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겨울 이적 시장[1]
2019년 11월 3일 프래튼 파크(포츠머스의 홈구장)
챔피언쉽 15라운드 포츠머스전
“안녕하십니까? 챔피언쉽 15라운드 포츠머스 대 선더랜드, 선더랜드 대 포츠머스의 경기 진행되겠습니다. 오늘도 역시 장재현 위원님과 함께합니다. 오늘 경기 놀라운 건 원정팀인 선더랜드의 팬들이 프래튼 파크 경기장에 많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렇죠. 오늘 경기에 앞서서 우레이 선수가 드디어 선발 데뷔전을 가진다고 해서 우레이 선수의 경기를 보기 위해 평소에 매진이 잘 안되는 프래튼 파크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레이 선수를 보고 싶은 팬들 때문에 암표가 상당히 돌았다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우레이 선수는 오늘 왼쪽 윙어인 던컨 왓모어 선수의 부상 이탈로 들어오게 되었는데요. 한동안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던 우레이 선수가 투입되게 되었습니다.”
“그렇죠. 사실 우레이 선수가 프리 시즌 준비 과정에서 3개월 정도 부상을 입었는데 빠른 회복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나름 라리가에서는 괜찮은 성적을 보였던 우레이 선수였는데요. 오늘 경기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기대가 됩니다. 또한 오늘 경기를 통해 우레이 선수에 대한 박지석 감독의 판단도 서게 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사실 선더랜드의 선수층은 두껍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번 시즌에 좋은 영입을 통해서 놀라운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래도 다가오는 겨울 이적 시장에 중앙 수비수, 중앙 미드필더, 윙어의 뛰어난 후보군 선수들을 영입할 필요는 있는데요. 우레이 선수가 차지한 임대 영입 선수 한 자리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죠. 물론 이건 단순히 우레이 선수 뿐 아니라 선더랜드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들어온다면 누군가 나가야 하는 건 사실이니 말이죠.”
“그 말씀은 겨울 이적 시장을 앞두고 박지석 감독은 우레이 선수를 시험하는 걸로 볼 수도 있겠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중계 카메라도 우레이의 선발 출장을 인식한 듯 등 번호 7번인 우레이를 비추었고, 우레이는 결연한 표정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전반 20분
리그 단연 선두인 선더랜드를 맞이해서, 포츠머스는 거북이처럼 웅크려서 수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선더랜드는 천천히 공을 돌리면서 포츠머스의 틈을 노리고 있었다.
조지 허니먼의 패스를 받은 가람은 전방을 향해 뛰어 들어갔고, 가람을 막기 위해 달려든 포츠머스의 왼쪽 미드필더를 가벼운 크로스 오버(헛다리 짚기)로 제쳐낼 수 있었다.
“김가람 선수의 개인기에 포츠머스 중원이 그대로 붕괴해 버립니다. 한 차원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가람은 속도를 살려 그대로 패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었다.
‘역시 개인기를 올리는 걸 잘했어.’
지난 경기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역전골을 넣어 얻은 20포인트로 가람은 70이었던 개인기를 85로 올리고 남은 5포인트로 헤딩을 75로 만들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개인기를 통한 돌파를 시도하자, 역시나 몸은 생각한 대로 부드럽게 움직였고, 포츠머스의 선수들은 가람을 막을 수 없었다.
“김가람 선수의 속도에 포츠머스 선수들 대응하지 못합니다. 이제 마지막 최종 수비 라인밖에 남지 않았군요.”
가람은 이대로 치고 가다가 슈팅을 때릴까 아니면 한 번 더 개인기를 통해 수비수를 제친 후에 골을 넣을까 고민했다.
그때 벤치쪽에서 박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대편!!”
그리고 순간 가람은 경기 시작 전 박지석 감독님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오늘 경기에서 우레이를 이용한 공격 루트를 점검하고 싶다. 그러니 기회가 나오면 최대한 우레이를 이용해봐라. 아니 이번 경기 전반전만이라도 우레이를 이용해봐라.”
