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FA컵 결승전 토트넘전[2]
휘리리릭~~
터어엉!!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환상적인 헤딩슛 아쉽게도 골대를 강타합니다.”
공은 왼쪽 상단을 맞고 튕겨져 나왔고, 그 곳을 향해 토트넘의 선수들이 공을 걷어내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제일 먼저 공을 잡아낸 선수는 김가람이었다.
토오옹!
가람은 떨어지는 공을 향해 왼쪽 발을 들어 가볍게 터치했다.
만약 제대로 충격이 흡수되지 않았다면 공은 그대로 크게 튀어 올랐겠지만, 가람의 발목에 닿은 공은 마치 스폰지에 닿은 것처럼 충격이 흡수되어 높이 튀어 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가람의 발에 맞은 공은 가람의 가슴 높이까지 튀어 올랐고, 가람은 바로 무릎을 구부려 허벅지로 다시 공을 트래핑 했다.
말은 길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가람의 트래핑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가 가람을 덮치듯 달려들었다.
그때 가람은 무릎을 내려 공을 바닥으로 떨어뜨렸고, 보지도 않고 그대로 발꿈치로 공을 쳤다.
토오옹!!
가람이 찬 공은 생각보다 강한 힘을 받아 빠르게 뻗어나갔고, 어느새 나타난 기성룡이 그 공을 잡자마자 슈팅했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올!! 전반 5분 선더랜드의 놀라운 합작이 결실을 맺습니다.”
“놀랍네요. 방금 전 골 장면에서 김가람 선수의 플레이는 정말 놀랍습니다. 백힐 패스로 기성룡 선수에게 연결했지만 그것보다 그전 장면이 더욱 놀랍습니다.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헤딩슛이 골대에 맞고 나오는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놀라운 퍼스트 터치로 공을 다루었거든요. 저렇게 골대에 맞고 나오는 공을 완벽하게 다루는 건 정말 힘든 일인데 그걸 두 번의 터치로 완전히 자신의 것을 만들었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지금까지 직접 마무리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오늘은 찬스 메이커로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골이 터진 후 기성룡은 순간 움찔하다가 골이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코너킥 에어리어쪽으로 가서 골 세레머니를 했고, 가람도 기성룡의 골 세레머니를 지켜보다가 함께 어울리며 골을 축하했다.
그렇게 둘이 좋아하는 모습과 다르게 경기 초반에 골을 먹힌 손홍민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모두 집중하자!!”
손홍민은 주변 동료들을 보며 크게 소리쳤고, 그 목소리에 해리 케인을 비롯한 선수들도 반응하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경기는 다시 토트넘의 공으로 시작되었다.
시작과 동시에 해리 케인에게 공을 받은 손홍민은 공을 뒤로 돌리기 보다는 스스로 공을 몰고 앞으로 나왔고, 생각지 않은 손홍민의 드리블에 기성룡은 순간 반응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손홍민 선수의 생각지 않은 전진 드리블에 기성룡 선수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그대로 제쳐집니다.”
“전반 초반의 실점에 토트넘 선수들의 집중력을 강제로 일으키려는 듯 텐션을 올리는 손홍민 선수입니다.”
손홍민의 빠른 돌파에 루카스 모우라, 탕기 은돔벨레 그리고 해리 케인까지 전진하며 앞으로 나왔다.
“손홍민 선수의 움직임에 맞춰 토트넘의 공격진도 앞으로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손홍민 선수의 앞을 맥스 파워 선수가 가로 막는군요.”
손홍민은 자신의 앞 공간을 자르며 수비하는 맥스 파워를 보고는 상체를 왼쪽으로 크게 흔들어 페이크 동작을 주었다.
하지만 맥스 파워는 손홍민의 페이크 동작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끈질기게 손홍민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손홍민은 어쩔 수 없이 오른쪽 터치 라인에서 중앙 수비수와 오른쪽 수비수 사이의 공간인 하프 스페이스로 파고 들고 있는 루카스 모우라에게 스루 패스를 넣었다.
