렸던 가람의 어깨 싸움에 손홍민도 순간 흔들렸지만, 뛰어난 드리블로 공을 간수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이.. 이거 너무 센 거 아니야?”
“선배님. 여기는 지나 갈 수 없습니다.”
“그럴 수는 없거든.”
손홍민은 특기인 속도를 살린 드리블로 가람을 뚫고 나가려고 했고, 가람 또한 자신의 속도를 살려 손홍민을 막으려고 했다.
“손홍민 선수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김가람 선수가 거머리처럼 막아서고 있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지금 오른쪽 윙어로 뛰고는 있지만 원래는 수비수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선수입니다. 그의 수비력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개리 리네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가람은 손홍민이 쉽게 드리블을 치고 나갈 수 없게 끈질기게 막았다.
손홍민은 순간 가람과 대결을 끌다가 팀의 좋은 찬스를 날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의 선수를 살펴봤고, 그 순간 해리 케인이 김만재와 글랜 로번스 사이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 순간 손홍민은 억지로 드리블 속도를 높여서 치고 들어갈 것처럼 몸을 앞으로 기울렸고, 가람도 무게 중심을 뒤로 잡아 손홍민의 드리블을 막으려고 했다.
그때
토오옹!!
가람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손홍민은 공의 밑둥을 차서 공을 해리 케인이 앞 공간으로 보냈다.
순간 손홍민의 재치에 가람은 한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공은 김만재와 글렌 로번스 사이에 있는 해리 케인이 받기 좋은 위치로 떨어졌다. 그런 찬스를 해리 케인이 놓칠 일은 없었다.
뻐어엉!!
“고오오오올!!! 전반 4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리 케인 선수의 골이 터졌습니다. 시작부터 좋은 연계를 보여주는 해리 케인 선수와 손홍민 선수였네요.”
“이거 선더랜드 출발이 좋지 않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막았지만 아직은 경험이 부족해 보입니다.”
골을 넣은 손홍민은 해리 케인과 함께 골을 축하 했고, 가람은 그 모습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리 캐터몰이 가람의 어깨를 툭 치면서 입을 열었다.
“괜찮아?”
“솔직히 괜찮지 않네요. 한방 먹었어요.”
“그래. 저게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선수의 플레이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
“물론이죠. 오히려 불타오르는 걸요.”
“꼬맹이! 좋은 자세야! 한방 먹었으니 갚아주자.”
경기는 다시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올리비에 지루는 아까와 같이 오비 에자리아에게 공을 건넨 후 전방으로 나갔고, 오비 에자리아는 이번에는 후방이 아닌 전방에서 뛰어간 던컨 왓모어를 향해 공을 돌렸다.
“선더랜드. 경기 시작과 동시에 골을 먹었는데요. 이제부터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선더랜드가 선취점을 잃고 시작하는 경우는 이번 시즌에 처음인데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풀고 나갈지 궁금합니다.”
던컨 왓모어는 공을 잡는 순간 특기라고 할 수 있는 빠른 속도와 드리블로 순식간에 패널티 에어리어 앞까지 치고 들어왔고, 생각지 않은 빠른 전개에 토트넘의 수비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의 오른쪽 수비인 세르주 오리에는 던컨 왓모어를 저지하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왔고 그런 세르주 오리에를 본 던컨 왓모어는 오히려 공을 터치 라인쪽으로 보내고 더욱 속도를 높였다.
“던컨 왓모어 선수!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 들지 않고 코너킥 에어리어쪽으로 드리블해서 갑니다.”
“평소 안쪽으로 들어와 크로스를 올렸던 모습과 다르게 코너킥 에어리어로 파고드는 건 아무래도 토트넘의 수비가 다른 팀과 다르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던컨 왓모어는 코너킥 에어리어 인근까지 도착했고, 속도를 살려 그대로 중앙을 보며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던컨 왓모어의 크로스는 중앙으로 날아갔고, 그곳에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인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와 얀 베르통언이 위치한 상태였다.
“너무 급하게 크로스를 올렸나요? 아무도 없는 공간에 크로스를..”
캐스터인 마틴 테일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쪽 공간에서 올리비에 지루가 뛰어와 수비수 사이로 불쑥 튀어나와 헤딩으로 공을 오른쪽으로 내어주었다.
토오옹~
그리고 공이 아직 잔디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이미 낙하지점을 포착한 한 선수가 공을 향해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갔다.
뻐어엉!!
선수가 찬 공은 일명 빨랫줄 슈팅으로 공은 직선 그대로 뻗어나가 골망을 찢어버릴 듯한 소리를 만들었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받은 골을 그대로 갚아줍니다. 놀라운 연계로, 던컨 왓모어, 올리비에 지루를 거쳐 김가란 선수가 발리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와.. 이건 놀라운데요. 공이 떨어지는 위치에서 발리 슈팅으로 저렇게 골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요. 게다가 언제 저 위치에 온 거죠? 정말 김가람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언제나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운 위치에서도 쉽게 골을 넣어요.”
살짝 흥분한 듯한 개리 리네커는 한동안 가람에 대해 칭찬했고, 가람은 언제나처럼 만세 세레머니를 한 후 팀원들과 기쁨을 나누었다.
그 골을 넣은 후 경기 시작을 위해 원래 자리로 돌아갈 때 손홍민이 가람에게 다가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 제법이구나.”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래. 하지만 이기는 건 우리가 될 거야.”
손홍민의 말에 가람은 웃으며 답했다.
“아니요. 저희가 이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