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FA컵 5라운드 에버튼전[2]
가람은 순간 심판에게 분노로 가득찬 욕설을 한바탕해주고 싶었지만, 이런 일을 처음 당해보는 것도 아니고 승연의 삶에서는 수 없이 당했던 일이었기에 목구멍까지 나오는 욕설을 참아냈다.
“휴우우우우~~~~”
대신 가람은 분노를 담아 크게 호흡을 한 후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오히려 주심의 표정이 움찔거렸고, 그걸 본 가람은 속으로 비웃었다.
‘내가 결과에 승복 못해서 화를 내는 걸 예상했겠지.’
가람이 그렇게 자리에서 벗어나자, 순간 경기장에서는 심판의 판정에 대한 야유가 터져 나왔다.
- 우우우우
- 뭐야!! 주심 생각이 있는 거야?!
- 이게 무슨 옐로우 카드라는 거야?!
- 주심 돈 먹은 거 아니야?!
주심의 판정에 선더랜드 팬들은 과격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가람은 자신을 대신해서 화를 내주는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에버튼의 프리킥이 준비되고, 수비벽을 쌓는 동안 기성룡이 다가와 김민재, 권윤성,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오늘 주심은 약간 인종 차별 성향이 있는 거 같으니까, 몸싸움 할 때 조심해.”
기성룡의 말에 김만재, 권윤성은 당황했고, 권윤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인종차별이요? 설마요?”
“윤성아. 지금 가람이가 옐로우 카드를 받을 상황이니?”
“아니요.”
“아까 프리킥 상황에서도 너랑 만재가 구두 경고를 받았잖아. 지금 주심 판정을 보면 우리 동양인의 플레이에 민감한 걸로 보여. 그러니 조심해.”
여태까지 상대팀 선수들이나 팬들에게 인종차별 언어 폭행이나 제스쳐를 당한 적은 있지만, 공정해야 하는 주심에게 당한다고 생각하니 권윤성과 김만재는 놀랄 수밖에 없었고, 쉽게 믿지 못해 보였다.
그때 가람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해결할 테니까 말이에요.”
“해결? 어떻게 해결을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심인데..”
“윤성 선배. 축구는 골로 말해야 하는 법이죠.”
“뭐어?”
가람의 너무나 당연한 말이 끝나는 동시에 프리킥은 길피 시드구손이 준비되었다.
아까 가람이 프리킥을 할 때와 다르게 주심은 프리키커가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길피 시드구손은 편안하게 프리킥을 찼다.
뻐어엉!!
터어엉!!
“길피 시드구손 선수의 프리킥 아쉽게 골대를 맞고 나갔습니다.”
“에버튼에게는 아쉬운 찬스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딘 핸더슨 골키퍼 공을 잡고 바로 전방으로 길게 공을 뿌려 줍니다.”
딘 핸더슨이 던진 공은 길게 날아가 조지 허니먼에게 연결 되었고, 조지 허니먼은 에버튼의 중앙 미드필더의 강한 압박에 옆에 있는 기성룡에게 짧게 패스를 했다.
그리고 기성룡이 공을 잡는 순간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다소 거칠게 등 뒤에서 몸싸움을 걸었다.
쿠우웅!!
기성룡의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뒤에서 과격하게 들어오는 공격이었지만 주심은 그냥 몸싸움이라고 넘어갔고, 기성룡은 이미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어필하기 보다는 공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
주심의 묵인에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몸싸움은 거칠었고, 심지어 팔꿈치로 기성룡의 옆구리를 가격하기까지 했다.
“이거 몸싸움이 거친데요. 주심 휘슬을 입에 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주심의 성향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오늘의 경기가 끝난 후 이런 부분은 선더랜드 측에서 항의를 해야 할 것 같군요.”
하지만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공격에도 기성룡은 공을 지켜냈고, 다시 후방에 있는 김만재에게 공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자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김만재에게 압박을 하기 위해 달려갔고, 김만재는 전방을 보며 다시금 길게 공을 찼다.
김만재가 찬 공은 길게 뻗어나가더니 결국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 있는 에버튼의 중앙 수비수 마이클 킨의 머리에 걸려 떨어졌다.
그리고 떨어진 공의 낙하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한 선수가 공을 기다렸다는 듯이 공을 낚아챘다.
“김가람 선수! 공을 잡아냅니다.”
“지금 좌우로 길게 위치하고 있는 던컨 왓모어 선수나 오비 에자리아 선수에게 패스를 하면 좋은 찬스가 생길 것 같은데요.”
장재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가람은 공을 툭툭 치고 나갔고, 패널티 에어리어 라인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에버튼의 선수들이 오기도 전에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갔다.
뻐어어어엉!!!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올!! 전반 15분 김가람 선수의 전매특허 중거리 슈팅이 골로 이어졌습니다. 꼭 레이져가 나가는 것 같군요.”
“와 이건. 그 누가 와도 막을 수 없는 골입니다. 저런 곳에서 모두가 패스를 할 거라고 생각했던 순간 중거리 슈팅이 나왔어요.”
가람은 골을 넣는 순간 만세 세레머니를 생략하고는 주심을 쳐다봤고, 주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골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골이 터지는 순간 기성룡, 김만재, 권윤성은 가람에게 달려들어 기쁨을 함께 했고, 놀라운 가람의 골에 에버튼 선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는 다시 에버튼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에버튼 선수들은 놀랍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력이 아닌 운으로 들어간 골이라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공을 길피 시드구손에게 보낸 후 전방으로 나아갔고, 공을 잡은 길피 시드구손은 후방에 있는 메이슨 홀게이트에게 공을 건넸다.
