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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71화 (72/319)

71화 떠나는 사람

‘이건 뭐야?’

꼭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계속 유지하라는 듯 상태창은 10포인트라는 적지 않은 보상을 주었다.

가람은 샤워실로 가지 않고 잠시 멈춰 생각에 잠겼다.

오늘 경기에 기성룡의 패스가 좋아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원톱 자리에 서기에는 아직 육체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수비 조직력이 좀 더 강한 팀을 만나 그 팀에서 두 명 이상 나를 막는다면 오늘 같이 골을 많이 넣을 수는 없었을 테고, 포인트를 얻은 것도 뉴캐슬을 상대했기 때문이겠지.’

앞으로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는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어난 팀과 경기를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헤딩 경합에서도 최소한 밀리지 않기 위해 헤딩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헤딩 75 -> 85|

그렇게 가람은 포인트를 분배하고 샤워를 끝낸 후 짐을 챙겨 퇴근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오늘 경기 후보 명단에 올린 윌 그릭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가람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윌 그릭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 말을 걸었다.

“윌 그릭씨.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슈퍼 루키. 무슨 일이 있겠어? 팀이 이겨서 좋은 날인데.. 그럼 나중에 보자.”

화들짝 놀라 사라지는 윌 그릭을 보며 가람은 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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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석 감독 집무실

겨울 이적시장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 효율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선수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박지석과 제임스 플라워는 팀에 필요하지 않은 인원을 정리하기 위해 뉴캐슬전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4개의 골은 전부 기성룡 선수와 김가람 선수가 만들기는 했지만, 그에 앞서 던컨 왓모어 선수와 하비 반츠 선수가 영리하게 수비수 시선을 분산 시킨 덕분에 그런 공간이 나왔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 부분은 공감합니다. 던컨 왓모어는 원래부터 수비수 시선을 분산 시킬 만한 빠른 발을 갖고 있고 움직임이 좋아서 그런 모습을 기대했지만 하비 반츠가 왼쪽 윙어 자리에서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일 줄 솔직히 몰랐네요.”

“그렇죠. 이렇게 되면 오비 에자리아 선수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와 왼쪽 윙어를 겸할 수 있는 자원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기성룡 선수, 그런트 리드비터 선수, 리 캐터몰 선수, 맥스 파워 선수, 조지 허니먼 선수까지 포함해서 총 7명이 중앙 미드필더 3자리를 경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건 안될 말이죠. 오비 에자리아와 하비 반츠가 왼쪽 윙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둘은 왼쪽 윙어로 자리하고 중앙 미드필더는 기성룡, 그런트 리드비터, 리 캐터몰, 맥스 파워, 조지 허니먼으로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지석은 자신이 선수 시절에 자신과 같은 롤을 가진 선수들이 영입되면, 감독이 그 롤을 정리해 주지 않았을 때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필요하지 않은 인원을 정리하면서 한편으로는 팀 전술에 맞게 선수들의 롤을 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5명이면 충분히 로테이션을 통해 선발 라인업을 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성룡과 조지 허니먼는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할 수 있도록 수비형 미디필더 역할 교육도 부탁 드립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임스 플라워는 대답하고 다시 영상을 틀었다. 그리고 뉴캐슬전과 이전 경기의 영상을 보면서 박지석과 함께 수비 라인의 모습을 비교했다.

“오늘 경기 오른쪽 수비로 나선 피카요 토모리 선수와 제이크 클라크숄더 선수는 경기 기록으로 봤을 때나 미래 가능성으로 봤을 때, 아드리안 마리아파 선수와 글랜 로번스 대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권윤성 선수는 왼쪽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요. 하지만 글랜 로번스는 홈그로운 출전 선수 등록을 생각했을 때나 아직 젊은 선수들만 있는 수비 라인에서 중심을 잡아줄 역할로 봤을 때 필요한 선수입니다. 게다가 글랜 로번스와 리 캐터몰은 모두 코치 연수도 하고 싶다 했으니 이 두 선수는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할 생각입니다.”

“그럼 아드리안 마리아파 선수를 체크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권윤성은 꾸준히 센터백 훈련에 참여하게 해주시고요. 그의 멀티 능력은 수비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제임스 플라워가 아드리안 마리아파에 대한 체크를 끝낸 후 공격진에 대한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올리비에 지루, 윌 그릭 그리고 마지막에는 김가람이었다.

이번에는 영상이 아닌 출전 시간 대비 골 기여도나 골, 그리고 도움에 대한 자료였다.

“올리비에 지루 선수는 포스트 플레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가람 선수와 합이 좋아 도움도 많이 기록했고요. 현재까지 리그 도움 17개로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골은 살짝 부진합니다.”

“올리비에 지루 같은 타입의 선수는 골이 아니더라도 공격을 전개할 때 상당히 좋은 옵션입니다. 넘어가도록 하죠.”

“그럼 남은 건 윌 그릭 선수와 김가람 선수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김가람 선수가 스트라이커로 한 경기만 뛰었지만 윌 그릭 선수보다 더 좋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리비에 지루 선수와 김가람 선수가 부상을 쉽게 당하지 않는 성향을 생각하면 윌 그릭 선수는 지금 선수단에서는 필요 없는 자원으로 보입니다.”

“그건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김가람을 공격수로 뛰게 할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아무리 튼튼하다고 하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중앙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를 받는 원톱 위치에서 뛰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큰 일이죠.”

