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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05화 (106/319)

105화 친선대회 이집트전[4]

촤르르르~~~

이집트 골키퍼 모하메드 바쌈은 골망을 가르는 공을 뒤늦게 쳐다볼 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올!!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골을 넣어버리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후반전 3분에 골을 기록합니다. 이걸로 친선 대회이기는 하지만, 국가대표 데뷔전에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와.. 김가람 선수가 패스를 할 줄 알았던 이집트의 허점을 완벽하게 노렸습니다. 전반에는 하프 라인까지 올라오기는 했지만, 패스를 통해서 골을 만든 김가람 선수였는데요. 이번에는 직접 공을 몰고 올라와서 골까지 만들어냅니다.”

가람은 골을 넣은 순간 자신의 전매 세레머니인 만세 세레머니를 한 후 동료들과 어울려 즐거워했다.

그리고 이승운은 가람이 골을 만드는 전과정을 보고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천재..’

터치라인 뒤에서 몸을 풀다가 가람을 본 건 마르완 모흐센 선수를 제치고 터치라인에서 공을 몰고 올라올 때부터였다.

처음에는 그냥 거기서 터치라인을 타고 올라가다가 아까처럼 손홍민에게 패스를 할 줄 알았다.

이미 김가람의 패스 실력은 전반에서 봤기에 그런 플레이를 또 다시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집트 선수들도 이승운처럼 패스할 거라고 예측해 자신의 위치에서 지역 방어를 하며 각자의 수비 지역으로 들어오는 대한민국 선수들을 견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승운은 별반 다를 것 없이 패스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람은 거기서 돌진했고, 그리고 마크를 하려고 달려든 모하메드 살라가 다가오는 걸 봤다.

‘역시 모하메드 살라야.’

모하메드 살라가 가람에게 몸싸움으로 통하지 않자, 속도를 조절해 완벽한 타이밍에 공을 뺏으려고 하는 듯 했다.

이승운은 가람을 막기 위해서라면 자신도 저렇게 막았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가 가람에게 다가오는 순간 왠지 모르겠지만, 이승운은 모하메드 살라가 된 것 처럼 가람을 막을 생각을 했다.

그때

타타탓!!

모하메드 살라의 속도를 생각하며 스스로 속도를 늦췄다가 다시 재차 가속하는 가람의 모습에 이승운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올린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미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 다른 선수도 아니라 속도라면 일가견이 있는 모하메드 살라를 완벽하게 속인 속도 조절이었다.

그 완벽한 타이밍과 속도 조절에 이승운은 사고가 정지되었고, 그 짧은 순간 가람은 이미 패널티 에어리어를 앞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승운은 가람을 보며 자신이 가람이라면 앞에 뛰고 있는 손홍민에게 패스를 준다는 선택지를 택했다.

황의준에게는 이미 수비가 붙어 있었고, 황희천에게 준다면 패스를 받은 후 황희쳔 스타일로 봤을 때는 바로 슈팅을 가져가지 않고 안으로 파고 들 것이고 그러다가 공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남은 이강운은 자신과 같은 포지션을 두고 경쟁하는 처지였기에 그에 대한 선택지는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여기서는 패스가 정답이지.’

하지만

뻐어엉!!

가람은 절묘한 코스로 공을 찼고,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그 순간 이승운은 어렸을 때 자신이 훈련했던 바르셀로나 훈련장이 떠올랐다. 물론 유소년 훈련장에만 있었지만, 종종 코치들과 함께 1군 훈련을 견학할 기회를 주었는데 그때 지금처럼 자신의 선택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골을 만들었던 선수가 있었다.

‘말도 안된다고..’

그 선수는 한 시대를 풍비했고, 나이가 먹은 지금도 이 시대의 현역 선수 중에서는 그를 따라 잡을 사람은 없었다.

리빙 레전드 메시.

그렇다. 이승운은 인정하기 싫지만 방금 가람의 플레이에서 이승운은 메시를 느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이승운의 마음 속에서는 당시 메시를 봤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이 떠올랐다.

질투.

그래도 그건 메시니깐.. 그러니 이해하며 자신을 달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 김가람은 자신보다 어린 선수였다. 그런 선수에게서 이승운은 질투를 느낀 것이었다.

천재는 스스로 천재인지 모른다.

하지만 천재가 행하는 일에 대해 수많은 이들이 질투와 시기를 보내고, 그런 질투와 시기를 듣고서야 천재는 자신이 행한 것이 대단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두 가지 분류로 갈린다.

자신이 천재라는 걸 인식하고 우월함에 빠져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이들과 자신이 하는 건 당연한 거라며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로 나뉜다.

‘저 녀석은..’

이승운 자신은 전자에 해당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반짝였던 천재성에 기대고 자신의 천재성에 갇혀 지냈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허약한 피지컬과 허세 가득한 개인 플레이에 갇혀 버렸고 성장도 발휘도 못하게 되었다.

점점 자신의 플레이에 환호하는 이들은 없어지고, 천재성이 번쩍이는 플레이보다는 간결하고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하는 걸 원했다.

그렇게 이승운은 그렇게 자신도 평범한 선수가 되었다.

‘제길.. 제길.. 제길...’

이승운은 가람의 플레이를 보며 처음에는 질투와 시기심이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에는 가람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잡을 거라는 호승심도 들었다.

메시라는 멀고 거대한 존재보다 가까이 있고 아직은 작아 보이는 가람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은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들기 무섭게 벤투 감독은 이승운을 불러 전술 지시를 내렸다.

