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FA컵 5라운드 에버튼전[3]
삐이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전반 종료됩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전반 15분에 김가람 선수의 골로 선더랜드가 선취점을 얻으면서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오늘 주심 성향 때문에 그런지 위축된 모습을 보이던 권윤성 선수가 전반 25분에버튼의 코커킥 공격에 동점골을 내주었습니다.”
“그렇죠. 오늘 경기 주심이 유독 선더랜드의 한국 국적인 선수들에게 가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골을 기점으로 김만재, 권윤성 선수들이 주춤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비를 가담하고 있습니다.”
“젊은 선수들이 이런 경험을 딛고 일어선다는 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만재 권윤성 선수 둘 다 옐로우 카드거든요. 이 상황에서는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프 타임
선더랜드의 라커룸
박지석은 선수들을 모아두고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 주심의 잘못된 판정 때문에 힘든 건 알고 있다. 편파적인 판정에 대해서는 이미 구단주님이 증거를 수집해서 축구 협회에 항의를 하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경기 중이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내 경험으로 볼 때 아마 저들은 자신들의 오심을 인정하지 않을 거고, 징계도 쉽게 나오지 않을 거다.”
박지석의 경험담에 선수들은 순간 기가 죽었다.
선수들이 봤을 때도 너무나 편파적인 판정이었는데 그걸 항의한다고 해도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한 한 것이었다.
그때
“그렇다고 이대로 기가 죽은 채 경기를 마감할 것이냐? 나는 매번 이런 인종 차별적인 상황을 당했을 때 화가 났었다. 말로는 인종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든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렇게 눈 앞에 있다. 화가 난다. 이런 상황이 짜증이 나고 정말 화가 난다. 그래서 나는 지고 싶지 않다. 저런 비합리적인 상황을 실력으로 이겨내고 싶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기고 싶지 않나?”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 호소하는 박지석의 말에 선수들은 인종 차별에 투쟁하는 사람들처럼 하나로 뭉쳤고 크게 소리쳤다.
“이기고 싶습니다.”
“그래.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말고 이겨내자. 결과를 만들자. 저들의 오심을 실력으로 이겨내자.”
가람이 들어도 흥분되는 박지석의 라커룸 연설에 가람은 박지석이 괜히 명장의 자리에 오르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후반전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장재현 위원님의 예상과 다르게 박지석 감독은 옐로우 카드를 받은 선수들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이건 좀 예상 밖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수비라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센터백 두 명이 전부 옐로우 카드를 받았는데요. 선수들을 믿는 걸까요?”
그렇게 가람이 기성룡에게 공을 돌린 후 전방으로 나갔고, 기성룡은 에버튼의 수비가 붙기 전에 오른쪽에서 돌아 뛰는 던컨 왓모어를 보고 공을 길게 뿌렸다.
그때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낙하 지점을 먼저 선점해 큰 키로 던컨 왓모어와의 경합에서 이기고 공을 히샤를리송에게 헤딩으로 건네주었다.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 좋은 가로채기입니다.”
“그렇죠. 전반에 김만재 선수와 경합을 버렸을 때처럼 눈살 찌푸리는 터티 플레이를 굳이 하지 않아도 실력으로 충분히 공중볼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입니다.”
공을 받은 히샤를리송은 공격적으로 선더랜드의 미드필더 라인을 뚫고 나갔고, 히샤를리송의 빠른 움직임에 조지 허니먼과 기성룡은 그를 놓치고 그의 뒷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히샤를리송은 적극적으로 공격해오자, 김만재와 권윤성은 히샤를리송이 더 이상 패널티 에어리어쪽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동시에 앞으로 나와 공간을 자르며 막았고, 이를 본 히샤를리송은 더욱 공격적으로 접근했다.
“히샤를리송 선수 패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합니다.”
김만재가 히샤를리송의 앞을 막아 방향을 한쪽으로 치우치게 한 후 히샤를리송이 김만재가 유도한 방향으로 공을 몰고 나오자, 권윤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을 향해 정확한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여기서 김만재, 권윤성 선수의 전매 특허라고 할 수 있는 콤비네이션 수비가 나옵니다.”
공만 깔끔하게 걷어내는 권윤성의 태클에 주심은 입에 휘슬을 물었다.
지금까지 성향이라면 충분히 휘슬을 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권윤성의 태클에 맞은 공이 굴러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잡게 되자, 주심은 양손을 위로 올리며 어드밴티지를 적용했다.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 어느새 나타나서 권윤성 선수가 걷어낸 공을 잡습니다. 긴 다리로 성큼 성큼 패널티 에어리어로 들어왔습니다. 도미닉 칼버트르윈 슈우윳!!”
뻐어엉!
파아앙!!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의 슈팅 너무 정직하게 딘 핸더슨 골키퍼의 정면으로 날아갑니다. 하지만 강했던 슈팅 답게 딘 핸더슨 골키퍼 공을 잡지 못하고 펀칭으로 튕겨냈습니다.”
“선더랜드 선수들 집중해야 합니다. 아직 서컨볼이 살아 있어요.”
딘 핸더슨이 펀칭한 공은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의 강력한 슈팅의 반발력 만큼이나 멀리 날아갔고, 공은 패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공을 낚아챈 건 어느새 수비위치까지 커버를 들어온 오비 에자리아였다.
“여기서 먼저 공을 따낸 건 오비 에자리아 선수입니다.”
“오늘 왼쪽 윙어로 나와 상당한 활동량을 보여주는 오비 에자리아 선수입니다.”
