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겨울 이적시장[2]
2019년 12월 22일 선더랜드 최고 경영자 집무실
집무실에는 김하늘, 샤오루 공동 구단주와 박지석 감독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 자리하게 되자, 김하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이렇게 우리가 모인 건 겨울 이적 시장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그 말에 샤오루는 살짝 귀찮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라면 굳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기야.”
“샤오루 구단주님이 꼭 있어야 하는 자리라 이렇게 부른 겁니다. 그리고 오늘은 공적인 자리니깐 존칭을 부탁 드리죠.”
김하늘이 그렇게 선을 그으며 대답하자, 샤오루는 살짝 토라진 표정으로 대꾸했다.
“알겠습니다. 김하늘 공동 구단주님. 준비한 영상이 있다고 하는데 보여주시죠.”
그 말과 함께 김하늘은 빔프로젝트로 준비한 영상을 틀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등 번호 7번을 달고 있는 우레이의 모습이 나왔다.
11월부터 지난 경기까지 총 10번을 선발 출전한 모습으로 모든 경기 전반전만 뛰고 나갔다. 경기 모습은 처참할 정도로 무력했고, 형편 없었다.
PK골로 1골을 넣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성적이었다. 그런 상황은 샤오루도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우레이의 영상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었다.
“그만. 더 이상 보여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우레이 선수를 더 이상 기용하지 않겠다는 말인가요?”
샤오루의 짜증이 섞인 말에 박지석이 입을 열었다.
“기용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 해지를 했으면 합니다.”
“감독님. 임대 해지까지는 너무 한 거 아닌가요? 우레이 선수가 우리에게 벌어다 준 돈을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어요.”
샤오루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박지석은 마음을 다지며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보실 건 우레이 선수의 의료진의 차트입니다.”
김하늘은 박지석의 말에 맞춰 미리 준비한 우레이의 영상이 끝나고 바로 우레이의 의료 차트가 보여주었다.
여러 가지 말이 적혀 있기는 했지만, 쉽게 쓰여 있는 의료진의 단어는 샤오루도 이해할 수 있었고, 거기서 꼭 분풀이라도 하듯 강하게 강조된 부끄러운 단어를 볼 수 있었다.
“꾀병?”
“맞습니다. 이쉬 레만 주치의께서 좀 과격한 단어를 썼지만 정확히는 몸을 사리고, 조금만 부상을 당해도 과장되게 말해서 치료를 받는 경향이 심해졌습니다. 처음 출전한 챔피언쉽 15라운드 포츠머스와의 경기부터 그런 경향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프리 시즌에 김가람에게 태클을 걸다가 다친 것은 그 이유가 되었다는 의료진의 설명입니다. 이런 우레이 선수의 성향 때문에 팀 사기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패배는 없지 않나요?”
“물론 리그컵 4라운드 토트넘전 이후 저희 팀이 지고 있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저희가 이길 수 있었던 게 후반전에 우레이 선수가 빠진 이후 나온 골 덕분이었죠. 게다가 아까 영상을 끝까지 보지 않으셔서 그렇지만 우레이 선수의 약한 몸싸움은 이제 다른 팀에서도 파악해 우레이 선수를 공략한 바람에 많은 실점을 했습니다.”
“그 말씀은 그런 우레이 선수를 박지석 감독님은 제 무리한 요구 때문에 출전시켰다는 말씀이시고, 이제는 한계라는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박지석의 말에 샤오루의 표정이 굳어지자, 김하늘이 말을 이어갔다.
“우레이 선수가 영입된 이후 솔직히 마케팅적으로 이익을 봤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시즌 초반에 동양인 구단주와 동양인 감독이라는 이유로 떠난 기존의 서포터즈들이 사지 않은 시즌권을 수많은 중국 팬들이 구매한 것도 있고, 유니폼 판매량 및 관광수입도 많이 증가한 것은 부정할 수 없죠.”
그 말에 샤오루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때 김하늘은 리모콘으로 우레이의 의료차트를 넘기고 통계표와 매출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우레이 선수가 잘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중국 서포터즈들도 우레이 선수보다는 김가람 선수를 응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유니폼 판매량도 김가람 선수가 압도적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레이 선수의 마케팅 미끼 역할도 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끼 역할이라.”
사실 이 상황을 샤오루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이미 중국 시장 내에서 우레이를 모델로 하고 있는 상품도 우레이가 경기를 뛴 이후 처음에는 폭발적으로 효과가 나왔지만, 요즘 우레이의 형편없는 실력에 역효과가 나온다는 보고를 들은 상태였다.
심지어 글로벌 모델인 김가람 선수로 바꿔야 하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그리고 이 둘 사람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할 때부터 어느 정도 이런 말이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원하시는 건 아까 말씀하셨던 대로 우레이 선수의 임대 해지인가요?”
“그렇습니다.”
김하늘의 결연한 표정에 샤오루는 저런 표정을 지을 때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도 충분히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임대 해지를 하겠습니다. 우레이 선수 임대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제가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 영입에 관련 제가 혼자 추진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두 분 모두 만족하시려나요?”
우레이의 임대 해지 뿐만 아니라 앞으로 선수 영입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샤오루의 말에 김하늘과 박지석은 살짝 놀랐지만, 그건 사실 둘은 원했던 결과였다.