“이승운 선수. 지금 분위기가 좋으니 들어가서 무리한 플레이 하지 말고 훈련한 대로 흐름을 만들어가세요.”

벤투 감독의 지시를 통역해준 김철수의 말에 이승운은 평소처럼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아니라 무언가 결연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갔다.

“후반 13분에 벤투 감독은 많은 선수들을 교체합니다. 기성룡 선수가 나가고 황인보 선수가, 황희천 선수가 나가고 이재선 선수가, 이강운 선수가 나가고 이승운 선수가 들어갑니다.”

“저라면 지금 좋은 흐름을 만든 선수들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 시키겠지만, 친선 대회라 그런지 벤투 감독은 여러 선수들을 기용해 시험해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이런 교체에도 이집트는 교체를 가지고 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죠. 이집트는 사실 지금 나온 선수가 거의 베스트 일레븐이라고 봐도 되거든요. 이집트는 이번 친선 대회에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과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 싶어할 겁니다. 다른 두 팀인 독일과 잉글랜드를 이기는 건 사실상 힘든 일이니 말이죠.”

그렇게 경기에 투입된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을 벤투 감독에게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뛰기 시작했고, 그런 모습을 본 벤투 감독은 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국가대표에 뽑히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고, 그걸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건 감독으로서 상당히 행복한 일입니다.”

벤투 감독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는 김철수는 잘 모르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런가요? 저는 골치만 아플 것 같은데요.”

“하하하. 그렇죠. 통역관님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후반전 23분쯤 되었을 때부터 이집트는 아프리카 팀들의 전형적인 특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자신들이 생각했던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신경질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기는 생각보다 거칠게 풀어나갔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 선수들은 바닥이 뒹굴러야 했지만, 오히려 그런 파울 상황은 대한민국에 좋은 흐름을 만들어 주었다.

삐이익!

“이승운 선수 패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파울을 얻어냅니다.”

“지금의 위치라면 손홍민 선수나 김가람 선수 모두 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프리킥 찬스가 생기자, 손홍민과 가람은 누가 찰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때 파울을 얻어낸 이승운이 끼어들었다.

“홍민이형 제가 차도 될까요? 형은 오늘 골도 넣으셨잖아요.”

“뭐 나는 상관 없어. 그런데 가람이가 좀 욕심을 내는 것 같은데...”

손홍민이 괜찮다는 듯 빠지자, 이승운은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막내야. 이건 내가 찬다. 불만 없겠지?”

가람은 안된다고 말을 하려는 순간 상태창이 나타났다.

[팀의 막내로서 선배 선수의 심부름과 부탁을 들어주며 팀에 적응해라.]

[보상 5포인트]

[패널티: 실패 시 6개월간 스탯이 40% 저하됩니다.]

상태창을 보고 물러나려고 할 때 이번에는 다른 상태창이 나왔다.

[이집트와의 친선 대회에서 3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라!]

[보상 15포인트]

‘아오!! 뭐 어쩌라는 거야?!’

순간 가람은 화가 났지만, 이승운이 만약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성격이라면 좋아할 만한 제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저기 이승운 선배님.”

“왜? 아직도 네가 차고 싶은 거야?”

“그것보다는 제가 선배님께 좋은 골을 찬스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솔직히 가람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끌리지는 않았다.

아까 가람의 골을 보는 순간 가람을 뛰어넘고 싶었는데 그런 가람의 도움을 받는다는 건 내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패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차는 프리킥, 게다가 정면도 아니라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 곳이었고, 직접 골을 만들기에는 다소 거리도 멀었기에 가람의 제안은 솔깃했다.

“골을 만들어준다고?”

이승운은 자신의 불리함과 가람의 패스 능력을 가늠해 결국 가람의 제안을 수락했다.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공을 차는 건 김가람 선수가 될 것 같습니다.”

가람이 준비를 하는 사이에 이승운은 골대쪽 선수들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선배님은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5초를 세신 후에 오른쪽 골대쪽으로 뛰시면 됩니다. 그럼 멋진 패스가 날아갈 겁니다.’

‘내가 키가 작은데 상관 없는 거야?’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공은 골대를 맞고 나갈 테니 그걸 그대로 발로 밀어 넣으시면 골이 될 겁니다.’

이승운은 가람이 말한 대로 공이 자신에게 올 거라는 생각으로 움직였고, 프리킥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삐이익!

그리고

뻐어어엉!!

‘하나, 둘, 셋, 넷~’

이승운은 5초를 센 다음 가람이 알려준 대로 오른쪽 골대 상단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가람이 찬 공은 생각보다 크게 위로 튀어올랐고, 패널티 에어리어 중앙에 모여 있는 이집트 선수들과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이대로 공이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

‘젠장 저 머저리!! 나중에 단단히 한 소리 해줘야겠어.’

이승운은 가람이 공을 잘못 찬 거라고 생각해 속으로 혼내줄 것을 다짐했다.

그때

휘리릭!!

공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며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승운이 있는 곳으로 향해 공이 정확하게 날아왔다.

이승운은 스스로 생각해도 좋은 찬스였고, 여기서는 굳이 발로 공을 터치할 필요 없이 가슴으로 툭 치기만 해도 골로 이어질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의 위치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게 날아왔다. 복부가 아닌 조금 더 아래 위치였다.

‘헉!!’

이승운은 불길한 생각을 들었고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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