“우레이를요?”
“그래. 이건 내 의견이기도 하지만 샤오루 구단주님의 의견이기도 하다.”
“알..알겠습니다.”
프리 시즌에 부상을 당한 우레이는 나름 열심히 부상 회복에 힘을 쓰고, 노력하기는 했다.
하지만 경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U23 팀에서 뛰라고 하자, 우레이는 자신은 1군 경기에서 뛰기 위해 임대 온 거라며 경기력은 충분하니 1군과 훈련만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박지석은 그런 그의 태도에 프로답지 않다며 징계를 하려고 했지만 샤오루 구단주의 만류에 그의 고집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어쩔 수 없이 1군 훈련에 나섰지만 우레이는 실력을 보이기보다는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렇게 우레이는 박지석 감독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박지석 감독은 그 후 샤오루 구단주에게 임대 해지도 권했지만, 한 번도 경기에 뛰지 않고 보낼 수 없다는 샤오루 구단주의 말에 데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경기에 생각지 않은 붙박이 주전이 던컨 왓모어의 부상으로 오늘 경기에 왼쪽 윙어로 뛸 수 있는 오비 에자리아를 기용하지 않고, 우레이를 기용한 것이었다.
이런 뜻을 가람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우레이가 보였다.
‘그래. 한 번 해봐라.’
“김가람 선수! 슈팅을 가져가지 않고 그대로 골라인 쪽으로 돌진합니다. 이러면 슈팅 각도가 없는데요.”
뻐어엉!!
가람은 포츠머스의 최종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그 공은 바로 우레이의 앞에 떨어졌다.
“김가람 선수의 완벽한 크로스. 여기서는 발만 가져다 대면 골로 연결..”
터어엉!!
배선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레이가 건드린 공은 골대를 강타했고, 그대로 골라인 아웃이 되었다.
“아.. 이런! 우레이 선수 이 기회를 놓칩니다.”
“오늘 경기에 제일 좋은 찬스였는데요. 우레이 선수 이걸 놓쳐버립니다. 아쉽네요.”
우레이는 신경질이 난다는 듯 골대를 발로 차고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중계진 카메라에 그대로 잡힐 수밖에 없었다.
“아. 우레이 선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자신에게 좋은 찬스를 준 김가람 선수에게 고맙다는 표시 정도는 해야 할 텐데요. 방금 놓친 골뿐 아니라 태도에서도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순간 가람에게 뚫릴 뻔한 위기에 포츠머스의 감독인 캐니 재킷은 선수들을 독력하고 더욱 수비적으로 보강했다.
포츠머스가 더욱 수비적으로 나서자, 선더랜드는 라인을 올려 공격하기 시작했고, 경기는 흡사 하프 코트 경기를 하듯 포츠머스 진형에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조지 허니먼 선수 전방에 있는 올리비에 지루 선수를 향해 길게 패스를 합니다.”
“올리비에 지루 선수! 포츠머스 중앙 수비의 격렬한 수비에도 흔들리지 않고, 가볍게 공을 따냅니다. 올 시즌 챔피언쉽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올리비에 지루 선수!”
올리비에 지루는 공을 따낸 후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버티다가 왼쪽 수비수 마크를 벗겨낸 가람에게 공을 건넸다.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김가람 선수에게 연결! 김가람 선수 공을 이어받습니다. 하지만 슈팅 각도는 부족한 상황에 어떻게 할 것인가?”
가람은 충분히 돌파할 수 있지만, 그 자리에서 반대편으로 뛰어 들어가고 있는 우레이를 보고는 이번에는 높은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가람이 찬 크로스는 포츠머스의 중앙 수비수와 오른쪽 수비수를 지나쳐갔고, 오른쪽 터치 라인을 타고 달리고 있는 우레이의 앞에 떨어졌다.
하지만
토오옹!!
