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FA컵 결승전 토트넘전[4]
평소에 호통을 잘 치지 않는 무리뉴의 분노에 토트넘 선수들은 순간 기가 죽었고, 그걸 본 무리뉴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팀이 리버풀인가? 대답해라!”
무리뉴의 꾸중에 토트넘의 선수들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맨시티인가? 아니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인가? 아니면 첼시인가? 아니면 아스날인가? 그것도 아니면 에버튼인가?”
무리뉴가 나열한 팀들은 이번 리그 1위부터 6위까지 차지한 팀들이었고, 거기까지 듣자 선수들은 무리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대강 눈치챌 수 있었다.
“아니다. 저들은 우리보다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강팀이 아니라는 거다. 저들은 이번 챔피언쉽에서 승격하는 팀일 뿐이다. 정신 차려라! 너희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이번 시즌 7위를 기록했고, 작년 시즌에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준우승을 한 팀이다. 저런 팀과 비등한 경기를 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너희는 토트넘이고 이 경기는 너희가 이겨야 하는 경기다. 자신감을 가져라! 너희가 해야 할 플레이에 대해 의심을 가지지 말아라. 너희는 이번 경기에서 선더랜드를 이이고 FA컵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다.”
무리뉴의 말에 토트넘 선수들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후반전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하프 타임 선더랜드의 라커룸
박지석은 선수들을 보며 박수를 한번 쳤다.
짝!
그렇게 시선이 집중되자, 박지석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리그컵 4라운드에서 토트넘을 상대했을 때에 비해 너희들은 많이 발전했다는 게 느껴진다. 만족스러운 경기의 결과였다. 하지만 아직 너희 안에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건 너희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그 말에 선수들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박지석은 말을 이어갔다.
“이번 시즌에 챔피언쉽 무패 우승을 기록한 팀이 누구인가? 토트넘보다 강팀인 맨시티를 이기고 결승에 오른 팀이 누구인가?”
그 말에 선수들은 크게 대답했다.
“우리입니다.”
“그래. 바로 선더랜드다. 누구도 해내지 못할 거라고 했던 챔피언쉽 무패우승을 이루어냈고, 맨시티를 상대로 이긴 팀이 우리다. 결승까지 온 길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도록 해라. 감독인 나는 너희에게 이미 이번 경기를 이길 수 있는 전술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결과로 만드는 건 너희 자신들이다. 물론 지금 여기까지 온 것 만으로도 충분히 칭찬 받을 일이다. 하지만!”
박지석이 순간 말을 멈춘 후 주변을 둘러보며 선수들의 눈 하나 하나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제 한 계단 아니 한 걸음이 남은 상황이다. 1972/73시즌 이후 48년 만에 도달한 FA컵 결승전이고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 한 계단을 오르게 되면 구단 역사에 너희들의 이름이 남을 것이고, 너희는 스스로도 선수 커리어에 역사를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너희 스스로를 믿고 플레이 해라. 그럼 너희는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를 거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감독님.”
박지석의 말에 선더랜드 선수들의 의욕과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후보 명단에 올라 벤치에 있는 리 캐터몰은 선수들을 불러 둥그렇게 모으더니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왔다면 감독님 말씀대로 우승밖에 없다!! FA컵 우승하면 내가 사비로 스미스 패밀리 식당에서 한 턱 낼 태니까 힘내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하나 둘!!”
리 캐터몰의 신호에 선수들은 가볍게 손을 내리며 동시에 외쳤다.
“We Are Sunderland!”
응원가이기도 한 말이지만, 이제는 구호가 되어버린 We Are Sunderland를 외치며 선수들을 의기투합했고, 후반전 시작의 알림과 동시에 다들 라커룸에서 빠져나갔다.
그때 빠져나가는 가람을 보며 박지석이 한국말로 뭐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들은 가람은 순간 놀랐지만,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
후반전 33분
“전반 초반처럼 경기 후반이 시작하자마자 치열하게 진행되었고 이제 30여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렬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 팀 골키퍼의 놀라운 선방도 있었지만, 두 팀 모두 수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전반 막판에 김가람 선수의 놀라운 도움으로 터진 올리비에 지루의 골에 토트넘 선수들의 사기가 꺾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라커룸에서 토트넘 선수들이 무리뉴 감독에게 한 소리 들었는지 후반전 내내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선더랜드를 압박합니다. 선더랜드는 토트넘의 강한 압박을 수비라인의 튼튼한 수비와 집중력으로 버텨내고 있는데요. 딘 핸더슨 골키퍼의 수비 조율 능력이 빛을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중계진의 말이 끝나는 순간 올리비에 지루의 헤딩 슛을 막아낸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전방을 향해 공을 찼다.
뻐어엉~~
위리 요리스 골키퍼가 찬 공은 하프 라인을 넘어 토트넘의 원톱 스트라이커인 해리 케인에게 정확하게 날아갔고, 해리 케인은 맥스 파워와 경합하며 공중볼을 다투었지만, 맥스 파워보다 큰 키로 공을 쉽게 따냈고, 침투해 들어가는 손홍민에게 공을 연결 했다.
그때
촤르르르르~~
손홍민이 공을 잡는 순간 가람이 교과서에 실린 것과 같은 정석적인 태클로 공을 쳐냈고, 가람의 발에 맞은 공은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성룡이 잡아 그대로 왼쪽 전방에서 토트넘의 수비진 배후 공간을 침투해 들어가는 오비 에자리아에게 패스를 했다.
뻐어엉!!