“여기서 손홍민 선수의 재치 있는 패스!!”
루카스 모우라는 손홍민 선수가 준 패스를 향해 뛰어갔지만, 공의 속도는 야속하게도 빨랐고, 그나마 루카스 모우라가 빠른 발로 겨우 잡아 불안정한 자세에서 슈팅을 가져갔다.
뻐어엉~
파아아앙~
“루카스 모우라의 슈팅!! 딘 핸더슨 골키퍼가 쳐냅니다.”
“좋은 장면이었지만, 손홍민 선수의 연결이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공을 쫓아가는 루카스 모우라 선수의 슈팅에 토트넘의 코너킥으로 경기는 이어집니다.”
“루카스 모우라 선수가 코너킥을 준비하네요. 지금까지 토트넘의 코너키커는 손홍민 선수가 담당했었는데요. 오늘 경기는 루카스 모우라 선수가 차는 것 같습니다.”
장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루카스 모우라는 손을 들었고,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공을 찼다.
뻐어엉!!
공은 선수들이 모여 있는 중간 지점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공을 잡기 위해 공중볼에 강점이 있는 토트넘의 수비 듀오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이번 경기 중앙 미드필더로 나온 무사 시소코, 에릭 다이어, 마지막으로 토트넘의 스트라이커인 해리 케인까지 경합을 벌였다.
선더랜드 진영에서는 올리비에 지루와 가람까지 수비에 가담하기는 했지만, 선수단 전체 신장 차이가 확연했다.
그렇게 신장의 우위를 차지한 토트넘 선수들은 몸싸움을 하다가 공이 날아오자 동시에 점프를 뛰었다.
휘리릭!!
하지만 루카스 모우라의 공은 갑자기 꺾이며 선수들이 있는 곳이 아니라 먼 쪽의 골대를 향해 뻗어나갔고, 모두 공은 골라인 아웃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이런 공의 위치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한 선수가 공의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해 오른발을 들어 공을 맞췄다.
뻐엉!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오올! 전반 10분! 손홍민 선수의 뛰어난 위치 선정과 침착한 마무리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립니다.”
“루카스 모우라 선수의 코너킥은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의도한 세트피스 공격이었을까요? 그 진상은 모르겠지만 골을 만든 손홍민 선수의 집중력은 칭찬할 만 합니다.”
손홍민은 점프를 한 후 어퍼컷을 하며 세레머니를 했고, 토트넘의 선수들은 그런 손홍민에게 다가가 함께 골을 축하했다.
“오늘 경기 전반 10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각 팀 1골씩 넣으며 오늘 경기는 상당히 난타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손홍민의 골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경기는 다시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되었다. 선더랜드는 공을 뒤로 돌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며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 보던 배재현이 입을 열었다.
“오늘 선더랜드는 단순히 4-4-2 전술이 아닌 4-2-4 전술로 보입니다. 던컨 왓모어 선수와 오비 에자리아 선수가 미드필더 라인보다는 더욱 올라가서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리고 김가람 선수가 투 톱 자리에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밑으로 내려와서 공을 연계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군요.”
“그렇습니다. 골 장면에서도 그랬지만, 오늘 김가람 선수는 원래 가지고 있는 슈팅이나 돌파 능력보다는 연계를 통해 찬스를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 같습니다. 사실 김가람 선수라고 하면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돌파한 후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 모습을 기대할 텐데요.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보면 아무래도 새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부여 받아서 경기에 임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그런 역할보다는 지난 맨시티전처럼 원톱에 서서 역습 시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 오비 에자리아가 공격을 하던 중 세르주 오리에의 적극적인 수비로 인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자 공을 뒤로 돌렸고, 패스를 받은 맥스 파워는 바로 옆에 있는 기성룡에게 공을 연결해주었다.
