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리그컵 4라운드 토트넘전[4]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골입니다. 놀랍습니다. 이건 여태까지 보였던 김가람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아닌데요.”
“와.. 이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외모처럼 깔끔하고 멋진 슈팅으로 골을 넣던 김가람 선수였는데요. 방금 골은 꼭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아니 지킬 앤 하이드라고 할까요? 김가람 선수 골에 대한 집착에 좀 어두운 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그렇죠. 파울성에 가까운 거친 플레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어리둥절한 틈을 타서 놀라운 집중력과 골에 대한 집착을 보여줬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스트라이커라면 저런 모습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 개리 리네커씨 좀 흥분하신 것 같은데요. 김가람 선수는 윙어입니다.”
“아.. 그렇죠.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했습니다. 저는 오늘 김가람 선수가 보여주었던 그 어떤 플레이보다 지금 이 플레이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가람은 골이 터지는 순간 만세 세레머니를 하고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눈 후에 박지석 감독을 봤다.
박지석 감독은 가람을 보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가람을 인정했다.
그리고
띠리링
[리그컵 4라운드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역전골을 기록했습니다.]
[2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히든 스킬 발동이 종료됩니다.]
후반전 12분에 터진 세 번째 골.
가람은 이 골로 경기는 이겼다고 생각했다.
가람이 생각지 않은 히든 스킬까지 터뜨리며 터진 골 그리고 과격한 몸싸움이 관중들이 보기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경합한 선수들과 그걸 본 상대팀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것에 이만큼 효과적인 플레이는 없었다.
그렇게 가람이 제자리로 돌아가자, 손홍민이 가람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너. 생각 이상이구나.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
“죄송해요. 너무 이기고 싶어서..”
“그래. 뭐 아프기는 했지만, 파울은 아니니깐. 하지만 말이야 아까도 말했듯이 이번 경기 이기는 건 선더랜드가 아니라 우리야.”
손홍민의 말에 가람은 소름이 돋았다.
간혹 그런 선수들이 있었다. 자신처럼 극한의 상황을 즐기며 그런 상황에 몰렸을 때 더 빛을 보는 선수.
그런 선수 바로 손홍민이었다.
승연이 가람의 몸에 들어와 처음으로 만난 이런 유형의 선수에 가람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토트넘의 공으로 시작되는 순간 현실이 되었다.
뻐어엉!!
“에릭센 선수! 경기 시작과 동시에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손홍민 선수에게 연결합니다. 손홍민 선수 빠릅니다! 김가람 선수 아까 골을 넣고 힘이 빠졌나요. 여태까지와 다르게 반응이 느립니다.”
가람이 힘이 빠진 게 아니었다. 손홍민이 빨라진 것이었다.
지금까지 뛰었던 것이 꼭 몸풀기라도 된다는 듯 손홍민은 놀라운 순간 속도와 이어진 최고 속력으로 가람의 압박을 빠져나왔다.
“제길..”
가람은 어떻게든 따라잡기 위해 달렸지만 손홍민은 자신의 별명처럼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람의 뒤를 받치고 있던 권윤성은 생각지 않은 손홍민의 돌진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황함은 판단력을 흐리게 했고, 권유성은 가람을 기다리며 라인을 유지하지 않고 달려들어 손홍민을 마크하려고 했다.
토옹!
휘리릭!
하지만 최고 속력에 이른 손홍민이 공의 방향을 살짝 바꿔 패널티 에어리어쪽으로 다가가자, 권윤성은 손홍민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그대로 벗겨질 수밖에 없었다.
“손홍민 선수 폭주합니다. 단번에 선더랜드 선수 두 명을 제쳐버립니다. 찬스예요.”
“토트넘 선수들은 손홍민 선수를 서포트 해야 합니다. 빨리 들어와야 하죠. 반대로 선더랜드 선수들 긴장해야 합니다.”
글랜 로번스는 권윤성을 제치고 패널티 에어리어쪽으로 달려드는 손홍민을 보며 태클로 손홍민을 저지해야겠다는 생각했고, 다급히 나가 거칠게 공을 보고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촤르르르~~
“글랜 로번스 선수의 슬라이딩 태클!! 하지만 여기서 다시 한 번 손홍민 선수가 방향을 바꿔서 단번에 안쪽으로 치고 들어갑니다. 이제 패널티 에어리어 중앙!! 놀라운 손홍민 선수!! 슈팅!!”
뻐어엉!!
글랜 로번스의 슬라이딩 태클이 실패하는 순간 김만재는 최대한 슈팅을 방해하기 위해서 몸으로 손홍민을 덮치듯 달려들었다.
터어억!
그리고 느껴지는 고통. 공은 김만재의 몸에 맞았다.
하지만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올!! 손홍민 선수! 60분에 다시금 골을 넣습니다. 오늘 멀티골을 기록하는 손홍민!! 이렇게 경기는 다시 3대 3이 되었습니다.”
“아.. 김만재 선수의 몸에 맞고 굴절이 되면서 딘 핸더슨 선수가 반응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막지 못하죠. 김가람 선수가 골을 넣고 방심한 선더랜드에게 프리미어 리그의 무서움을 선사하는 손홍민 선수입니다.”
그렇게 중계진이 손홍민의 놀라운 골에 흥분하고 있을 때 심판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익!
