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친선대회 이집트전[2]
가람은 모하메드 살라의 뒤에서 태클을 걸었지만, 확실히 공만 터치할 자신이 있었고, 그럴 능력도 있었다.
촤르르르~~
자신이 생각해도 완벽한 타이밍에 들어간 정확한 태클!
모하메드 살라보다 긴 다리로 이제 공을 쳐내서 골라인 바깥으로 보내면 아까 모하메드 살라에게 벗겨진 빚도 갚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타타탓!!
모하메드 살라는 슈퍼카가 정지 상태에서 순간에 최고 속도를 내는 것처럼 가람의 태클이 지척에 다가오기 전에 움찔거리더니 속도를 올려 가람의 태클 범위에서 벗어났다.
“모하메드 살라 선수! 가람 선수의 태클을 피해냅니다. 꼭 뒤에 눈이라도 달린 것 같은 모습입니다.”
“바로 저 모습이죠. 지난 시즌에 리버풀의 우승을 이끈 모하메드 살라의 장기인 속도가 다시 한 번 이곳에서 빛을 냅니다.”
모하메드 살라는 태클을 하고 쓰러진 가람을 뒤로 한 채 그대로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가람의 태클을 피하면서 생각지 않게 거리를 벌리게 되어서 패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 공간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는 골라인 앞에서 중앙을 보면서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모하메드 살라의 크로스는 정확하게 이집트의 공격수 마르완 모흐센에게 날아갔다.
토오옹!!
마르완 모흐센은 정확한 타이밍에 올라 이마에 공을 맞출 수 있었고, 공은 대한민국의 골대 오른쪽 상단을 향해 날아갔다.
터어엉!!!
“아!! 마르완 모흐센 선수의 헤딩이 골대를 맞춥니다.”
“아쉽네요. 이집트로서는 좋은 기회를 날렸습니다. 한국은 지금처럼 모하메드 살라 선수에게서 많은 찬스가 나오니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모하메드 살라 선수가 뛰는 팀이 이집트 국가대표가 아니라 리버풀이었다면 호베르투 피르미누 선수가 마무리를 잘 해주었을 텐데요. 모하메드 살라 선수에게는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입니다.”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 나가자, 마르완 모흐센은 모하메드 살라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올렸고, 모하메드 살라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가람을 보며 모하메드 살라가 입을 열었다.
“좋은 움직임이야.”
“고마워. 하지만 더 좋은 움직임을 보여줄 테니 기대하라고.”
모하메드 살라는 생각지 않은 가람의 패기로운 답변에 웃음으로 화답하며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지난 FA컵 결승 때 받았는데 아직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를 사용했다.
미분배 포인틑 50포인트.
90에서 95까지 스탯 1을 올리는 데 4개의 포인트가 필요한데 가람은 20포인트를 투자해 몸싸움을 95로 올렸다. 그리고 95에서 스탯 1을 올리는 데 6포인트를 필요하니까 나머지 30포인트로 민첩을 100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때
|몸싸움 90 -> 95|
[스탯 99부터는 50개의 포인트로 1 스탯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헉!!’
스탯을 100으로 올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된 가람은 계획을 바꿔야 했다.
‘제길.. 민첩을 올려서 행동을 빠르게 가져가려고 했는데...’
가람이 스탯을 어떻게 분배할까 고민하려고 할 때 대한민국의 골키퍼 조현웅이 볼보이에게 공을 받아 멀리 차지 않고 가까이 있는 가람에게 연결했다.
공이 자신에게로 오자, 가람은 포인트 분배를 뒤로 하고 공을 잡고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김가람 선수 공을 몰고 앞으로 나옵니다. 이제 하프라인 근처까지 도달했는데요. 여기서 어떻게 공격을 전개할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가람은 공을 미드필더인 권창우에게 연결하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공이 권창우에게 연결되자 이집트 선수들은 권창우를 마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때
토오옹!!
