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99화 (100/319)

99화 친선 대회 합숙[3]

“갑자기 잉글랜드 왜?”

“왜긴 왜겠어?”

“뭐야.. 너 설마?”

가람은 순간 이강운의 플레이 스타일을 생각해봤다.

공격형 미드필더자원으로 중앙 뿐 아니라 왼쪽, 오른쪽에서도 뛸 수 있는 멀티 포지션 자원이었다.

‘박지석 감독이 좋아할 만한 자원이기는 해.’

박지석은 기본적으로 한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선수보다 전술의 유연성을 위해서 여러 가지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를 선호했다.

그 덕분에 강승연의 삶에서 클럽에는 스트라이커 포지션만 뛰겠다고 고집을 피운 게 가능했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박지석 감독의 요구로 여러 가지 포지션을 경험해봐야 했고, 그 경험이 점점 쌓이며 결국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가람은 이강운이 이번 시즌에 선더랜드로 입단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환영의 말을 꺼내려는 찰나에 가람의 머릿속에 해리 네쳐의 모습이 떠올랐다.

‘잠깐.. 해리 네쳐는 이미 다음 시즌에 영입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해리 네쳐와 이강운의 룰은 겹친다고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해리 네쳐는 특유의 더티 플레이와 거친 몸싸움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 뿐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나 더 밑에서도 활약이 가능했다.

엄연히 둘을 비교했을 때 해리 네쳐가 좀 더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었고, 둘 다 영입하면 좋겠지만, 발렌시아가 이강운을 헐 값에 팔 것은 확실히 아니라는 건 지난 여름 이적 시장 때도 알려진 상황이라 가람은 순간 말을 멈췄다.

그리고 가람이 말을 이어가지 못하자, 그 모습을 본 이강운이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다음 시즌부터는 우승을 두고 싸우게 될 거야.”

“그 말은 너 설마?”

“뭐야. 너 벌써 눈치 챈 거야? 그럼 재미 없는데..”

이강운의 말을 듣고 가람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FA컵 결승전이 끝날 때 들었어, 손홍민 선배가 레알 마드리드로 간다는 이야기 말이야. 손홍민 선배가 계속 토트넘에 남는다면 토트넘 구단에서 우리 대표팀의 편의를 봐주는 게 이해는 가지만, 떠나는 마당에 그럴 필요는 없지. 살짝 의아하기는 했는데 네 말을 들으니 알 것 같다. 축하한다. 이렇게 좋은 훈련장에서 앞으로 좋은 선수들과 훈련하게 되니 말이야.”

그 말에 이강운이 멋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살짝 기분이 이상하다. 나 사실 알고 있거든.”

“뭐를?”

“무리뉴 감독님이 나보다는 너를 더 원하셨다고 했어.”

“나를?”

생각지도 않은 말에 가람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자, 이강운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뭐야. 그 표정은 전혀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표정이네. 그렇다고 네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토트넘으로 이적할 건 아니지 않아?”

“그야 그렇지.”

가람은 사실 이번 휴가가 시작되자마자, 수많은 팀들의 오퍼를 받았고, 김하늘에게 거절해 달라고 모든 오퍼를 거절했다.

그런데 그 중에 토트넘의 오퍼가 있었다는 건 몰랐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알았다고 해도 선더랜드를 버리고 이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가람의 말을 들은 이강운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 형님이 잉글랜드에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어떻게? 정말 알고 싶어?”

“당연하지. 내가 토트넘에 온 건 손홍민 선배를 이어서 토트넘의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니까.”

이강운의 말에 가람은 순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강운과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결국 가람과 이강운은 이제 리그에서 경쟁을 하는 관계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선수에게 팀에 적응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순수함과 적극성이 마음에 든 것이었다.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가람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녀석.. 아주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 같은데.”

“당연하지. 다음 시즌에는 토트넘을 이끌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4위를 해서 다음 시즌에는 손홍민 선배가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붙을 거야.”

“응. 그건 안돼. 내가 할 거야.”

“뭐야!!”

이강운이 귀엽게 인상을 쓰며 말하자, 가람은 웃음이 터졌고, 그렇게 둘은 티격태격했다. 그리고 이미 둘이 이야기를 할 때 김만재와 권윤성은 가람의 눈치를 살피며 빠져나와 훈련장에서 도망가려고 했다.

그때

“선배님들!! 아직 훈련 안 끝났어요. 가시면 안 돼요.”

가람의 말에 김만재와 권윤성은 인상을 쓰며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왔고, 4명은 둘둘 짝을 지어서 훈련장을 뛰며 마무리 훈련을 시작했다.

그렇게 마무리 훈련이 시작되자, 생각보다 잘 따라오는 이강운을 보며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가람이 입을 열었다.

“집은 구했어?”

“친선 대회가 끝나고 구할려고. 이제 성인이니까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 않고 혼자 살려고 하는데 왜?”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는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 게 좋아. 부상이라도 당하면 누군가 보살펴줄 사람도 필요하고, 은근히 한국 음식이 그리울 거야.”

“흥 뭐냐? 벌써부터 부상이라도 당하라는 거냐?”

“잉글랜드 그것도 최상위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야. 이 리그에서 부상 없이 시즌을 보낼 선수는 몇 명이나 될 것 같아? 다들 자잘한 부상이라도 달고 경기에 임한다고. 그리고 자잘한 부상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는 법이고..”

거기까지 말을 했을 때 뒤에서 권윤성이 김만재에게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만재 선배. 저 녀석 이제는 동갑 친구한테도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아요.”

