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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70화 (71/319)

70화 FA컵 3라운드 뉴캐슬전[2]

전반 30분

“김가람 선수! 뉴캐슬 선수들의 밀착 마크에 전반 날카로운 슈팅을 보인 이후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김가람 선수가 몸싸움이나 헤딩 경합을 해야하는 포스트 플레이를 올리비에 지루 선수에 비해서 잘하는 것은 아니죠. 아마 박지석 감독도 역습에서 김가람 선수의 빠른 발을 이용한 골찬스를 만들길 바란 것일 텐데요. 지금 뉴캐슬이 선취점을 허용한 후 거북이처럼 웅크려 있어서는 그런 역습 상황은 나오기 힘듭니다. 이렇게 된다면 차라리 오른쪽 윙어로 나온 던컨 왓모어 선수와 올리비에 지루 선수를 교체하고 김가람 선수를 다시 오른쪽 윙어로 나서게 해서 현재 지공 상황을 공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계진의 말을 들은 것처럼 카메라는 선더랜드의 벤치 쪽을 비추었지만, 벤치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뉴캐슬의 벤치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선수를 교체할 것처럼 보였다.

“뉴캐슬에서 이른 시간에 선수 교체를 준비하는데요. 앤디 캐롤 선수가 보입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지공 상황에서는 코너킥을 자주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수비를 위해서라도 앤디 캐롤 선수를 투입하는 것 같습니다. 또 역습에서 발 빠른 무토 요시노리 선수를 활용해서 코너킥을 얻어낸 후 코너킥에서 골을 노리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왼쪽 윙어로 뛰고 있던 맷 리치 선수가 빠지고 앤디 캐롤 선수가 들어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4-1-4-1 전술에서 션 롱스태프 선수가 왼쪽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앙리 세베 선수를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 시키면서 4-4-2 전술을 운용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엔디 캐롤 선수는 전방보다는 후방에 위치해서 수비에 가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엔디 캐롤은 들어가고, 중앙 미드필더 라인 뒤쪽에 위치하면서 앙리 세베와 교체하며 가람을 전담마크하기 시작했다.

“위원님. 예상대로 앤디 캐롤 선수가 수비에 위치하며 김가람 선수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이거 뉴캐슬의 장신 수비수 두 명에 193의 앤디 캐롤 선수까지 가세하면서 김가람 선수 앞으로 남은 경기 시간에 상당히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잭 로스 감독은 가람에게 엔디 캐롤까지 마크 시킨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지공 상황에 원톱의 가람에게 공을 준다면 발 아래로는 발 빠른 중앙 수비수인 자말 라셀레스가, 공중에서는 앤디 캐롤이 막아줄 것이고, 그들의 수비 조율은 수비 능력이 뛰어난 키어런 클락이 해줄 것이었다.

솔직히 과한 수비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가람이라면 그리고 지금까지 U20 월드컵과 챔피언쉽 리그에서 보여주었던 가람의 능력이라면 이 정도는 과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뻐어엉!

“기성룡 선수 경기장을 넓게 보며 이번에는 좌측에 있는 던컨 왓모어 선수를 겨냥해 길게 패스를 뿌립니다.”

“기성룡 선수 역시 노련하네요. 지공 상태에서 웅크린 수비를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 지 알고 있습니다. 저렇게 좌우로 크게 크게 패스를 하면 수비수들은 크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수비수들의 체력이 빠질 뿐만 아니라 수비 집중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좋은 패스예요.”

공을 받은 던컨 왓모어는 뉴캐슬의 왼쪽 수비수를 두고 잠시 빠른 드리블로 치면서 달려들었고, 던컨 왓모어의 움직임에 맞춰 뉴캐슬의 수비라인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던컨 왓모어 선수의 드리블! 많이 나아가지 못하고 멈춥니다.”

“잭 로스 감독이 부임한 이후 뉴캐슬이 중위권에서 신흥 강자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튼튼한 수비 조직력은 오늘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때

뻐어엉!!

던컨 왓모어는 더 이상 나가지 않고 뒤에 있는 기성룡을 향해 공을 넘겼고, 뉴캐슬의 수비 라인도 그에 맞춰 수비 라인을 올리며 오프 사이드 트랩을 발동했다.

그리고 기성룡은 공을 받는 순간 다시금 중앙 수비수와 가람의 사이 앞 공간으로 패스를 넣었다.

수비 라인이 올라오는 그 순간을 노린 절묘한 공간 패스에 뉴캐슬의 수비라인은 흔들렸고,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가람이 받기 좋은 위치에 공이 뻗어져 나갔다.

타타탓!

가람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키어런 클락과 자만 라셀레스 사이를 빠져나왔고, 그 민첩한 움직임에 키어런 클락은 반응조차 못했고, 그나마 발 빠른 자만 라셀레스가 가람의 움직임을 포착해 움직였지만 따라 잡는 건 힘들었다.

심지어 가람의 마크맨으로 투입된 앤디 캐롤은 가람이 움직이는 것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채 기성룡의 패스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까와 흡사한 패스지만 그 만들어내는 과정은 더 간결했고, 공격수가 공을 받기에는 더 좋은 패스였다.

그리고

뻐어엉!

촤르르르~~

“고오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오늘 경기에 멀티골을 기록합니다.”

“김가람 선수의 골! 이번에는 기성룡 선수의 패스가 완벽했습니다. 지공 상황에서 상대팀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 지 알고 있는 기성룡 선수. 기성룡 선수의 노련한 경험이 빛을 보는 순간입니다.”