“권창우 선수의 센스 있는 리턴패스! 김가람 선수의 앞으로 재치 있게 공을 보냈습니다.”
권창우의 리턴패스가 가람의 앞공간에 떨어지자 가람이 공을 잡고 가람의 앞공간에 있던 손홍민은 그와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가며 이집트 수비 라인를 현혹시켰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공격작업이 시작되려는 순간 이 흐름을 미리 읽고 있었다는 듯 모하메드 살라가 가람에게 다가와 속도에 힘을 실어 강하게 어깨 싸움을 걸었다.
단순히 어깨싸움이 아닌 다소 거친 몸싸움이었는데 이건 파울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 공격 작업의 흐름을 끊어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투우웅~~
순간 모하메드 살라는 자신이 타이어에 어깨 박치기를 한 것처럼 충격과 함께 튕겨져 나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비등비등한 몸싸움과 피지컬을 가지고 있던 가람이었기에 속도까지 실어서 달려든 것이었는데 결과는 자신의 예상과 달랐다.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 선수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는 듯 주심은 양손을 위로 올리며 어드벤티지를 적용하며 경기를 속행시켰다.
“김가람 선수!! 모하메드 살라 선수와의 경합에서 이겨냅니다.”
“방금 전 모하메드 살라 선수의 어깨 싸움은 다분히 파울성 몸싸움이었는데요. 김가람 선수가 이걸 이겨내고 찬스를 만듭니다.”
그렇게 가람이 모하메드 살라와의 경합을 이겨내는 순간 손홍민는 빠른 움직임으로 오른쪽 수비와 중앙 수비수 사이의 하프 스페이스 공간으로 치고 들어갔고, 가람은 그 공간을 향해 정확하게 공간 패스를 찔러주었다.
뻐어엉~~~
흡사 슈팅처럼 강력한 패스는 공중에 뜨지 않고, 바닥에 딱 붙어서 날아갔고, 게임 속에서나 나올 법한 정확한 거리재기로 손홍민이 아슬아슬하게 수비 라인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을 수 있는 공간에 떨어졌다.
그리고 손홍민은 패스를 받는 순간 뛰어난 퍼스트 터치와 간결한 움직임 속에서 잔발을 통해 자신의 스탭을 정리한 후 슈팅을 가지고 갔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오오올!!!! 전반 15분, 대한민국의 선제골이 터집니다. 단 한번의 찬스를 그대로 골로 연결 시키는 손홍민 선수!!”
“지금 골은 손홍민 선수의 멋진 마무리도 칭찬할 수 있겠지만, 그전에 김가람 선수의 패스가 정확하게 오프 사이드 트랩을 뚫고 손홍민 선수에게 연결되었거든요. 지난 FA컵 결승에서도 봤지만 김가람 선수의 찬스 메이킹 능력은 정말 뛰어납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김가람 선수가 찬스 메이킹 능력만 뛰어난 건 아니거든요. 오늘 경기에 김가람 선수의 전매특허인 중거리 슛도 기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골이 터지자, 손홍민은 양손의 검지 손가락을 펴서 가람을 가리키며 가람에게 뛰어갔다. 그리고 가람 앞에 도착한 손홍민이 말했다.
“내가 알려준 거 기억하고 있지?”
“그럼요.”
가람과 손홍민은 악수를 한 후 미리 약속한 동작을 함께 했고, 마지막에는 크게 웃은 후에 포옹했다.
“김가람 선수, 손홍민 선수의 멋진 세레머니입니다. 언제 저런 합을 맞췄나요? 정말 멋진 모습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그림을 원했습니다. 이전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왠지 손홍민 선수가 혼자 분투하다가 집중 마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을 들었는데요. 손홍민 선수가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줄 만한 선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후방에서 완벽한 지원자인 김가람 선수가 손홍민 선수의 입맛에 맞는 패스를 뿌려줍니다.”
그렇게 가람과 손홍민의 세레머니가 끝나기 무섭게 대한민국의 다른 선수들이 다가와 합류해 골을 축하했다.