이에 김하늘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그래요. 대신 지난번 계획에서 보여주었던 대로 이번 시즌 승격은 꼭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우레이 선수와 에이전트를 만나러 가봐야겠군요. 다음 경기부터는 우레이 선수를 출전 시킬 필요는 없어요. 박지석 감독님.”
그 말과 함께 샤오루는 집무실을 빠져나갔고, 박지석은 생각보다 쉽게 문제를 해결한 것에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샤오루 구단주님께서 생각보다 쉽게 물러나셨네요.”
“아마도 샤오루 구단주도 우리가 이렇게 준비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을 거예요. 그리고 생각보다 가람이가 빠르게 성장하고 중국 팬들을 사로잡은 게 한 몫 한 거죠. 샤오루 구단주는 생각보다 수치에 민감하거든요. 샤오루 구단주 입에서 우레이 선수를 더 이상 기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으니 그 문제는 해결되었네요. 그럼 우리는 겨울 이적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그렇게 하시죠.”
김하늘과 박지석은 아까와 다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김하늘이 준비한 선수 리포트와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다른 팀과 다르게 스카우트 팀장 역할도 겸하고 있는 김하늘은 박지석이 요청한 선수 유형의 선수들을 정리했고, 박지석은 그런 김하늘의 안목을 신뢰했다.
“우선 중앙 수비수에는 피카요 토모리 선수와 제이크 클라크숄더 선수입니다. 둘 다 미래에 촉망 받을 선수에 잉글랜드 국적이죠. 발 빠른 수비와 피지컬이 장점이지만, 수비 집중력이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둘 다 첼시 소속 선수인데요. 동시에 두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을까요?”
“두 선수 모두 1군 출전을 원하고 있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 어렵지 않게 설득이 가능할 겁니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방출 명단에 오를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1군 출전을 원한다면 둘 다 영입 될 경우에는 중앙 수비수 자원 중 한 명은 방출해야겠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음은 중앙 미드필더인데..”
“성룡이군요.”
“그렇습니다. 우선 감독님의 요청으로 조사를 해보기는 했지만, 전반기에 뉴캐슬에서 경기를 자주 뛴 것도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구단주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전의 폼을 80%만 회복한다고 해도 충분히 좋은 영입이라고 생각합니다. 리 캐터몰 선수나 올리비에 지루 선수를 제외하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오랫동안 뛰어본 경험이 있는 선수는 단순히 이번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을 생각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맞습니다. 저는 기성룡 선수가 단순히 경기장에 뛰지 않아도 리 캐터몰 선수와 함께 선더랜드의 젊은 선수들을 잡아줄 수 있는 경험과 리더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지석의 말을 들은 김하늘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기성룡 선수도 마찬가지로 방출 명단에 오른 상태니 계약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선수들을 영입해도 되는 건가요?”
“영입 자금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감독님께서 좋은 성적을 유지해주신 덕분에 연일 매진을 이어가서 구단 매출도 좋고, 아까도 말했듯이 가람이가 생각보다 유니폼을 많이 팔아서요.”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 가람 선수 재계약을 진행하시는 건가요?”
“물론이죠. 안 그래도 다른 팀에서 엄청 제의 들어오고 있거든요. 구단주인 제가 김가람 선수의 에이전트라는 걸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차피 가람이가 선더랜드를 유럽 정상에 올릴 때까지 이적은 없다고 해서 이적은 안 하겠지만, 그래도 팀의 에이스에 맞는 계약은 채결하려고 합니다.”
“그럼 저는 안심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마지막으로 지난 여름에도 노렸던 레스터 시티 U23팀에서 뛰고 있는 왼쪽 윙어인 하비 반츠 선수는 이미 임대 영입에 성공한 상태입니다.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는 1월 1일이 되면 바로 올 겁니다. 게다가 역으로 레스터 시티에서는 완전 영입 조건을 걸어 달라고 했습니다.”
“의외로 쉽게 놓아줄 생각이 있는 것 같군요. 저희에게는 좋은 상황이네요.”
“그렇습니다. 그럼 겨울 이적 시장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서 선수들이 바로 영입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상반기 무패행진으로 리그에서 단독 1위에 오른 선더랜드는 우레이 선수의 방출과 함께 구단의 적극적인 지지로 스쿼드를 보강하는 데 힘을 썼다.
그리고
지이잉 지이잉
김만재와 권윤성과 함께 아침 훈련을 마친 가람의 핸드폰이 울리고 가람은 핸드폰에 찍힌 익숙한 이름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하늘이형. 무슨 일이에요?”
“너 지금 훈련장에 있어?”
“네. 지금 훈련 마치고 팀 훈련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 그래. 이미 감독님께는 말씀 드렸으니까 팀훈련에 참가하지 말고 깨끗하게 씻은 다음 정장 입고 내 집무실로 와.”
“네에? 정장이요?”
“그래. 내가 얼마 전에 크리스마스 선물 미리 준다고 사준 정장 있지. 그거 입고 와. 미리 알렉스씨한테 부탁했으니 라커룸에 가면 있을 거야. 그럼 좀 있다가 보자.”
그렇게 다급하게 김하늘와의 통화가 끝난 가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가서 씻은 후 준비된 정장을 입었고, 김하늘의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