“두 선수의 호흡이 정말 찰떡 같습니다.”

“지금의 골은 07/08 시즌 리버풀의 제라드 토레스 라인을 연상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중원에서 이어지는 공간 패스와 그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공격수의 찰떡 호흡! 보고만 있어도 제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누가 기성룡 선수의 폼이 떨어졌다고 했습니까? 누가 그랬나요? 지금 이 패스로 다시 한번 기성룡 선수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전반초반 골은 김가람 선수가 욱여 넣는 골이었지만, 이번 패스는 정말 기가 막혔거든요. 이런 선수를 헐값에 넘긴 뉴캐슬과 기성룡 선수를 기용하지 않은 잭 로스 감독은 두고 두고 후회할 것 같습니다.”

골을 넣은 후 가람은 만세 세레머니를 한 후 기성룡 등 선수들과 어울려 세레머니를 즐겼고, 그 모습을 본 잭 로스 감독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래. 기성룡에게는 저런 패스가 있었지.’

뉴캐슬에 부임 했을 때 잭 로스 감독은 기존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잭 로스 감독은 기성룡이 스완지와 선더랜드 시절의 공격적인 패스와 후방에서 볼을 간수하는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1군 스쿼드에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름 이적시장 기성룡이 선더랜드로 간다고 했을 때 잭 로스 감독이 직접 그를 잡았었다.

하지만 기성룡을 활용하기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공격자원들의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앤디 캐롤은 높은 공이 아니면 제대로 경합조차 하지 못했고, 그나마 무토 요시노리나 조 엘링턴이 기성룡의 패스를 받을 만한 빠른 발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합이 맞지 않았다.

게다가 기성룡이 큰 키에 비해 헤딩 능력이 떨어져 수비형 미드필더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전술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선발이 아닌 후보에서 출전하게 되었고, 점차 벤치에서도 앉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잭 로스 감독은 겨울 이적시장에 기성룡을 선더랜드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시즌 전 자신이 꿈꿔왔던 중원에서 단 한 번의 공간 패스와 그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스트라이커의 조합을 상대팀인 선더랜드에서 보게 된 것이었다.

심지어 그 두 선수가 모두 이전에 자신이 가르쳤던 인물이라 가슴이 더욱 아팠다.

‘만약 내가.. 선더랜드에 남았다면 저런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가람의 프리킥을 지도했던 시절에는 가람에게 공격적인 재능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있었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킥 정확도 그리고 성인들과 싸워도 밀리지 않는 몸싸움과 위치 선정 능력은 충분히 공격적인 재능으로 개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른쪽 윙백으로 시작한 가람에 대해 자신은 어느 정도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람이 월드컵에서 오른쪽 윙어로 활약을 한다고 했을 때도 어린 선수들이기에, 가능한 거라고 치부했던 자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선더랜드의 기성룡과 김가람 조합이 가능한 건 온전히 감독의 역량이었다.

‘그냥 선수 출신 감독이 아니라는 건가?’

잭 로스 감독은 이미 두 골을 넣었는데도 만족하지 않다는 듯 기성룡을 불러 한국말로 무언가 지시를 내리는 박지석 감독을 보면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잭 로스 감독은 고개를 숙이기보다는 선수를 보며 크게 소리쳤다.

“모두 힘내라!! 앤디!! 수비를 적극적으로 해!! 이제 전반 32분이야! 모두 정신 차려!!”

잭 로스 감독의 외침에 뉴캐슬의 선수들은 고개를 들어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미 물이 오를 때로 오른 기성룡은 뉴캐슬의 수비진들을 농락하듯 좌우로 긴 패스를 하고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는 가람의 움직임에 맞춰 패스를 뿌려주었다. 그래서 그 후에도 가람에게 뉴 캐슬의 수비벽은 허무하게 털릴 수밖에 없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종료 됩니다. 4 대 0으로 오늘 타인위어 더비의 승자는 선더랜드가 되었습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오늘 경기에서 기성룡 선수의 킬패스가 다시 부활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데요. 특히 그 부분에서 기성룡 선수의 킬패스에 맞춰서 공간 침투를 하고 그 공간 침투를 통해 골을 넣는 김가람 선수의 모습이 앞으로 선더랜드의 후반기를 기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경기 4개의 도움에 기성룡 선수 그리고 4개의 골을 기록한 김가람 선수입니다. 그동안 종종 수비라인에서 권윤성 선수의 롱패스로 김가람 선수가 골을 넣었지만, 이렇게 한국 선수가 한 경기에서 4골을 합작하는 건 처음인데요. 오늘의 승자는 이 경기를 늦은 시간까지 지켜보신 시청자분들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중계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경기가 종료되고, 역시 경기 MOM에 뽑힌 가람은 현지 중계진의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그렇게 약간 늦게 도착한 라커룸에서 이미 씻고 나온 기성룡이 가람을 보면서 웃음을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에이스 왔어?”

“선배님. 오늘 4개 도움 감사합니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지. 앞으로도 너한테 택배 많이 보낼 테니까 나도 돈 좀 벌게 골 계속 넣어줘라.”

기성룡의 말에 가람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선배님의 용돈을 챙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녀석 말이나 못하면!”

타앗!

기성룡은 타월을 가람에게 던져주고 웃으면서 자신의 라커로 향했다. 가람은 그런 기성룡이 준 타월을 받아 샤워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가람의 포지션 변경을 응원하는 듯 기분 좋은 알림이 들려왔다.

띠리링

[스트라이커 포지션으로 한 경기에 4개의 골을 기록했습니다.]

[10 포인트를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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