“아.. 우레이 선수가 김가람 선수의 공을 받아내지 못합니다. 공을 받아내기만 한다면 좋은 찬스로 이어질 수 있었을 텐데요. 아쉽네요.”
“아.. 오늘 경기에 김가람 선수에게 나온 찬스를 너무 이타적으로 우레이 선수에게 주고 있는데요. 그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러 전반전 35분.
선더랜드의 공격이 마무리되지 않자, 포츠머스는 천천히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때
토오옹!!
“김가람 선수의 가로채기! 포츠머스 선수들 복귀해야 합니다.”
천천히 공격으로 돌아서던 포츠머의 미드필더 라인의 패스를 가람이 중간에 가로챘고, 순간 바로 선더랜드의 역습 찬스로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그리고
타타탓!!
왼쪽 측면 터치라인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우레이가 가람의 눈에 들어왔고, 가람은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사이로 스루 패스를 넣었다.
“여기서 김가람 선수의 스루패스! 그 앞에는 우레이 선수가 있습니다.”
가람이 생각해도 완벽한 기회에 공을 잡기만 하면 우레이는 골키퍼와 1대 1 찬스를 맞이할 것이었다.
“김가람 선수가 만들어준 완벽한 찬스! 이건 여태까지의 기회보다 완벽한 기회입니다.”
토오오옹!!
하지만 우레이의 엉망인 퍼스트 터치로 공은 생각보다 길게 뻗어 나갔다.
“우레이 선수. 너무 길어요. 컨트롤을 제대로 못 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지켜본 포츠머스의 골키퍼는 빠른 판단으로 뛰쳐 나와 먼저 공을 차냈다.
뻐어엉!!
공을 터치 라인을 넘어갔고, 좋은 기회를 날린 우레이는 가람을 보며 원망하듯 패스가 잘못되었다는 제스쳐를 취하자, 선더랜드의 서포터즈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우우우!!
-우우우!!!
-꺼져!! 이 망할 놈아!!
-너는 중국의 수치다!!
연달아 이어진 기회에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자, 선더랜드 팬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고, 심지어 그중에서는 중국 서포터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 우레이 선수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합니다. 게다가 저 표정과 제스쳐는 설마 김가람 선수에게 패스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너무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죠. 이런 기회는 거의 떠먹여 주다 못해 아예 입안까지 넣어준 건데요. 이걸 그냥 토해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중국 팬들까지 크게 소리치고 있습니다.”
이어진 스로인 공격에 가람은 공을 받자마자, 살짝 고민했지만 전반전만이라도 그를 이용하라는 박지석 감독의 말이 생각났다.
게다가 가람이 공을 받는 순간 우레이는 공간을 향해 뛰어갔고, 이번에는 우레이가 받기 정말 좋은 위치에 공을 정확히 밀어주었다.
“김가람 선수 여기서 또다시 스루 패스!! 우레이 선수 앞으로 공을 보냅니다.”
“와.. 이거 김가람 선수 매번 골 넣는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킬 패스를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도 우레이 선수가 공을 잡기만 하면 골찬스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공은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사이 공간으로 빠져나갔고, 우레이는 공을 받아 그대로 드리블해서 골대로 향해갔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골키퍼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모두 우레이가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우레이 선수 이제 남은 건 골키퍼 한 명뿐입니다.”
이어진 우레이의 슈팅
티이익~
뻐어엉이 아닌 티이익이라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공은 약하게 꼭 슈팅이 아니라 패스처럼 포츠머스의 골키퍼 앞으로 갔고, 포츠머스의 골키퍼는 가볍게 잡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우레이가 또다시 기회를 못 살리는 것에 선더랜드 팬들의 야유가 이어지려고 할 때
“아앗!!”
그런데 우레이가 소녀슛을 쏘고는 쩔뚝 거리더니 그대로 잔디밭에 주저앉았다.
선수 뿐아니라 경기장에 있는 관중들도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우레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비명을 질렀고, 주심이 다가가 우레이를 살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