“기성룡 선수의 정확한 패스!! 전성기 시절에 보여주었던 택배 패스가 여기서 다시 한번 나옵니다.”
오비 에자리아는 자신이 받기 딱 좋은 위치에 공이 떨어지자, 속도를 그대로 살려 공을 몰고 그대로 토트넘의 패널티 에어리어를 파고 들었다.
순식간에 뚫린 토트넘의 수비라인은 뒤늦게 오비 에자리아 선수를 막기 위해 달려들었고, 오비 에자리아의 움직임에 맞춰 올리비에 지루, 던컷 왓모어도 가세했다.
“오비 에자리아 선수! 찬스입니다. 중앙에는 올리비에 지루, 오른쪽에는 던컨 왓모어 선수가 있습니다.”
오비 에자리아는 패널티 에어리어쪽으로 파고들지 않고 오히려 패널티 에어리어 라인을 그대로 타고 골라인 쪽으로 드리블을 치고 들어갔고, 생각지 않은 오비 에자리아의 플레이에 세르주 오리에는 당황했다.
그리고 그 당황한 틈을 타서 오비 에자리아는 골라인 바로 앞에서 방향을 바꿔 골대쪽으로 치고 들어갔다.
“오비 에자리아 선수 골라인을 바로 옆을 타고 오면서 골대쪽으로 치고 들어갑니다. 저렇게 되면 각도가 나오지 않아서 직접 골을 노리는 건 힘들어 보이는데요.”
배선재의 말과 상관 없이 오비 에자리아는 점점 골대쪽으로 다가왔고, 세르주 오비에는 더 이상 그의 전진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슬라이딩 태클을 걸어왔다.
자칫 잘못하면 패널티 킥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세르주 오리에의 플레이에는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때
터억
오비 에자리아는 세르주 오리에의 슬라이딩 태클을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슬라이딩 태클 바로 앞에서 공을 잡아 멈췄다.
오비 에자리아의 멈춤에 세르주 오리에는 허무하게 골라인 아웃으로 나갔고, 그렇게 자신의 앞에 아무런 방해물이 없는 걸 확인한 오비 에자리아는 중앙을 보며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오비 에자리아 선수의 영리한 플레이에 세르주 오리에 선수 그대로 골라인 밖으로 나가고 다시 돌아오기도 전에 공은 골대 중앙으로 날아갑니다.”
오비 에자리아가 코너킥보다 좋은 위치에서 찬 공은 정확하게 올리비에 지루 머리로 향해 날아갔고, 올리비에 지루는 그 찬스를 날려버릴 정도로 무능하지 않았다.
터어어엉!!
순간 사람의 머리와 공이 맞았을 때 나는 소리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만큼 강력한 헤딩 슛이 골대 상단을 향해 날아갔다.
생각지 않은 오비 에자리아의 크로스와 올리비에 지루의 놀라운 공중 헤딩볼은 월드컵 우승의 경험까지 있는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터어엉!!
“올리비에 지루 선수의 헤딩슛 골대 상단을 맞고 밑으로 떨어졌지만, 골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튀어 오른 공을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낚아 챕니다.”
올리비에 지루는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공을 잡는 순간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다고 항의를 했지만 주심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경기를 속행시켰다.
“올리비에 지루 선수. 지금 골은 골 선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주심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그 순간 골 판정 화면이 중계 화면에 나왔고, 3D화면으로 공의 절반 이상이 골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판정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본 장재현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주심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린 것 같네요. 골이 아닙니다.”
그렇게 판정이 끝나기 무섭게 위고 요리스는 주변에 공을 주려고 살펴보다가 누군가를 보고 길게 공을 찼다.
“위고 요리스 골키퍼 공을 길게 찹니다. 선더랜드 선수들 잠시 골 판정을 가지고 항의를 하다가 수비 복귀가 늦었는데요. 이러면 토트넘에서 찬스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위고 요리스 골키퍼가 찬 공은 손홍민의 앞공간을 향해 날아갔고, 손홍민은 공을 보고는 속도를 올려 공을 잡기 위해 뛰었다.
그리고
“손홍민 선수와 김가람 선수가 경합을 벌이며 달려갑니다.”
허허헉!!
허허헉!!
가람과 손홍민은 서로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웠고, 속도 경쟁을 붙었다.
거의 비등한 속도 경쟁이었지만, 가람은 능숙한 몸싸움으로 어깨를 먼저 밀어 넣어 유리한 위치에서 손홍민을 압박했고 손홍민은 가람의 능숙한 몸싸움에 당황했지만 크게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약간의 차이가 공이 떨어지는 순간 가람이 공을 차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김가람 선수! 손홍민 선수와의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고 공을 얻어냅니다.”
손홍민은 바로 수비를 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었고, 가람은 그런 손홍민을 등진 뒤 다가오는 기성룡에게 패스를 하는 척 다리를 들었다.
오늘 경기에 가람은 자신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꼭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찬스를 만들어주는 플레이를 했기에 손홍민은 기성룡에게 패스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기성룡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때
휘리릭~~
가람은 순간 공을 주는 척하면서 토트넘의 진영으로 방향을 바뀐 후 손홍민을 제쳐버렸고, 가람의 단 한 번의 페이크 동작에 속은 손홍민은 가람의 등을 보며 쫓을 수밖에 없었다.
공을 드리블 하고 있지만 가람은 엄청난 속도로 전진했고, 손홍민도 따라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둘의 차이는 유지되고 좁혀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가람은 손홍민의 견제 속에서 하프라인을 뚫고 들어가며 골대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