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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12화 (113/319)

112화 친선대회 독일전[4]

“막아!!”

토마스 뮐러의 외침에 일카이 귄도안, 사미 케디라는 가람을 감싸려고 했다. 하지만

토오옹!!

가람은 이미 한 차례 이 셋의 협력 수비에 당했었고, 예상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공을 앞으로 툭 차둔 후 셋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었다.

타타탓!!

그렇게 가람은 토마스 뮐러를 제치고 일카이 귄도안과 사미 케디라의 사이를 물 흐르듯 민첩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빠져나왔다.

말은 길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고, 가람이 차낸 공은 중앙 수비수 앞과 가람을 막기 위해 서 있던 사미 케디라 사이 어중간한 지점에서 힘을 잃고 멈추는데 독일의 중앙 수비수들도 공을 따내기 위해 앞으로 나가기 애매했다.

그리고 그런 애매함은 가람에게는 찬스였다.

가람은 속도를 내서 공을 다시 따내 드리블하면서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단 번에 접근했다.

“김가람 선수!! 엄청난 스피드로 독일의 중원 미드필더들을 농락해 버리고 어느새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도달했습니다.”

가람의 움직임에 맞춰 가운데서는 황의준과 권창우가 중앙 수비수의 시선을 끌며, 왼쪽에 손홍민, 오른쪽에는 이재선이 독일 진영으로 뛰어 들어갔다.

“김가람 선수가 활로를 열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가람이 앞으로 나서자, 독일 벤치에 있는 요하임 뢰브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 라인 끝에서 서서 크게 외쳤다.

“막아!!! 중거리 슈팅을 조심해!!!”

이미 전반 끝나는 순간에 말도 안되는 중거리 슈팅에 골을 먹힌 독일이었기에 전반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공을 잡은 가람을 압박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요하힘 뢰브 감독의 외침을 들은 독일의 중앙 수비수인 니클라스 쥘레가 권창우의 마크를 풀며 가람을 향해 뛰어들었다.

니클라스 쥘레는 195cm의 큰 키와 100kg 넘는 강인한 피지컬을 기반으로 육체적인 수비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면서, 18/19시즌에는 자신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 34.99km/h를 기록하며 가장 빠른 선수였다.

분데스리가에서 그를 '폭주하는 화물 열차'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런 피지컬과 속도를 살려 가람의 앞 공간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가람이 드리블 할 공간이 생기지 않게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촤르르르~~~

“여기서 니콜라스 쥘레 선수의 태클!! 김가람 선수 빠른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니콜라스 쥘레의 195cm에서 나오는 긴 다리 태클 앞에 중계진 뿐만 아니라 관중석에 있는 모든 이들도 가람이 태클을 피해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니콜라스 쥘레가 자리를 비우면서 공간이 생긴 권창우에게 패스를 한다면 상당히 좋은 찬스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때

토오옹!

가람은 공의 밑둥을 찼고, 공은 니콜라스 쥘레의 다리 넘어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에 떨어졌다. 그리고 가람도 공을 향해 점프를 뛰었다.

하지만 니콜라스 쥘레는 이 상황에서 가람을 막지 못한다면 실점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리를 다소 높게 올렸다.

하지만

휘리릭~

니콜라스 쥘레가 다리를 올릴 것을 미리 예상했다는 듯 가람은 아까 사미 케디라에게 다리를 걸렸을 때보다 더 높게 점프를 뛰었고, 니콜라스 쥘레의 태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람은 땅에 착지하는 순간 총알처럼 앞으로 뛰어나가 자신이 찬 공을 재차 잡아낼 수 있었다.

니콜라스 쥘레의 회심의 태클이 벗겨지고, 그 공간에는 권창우가 있었지만, 권창우는 가람이 공을 잡는 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눈치챘다.

“김가람 선수, 니콜라스 쥘레 선수가 비어둔 공간으로 드리블해 나갑니다. 권창우 선수는 김가람 선수가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옆으로 움직여줍니다.”

“권창우 선수의 센스 있는 움직임. 그리고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김가람 선수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입니다.”

뻐어엉!!!

장재현 위원이 생각하고 관중들이 기대했던 장면에 부흥하듯 가람은 자신의 장기인 강력하면서도 정확한 슈팅을 때렸다.

공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애처러운 만세를 한 양팔 사이를 지나갔고, 이내 골망을 찍어버리겠다는 강력한 소리가 들려왔다.

촤르르를~~

“고오오오오올!!! 후반 15분 김가람 선수!! 후반 초반에 당했던 태클의 부상을 이겨내고 골을 만들어냅니다. 슈퍼 에이스! 아니 대한민국의 슈퍼 히어로!! 김가람 선수의 이번 골로 해트트릭을 달성합니다.”

“제가 매번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이번 골은 솔직히 골보다는 패스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김가람 선수 스스로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 버립니다.”

가람은 골이 터지는 순간 만세 세레머니를 가볍게 한 후 왼쪽에 있는 대한민국 서포터즈석으로 가서 꼭 지휘자가 되는 것처럼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대한민국의 응원석에서 순간 선대랜드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입을 모아 가사를 바꾼 김가람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용사! 김가람!! 그 누가 와도!! 이긴다! 김가람!!”

원래는 선더랜드의 용사라는 가사였지만 센스 있는 개사에 가람은 순간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고 지휘를 계속했다. 처음에는 선더랜드 팬들만 부르던 응원가는 점점 붉은 악마들도 어울려 함께 노래를 불렀다.

