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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84화 (85/319)

84화 FA컵 준결승 맨시티전[2]

뻐어엉!!

레이저를 쏜 것처럼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발리 슈팅에 딘 핸더슨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고, 그대로 선더랜드의 골망은 흔들렸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전반 8분에 케빈 데브라이너 선수의 그림 같은 중거리 발리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가릅니다. 대단합니다. 선더랜드의 상승세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동점골. 역시 케빈 데브라이너 선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케빈 데이브라이너 선수의 골도 대단하지만, 경기 초반에 실점하자마자, 바로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필 포든 선수를 케빈 데브라이너 선수로 과감하게 교체를 가지고 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뛰어난 용병술이 돋보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프리미어 리그 2위 팀인 맨시티는 역시나 녹록하지 않습니다.”

골을 넣은 케빈 데브라이너는 동료들과 골 세레머니를 했지만, 그리 기뻐하는 모습은 아니었고, 골이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이 씁쓸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제길.. 우리에게 골을 넣는 게 당연하다는 건가?'

프리미어 리그 팀 그것도 우승 경쟁을 하는 맨시티의 선수들이 챔피언쉽 챔피언이라고 해도 하위 리그인 선더랜드를 낮게 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본 가람은 왠지 모르게 승부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회귀의 삶에서 처음에 자신을 얕잡아 보는 이들은 언제나 존재했었다. 하지만 경기를 뛴 후 강승연의 능력을 체험해본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그런 것을 상대팀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귓가에 들려오는 상태창의 알림 소리와 함께 메시지 창이 눈 앞에 출력했다.

삐리링

[FA컵 준결승에 맨시티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하라.]

[보상 30포인트]

‘30포인트?!’

지난번 리그컵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역전골을 넣으라고 했을 때 20 포인트를 주었는데 지금 30포인트라는 가장 많은 포인트 보상이 나왔다. 그건 꼭 상태창이 가람에게 가능하겠어? 이런 느낌으로 도발하는 것 같았다.

오늘 경기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제는 이기고 싶다가 아니라 이겨야 한다로 마음 가짐을 바꾼 가람은 빨리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토옹!!

맨시티는 동점골을 넣은 후 다시 평점심을 찾은 듯 원래 자신들이 주로 하는 짧은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했고, 라인을 끌어올려 선더랜드를 강하게 압박하며 시간을 보냈다.

가람도 어떻게든 활발한 움직임을 가지고 가며 역습이나 공격 찬스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시로 전담 마크를 맡게 된 페르난지뉴와 이미 가람의 빠른 발을 경계하고 있는 맨시티 수비진의 대응에 쉽게 공격 찬스는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전반 30분에 맨시티는 점점 패스 템포를 올리며 더 강한 압박을 하였고,

경기는 흡사 하프 코트 경기를 하듯 맨시티가 공격을 하고 선더랜드의 수비가 이를 막아내는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뻐어엉!!

파아앙!!

“딘 핸드슨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다시 한번 선더랜드를 구해냅니다.”

“와. 이건 들어갔다고 생각했거든요. 가브레일 제수스 선수와 케빈 데브라이너 선수 2대 1 패스를 통해 완벽한 찬스를 만들었는데요. 결정력이 아쉽습니다.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를 대체하려면 이런 골을 결정지어줘야 할 한테데요.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지금 장면을 보면서 가브리엘 제수스 선수에게 크게 호통을 칩니다.”

“그렇지만 경기는 아직도 맨시티의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코너킥이 시작되었고, 가람은 패널티 박스에 들어가 수비를 가담했다.

뻐어엉!!

베르나르두 실바가 가까운 골대를 향해 공을 빠르게 연결했고, 그곳을 향해 맨시티의 중앙 수비수 존 스톤스가 뛰어 들어가며 짧게 헤딩을 끊어 골키퍼 바로 옆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딘 핸더슨도 꼼짝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토오옹!!

“골대에 들어가기 직전에 권윤성 선수 막아냅니다.”

뻐어엉!!

권윤성은 고민할 여유가 없어서 공을 잡는 순간 그냥 전방을 향해 길게 걷어낸다는 생각으로 공을 찼다.

하지만 몸에 밴 습관은 무서운 법이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날마다 가람과 함께 하는 아침 훈련에서 수 없이 찼던 것처럼 자신의 몸은 훈련된 기억으로 저절로 공을 찼고, 공은 하프라인 중앙 서클 바로 옆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수비를 가담하던 가람은 권윤성이 공을 차는 순간 100M 달리기의 출발 신호를 들은 것처럼 전력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권윤성 선수! 공을 걷어냅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김가람 선수 빠른 속도로 공을 향해 전력 질주합니다.”

“아. 이거 이번 코너킥 공격에 맨시티의 대부분 선수들이 가담을 하면서 수비수들의 복귀가 느리거든요.”

가람이 뛰어가는 걸 보고 맨시티 선수들도 발 빠르게 자신의 진영으로 복귀하려고 했지만, 가람의 속도가 독보적으로 뛰어났다.

그나마 이번 코너킥 공격에서 역습을 대비하고 있던 벤자민 멘디가 공에 제일 가까운 지점에 있었고 쉽게 공을 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타타탓!!

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거리의 격차를 무시하는 듯 가람은 압도적인 속도의 우세로 벤자민 멘디와의 거리를 좁혔고, 어느새 둘은 떨어지는 공을 향해 경합하게 되었다.

그리고

토오오옹~~

권윤성이 걷어낸 공을 그라운드에 크게 튀어오르고, 김가람과 벤자민 멘디는 공을 잡기 위해 더욱 속도를 높였다.

