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FA컵 3라운드 뉴캐슬전[1]
2020년 1월 11일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선더랜드 홈구장)
FA컵 3라운드 뉴캐슬전
선더랜드 라커룸
라커룸 한켠에 적혀 있는 선발 명단에는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에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발 명단의 의도는 영입된 선수들의 실력을 확인해보고 이번 경기를 통해 앞으로 경기에서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는 가람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포지션에서 뛰게 되었다.
‘드디어 원래 자리로 돌아온 건가?’
딘 핸더슨
피카요 토모리 – 제이크 클라크숄더 - 김만재 – 권윤성
리 캐터몰 – 기성룡 – 맥스 파워
던컨 왓모어 – 김가람 – 하비 반츠
가람은 잠시 선발명단을 보다가 상태창을 열었다.
김가람 / 나이: 만 19세 / 키 : 181 / 몸무게 : 75 / 주발 : 양발
|개인기 85|, |슈팅 95|, |킥정확도 90|, |드리블 90|, |헤딩 75|, |패스 90|, |태클 90|, |민첩 90|, |체력 90|, |속도 90|, |몸싸움 90|, |위치선정 90|
미분배 포인트 : 0
‘이럴 줄 알았으면 헤딩에 좀 포인트를 넣을 걸 그랬나?’
가람은 원톱 자리에서 올리비에 지루와 비교했을 때 헤딩 능력치가 떨어지는 게 마음에 걸렸다.
사실 이번 시즌 원톱에 올리비에 지루가 공을 따내면 그걸 받아 골을 넣는 걸 목표로 삼았기에 헤딩에 투자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포인트 주는 것도 너무 인색해졌고.’
이제 챔피언쉽 경기에서 한 경기에 해트트릭이나 도움 해트트릭을 해도 상태창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10경기 연속 골을 넣을 때도 잠잠한 상태창을 보며 어쩌면 자신의 능력으로 지금 챔피언쉽 팀과의 경기에서 이기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에 잠겼을 때 박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괜찮나?”
“네. 감독님 최고예요.”
“그래. 오늘은 지난 전술 훈련 때도 말했듯이 너의 스트라이커 능력을 시험해볼 거다. 그렇다고 지루처럼 포스트 플레이를 하라는 게 아니라 너의 장기인 속도를 이용해서 역습할 때 장점을 보여주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꼭 가람이 포스트 플레이까지 욕심을 내는 걸 눈치챈 것처럼 박지석은 가람의 이번 경기의 역할을 확인해본 다음 다른 선수들을 향해 갔다.
‘그래.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짐하고 몸을 가볍게 풀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려는 순간, 긴장된 얼굴로 박지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기성룡이 눈에 들어왔다.
박지석은 웃으며 기성룡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고, 기성룡도 박지석의 말에 맞춰 웃고 있기는 했지만, 가람이 보기에는 아직은 긴장감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하긴 이적한 후 첫 경기가 이전 소속팀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가람은 스트레칭을 하면서 기성룡에게 다가갔고, 살며시 웃으며 말을 걸었다.
“선배님 오늘 어시스트 하나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녀석. 원톱으로 처음 출전하면서 그런 소리가 나와?”
“물론이죠. 평소 연습했던 코스로 한번 넣어주세요. 그럼 바로 데뷔전 1도움 기록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녀석! 건방 떨기는..”
“헤헤. 저만 믿으시라고요. 선배님. 홈팬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고요!”
“그래. 너만 믿는다. 에이스.”
가람과 대화를 마친 기성룡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진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가람은 약간은 건방진 역할을 하면서도 가벼운 농담으로 기성룡의 긴장감을 풀어준 후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를 마치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FA컵 3라운드 선더랜드 대 뉴캐슬, 뉴캐슬 대 선더랜드의 경기. 타인위어 더비전 선더랜드의 구장 라이트 오브 스타디움에서 저 배선재와 도움 말씀에는 역시나 장재현 위원님이 함께 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장재현입니다. 오늘 리그에서는 상대가 없는 선더랜드가 지난 시즌 감독이었던 잭 로스 감독이 이끄는 뉴캐슬을 상대로 과연 어떤 경기를 선보일지 기대가 되는 경기입니다. 게다가 이 두 팀은 오래전부터 잉글랜드 북동부의 지역 라이벌 팀으로 티인위어 더비를 치루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늘의 경기는 더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 단순히 FA컵이지만, 이미 현장의 표도 전부 매진되었고 주변의 축구펍까지 사람들로 꽉 찼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이번 경기를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명 기성룡 더비입니다.”
“그렇죠.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 뉴캐슬에서 선더랜드로 이적한 기성룡 선수인데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는 1월 1일에 바로 선더랜드에 이적해서 2주 동안 몸을 만들고 폼을 끌어올렸다고 하더니 오늘 경기 선발 출장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오늘 경기에서는 박지석 감독이 겨울 이적시장에 영입된 선수들을 기용한다고 했는데요. 그 부분도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 경기에 김가람 선수가 원톱으로 나오게 되는데요. 과연 스트라이커로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잠시 후 선수들이 나와 경기 준비를 마치고 배선재는 양 팀 라인업을 빠르게 설명한 후 경기는 바로 시작되었다.
경기는 뉴캐슬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뉴캐슬은 수비적으로 공을 돌리면서 선더랜드의 공격을 끌어들였다. 그렇게 10분은 지나갔다.
그리고
뻐어엉!!
“존조 셀비 선수! 전방에 있는 무토 요시노리에게 연결합니다.”
