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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08화 (109/319)

108화 적극적인 제안[2]

숙소로 돌아온 가람은 혼자 있는 방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승운의 부상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쉽게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서, 의료진과 함께 행동하기로 했고 방을 따로 뺀 것이었다.

‘뭐.. 막상 이렇게 되니 미안하기는 하네.’

사실 프리킥을 찰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정말 거기로 크로스를 받아 골을 넣을 줄은 몰랐다. 남자라면 몸을 빼도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았을 곳으로 공이 갔는데 말이다.

‘뭐.. 나름 근성이 있다는 건가? 어린 꼰대 녀석.’

그렇게 오랜만에 아무도 없이 혼자 지낼 생각으로 침대에 눕는 순간

띵동!

방의 벨소리가 들려오고, 가람은 혹시 이승운이 나간 후 다른 선배가 온 건 아닌지 생각했다.

“네. 나가요.”

가람은 문을 열자, 거기에는 이강운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냐? 형님이 오셨는데 빨리 빨리 움직이지 않고.”

"나 피곤하다. 중요한 일 아니면 돌아가.”

가람이 바로 축객령을 내놓고 보내려고 하자, 이강운이 몸을 비집고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

“야야. 조금만 봐줘라. 지금 내 방에 선배들이 모여서 재미 없는 농담을 주고 받고 있단 말이야. 다행히 기성룡 선배가 나가서 놀라고 나를 보내줬는데 안 그랬으면 거기서 엄청 훈수 들었을 거란 말이지.”

“훈수?”

“그래. 국가대표 데뷔전에서 2골 2개 도움을 올린 누구씨랑 다르게 난 공격 포인트 하나도 기록하지 못해서 말이야.”

“그러게.. 왜 못했어?”

“우씨! 그게 네가 할 소리냐!! 너는 괴물이잖아.”

그 말을 하면서 이강운은 이승운이 쓰던 침대에 폴짝 올라가 누워서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다.

“오래 있지 마라. 나 정말 피곤하니까 말이야.”

“으이구 정말 냉정하기는! 그런데 이 기사 봤어?”

“무슨 기사?”

가람은 이강운이 핸드폰으로 보여준 기사를 봤다.

<김가람 잉글랜드? 대한민국?>

"김가람 선수는 챔피언쉽에서 만 19세의 나이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기록하고,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우승을 이끌었던 차세대 인재라고 불리는 선수다.

현재 대한민국과 잉글랜드 선척적 복수국적자로 되어 있으며 이번 친선 대회에서 대한민국의 소속되어 경기를 치르고 있지만, 잉글랜드 축구 협회에서는 김가람 선수의 뛰어난 재능을 보고 영광스러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인 윌리엄이 이집트 경기를 현상에서 관람하고 큰 관심을 보이며, 김가람 선수의 영입에 직접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윌리엄 협회장은 김가람 선수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일원이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에 대한민국 축구협회는 김가람 선수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으며 전화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그건 선수가 결정할 일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상반되는 양측 축구협회의 입장과 김가람 선수가 아직 대한민국, 잉글랜드 두 국가의 정식 A매치에 뛰지 않은 상황에서 이 차세대 인재가 어느 국가를 선택하게 될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사를 읽은 가람은 순간 한방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인 윌리엄을 만난 지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런 기사가 나왔다는 건 만나기 전에 미리 기사를 준비했거나 아니면 만나고 나서 축구협회장인 윌리엄이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이었다.

‘아니야. 아까 대화를 나눠봤을 때 느낀 대로라면 미리 함정을 꾸밀 사람은 아니었어... 그렇다면 발빠르게 기사를 준비 시켰다는 건데...’

가람에게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윌리엄은 빠르게 준비를 한 것이었다. 게다가 기사에서 밝힌 것처럼 대한민국 축구협회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건 단순히 대중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사를 통해 가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람이 굳은 표정으로 기사를 보자, 옆에 있는 이강운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오지랖인 것 같은데... 나 너랑 같이 뛰는 게 좋다.”

“뭐냐? 징그럽게.”

“에이~~ 그냥 그렇다고.. 물론 이런 것 때문에 네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선택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병역 문제가 있으니 말이야.”

병역.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뛰는 것을 선택하면 군대 가야 하는 의무도 동시에 생길 것이었다.

물론 이전에 강승연으로 살았을 때는 한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선천적 복수 국적자로 잉글랜드 국적을 선택하며 병역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람에게 병역도 크게 문제는 될 것 없었다. 만약 원래 강승연 시절의 실력을 완벽하게 되찾게 된다면 올림픽이건 아시안 게임이건 금메달을 따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게다가 강승연으로 살던 시절보다 지금의 한국 선수들이 더 뛰어났다.

강승연의 삶에서는 유망주가 그리 많지 않아 월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보다 연령 제한이 있는 올림픽 우승이 더 어려웠었다. 그래서 병역 문제는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서야 면제를 받을 수 있었다.

말을 마친 이강운이 눈치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짓자, 가람은 이강운이 왜 자신의 방에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잉글랜드 국가대표가 될까 봐 걱정돼서 살펴보러 온 것이었다.

‘귀여운 녀석.’

