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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94화 (95/319)

94화 FA컵 결승전 토트넘전[5]

하프 타임 선더랜드 라커룸

후반 경기에 들어가기 위해 가람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박지석은 가람에게 다가와 다른 선수들이 듣지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그것도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오늘 경기 지금까지 내가 지시한 전술적인 움직임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번 경기는 내 전술만으로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생각지 않은 박지석의 고백에 가람은 놀랐고, 그런 모습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박지석은 말을 이어갔다.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경기 결과를 만드는 건 선수 자신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고 플레이 하는 게 좋다. 지금 모두에게 전술의 실패에 대해 말할 수는 없지만 너한테는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경기가 계속한다면 후반전에 동점 상황이 될 거다. 수많은 공방전이 이어질 거고, 연장전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연장전은 결코 우리편이 아니지.”

선더랜드가 챔피언 쉽에서 무패우승을 한다고 해도, 토트넘은 지난 챔스 준결승까지 오른 팀이었다.

두 팀이 가지고 있는 스쿼드의 질은 어쩔 수 없이 차이가 나는 걸 인정하는 박지석의 말에 가람도 그게 무슨 뜻인 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람이 이해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박지석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경기를 잘 풀어 앞서 나간다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만약 내가 예상한 대로 경기가 동점 상황으로 된다면 그때는 아니 그 시점보다는 후반전 끝에는 내가 내린 전술적 지시보다 네가 잘 하는 플레이를 해라.”

“알겠습니다. 감독님.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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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헉 허헉!!

가람은 개인기를 통해 손홍민을 따돌리려고 시도했지만, 손홍민은 개인기에 속지 않고 꾸준히 가람을 견제하며 따라 붙었다.

결국 손홍민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가람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왼쪽 꼭지점으로 약간 방향을 틀어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토트넘 수비진은 수비 라인을 뒤로 미루고, 토트넘의 중앙 미드필더인 무사 시소코는 어느새 나타나 손홍민과 함께 협력 수비를 하기 시작했다.

“김가람 선수!! 오른쪽에는 손홍민 선수, 왼쪽에는 무사 시소코 선수와 경합을 벌이며 골대를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김가람 선수의 움직임에 중앙에는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그 반대편에는 던컨 왓모어 선수가, 그리고 김가람 선수 뒤에는 오비 에자리아 선수가 대응하고 있는데요. 여기서는 동료와의 연계를 통해 활로를 여는 게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김가람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생각하면 토트넘의 선수들은 김가람 선수를 마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가람 선수의 패스를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사 시소코는 자신과 손홍민의 경합에도 흔들리지 않고 페널티 에어리어쪽으로 과감하게 접근하는 가람을 어떻게든 막기 위해 손을 뻗어 가람의 유니폼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타탓!!

등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가람은 자신의 유니폼을 잡으려고 하는 무사 시소코의 손을 쳐내더니 드리블로 공을 잡고 갑자기 멈췄다.

그 순간 가람을 마크 하던 손홍민과 무사 시소코는 자동차가 급브레이클을 잡으면 순간 앞으로 쏠리는 것처럼 몸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손홍민과 무사 시소코가 중심이 흐트러지고, 다시 균형을 잡으려는 순간 가람은 다시 한 번 속도를 내서 앞으로 전진했고, 짧은 순간의 차이로 손홍민과 무사 시소코는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김가람 선수의 페이크에 손홍민 선수, 무사 시소코 선수가 무너집니다. 하지만 패널티 에어리어에는 이미 토트넘의 수비 선수들이 포진해 있거든요.”

“그렇죠. 이대로 들어가기보다는 다른 선수들을 이용하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가람도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지 않고 그대로 전진해서 골라인까지 접근했다. 무사 시소코와 손홍민의 수비가 벗겨지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벤 데이비스의 수비 커버가 들어왔다.

손홍민과 무사 시소코도 벤 데이비스가 수비에 들어가자, 굳이 가람을 압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패널티 에어리어로 들어와 선더랜드의 공격 자원들이 차지할 만한 공간을 미리 선점하며 지역 방어를 펼쳐다.

그때

타타탓!!

“김가람 선수 골라인을 바로 옆에 두고 골대를 향해 접근합니다.”

“하지만 저 상태에서는 슈팅 각도는 전혀 나오지 않거든요. 아마도 저렇게 접근하다가 패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하는 다른 동료들에게 공을 연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재현의 예상은 단순히 혼자의 생각으로 그치지 않았고, 경기를 보는 관중들이나 토트넘의 수비진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 경기만 봐도 다른 선수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계속 해왔던 가람이었기에 다들 그럴 거라고 예상한 것은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람의 접근에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주변에 있는 토트넘 선수들에게 크게 외쳤다.

“지역 커버!! 뒤에서 오는 녀석들 잡아!!”

위고 요리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람은 골라인에서 올라가던 중 공을 툭 차서 골문을 볼 수 있는 각도로 나왔다.

생각지 않은 가람의 움직임에 벤 데이비스도 놀라 가람을 따라 옆으로 나오며 막아 섰다.

하지만 같은 한 걸음이지만, 가람의 보폭은 더 크고 속도도 벤 데이비스보다 더 빨랐다. 옆으로 이동하는 드리블의 민첩한 움직임은 벤 데이비스가 따라갈 수 없었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 가람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가람은 거의 쓰러지듯 급격히 방향을 바꾸면서 몸을 날려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뻐어엉!!