“쉬잇! 조심해! 다음 타겟이 되기 싫으면.. 조금 떨어져서 뛰도록 하자.”

그 말은 들은 가람은 순간 욱했지만,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한테 조언을 하고 잔소리를 하는 성격이었나?’

강승연 삶에서의 자신을 돌이켜 봤을 때 그런 인물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나마 월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좋은 동료를 얻으려고 친구 놀이를 했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그들과 어울리는 게 귀찮아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보면 확실히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축구에 집중해 다른 일들을 신경 못 쓰는 부분은 있지만, 캐서린과 알렉스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팬들의 싸인 요청이나 사진 요구에도 서슴없이 받아주었다.

심지어 뒤에서 살짝 떨어져서 뛰고 있는 김만재와 권윤성과의 아침 훈련에도 그 둘이 더 잘 할 수 있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내가 변한 건가?’

어쩌면 강승연의 삶에서 봤던 김가람 감독의 인격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잘 생긴 얼굴만큼 착하고 정직한 인품, 그리고 따뜻한 배려까지 자신과는 정반대의 인물이 바로 김가람 감독이었다.

그리고 지금 가끔 자신이 반항심이나 반골 기질이 나올 때면 제동을 거는 그 기분도 그런 영향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기려는 순간 이강운이 입을 열었다.

“그럼 네 말은 결국 가족과 함께 살라는 거야?”

“아. 그래. 아무리 적응을 마쳤다고 해도, 가족만큼 너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지. 그리고 혹시 너 여자친구 있냐?”

“뭐야!! 내가 너만큼 잘 생기지 못했다고 여자친구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내가 이래 보여도 발렌시아에서 얼마나..”

발끈 흥분하는 이강운을 보며 가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없군. 없어.”

“아니야!! 있..”

있다고 말하려는 이강운을 가람이 뚫어져라 쳐다보자, 이강운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크흠.. 난 말이야. 손홍민 선배가 멋있다고 생각해. '연애는 나중에 은퇴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멋지지 않냐?”

“그건 손홍민 선배니까 가능한 거고, 너는 그냥 연애고자인 거고.”

“아니야. 그게 아니야.”

“여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정말 적응하고 싶으면 손홍민 선배처럼 행동하는 게 좋을 거야.”

“연애하지 말라는 거야?”

“그것도 포함되어 있지. 정확하게는 그뿐 아니라, 선수들하고 어울려서 클럽이나 파티에 참가하지 말라는 거야. 물론 게임도 마찬가지.”

“완전 빡세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 그리고 혹시 집을 아직 못 구했다면 프리시즌 전에 우리 집에서 잠시 머물면서 훈련할래?”

그 말에 뒤에서 듣고 있던 권윤성이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물었다.

“가람아. 훈련이라니? 친선 대회 끝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만재 선배님은 이번에 손홍민 선배님이랑 같이 병역 문제를 해결하려고 군대 입대하셔서 거기서 몸관리 하신다고 했으니 괜찮지만, 윤성 선배는 안 돼요.”

“아니.. 나는 왜?”

“왜라뇨? 거의 폭식에 가까운 생활을 하시면서 한국에 가시면 어떻게 관리하시려고요?”

“아니. 저기 가람아 아니 선생님. 그래도 사람이라는 게 휴가 때는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대신에 내년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뛸 때 박지석 감독님의 선발 명단에 들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지 마시고요. 얼마 전에 피카요 토모리랑, 제이크 클라크숄더가 나한테 아침 훈련에 뭐하냐고 물어봤거든요. 저야 훈련 파트너 구하는 건 쉬운 일이니 말이죠.”

그 말에 권윤성은 휴가를 맞이하기 전 피카요 토모리와 제이크 클라크숄더가 가람에게 다가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던 것이 기억났다.

“아!! 그때 그 이야기를 한 거였어?”

“네. 맞아요.”

그 말에 권윤성은 자신의 휴가가 그렇게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가람의 말을 무시하고 한국에 가서 신나게 놀고 먹는 방법도 있겠지만, 문제는 지금까지 이어온 훈련을 통해 챔피언쉽에서 밀리지 않는 수비를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아침 훈련이 아니라 그 훈련이 끝난 후 가람의 돌파를 막는 훈련도 중요했다.그 훈련을 하면서 권윤성은 자신이 놀랄 정도로 수비 능력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가람도 자신들과의 훈련을 통해 성장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프리미어 리그의 정상급 수비수들과 겨뤄서 골을 넣을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런 가람과 꾸준히 훈련을 한다면 결국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통하는 선수가 된다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권윤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신 일주일만 다녀오자. 할머니 생신이란 말이야.”

“알겠어요. 사실 더 있으셔도 상관은 없어요. 저도 다른 훈련 파트너를 구하면 되니까요.”

“알겠어...”

그렇게 말 몇 마디로 방탕한 권윤성의 휴가 계획을 망쳐버린 가람은 김만재에게 말을 걸었다.

“만재 선배님은 이미 피지컬 코치님하고 이야기 하셔서 훈련 프로그램을 받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좀 부족한 게 있으시면 편하게 말하세요.”

“그래. 안 그래도 너한테 물어볼게 있어.”

가람의 나이랑 상관없이 김만재와 권윤성은 가람이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아침 훈련할 때의 모습과 박식한 지식에 이미 상당히 기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낯선 장면을 보며 이강운은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강운에게 훈련에 참가할 것인지 물어보려는 찰나에 훈련장 입구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어라? 왜 저기에?”

가람은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속도를 높여 입구를 향해 뛰어갔고, 나머지 인원들은 순간 이것도 훈련의 일환이라고 착각해 전력질주로 가람을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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