그 순간 가람은 기다렸다는 듯 메이슨 홀게이트에게 붙어 강한 압박을 펼쳤다. 수비수라는 입장에서 가람을 막아야 하지만 옐로우 카드를 받은 상태라 메이슨 홀게이트는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점을 노렸다는 듯 가람은 메이슨 홀게이트를 더욱 압박했다.
“가람 선수의 압박에 메이슨 홀게이트 선수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그때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주심은 가람에게 다가가 구두로 경고를 주었다. 가람은 화를 내기는커녕 바로 수긍하고 메이슨 홀게이트에게서 멀어졌다.
“오늘 경기 주심의 판정이 나중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봐도 지금 몸싸움은 정당했거든요. 이렇게 느끼는 건 저희만이 아닌 듯 원정팬 뿐만 아니라 홈팬인 에버튼의 팬들도 고개를 좌우로 젖는 모습이 나오고 있습니다.”
배선재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중계 카메라는 주심을 보여주며, 야유하는 팬들의 모습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야유 속에서도 주심은 자신의 판정을 바꿀 생각은 없는 듯 포커페이스를 유지했고, 마찬가지로 가람도 동요하지 않으며 경기에 집중했다.
가람의 파울로 에버트는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프리킥을 진행했고, 조단 픽포드 골키퍼가 공을 전방을 향해 길게 찼다.
공은 도미닉 칼버트르윈에게 정확하게 날아갔고, 공을 두고 김만재와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공중에서 뛰어올라 경합을 벌었다.
그때
“아앗!”
김만재의 비명이 경기장에 울려퍼졌고, 김만재는 공중에서 균형을 잃고 쓰러지고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머리로 공을 따내 뒤쪽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히샤를리송에게 공을 연결했다.
순간 히샤를리송은 공을 받았지만,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파울성 플레이에 김만재는 움찔하면서 동작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주심의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그걸 확인한 히샤를리송은 그대로 안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순간 모두 파울이라고 생각한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그나마 끝까지 집중하고 있던 건 딘 핸더슨 골키퍼뿐이었다.
뻐어엉!!
히샤를리송의 슈팅은 먼 골대를 향해 낮고 빠르게 깔려 날아갔고, 딘 핸더슨 골키퍼는 놀라운 반사신경과 긴 팔로 간신히 공을 막아 골라인 아웃으로 보낼 수 있었다.
“여기서 딘 핸더슨 골키퍼의 멋진 선방입니다.”
“방금 전 경합 상황에서 파울이라고 생각해서 선더랜드 선수들이 멈칫거렸지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인플레이 상황입니다.”
“주심의 판정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쓰러진 김만재 선수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중계진의 말이 끝나는 시점에 리플레이 화면으로 도미닉 칼버트르윈과 김만재의 경합 상황이 나왔고, 그걸 지켜본 중계진들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건 충분히 파울성 플레이인데요. 주심의 편파적인 판정을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가 악용하네요. 이건 주심도 문제지만, 이런 걸 악용하는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도 볼 수 있겠지만, 솔직히 상대의 약점을 알고 그걸 활용해 어떻게든 이기려는 모습은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주심의 판정이 아쉬울 뿐이군요.”
경기는 에버튼의 코너킥으로 시작되었고, 주심은 김만재와 권윤성을 지켜보고 있었고, 김만재와 권윤성은 주심의 눈치를 보며 코너킥 수비를 준비했다.
그리고
뻐어엉!!
길피 시드구손이 찬 공은 중앙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날아갔고, 주심의 눈치를 보고 있던 권윤성은 순간 히샤를리송을 놓쳐 헤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토오옹!!
촤르르르~
“골입니다. 전반 25분 히샤를리송 선수의 방향을 바꾸는 영리한 헤딩 골에 딘 핸더슨 골키퍼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리플레이 화면에서 권윤성이 소극적인 몸싸움으로 히샤를리송을 놓치는 장면이 나오자, 장재현 위원이 아쉬운 듯 말을 이어갔다.
“아. 이건 권윤성 선수의 명백한 실책입니다. 코너킥에서는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해야 하는데요. 오늘 주심의 성향 때문에 위축이 든 건가요? 이건 좋지 않습니다.”
골을 넣은 히샤를리송은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며 좋아했고, 에버튼의 모든 선수들 그를 감싸고 동점골을 축하했다.
“제길..”
권윤성도 자신의 실책을 알고 있었고, 답답한 마음에 골대를 발로 찼다. 그때 기성룡이 다가왔고, 권윤성과 김민재를 보며 입을 열었다.
“권윤성! 정신 차려!!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다. 저 녀석들 심판이 자신들의 편이라는 걸 앞으로 이용할 거야. 그렇다고 계속 이런 식으로 플레이를 하면 오늘 경기 힘들어진다. 차라리 옐로우 카드 한 장 받는 생각으로 달려들어.”
그리고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딘 핸더슨이 둘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패널티 킥이 나와도 내가 막아 줄테니까 걱정하지 마! 만재!! 윤성!! 쫄지 말고 경기 해!!”
평소 훈련장이나 라커룸에서 조용한 딘 핸더슨이 크게 소리치며 권윤성과 김만재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고, 그 모습을 보던 가람은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심은 그렇다 쳐도.. 그걸 이용한다는 거지.’
가람은 도미닉 칼버트르윈을 보며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삐리링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지 않고 주심을 이용하려는 괘씸한 에버튼을 상대로 승리하라.]
[보상 10포인트]
오랜만에 나오는 상태창을 보며 가람은 어쩌면 상태창이 자신의 마음을 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