왠지 모르게 가람은 그런 이강운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아. 그래. 네 녀석이 귀찮게 구니까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갈까나?”

“뭐야?”

“크크크. 그냥 해본 말이다. 난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지금은 친선 대회가 먼저고 눈 앞에 보이는 독일전이 먼저지. 지금은 그게 최우선이야.”

자신의 일을 꼭 남의 일처럼 이야기 하는 가람을 보며 이강운은 벙찐 모습을 보였고, 가람은 웃으며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렇게 가람이 정말 피곤한 듯 잠을 청하자, 이강운은 잠시 가람의 눈치를 보더니 방 밖으로 나갔고, 사실 잠에 들지 않은 가람은 이강운이 떠나자 상태창을 띄웠다.

김가람 / 나이: 만 19세 / 키 : 182 / 몸무게 : 75 / 주발 : 양발

|개인기 90|, |슈팅 95|, |킥정확도 90|, |드리블 95|, |헤딩 85|, |패스 95|, |태클 90|, |민첩 98|, |체력 90|, |속도 97|, |몸싸움 95|, |위치선정 95|

미분배 포인트 : 20

가람은 모하메드 살라와 경기를 펼쳤을 때 능력 중 민첩을 98, 속도를 97로 올리면서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모하메드 살라 한 선수를 상대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만약 모하메드 살라가 뛰는 리버풀과 붙었다면 아마 이집트전처럼 활약을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붙을 독일을 생각해보면 확실히 돌파구를 만들어낼 능력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가람은 20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때

삐리리 삐리리

방에 있는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가람은 어쩔 수 없이 고민을 뒤로 하고 수화기를 들었다.

“네. 김가람입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포르투갈어가 들려왔다.

“가람이니? 감독이다. 혹시 시간 되면 내 방으로 와주겠나?”

“네 알겠습니다.”

이미 가람이 포르투갈어를 잘 한다는 걸 알고 있는 벤투 감독은 직접 가람에게 전화해서 가람을 자신의 방으로 호출했다. 가람이 방에 도착하자, 다른 스탭들과 같이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벤투 감독 혼자 가람을 맞이했다.

벤투 감독은 가람이 방에 들어오자, 자신의 책상 너머에 있는 의자를 손으로 가리켰고, 가람은 그곳에 앉았다.

“자네가 마테차를 마신다고 들어서 준비했는데 입에 맞는지 모르겠군.”

가람은 이미 준비된 차를 입에 가져다 대서 살짝 마셔본 뒤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입에 맞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그럼 다행이군. 다른 게 아니라 다음 독일전에서 자네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할 생각을 하고 있다네.”

“이번에는 중앙 미드필더군요.”

“하하하. 이건 전술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네. 사실대로 말하면 자네가 이번 이집트전에서 내가 예상했던 거보다 더 좋은 활약을 보였고, 모하메드 살라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걸 보고 감명 받았다고 해야겠지. 지난번 수비 역할을 맡길 때 내가 직접 말하지 못한 건 미안하게 생각한다네. 하지만 이제 자네가 포르투갈어를 할 수 있으니 직접 대화를 하고 싶었어.”

벤투 감독이 솔직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가람도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해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제가 이번에 왜 중앙 미드필더로 뛰어야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다면 더 고마울 것 같습니다.”

보통 아시아 국가의 국가대표 신인 선수라면 감독의 명령에 대부분 순순히 따르고 알겠다고 하겠지만, 가람은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말하는 걸 보며 벤투 감독은 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번 친선 대회에 독일은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 일카이 귄도안, 토니 크루스, 사미 케디라 같은 선수들로 꾸렸지. 모두 좋은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활동량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아. 수비 능력도 그리 좋다고 볼 수 없고. 만약 우리가 그런 약점을 노리고 중원을 차지할 수 있다면 이번 경기에 많은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독일전에서는 너와 수비력이 향상되어 있다고 판단 되는 백승훈 선수가 함께 짝을 이뤄서 선발로 출전 시킬 생각이다.”

“그렇군요. 그럼 저는 저의 수비력과 활동량으로 독일 미드필더들을 괴롭히기만 하면 될까요?”

“아니. 네가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서라고 하는 이유 중에 수비력과 활동량도 있겠지만, 지난 FA컵 준결승과 결승에서 보여주었던 찬스 메이킹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니 기회가 될 때마다 좋은 패스로 찬스를 만들어주기 바란다.”

“지난 경기보다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겠네요.”

“하하하. 그런가? 하지만 왼쪽 윙백으로 나왔을 때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선 걸로 보였는데 말이야. 뭐 결과는 좋았으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겠네. 그래서 어떻게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서 플레이 해주겠나?”

“제가 거절한다면 다른 차선책은 있으신가요?”

그 말에 벤투 감독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네 정도의 스피드와 체력, 수비 능력과 시야 패싱 능력까지 갖춘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자원 중에는 없지. 그래서 부탁하는 거라네.”

“그렇다면 정답은 나왔네요. 제가 중앙 미드필더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아니요. 계속 저를 감독님 계획에 넣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게 가람은 벤투 감독의 방에서 나왔다. 다음 경기에 어떤 포지션으로 뛰어야 할지 알게 돼서 가람은 포인트 분배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었고 어려움 없이 스탯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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