흑인인 오비 에자리아는 오늘 주심의 인종 차별적인 판정에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는 상황이었는데 하프 타임 라커룸에서 박지석의 말로 인해 상당히 분기탱천 되어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평소라면 내려오지 않을 수비 커버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공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공을 잡은 오비 에자리아는 가속하여 하프 라인을 넘어서 길피 시드구손을 페이트 모션을 속여 넘기고 전진했고, 가람도 그의 움직임에 맞게 에버튼의 중앙 수비수들을 달고 그대로 공격적으로 나섰다.
“오비 에자리아 선수! 빠릅니다. 페인트 모션으로 길피 시드구손 선수를 제치고 에버튼의 중앙 미드필더 라인을 단번에 무너뜨립니다. 아주 좋은 찬스를 만들어가는 오비 에지라아 선수! 괜히 리버풀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합니다.”
그렇게 오비 에자리아가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까지 도착하자, 더 이상 가만 둘 수 없다는 듯 에버튼의 중앙 수비수인 마이클 킨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오비 에자리아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마이클 킨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뽑아내었고, 그 방향의 끝에 있는 가람이 공을 잡게 되었다.
토오옹
“오비 에자리아 선수의 놀라운 패스!! 김가람 선수 공을 이어 받습니다.”
말은 길었지만 순식간에 펼쳐진 상황에 에버튼의 선수들은 당황했고, 가람은 자신 앞에 뚫린 공간을 향해 속도를 올려 빠르게 올라갔다.
가람을 마크하던 에버튼의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이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가람은 자유롭게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김가람 선수 찬스입니다. 오비 에자리아 선수의 센스 있는 패스에 에버튼의 수비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때 어느새 공격에서 복귀한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자신의 특기인 빠른 속도로 가람을 뒤쫓아 마이클 킨이 비운 자리를 커버했다.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 빠릅니다. 어느새 김가람 선수의 지척까지 따라왔어요. 김가람 선수 빨리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게 도미닉 칼버트르윈과 가람은 어느새 패널티 에어리어 앞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있는 힘을 다해 가람을 밀었지만, 가람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불도저처럼 패널키 에어리어의 더욱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이에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손을 써서 가람의 유니폼을 잡고 제지하려고 했다.
찌이익!!
하지만 이미 속도가 붙은 가람을 막을 수는 없게 되자,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자신의 긴 다리를 이용해서 공이 아닌 가람의 다리를 향해 태클을 걸었다.
촤르르르~~~
휘처엉!
가람은 슈팅을 하기 위해 골대와 조던 픽포드만 신경을 쓰다가 순간 자신의 발 사이에 나타난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발에 스탭이 엉킬 수밖에 없었다.
‘제길.’
여기서 넘어진다고 해도 한결 같은 주심은 패널티 킥을 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여태까지 꿀 먹은 벙어리였던 부심이 VAR 요청을 할 거로 생각할 수 없었다.
그때 가람의 눈에 조던 픽포드가 자신을 막기 위해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게 보였고, 그래서 가람은 쓰러지면서 한쪽 발을 길게 뻗었다.
투우욱!
넘어지면서도 속도를 살린 상태에서 길게 뻗은 발에 맞은 공은 미끄러지듯 나아갔고, 조던 픽포드의 가랑이 사이를 지나 골망을 갈랐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후반전 5분에 다시 골을 만듭니다. 놀라운 역전골입니다.”
“놀랍습니다. 이렇게까지 집중력을 보여주다니요. 솔직히 골도 골이었지만,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의 태클은 패널티킥 감에 카드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인데요. 주심은 그냥 골로 인정하고 넘어갑니다.”
“오늘 고구마를 먹인듯한 주심의 오심은 계속되지만, 가람 선수는 보란 듯이 이걸 이겨내고 골을 만들어내는군요. 후반에 역전골을 넣으며 강하게 에버튼을 압박하기 시작합니다.”
가람은 골을 넣은 순간 만세 세레머니를 한 후 선더랜드의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그 후 에버튼은 계속 공격적이고 거친 경기를 이끌어 나갔지만, 선더랜드는 에버튼의 거친 몸싸움에 주의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일부러 김만재와 권윤성에게 몸싸움을 걸어 거칠게 경기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김만재와 권윤성은 그 몸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가람까지 수비에 가담하자,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더 이상 활약을 할 수 없었다.
후반전 35분에 동점골을 만들어 위해 조던 픽포드가 길게 찬 공을 점프해서 받으려던 도미닉 칼버트르윈은 착지할 때 비명을 질렀다.
“아앗!!”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공을 잡으려다가 쓰러진 도미닉 칼버트르윈이었기에, 주심도 누구에게 파울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상태를 살펴본 주심은 에버튼쪽 벤치를 보며 의료진을 불렀다.
“공을 잡기 위해 점프를 뛰었던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 착지 동작에서 발목을 접지른 것 같은데요. 의료진이 들어오는 걸로 봐서는 심각한 부상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오늘 거친 플레이를 하던 도미닉 칼버트르윈 선수 벌이라도 받은 것 같습니다. 결국 들것에 실려가는군요.”
그렇게 후반 35분에 에버튼의 주포 중 하나인 도미닉 칼버트르윈이 부상으로 나간 후 에버튼은 더 이상 공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게 되었다. 경기는 주심의 신경질 나는 휘슬소리와 함께 종료되었다.
삐이익!!
그리고 그와 함께 가람의 귓가에는 오랜만에 듣기 좋은 알림 소리와 상태창이 보였다.
띠리링
[정정당당하게 승부하지 않고 주심을 이용하려는 괘씸한 에버튼을 상대로 승리하였습니다.]
[10포인트를 지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