“벤자민 멘디 선수 간발의 차이로 공을 얻어냅니다.”

“그래도 지금은 김가람 선수의 빠른 발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맨시티에서는 이런 역습을 대비해서 미리 벤자민 멘디 선수를 준비하고 있었던 거겠죠.”

아무리 가람이 빠르다고 해도, 더 가까운 지점에서 출발한 벤자민 멘디를 이길 수는 없었고, 그렇게 선더랜드의 역습 찬스는 무산될 것으로 보였다.

그때

휘청~

가람은 공을 잡은 벤자민 멘디에게 강한 몸싸움으로 압박을 가했고, 전력 질주한 후에 이어진 강한 몸싸움에 벤자민 멘디는 균형을 잃고 실수로 공을 밟았는데 공이 맨시티 골문쪽으로 튀어 나갔다.

“아.. 여기서 벤자민 멘디 선수의 치명적인 실수!”

가람은 공이 튀어나가자, 바로 공을 향해 뛰어갔다.

벤자민 멘디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가람의 유니폼을 손으로 잡으며 어떻게든 저지하려고 했다.

찌지익!

하지만 그의 몸부림은 가람의 유니폼을 찢는 데만 성공했고, 공을 잡은 가람은 클라우디오 브라보와 1 대 1 찬스를 만들었다.

“김가람 선수!! 1 대 1 찬스입니다.”

마틴 테일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가람은 자신과 벤자민 멘디가 경합을 할 때부터 벤자민 멘디의 백패스를 잡기 위해 앞으로 나와 있는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의 어정쩡한 위치를 보고는 그대로 슈팅을 때렸다.

뻐어엉!!

살짝은 높게 형성된 슈팅 코스. 공은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펄쩍 뛰어서 막기 아슬아슬한 코스로 날아갔다.

클라우디오 브라보는 가람이 흥분해서 자신을 넘기기 위해 공을 강하게 차서 좋은 골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휘리릭

거짓말처럼 자신의 손에서 빗나간 공은 아래로 꺾이며 그대로 왼쪽 골대 하단으로 빨려 들어갔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자신에게 오는 찬스를 완벽하게 마무리합니다.”

“와.. 이건 그냥 골로 보는 거보다는 김가람 선수의 놀라운 슈팅 기술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의 점프 거리와 손의 길이까지 생각해서 찬 슈팅이 그대로 하늘을 향한 게 아니라 궤적을 바꾸며 들어가는데요. 이건 놀랍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현역이었을 때도 이런 슈팅이 가능했을지 의문이 드는 순간입니다.”

가람은 골을 넣는 순간에 만세 세레머니를 한 후 자신의 유니폼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선더랜드의 엠블렘을 손바닥으로 치며 크게 소리쳤다.

“We are Sunderland!!”

그리고 가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 팬들에게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신기하게도 그 순간 팬들은 We are Sunderland를 부르기 시작했고, 웹블리 스타디움에는 선더랜들의 열정적인 응원가로 가득 차게 되었다.

“전반 32분에 코커킥에서 역습을 가져간 김가람 선수의 골로 선더랜드가 다시 2 대 1로 앞서게 되었습니다.”

“그렇죠. 저는 이런 역습 찬스가 나오기까지 선더랜드가 잘 수비하며 맨시티에게 골을 먹히지 않은 부분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제로톱을 두는 강수까지 써가며 수비를 튼튼하게 하고, 역습에서 완벽한 마무리까지 하는 걸 보면 박지석 감독이 이번 경기를 두고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그렇게 경기는 다시 선더랜드가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박지석 감독은 흥분한 선수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모두 진정하고!! 수비에 집중해!!”

박지석 감독의 지시를 들은 기성룡은 주변에 젊은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수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고민에 빠진 듯 입을 손으로 가리며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경기 2대 1로 선더랜드가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전반 초반과 달리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지금 이 경기가 프리미어 리그 경기라고 한다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로 선수를 교체하며 전술 변경을 진행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경기는 FA컵 준결승이거든요. FA컵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프리미어 리그입니다. 리버풀과 승점은 겨우 2점 차이라 오늘 경기 3일 뒤에 있을 리버풀과의 맞대결을 생각 안 할 수 없을 겁니다. 한마디로 선수를 아끼고 싶다는 거죠. 특히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라면 세르히오 아게로 선수일 텐데요. 아무래도 이제 나이가 있다 보니 경기를 뛰고 3일 뒤에 또 경기에 투입하는 건 부담이 되겠죠.”

“그럼 이 상태로 경기를 진행하려고 하는 걸까요?”

“아마도 전반은 이렇게 보낼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하프 코트 경기를 하면서 일카이 귄도안 선수의 좌우로 크게 여는 영리한 패스를 통해 선더랜드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빠진 건 사실입니다. 이런 식으로 선더랜드를 흔들어 후반전에 결과를 만들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중계진이 추측한 대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벤치 앞에서 서 있다가 벤치로 돌아가 앉아서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에 맨시티가 공격적으로 나서기는 했지만, 박지석 감독의 지시로 수비 집중력을 발휘한 선더랜드의 수비를 뚫어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주심이 전반 종료 신호로 휘슬을 불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벤치에 앉아 있는 세르히오 아게로를 보며 입을 열었다.

“후반전 투입될 거다. 몸 풀어둬라.”

그 말에 세르히오 아게로는 웃으며 알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프 타임에 비워진 경기장으로 걸어나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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