“지금 이곳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김가람 선수의 멋진 응원가가 울려 퍼집니다. 아직 경기 끝나지 않았지만, 왠지 오늘 경기의 승리를 축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가람이 골을 넣는 순간 대한민국 벤치는 환호성과 함께 승리를 예측했고, 독일의 벤치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요하힘 뢰브 감독은 양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가람이 부상으로 나갔을 때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사실 축구를 하면서 동업자 정신과 친선 대회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선수들을 질책한 일은 아니었고, 칭찬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부상을 당하고 나서 상처 입은 야수처럼 날뛰는 가람을 보며 요하임 뢰브는 입맛이 써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입맛이 씁쓸해질 때 갑자기 친선 대회를 준비하면서 게르트 뮐러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자네 이번에 한국이랑 친선전 갖는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때?’

‘당연히 이겨서 지난 월드컵의 수모를 갚아야죠.’

‘그래. 그런 마음 가짐이어야지. 하지만 생각보다 힘들 거야. 거기에 내 애제자가 있거든.’

‘그 잉글랜드와 한국의 혼혈 아이가 이번 대회 한국 대표로 나오는 건가요?’

‘그래. 아직은 한국 국적이 아니지. 정식 A매치에 나서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 말에 요하힘 뢰브는 게르트 뮐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제자가 아직은 국가대표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지 못한 유망주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축구 세계에서는 하루에도 수많은 유망주들이 나오고, 그런 유망주들을 관리하는 사람이거나 관련된 사람이라면 그 유망주에 대해 과하게 칭찬을 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하지만 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에 뽑힌다는 건 다른 의미였다. 아무리 뛰어난 유망주라고 해도, 국가대표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건 그만큼 영향력이나 실력이 있어야 했고, 그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해도 언론이나 팬들에게도 납득될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 게르트 뮐러의 제자가 한국의 정식A매치에 뽑히지 않고 나서지 않았다는 건 그 정도 실력이나 영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 단 한 명의 선수에게 독일의 전차군단이 농락 당하는 걸 보면서 요하힘 뢰브는 왜 저런 인재를 아직도 정식 A매치 경기에 부르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겼고 알 수 없는 분노를 담아 벤투 감독을 쳐다봤다.

벤투 감독은 우연히 고개를 돌리다가 생각지 않은 요하힘 뢰브 감독의 뜨거운 시선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어느새 후반 25분이 되었다.

“후반 25분, 대한민국의 벤치가 바빠 보입니다.”

“지금 경기의 흐름도 좋고 아무래도 4일 뒤에 있을 경기에 잉글랜드와 붙게 되니 선수들 체력 관리를 위해서 교체가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군요. 지금 벤치에서 준비를 마치고 투입되는 선수는 기성룡 선수, 이강운 선수, 황희천 선수로 보입니다.”

“그렇죠. 아마도 중앙 미드필더의 백승훈 선수, 권창우 선수, 이재선 선수를 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중계진의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심의 신호와 함께 선수들이 교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홍민, 황의준, 권창우가 빠져나왔다.

“어.. 이거 황의준 선수가 빠져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스트라이커 자리에 황희천 선수가 자리하게 되는 건가요?”

“글쎄요. 황희천 선수가 소속 팀에서 가끔 스트라이커로 뛰기는 하지만 윙 포워드 포지션을 주로 뛰었는데요. 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중계진이 잠시 경기장을 지켜보기로 한 가운데 황희천이 가람에게 다가갔다.

“감독님이 전방에서 뛰라고 하셨어. 앞으로 나가봐.”

“저요? 오늘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뛰라고 하셨는데요.”

“그래. 그런데 생각이 바뀌셨나 보지. 난 전했다.”

그렇게 황희천이 가람에게 말을 건네 자기 위치인 오른쪽 윙어 자리로 갔고, 이재선은 왼쪽 윙어 자리를 바꾸었고, 가람이 황희천의 말을 듣고도 어리둥절하자, 기성룡이 나타났다.

“네 자리는 원래 주인한테 넘기고 너는 네 자리로 가라. 기가 막힌 패스를 넣어줄 테니 말이야.”

그제야 가람은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로 갔다. 그리고 그 변화를 지켜보던 배선재 위원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

“아.. 김가람 선수가 최전방으로 올라갑니다. 이렇게 되면 기성룡 선수가 김가람 선수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고요. 여러 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이재선 선수가 손홍민 선수의 자리를 대신하네요. 황희천 선수는 원래 포지션인 오른쪽 윙어 자리로 자리 잡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 20분인데요. 후반에 들어 김가람 선수에게 속되게 말하면 털린 독일의 진영인데요. 벤투 감독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아예 김가람 선수를 최전방에 위치 시켜 더욱 강하게 압박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남은 시간에 2골차 리드를 지키기 보다는 공격적으로 나서려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가람은 최전방으로 올라가 잠시 심호흡을 하며 크게 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본 니클라스 쥘레와 마츠 훔멜스는 가람이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자리에 서면서 가람이 긴장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가람이 웃으며 일부러 크게 독일어로 외쳤다.

“공을 나에게 줘!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

그 말은 독일 선수들 자국의 축구 영웅 게르트 뮐러의 명언이었다. 그걸 게르트 뮐러의 제자 가람에게 듣게 되자, 그나마 어떻게든 멘탈을 잡으려고 했던 독일 수비진은 순간 멘탈이 박살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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