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FA컵 준결승 맨시티전[1]
2020년 4월 16일 웸블리 스타디움(중립경기장)
FA컵 준결승 맨시티전
“안녕하십니까? FA컵 준결승 맨시티 대 선더랜드, 선더랜드 대 맨시티의 경기는 BCD 스포츠의 정규 편성으로 중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FA컵 준결승 중계를 맡은 마틴 테일러입니다. 오늘도 도움 말씀에는 개리 리네커씨가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개리 리네커입니다. 오늘의 경기는 중립 경기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대략 9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 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석을 보니 오늘 경기는 흡사 결승전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렇네요. 좌우로 꼭 편을 가른 듯이 왼쪽에는 선더랜드를 응원하는 붉은 색 계열의 옷을 입은 분들, 오른쪽에는 맨시티를 응원하는 하늘 색 계열의 옷을 입은 분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맨시티를 응원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선더랜드도 전혀 밀리지 않네요.”
“그렇죠. 선더랜드가 연속 강등 이후 다시 연속 승격을 하면서 선더랜드 지역에 있는 팬 뿐만 아니라 선더랜드를 프리미어 리그 시절에 좋아했던 분들도 다시 선더랜드를 찾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 중계 카메라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팬들이 가람의 대형 포스터를 들고 응원 준비하는 것이 잡혔다.
“김가람 선수의 포스터가 경기장 한편을 장식하고 있네요.”
“그렇죠. 지금 차세대 축구 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요즘 거리나 여러 매체에서 나오는 샤오루 뷰티의 광고에서 자주 볼 수 있죠. 언론 매체에는 얼굴을 비치는 유형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신비주의가 사람들을 끄는 것 같습니다. 사실 신비주의가 아니라 매일 같이 축구 훈련만 한다고 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가람 선수를 따라 다녔던 파파라치들이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운동만 하는 김가람 선수의 생활에 가십거리를 찾지 못해 포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클럽이나 유흥을 즐길 법도 한데 김가람 선수는 그런 것이 하나도 없는 놀라운 선수이기도 합니다. 자기 관리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죠.”
“자기 일에 몰두하는 남자를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하더니 그래서 그런가요? 김가람 선수의 팬들은 계속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그거지만 김가람선수는 같은 남자가 봐도 잘 생겼으니 말이죠.”
그렇게 수다를 이어가려는 찰나에 메인 PD가 머리 위로 손을 크게 돌리자, 화면은 선더랜드가 FA컵 준결승까지 올라가는 여러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바뀌었다.
“오늘 경기가 있기까지 선더랜드는 3라운드에 뉴캐슬, 4라운드에 포츠머스, 5라운드에 에버튼, 6라운드에는 모어컴을 이기고 올라왔습니다.”
“그렇죠. 준결승까지 올라오면서 사실 선더랜드는 어렵지 않은 경기를 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김가람 선수가 있었습니다. FA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서 지금까지 9골 4개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지난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나와 4개 도움을 기록한 것은 축구팬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오늘 경기에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오늘도 스트라이커 포지션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그 말이 끝나는 동시에 화면은 맨시티가 FA컵 준결승까지 올라오는 여러 경기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왔다.
“맨시티입니다. 맨시티는 3라운드에 브렌트 포드, 4라운드에 리즈 유나이티드, 5라운드에 아스톤 빌라, 6라운드에 맨유를 상대로 이기고 올라왔습니다.”
“맨시티는 이번 시즌 FA컵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었습니다. 덕분에 생각보다 어려운 경기를 하면서 올라왔는데요. 지난 맨유 경기에서는 그나마 1군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면서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그런 맨시티에는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한 선수는 필 포든 선수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부터 국내 리그컵과 FA컵에서 종종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로 나오면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떠나게 되는 다비드 실바 선수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전망이 됩니다.”