“그 부분은 저도 공감해요. 그럼 체크한 선수는 아드리안 마리아파 선수 하나 뿐입니다.”

“뭐. 너무 많은 선수가 겨울 이적 시장에 나가는 것도 문제죠.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드리안 마리아파 선수에게는 제가 따로 연락을 넣어서 면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제임스 플라워 코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노크에 박지석은 입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그리고 윌 그릭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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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춥다.”

가람은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헤드폰을 끼고 집에서 선더랜드 1군 훈련장인 라이트 오브 아카데미를 향해 조깅을 시작했다.

원래대로면 아침 훈련을 같이하는 김만재와 권윤성도 함께 해야겠지만, 어제 경기가 힘들었는지 그들은 쉽게 일어나지 못해서 가람만 먼저 나온 것이었다.

가람은 이른 아침에 1월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면 마실수록 폐까지 얼려버릴 것 같았다.

‘하아.. 하루라도 이 망할 훈련을 하지 않으면 패널티를 받게 되니..’

아침 기상과 동시에 시작되는 훈련 프로그램.

훈련이 끝나면 컨디션도 유지되어 좋기는 하지만, 그런 장점보다는 해당 훈련을 하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능력치 패널티 20프로가 두려워 가람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간의 푸념으로 조깅이 시작되는 순간

빠아앙!

등 뒤에서 차의 경적음이 울렸고, 가람은 화들짝 놀라 운전석을 봤다. 그리고 거기에서 익숙한 인물을 볼 수 있었다.

“슈퍼 루키! 벌써 훈련장으로 가는 거야?”

“네. 윌 그릭씨도 가시는 거예요?”

“아.. 그렇지. 잠도 오지 않아서 말이야. 탈래? 태워다 줄게.”

“아니요. 아침 조깅 빼먹으면 안 돼서요.”

“아~ 그래. 그럼 나도 같이 뛸까?”

“네에?”

“잠시만 기다려줘.”

윌 그릭은 능숙하게 주차를 마친 후 차에서 내려 가람이 앞에 섰고, 가람은 생각지 않은 훈련 메이트가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가람은 조깅을 시작했고, 윌 그릭은 가람을 따라 조깅을 동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윌 그릭은 지치기 시작했고, 속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윌 그릭씨 괜찮으세요?”

“허억.. 허억.. 나는 괜찮아.. 그런데 너는 이런 훈련을 매일 하는 거야?”

“네.. 그렇죠.”

평소 가람이 아침 일찍 나와서 훈련을 하는 건 이미 선더랜드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하는지는 몰랐는데 오늘 윌 그릭은 그걸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었다.

“힘드시면 좀 쉬었다가 갈까요?”

“허어억. 아.. 아니.. 가자. 나 때문에 네가 피해를 받으면 안되지.”

그렇게 윌 그릭은 힘겹게 가람을 따라 1군 훈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 차를 이용해 오던 길을 직접 뛰어 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었고, 그걸 매일 같이 뛰었던 가람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숨을 돌리던 윌 그릭과 다르게 가람은 능숙하게 훈련장 안쪽으로 들어가서 공과 훈련 장비를 꺼내 쉴 틈도 없이 훈련을 이어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주어진 시간 내에 해야 하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가람을 보며 윌 그릭은 벤치에 엉덩이를 붙이고 싶었지만, 다시 힘을 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윌 그릭씨 힘드시면 좀 쉬세요.”

“아니야. 나도 어차피 아침 훈련해야 하니 신경 쓰지 말고 훈련해.”

윌 그릭의 말에 가람은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훈련을 시작했고, 윌 그릭도 자신의 루틴대로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잠시 후

뻐어엉!!

골대에서 공을 차서 반대편 골대로 넣는 연습을 시작한 가람을 보며 윌 그릭도 옆에서 따라했지만 반대편 골대에 가기는커녕 하프 라인을 조금 넘어갈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가람은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이게 생각보다 힘들죠? 요령을 알면 쉬워요. 윌 그릭씨는 처음이니 하프 라인에서 시작해보세요. 최대한 발목에 힘을 주고 골대 상단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차보시면 될 거예요.”

“아. 그래?”

그렇게 윌 그릭은 가람의 지도를 받아 슈팅 연습을 진행했고, 한동안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했다.

오랜만에 개인 훈련을 진행한 윌 그릭은 상쾌하게 땀을 흘린 후 잔디 밭에 주저앉았다.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게 마지막 훈련이었어요. 훈련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람이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윌 그릭은 그 모습을 보더니 씨익 웃으며 물었다.

“슈퍼 루키. 너라면 선더랜드를 유럽 정상으로 올릴 것 같다. 이런 네 모습을 보니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

“역시 윌 그리씨는..”

“그래. 감독님은 남아 달라고 하셨는데. 너랑 올리비에 지루 선수를 제치고 그 자리에서 더 잘할 자신이 없네. 그렇다고 선수 생활을 접는다는 말은 아니고, 다른 구단을 찾아서 경기에 나가야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감사는 내가 해야지. 네 덕분에 지난 시즌 리그1에서 득점도 많이 했는데. 너의 앞길을 응원한다.”

그렇게 윌 그릭은 인사를 마치고 훈련장을 떠났다.

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라면 매번 맞이하게 될 만남과 헤어짐이었다.

승연의 삶에서도 이런 만남과 헤어짐은 많이 있었지만, 지금 윌 그릭과의 헤어짐은 왠지 색다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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