그리고 기성룡이 공을 잡자마자, 가람은 재빠르게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갔고, 그걸 본 기성룡은 바로 그 공간으로 패스를 넣었다.
연결되면 바로 토트넘에게 치명적인 찬스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
촤르르르!!
“손홍민 선수! 기성룡 선수의 패스를 슬라이딩 태클로 끊어냅니다.”
손홍민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원래 지키고 있어야 하는 왼쪽 공간에서 중앙으로 달려들며 슬라이딩 태클로 패스를 끊어내더니 그대로 공을 몰고 역습에 나섰다.
“손홍민 선수의 발빠른 역습!!”
손홍민의 역습에 맥스 파워와 기성룡이 다급하게 손홍민을 막기위해 달려들었지만, 손홍민은 속도를 높이는 오토바이처럼 순식간에 빠른 속도와 드리블로 맥스파워와 기성룡을 제쳐버렸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렸던 선더랜드의 수비 라인은 일렬로 줄을 맞춰 뛰면서 손홍민의 속도를 견제했다.
그때
타타탓!!
손홍민은 폭주하듯 그 상태에서 한 번 더 속도를 가속했고,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넘어 패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했다.
이에 김만재가 속도를 올려 손홍민에게 발을 뻗어 스탠딩 태클을 걸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토오옹!!
김만재가 오는 것을 확인한 손홍민은 공을 살짝 길게 차고 김만재을 가볍게 피하고 전진했다.
“손홍민!! 손홍민!!”
“손홍민 선수의 움직임에 다른 토트넘의 선수들도 반응해줘야 합니다. 저렇게 혼자서 공격해 성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흥분한 배선재는 손홍민의 이름을 연신 불렀고, 장재현은 다른 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손홍민은 거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중앙 수비수인 김만재가 벗겨지자, 남은 선더랜드의 수비 라인 3명은 속도를 올리며 손홍민을 감싸며 어떻게든 손홍민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손홍민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원래 공을 가지고 드리블해서 뛰는 사람이 느리다는 정설을 깨버리는 듯 공과 한 몸이 되어 뛰는 손홍민은 무인지경으로 그렇게 점점 선더랜드를 진영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패널티 에어리어를 앞두고 권윤성이 손홍민과 어깨 싸움을 할 정도로 다가왔지만, 권윤성의 몸싸움에도 손홍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 싸움의 와중에도 손홍민은 딘 핸더슨을 보더니 순간 잔발을 구르며 슈팅을 하기 위한 스탭을 정비했다.
타타탓!!
순간 생각지 않은 손홍민의 스탭에 딘 핸더슨은 손홍민이 어떤 코스로 찰지 판단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앞으로 튀어나와 손홍민을 덮치듯 슬라이딩 태클 걸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손홍민은 딘 해더슨이 나오는 것을 보고 오른쪽 골대 구석을 보고 공을 찼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올!! 전반 20분에 손홍민!! 슈퍼 소닉이라는 별명처럼 자신의 진영에서 거의 70M 가까운 거리를 단독 드리블하며 골을 만들어냅니다. 세상이 주목할만한 골이에요. 월드 클래스!! 그 클래스를 입증하는 손홍민입니다.”
“이야. 이거 정말 멋진 골입니다. 괜히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하겠다고 나서는 게 아니죠. 김가람 선수에게 역습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 스피드와 드리블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모든 게 완벽한 골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시즌에 선더랜드에게 패배를 선사한 팀은 딱 한 팀 바로 토트넘입니다. 지난 리그컵 4라운드의 악몽이 다시 선더랜드 선수에게 생각나게 할 정도 압도적인 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홍민은 골을 넣은 후 양손을 비행기처럼 펼쳐 뛰다가 슬라이딩을 한 후 일어서서 한동안 카메라를 응시하더니 뒤돌아 엄지손가락 하나를 펴서 유니폼 뒤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