“요즘에는 리그에도 종종 교체 출전하면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던 필 포든 선수였는데요. 오늘도 선발 출장이 유력해 보입니다. 말씀 드리는 순간 양 팀 선수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맨체스터 시티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클라우디오 브라보
카일 워커 – 존 스톤스 – 니콜라스 오타멘디 – 벤자민 멘디
페르난지뉴 – 일카이 귄도안
베르라르두 실바 – 필 포든 – 리로이 자네
가브리엘 제수스
“이어서 선더랜드의 선발 라인업입니다.”
딘 핸더슨
권윤성 – 김만재 – 글랜 로번스 – 브라이언 오비에도
맥스 파워 – 기성룡
던컨 왓모어 – 리 캐터몰 – 하비 반츠
김가람
“오늘 경기 맨시티와 선더랜드 둘다 4-2-3-1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습니까?”
“선더랜드가 맨시티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상대하는 걸까요? 그 부분은 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보면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리 캐터몰 선수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도 좀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맨시티는 준결승이라 그런지 주전 선수들이 대거 나왔습니다. 이번 경기를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개리 리네커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기가 맨시티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맨시티는 공을 뒤로 돌리며 특유의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때 선수들의 위치를 살펴본 개리 리네커가 입을 열었다.
“아.. 선더랜드의 전술은 4-2-3-1이 아니라 4-2-3-1 제로톱 전술인 것 같습니다. 선발 명단만 봤을 때는 알 수 없었는데요. 지금 선수들의 배치를 보니 이해가 됩니다. 아무래도 박지석 감독은 오늘 경기에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듣기에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기성룡 선수와 맥스 파워 선수가 수비 라인 바로 앞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 있는 것을 기점으로 선더랜드의 선수들이 한 라인 밑으로 쳐져 있는 걸 보시면 알기 쉽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보니 선더랜드 선수들 맨시티 선수들이 후방에서 공을 돌리고 있어도 자신이 지키는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수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김가람 선수가 앞에서 맨시티 선수들을 상대로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홀로 하는 압박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죠.”
개리 리네커의 말대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 철학인 '짧은 패스로 높은 점유율'을 구사하는 맨시티 선수들의 수준 높은 발재간에 가람은 공을 쫓아다니는 강아지처럼 이곳저곳을 뛰어다닐 뿐이었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김가람 선수지만 이렇게 뛰어다니면 경기 후반에 영향을 미칠 텐데요. 박지석 감독도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공은 맨시티의 중앙 수비수 존 스톤스에게서 니콜라스 오타멘디에게 전달되었고, 가람은 지치지도 않는지 그 공을 따라 움직였고 순간 속도를 올렸다.
타타탓!!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벤자민 멘디에게 공을 돌리려다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가람에 놀라 다급히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골키퍼인 클라우디오 브라보에게 공을 건넸다.
투욱!!
하지만 생각지 않은 패스에 클라우디오 브라보는 반응이 더뎌졌고, 그 틈을 가람이 놓치지 않았고 속도를 높였다.
타타탓!!
“아아!! 김가람 선수 빠른 발로 가로채기에 성공합니다. 골키퍼 1대 1대 찬스를 만드는 김가람 선수!!”
공을 잡은 가람은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어정쩡한 자세를 보고는 바로 슈팅을 가지고 갔다.
뻐어엉!
촤르르르~~~
“고오오올! 골입니다. 김가람 선수 경기 시작 3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 골을 기록합니다. 맨시티 선수들 정신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느린 그림으로 봐야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김가람 선수가 마지막에 부스터를 쓴 것처럼 순간 속도가 올라간 것 같았거든요. 지금 패스 미스라고 하기보다는 김가람 선수의 빠른 발이 골을 만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리플레이 화면에서 정말 니콜라스 오타멘티 선수가 공을 골키퍼인 클라우디오 브라보 선수에게 패스할 때 가람이 순간 부스터를 쓴 것처럼 속도를 올려 공을 가로채는 장면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던 개리 리네커가 입을 열었다.
“원래도 빠른 발이 장기였던 김가람 선수였는데요. 이렇게 빠른 속도를 보여줄 수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정말 놀랍네요.”