벤 데이비스가 따라갈 수 있는 공간과 얀 베르통언이 커버로 들어오는 공간 사이에 좁은 빈틈이 있는데 가람이 찬 공은 사람 한 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는 그 빈틈을 관통하여 정확하게 뻗어나갔다.

그리고 생각지 않은 슈팅 소리에 위고 요리스 골키퍼는 뒤늦게 반응했지만, 이미 공은 자신의 머리 위를 지나 골망을 갈랐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오올!!! 후반전 35분에 김가람 선수!! 골라인에서 스스로 각도를 만들어내서 벤 데이비스 선수와 얀 베르통언 선수 사이 공간에서 강한 슈팅을 때려서 그대로 토트넘의 위쪽 골대에 꽂아 넣습니다.”

“대단합니다. 놀랍습니다. 다른 선수들도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했었을 겁니다. 같은 팀인 선더랜드 선수들도 패스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순간 모두의 허를 찌르고 다시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김가람 선수의 놀라운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진 골입니다. 놀랍고 대단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서 배선재가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사실 김가람 선수가 골라인을 타고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크로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중앙에 올리비에 지루 선수와 반대편에 있는 던컨 왓모어 선수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김가람 선수는 여기서 방향을 직접 바꾸고 골 각도를 만들어 골을 만들었습니다. 간혹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질타가 쏟아지고 팬들은 욕을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플레이를 골로 마무리 짓는 김가람 선수라면 앞으로도 계속 욕심을 부려도 될 것 같습니다.”

가람은 골을 넣는 순간, 균형을 잃으며 쓰러졌다.

그 후 들려오는 골망을 가르는 소리에 골이 터졌다는 걸 알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이미 역전골에 흥분한 올리비에 지루가 가람을 덮쳤고, 뒤이어 선수들이 가람을 덮치기 시작했다.

토트넘 골대 앞에서 선더랜드 선수들로 이루어진 인간 샌드위치에 가람은 살려 달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깔려 있어야만 했고, 흥분한 선더랜드 선수들이 이성을 되찾은 후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단순한 한 골이었지만 양 팀이 30여 분간 힘들게 골을 넣기 위해 경합을 벌이던 중 터진 골이었기에 의미가 더욱 컸다.

토트넘의 선수들 중 몇 명은 고개를 숙였고, 사기는 많이 떨어진 듯 했다.

이 모습을 본 무리뉴는 선수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지만, 크게 효과는 없는 듯했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토트넘의 공을 시작되었고, 토트넘의 선수들은 다시 공격적으로 나서기는 했지만 서로에게 패스를 하면서 약간 호흡이 맞지 않기 시작했고, 종종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토오옹~~

“아.. 루카스 모우라 선수! 힘이 빠졌나요? 여기서 공을 잡지 못하다니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토트넘 벤치에서는 교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친 선수들을 교체하고 후반 막판에 어떻게든 힘을 실어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해리 윙크스 선수, 델리 알리 선수, 라이언 세세뇽 선수가 나오고, 에릭 다이어 선수, 탕기 은돔벨레 선수, 루카스 모우라 선수가 빠져나갑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85분, 추가 시간까지 포함해 남은 10분 정도의 시간에 토트넘은 몰아 붙일 것으로 보입니다.”

터치 라인에서 맥스 파워의 스로인을 받은 기성룡이 공격을 이어가려고 할 때 델리 알리가 다가와 뒤에서 거친 몸싸움을 걸어왔고, 생각지 않은 몸싸움에 기성룡은 쓰러지게 되었다.

하지만 주심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고, 델리 알리는 공을 잡고 나서 그대로 오른쪽에서 뛰어 들어가는 라이언 세세뇽에게 공을 연결했다.

“여기서 기성룡 선수의 공을 거칠게 가로챈 델리 알리 선수의 패스가 라이언 세세뇽에게 연결되었습니다. 선더랜드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습니다. 집중해야죠.”

“라이언 세세뇽 선수의 움직임에 맞춰 해리 케인 선수와 손홍민 선수가 선더랜드의 골문을 향해 달려듭니다.”

라이언 세세뇽은 브라이언 오비에도를 앞두고 스피드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그대로 뚫고 나갔다. 골라인을 앞두고 거의 넘어질 듯 방향을 바꾸면 패널티 에어리어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정확하게 해리 캐인과 김만재가 경합하고 있는 공간으로 떨어졌고, 김만재는 해리 케인에게 기회를 줄 수 없다는 듯 사력을 다해 경합을 벌인 결과 먼저 머리에 공을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토오옹!!

“김만재 선수의 헤딩 클리어링!! 하지만 세컨볼을 잡은 건 손홍민 선수입니다.”

어느새 나타난 손홍민에 선더랜드 선수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손홍민은 발을 들어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가자, 선더랜드 선수들은 그 순간 모두 실점을 생각했다.

그때

촤르르르~~~

손홍민을 주시하고 있던 가람이 손홍민의 앞공간을 자르며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태클로 슈팅 각도를 전부 막아버렸다.

만약 여기서 손홍민이 슈팅을 한다면 공이 자신의 몸을 맞고 골라인 아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가람은 자신의 수비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때

토오옹~

뻐어엉이 아닌 토오옹~ 이라는 불길한 소리에 가람의 등골은 오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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