그리고 이어진 주심의 팀닥터 호출에 선더랜드 의료진이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글랜 로번스 선수가 부상을 당한 것 같습니다.”
“그렇죠. 동점골에 베테랑 수비수의 부상까지 선더랜드에게 먹구름이 들이는 것 같습니다.”
“박지석 감독. 바로 교체 투입 준비를 합니다. 아드리안 마리아파 선수가 들어오는군요.”
“아. 아드리안 마리아파 선수는 좋은 수비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문제는 발이 느리다는 건데요. 이번 교체 아쉽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1군과 후보 사이의 간격이 심하다고 지적 받아온 선더랜드에게 이번 경기를 기점으로 문제가 터지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개리 리네커의 날카로운 분석은 단순히 분석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로 되었다.
글랜 로번스의 부재는 생각보다 컸고, 아드리안 마리아파는 해리 케인의 몸싸움과 스피드에 허무하게 뚫렸고, 결국 후반전 36분 손홍민의 스피드를 이겨내지 못하고 역전 골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가람은 공격적으로 나서려고 했지만, 토트넘의 수비는 더 강해져서 지친 선더랜드의 선수들의 공격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게 주심의 입에 휘슬이 물렸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 소리가 경기장에 울렸다.
삐이익!!
“오늘 후반 초반까지 팽팽했던 경기는 손홍민 선수의 해트트릭으로 4대 3으로 마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죠. 글랜 로번스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경기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린 1군과 후보 선수 사이의 실력 차이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앞으로 승격을 위해서라면 이 부분을 좀 보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김가람 선수의 놀라운 실력은 앞으로 희망을 가지게 되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오히려 그 부분이 걱정입니다. 이번 경기는 TV로 중계가 되면서 많은 이들이 봤을 겁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프리미어 리그 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명 구단도 있겠죠. 김가람 선수가 어떤 계약 조건으로 선더랜드에 남는지는 모르겠지만 선더랜드로서는 김가람 선수를 지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김가람 선수의 실력을 봤을 때는 충분히 더 높은 리그에서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심지어 오늘 경기는 선더랜드 구단이 조금 더 강한 스쿼드를 갖추고 있었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였거든요. 그렇다면 김가람 선수 입장에서는 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팀이 좋을까요?”
“뭐.. 제가 토트넘 출신이라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토트넘에서 손홍민 선수와 함께 뛰는 것도 상당히 좋은 그림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쪽 윙어에 손홍민, 김가람 선수가 뛴다면 아마 상대하는 팀들은 어렵겠죠.”
“하지만 개리 리네커씨가 방금 말씀 하셨듯이 많은 팀들이 김가람 선수에게 오퍼를 넣을 것 같은데요. 과연 짠돌이 구단주가 있는 토트넘이 김가람 선수를 움직일 수 있는 오퍼를 낼지는 기대해봐야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오늘 경기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홍민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죠.”
그렇게 중계진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손홍민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 반대로 홈경기 무패를 기록했던 선더랜드는 처음으로 패배하며 우울한 분위기가 라커룸을 지배했다.
누구도 쉽게 입을 열고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라커룸의 문이 열리고 박지석 감독이 들어왔다.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라커룸 분위기에 박지석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의 집중시켰다.
짝!
“오늘 경기 잘했다. 프리미어 리그의 팀을 그것도 작년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팀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웠어. 고개를 들어라. 첫 패배이기는 하지만 훌륭했다.”
박지석의 말에 아직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선수들은 고개를 들어 박지석을 보기 시작했고, 박지석은 말을 이어갔다.
“오늘 경기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찬스가 있었다. 리드를 지키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게 우리 팀의 현실이다. 나는 이걸 그대로 보고 있지는 않을 거다. 리그에서는 우리를 위협할 팀은 그리 없겠지만, 곧 시작될 FA컵에서는 이런 무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거다. 자 모두 씻고 내일을 준비하자. 그럼 해산!”
박지석의 다짐에 선수들은 덩달아 기운이 돋아났고, 지금보다 더 강해질 팀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렇게 라커룸 대화를 마친 박지석은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지석 감독님. 스포츠문의 폴 스미스 기자입니다. 오늘 경기 처음으로 이번 시즌 패배를 당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기는 패배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충분히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패배를 기점으로 똘똘 뭉쳐 좋은 경기를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씀은 패배 이후 더 단단해질 거라고 말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 패했지만 최고의 활약을 한 선수는 역시 김가람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오른쪽 윙어로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요. 오늘 경기 이후로 단순히 챔피언쉽이 아니라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이 경기 이후 수많은 오퍼가 쏟아질 거라고 예상되는데요.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김가람 선수는 선더랜드 선수이며, 저희 구단은 김가람 선수가 선더랜드에 남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선더랜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김가람 선수라면 충분히 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제가 보기에는 그런 충성심을 이용해서 구단에서 좋지 않은 계약을 유지하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는 경우를 종종 봤는데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레이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되었지만 아직 벤치에 있습니다. 우레이 선수의 선발 출장은 언제가 될 것 같으십니까?”
“아직 우레이 선수의 경기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시기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폴 스미스의 난처한 질문은 계속되었고, 박지석은 능숙하게 상황을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올라온 생각지 않은 부상자 리포트를 보며 두통이 찾아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던컨 왓모어 / 발목 염좌, 최소 3주 회복 기간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