골을 넣은 가람은 선더랜드의 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만세 세레머니를 했고, 너무 이른 실점에 맨시티 팬들은 보고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잠시 후 선더랜드의 선수들도 다가와 가람을 둘러싸고 같이 골을 축하했고, 다시 경기는 맨시티의 공로 시작되었다.
‘역시 속도 95는 효과가 확실하군.’
가람은 고민 끝에 20포인트를 전부 쏟아부어 속도 능력치를 90에서 95로 올렸다. 그리고 속도 능력이 올라가면서 이전에 비해 순간 속도가 오른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람이 골이 터지는 순간 그 누구보다 놀란 건 박지석 감독이었다.
원래 알고 있던 속도에서 한번 더 가속되는 순간 속도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가람의 속도가 아니었다.
‘큰 경기에 강한 스타일인가? 아니면 설마 아직도 성장하는 건가?’
그렇게 박지석 감독이 감탄하고 있을 때 펩 과르디올라는 크게 소리쳐 페르난지뉴를 불렀다.
“페르난지뉴!! 32번 선수 마크해! 자료보다 빠르다. 경계하고!!”
그렇게 바로 가람에 대한 지시를 내린 펩 과르디올라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벤치에서 쉬고 있는 케빈 데브라이너에게 바로 교체 투입을 지시했다.
“맨시티 골을 먹히자마자, 선수 교체를 가져갑니다.”
“생각보다 이른 교체를 하는데요. 필 포든 선수가 땀을 흘려보지 못하고 바로 케빈 데브라이너 선수와 교체가 됩니다.”
교체되어 나가는 필 포든은 불만이 가득한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그런 필 포든을 보지도 않고, 뛰어나가는 케빈 데브라이너에게 소리쳤다.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그렇게 케빈 데브라이너가 들어간 맨시티는 후방에서 공을 돌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했고, 가람은 역시나 빠른 움직임으로 모든 곳에서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반 3분에 선더랜드의 선취점을 허용한 맨시티 바로 선수 교체를 가져가면서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토오옹!
일카이 권도안이 하프라인에서 공을 몰고 나오자, 가람과 리 캐터몰이 협력수비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카이 귄도안은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짧은 패스를 통해 압박에서 벗어났고, 가람이 다시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다가가자, 베르나르두 실바는 반대편에 있는 리로이 자네에게 공을 길게 보냈다.
뻐어엉!
“베르나르두 실바 선수의 경기장을 종으로 가르며 날아가는 패스! 정확하게 리로이 자네 선수가 있는 곳으로 떨어집니다.”
리로이 자네는 간결한 퍼스트 터치로 공을 잡아낸 후 속도를 높였고, 그 앞에는 맥스 파워와 권윤성이 리로이 자네가 앞 공간을 협력 수비로 자르며 막아섰다.
“리로이 자네 선수 빠른 움직임으로 파고들지만 선더랜드의 수비는 단단합니다.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 선더랜드입니다.”
리로이 자네는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꼭지점까지 어떻게든 파고 들었지만, 끈질기게 수비하는 맥스 파워와 권윤성을 떨쳐낼 수 없었고, 결국 자신의 뒤에서 터치 라인을 타고 뛰어 들어오는 벤자민 멘디의 앞공간에 공을 밀어 넣었다.
“여기서 리로이 자네 선수의 패스! 벤자민 멘디 선수 공간을 치고 나가 공을 이어받습니다.”
벤자민 멘디는 공을 몰고 코너킥 에어리어쪽으로 접근한 후 리로이 자네를 막다가 수비 커버가 늦은 권윤성이 비워둔 페널티 에어리어쪽으로 치고 들어왔다.
“커버!!!”
딘 핸더슨의 외침에 중앙 수비수인 김만재가 황급히 벤자민 멘디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때
뻐어엉!!
벤자민 멘디는 자신을 막기 위해 뛰어든 김만재가 비운 공간으로 정확하게 크로스를 올렸고, 그 위치에 나타난 선수는 공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멋진 발리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