“단번에 전방으로 연결하는 롱패스!”
무토 요시노리는 자신의 앞 공간으로 떨어진 공을 향해 달려갔지만, 이미 낙하지점을 포착한 제이크 클라크숄더가 한발 먼저 점프를 해서 공을 걷어냈다.
“제이크 클라크숄더 선수의 수비 좋네요. 원래부터 피지컬과 점프 능력은 좋았던 선수였거든요. 그동안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는 경기를 뛰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합니다.”
제이크 클라크숄더가 헤딩한 공은 오른쪽 터치 라인 쪽으로 떨어졌고, 그 순간 뉴캐슬의 왼쪽 윙어인 맷 리치가 공을 잡기 위해 달려들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선더랜드의 오른쪽 수비인 피카요 토모리 선수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한발 먼저 공을 잡아낸 건 피카요 토모리였다.
피카요 토모리는 공을 잡자마자, 전방에 있는 리 캐터몰에게 공을 건넸고, 리 캐터몰은 공을 잡지 않고 바로 다이렉트하게 기성룡에게 연결했다.
“선더랜드의 유기적인 패스와 움직임입니다. 공은 순식간에 하프라인 위쪽에 있는 기성룡 선수에게 배달됩니다.”
기성룡은 공을 몰고 앞으로 나갔고, 그러자 존조 셀비와 션 롱스태프가 기성룡의 공을 탈취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기성룡은 맥스 파워에게 짧은 패스를 보냈고, 맥스 파워는 공을 받자마자 바로 리턴 패스로 기성룡에게 공을 건넸다.
“여기서 기성룡 선수와 맥스 파워 선수의 2대 1 패스!! 기성룡 선수 선더랜드에 와서 좋은 호흡을 보여줍니다.”
기성룡은 어느새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까지 도착했다.
순간 오른쪽으로 돌아 뛰는 하비 반츠와 왼쪽 하프 스페이스로 뛰고 있는 던컨 왓모어 그리고 꼭 자신의 패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 중앙 수비수 사이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가람이 눈에 들어왔다.
셋 다 좋은 찬스를 만드는 움직임에 기성룡은 순간 고민했지만, 경기 시작 전에 자신에게 건방진 말을 한 후배를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뻐어엉!!
기성룡의 강한 패스는 잔디밭을 가르며 뻗어 나갔고, 정확하게 뉴캐슬의 중앙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공간으로 나아갔다.
“기성룡 선수의 스루 패스!! 김가람 선수와 중앙 수비수 사이로 뻗어 나갑니다.”
“이거 살짝 긴 것처럼 보이는데요.”
기성룡은 공을 차는 순간 패스가 좀 길게 뻗어 나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대로 공이 나간다면 결국 골키퍼에게 안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타타탓!!
가람은 기성룡이 공을 차는 순간 오프 사이드 트랩을 뚫고 뉴캐슬 중앙 수비수 사이를 미끄러지듯 파고들며 공간을 찾아 들어갔다.
그렇게 좋은 위치선정으로 공이 올 곳을 선점할 수 있었지만, 패스은 생각보다 길고 빠르게 다가왔다.
‘조금 길다.’
가람은 여기서 공을 완전히 소유해서 슈팅하기보다는 공의 방향만 바꿔 골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촤르르르~
티이익!!
가람은 슬라이딩 태클을 하듯 한쪽 발을 길게 내밀었고, 그 발은 공을 막기 위해 뛰어든 뉴캐슬의 골키퍼 마르틴 두브라카가의 발보다 먼저 공에 닿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가람의 발에 방향이 살짝 바뀐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고오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스트라이커로 데뷔전에서 골을 기록합니다. 전반 15분 타인위어 더비의 선제골을 먼저 터뜨린 건 선더랜드입니다.”
“이야. 이건 솔직히 좀 길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걸 골로 만드는 김가람 선수의 놀라운 능력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그렇죠. 꼭 골 냄새를 맡은 스트라이커의 모습과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박지석 감독은 김가람 선수의 쓰임새에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가람은 골이 터지는 순간 세레머니를 생략하고 기성룡을 손으로 가르키며 고마움을 전했고, 기성룡은 그런 가람에게 달려들어 같이 세레머니를 즐겼다.
선더랜드의 관중석에서는 가람의 골이 터지는 순간 가람의 응원가인 <선더랜드의 용사>가 울려퍼졌다.
“선더랜드의 용사! 김가람!! 그 누가 와도!! 이긴다! 김가람!!”
약간은 낯뜨거운 응원가였지만, 가람은 서포터즈들의 응원가를 들으며 지휘하듯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모습에 선더랜드 팬들은 더욱 크게 김가람을 응원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중계 카메라로 지켜본 배선재가 입을 열었다.
“김가람 선수 꼭 지휘자 같군요. 이제는 팬들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솔직히 오늘 경기에서 김가람 선수가 스트라이커로 나온다고 했을 때는 의아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골 냄새를 잘 맡는 모습을 보니 역시나 제 예상이 빗나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제나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경기는 다시 뉴캐슬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잭 로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크게 소리치며 수비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움직여!! 미리 한 걸음이라도 움직여서 막아!! 앙리!! 커버 들어가라고!!”
잭 로스 감독은 가람에게 중앙 수비수 이외에 수비형 미드필더인 앙리 세베까지 전담 마크 붙였다.
그래도 잭 로스 감독은 불안한 감정으로 가람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저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잭 로스는 자신이 감독이었을 때도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었던 가람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