그리고 그 골을 본 모하메드 살라는 주변 동료들에게 박수를 치며 격려를 하고 할 수 있다는 듯 크게 소리쳤다.
“경기 전반 15분에 손홍민 선수의 선제골 이후로 경기는 약간 소강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렇죠. 전반 초반에 모하메드 살라 선수가 김가람 선수를 손쉽게 제압하고 골 찬스를 만들었지만, 그 후 김가람 선수가 모하메드 살라 선수를 밀착 마크하면서 모하메드 살라 선수에게 기회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갔고, 전반 40분쯤 되었을 때 공은 모하메드 살라에게 연결되었고, 모하메드 살라에게 공이 오자 가람은 밀착 마크하며 모하메드 살라를 압박했다.
“제길..”
모하메드 살라는 가람의 다소 과격한 밀착 마크에 공을 제대로 간수하기 힘들었고, 공을 다시 뒤에 있는 미드필더진에게 돌리고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오른쪽 윙어 자리에 있던 모하메드 살라가 왼쪽으로 움직이고, 라마단 소비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가람은 권윤성을 보며 소치쳤다.
“윤성 선배 스위칭!!”
벤투 감독은 가람에게 그런 권한을 주지 않았지만, 모하메드 살라를 마크하기 위해 가람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가람의 말에 흡사 코치가 지시한 것처럼 권윤성도 자리를 바꿔 라마단 소비를 마크하기 위해 왼쪽을 위치했다.
설명은 길었지만, 선수 네 명의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가람과 모하메드 살라의 거리가 약간 벌어지자, 이집트의 중앙 미드필더인 무함마드 엘네니가 모하메드 살라에게 공을 정확하게 연결했다.
그리고 공을 받자마자, 모하메드 살라는 가속했고, 그 순간 가람도 뒤따라가 모하메드 살라를 쫓았지만, 모하메드 살라의 압도적인 스피드에 가람은 모하메드 살라의 뒤통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차이를 확실한 찬스로 만들어주는 압도적인 스피드에 가람은 놀람과 동시에 따라잡지 못하는 것에 스스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가람이 뒤에서 쫓아오면서 모하메드 살라는 자신의 장기인 속도 조절을 할 여유는 없었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모하메드 살라 선수!! 김가람 선수의 수비를 따돌리고 그대로 치고 올라갑니다.”
“김가람 선수는 끈질기게 따라잡으려고 하는데요. 어떻게든 속도를 올려서 어깨를 집어넣고 경합해야죠.”
말은 쉽지만 딱 종이 한 장 차이로 따라잡지 못하는 그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중앙 수비인 김만재가 모하메드 살라를 막아서면서 그나마 모하메드 살라의 속도는 줄어들었다.
하지만
타타탓!
속도를 줄이는 척 하면서 모하메드 살라는 드리블 방향을 바꾸었고, 순간 생각지 않은 강약 조절에 김만재의 스탭은 꼬였고, 가람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순간 중심을 잃고 모하메드 살라에게 제쳐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 알고 있는 수법이었지만,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순식간에 두 명의 수비를 무력화 시킨 모하메드 살라는 간결한 자세로 슈팅을 이어갔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고오오오올! 전반 42분에 모하메드 살라 선수의 동점골이 터집니다!!”
“그렇죠. 전반 동안 가람 선수에게 묶인 모하메드 살라 선수였는데요. 자리 스위칭을 통해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공격을 할 때 프리롤을 부여 받은 살라 선수가 할 수 있는 플레이였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끝까지 막으려고 했지만, 아쉽습니다.”
골을 넣은 모하메드 살라는 어퍼컷 세레머니를 하고 동료들과 어울려 골을 축하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가는 중에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좋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 보여 줄 수 있겠어?”
“걱정하지 말라고. 깜짝 놀라게 해줄 테니깐.”
김가람의 말에 모하메드 살라는 다시 한 번 웃어보이고는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람은 남은 포인트의 분배에 대해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