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친선대회 독일전[5]
“후반 38분. 독일 선수들은 중원에서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렇죠. 김가람 선수가 이전에는 중원에서 강한 압박으로 독일의 패스 줄기를 막아냈지만, 이제는 그런 김가람 선수가 최전방으로 올라가면서 압박 플레이가 느슨해졌다고 봐야 하거든요. 이 부분은 백승훈 선수와 새로 투입된 기성룡 선수가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재현의 말은 쉬웠지만, 여태까지 막혔던 혈이 뚫린 것처럼 독일은 일카이 귄도안과 사미 케디라가 짧은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토마스 뮐러까지 넓은 활동량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패스의 흐름을 도왔다.
독일의 유기적인 움직임에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고, 그 당황함은 바로 독일의 찬스로 이어졌다.
토오옹!!
“토마스 뮐러 선수!! 일카이 귄도안 선수의 패스를 잡지 않고 바로 다이렉트하게 이어갑니다.”
토마스 뮐러의 다이렉트 패스를 준 공은 중앙 수비수와 윙백 사이 하프 스페이스 공간 바로 앞이며 패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으로 일명 포켓지역으로 불리는 곳으로 떨어졌다.
포켓 지역의 특성상 중앙 미드필더 사이와 중앙 수비수 선수 사이의 애매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중앙 수비수들이 빠른 판단으로 커버를 들어가던지 아니면 활동량이 많은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 지역까지 내려와 막아야 했다.
이전까지는 이 위치를 전부 가람이 마크를 했지만, 가람에 비해 발이 느린 백승훈과 기성룡은 빠르게 들어오지 못했고, 그 공간을 발빠른 티모 베르너가 선점해 찬스를 만들어 간 것이었다.
“티모 베르너 선수! 좋은 위치에서 공을 이어받습니다.”
티모 베르너가 공을 잡고 패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하는 순간 김만재는 더 이상 접근 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앞으로 달려들었고, 티모 베르너 눈에는 김만재가 비어둔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마르코 로이스가 보였다.
그리고
토오옹!!
티모 베르너는 김만재가 자신에게 충분히 접근하기를 기다렸다가 공간 패스를 뿌렸고, 그 패스 끝에는 마르코 로이스가 서 있었다.
“아!! 이거 위험합니다.”
배선재의 비명과 같은 말이 터지고, 마르코 로이스는 그걸 현실로 만들어주겠다는 듯 슈팅을 가져갔다.
뻐어엉!!
파아아앙!!
하지만 대한민국의 골키퍼인 조현웅이 여태까지 독일의 공격이 없어 활약을 하지 못한 것을 만회한다는 듯 머리 위로 빠르게 날아가는 슈팅을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쳐냈다.
“여기서 조현웅 선수의 슈퍼 세이브!!”
“아. 아직 좋아할 때가 아닙니다. 세컨 볼에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어요.”
장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현웅이 쳐낸 공은 패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떨어졌고, 그 공을 향해 한 선수가 무섭게 달려들었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골입니다. 후반 40분 또다시 토마스 뮐러 선수의 넓은 활동량과 위치선정으로 골을 먹힌 대한민국입니다.”
“아 이건. 좀 뼈 아프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김가람 선수가 얼마나 잘해줬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독일의 공격이 진행되면 김가람 선수가 내려와서 커버해 주었으면 좋겠는데요. 아쉬운 대목 입니다.”
그렇게 장재현이 말을 꺼내는 순간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김가람이 하프 라인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려는 장면이 나왔다.
그 순간 벤치에서 벤투 감독이 내려오지 말라는 듯한 손짓에 가람은 그대로 거기서 멈추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장재현이 서둘러 말을 이어갔다.
“아.. 이건 벤투 감독이 일부러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마도 김가람 선수가 없었을 때의 수비 능력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골로 독일이 따라올 수 있는 흐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이 부분은 감안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후반 막판에 터진 골로 경기 3대 2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독일은 만회골을 넣고 바로 다음 골을 만들기 위해 골대에 들어간 공을 가지고 나오며 간략하게 세레머니를 마치고 경기를 진행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독일 선수들을 향해 요하힘 뢰브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 라인 끝에 서서 크게 외쳤다.
“김가람에 대한 마크를 풀고 압박해서 공을 따내라!! 공격 찬스를 만들어.”
그 말을 들은 독일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장재현이 입을 열었다.
“요하힘 뢰브 감독이 독일 선수들에게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 같습니다. 이렇다면 대한민국은 독일의 좋은 흐름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괜히 공격적으로 나서지 말고, 공을 돌리면서 지금 독일의 흐름을 끊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죠. 심지어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정도입니다. 김가람 선수의 부상으로 지연된 시간을 생각해봐도 길어야 7분 정도입니다.”
배선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한민국의 공으로 경기는 재개 되었고, 가람은 공을 이강운에게 건넨 후 앞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독일 선수들은 요하힘 뢰브 감독의 지시대로 뛰어 들어가는 가람을 마크하기 보다는 공을 잡은 이강운을 향해 압박 수비를 가하며 공을 탈취하려고 했다.
그때
휘리릭~~
이강운은 재치 있는 개인기와 드리블을 통해 사미 케디라의 수비를 벗겨내고 자신을 막기 위해 앞으로 달려든 사미 케디라의 뒷공간으로 들어가는 기성룡을 향해 공을 연결했다.
“이강운 선수의 탈압박에 이은 공간 패스! 기성룡 선수가 공을 이어받습니다.”
“그렇죠. 여기서는 기성룡 선수! 좌우로 뛰고 있는 이재선 선수나 황희찬 선수에게 공을 연결해 약간 시간을 끌면서 공격을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뻐어엉!!!
기성룡이 찬 공은 장재현의 예상과 달리 중앙 수비수와 오른쪽 윙백 사이 하프 스페이스 공간으로 뻗어나갔고, 그 공간을 향해 한 선수가 맹렬히 뛰어갔다.
“여기서 기성룡 선수의 공간 패스가 김가람 선수에게 이어졌습니다.”
가람이 공을 잡으려는 순간 니클라스 쥘레가 뛰어난 발과 정확한 판단으로 가람의 앞공간에 나타났다.
그 순간 가람은 공을 오른발 뒤쪽으로 툭 찬 후 공을 뛰어넘어 방향을 바꾼 다음에 왼발로 공을 재차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공의 진행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공을 빼낸 김가람의 움직임에 니클라스 쥘레는 당황하며 결국 아무도 없는 공간을 마크하게 되었고, 니클라스 쥘레를 단 한번에 벗겨낸 가람에게 남은 건 단 하나였다.
뻐어어엉!!!
가람이 찬 공은 왼쪽 골대 하단을 향해 낮고 빠르게 깔려서 뻗어갔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는 가람이 찬 코스를 향해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다이빙하며 막으려고 했다.
만약 그 공을 찬 선수가 김가람이 아니었다면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힐 것이었지만, 가람이 찬 공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움직임보다 더 빨랐다.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후반 42분에 김가람 선수의 골이 터졌습니다. 쪼잔하게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골에는 골로 화답한다는 식으로 오늘 경기 골을 퍼붓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제가 제대로 본 게 맞다면 방금 전 골은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 폴란드와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안정한 선수가 보여준 일명 안느턴으로 방향 전환을 한 후에 이어진 슈팅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당시 안정한 선수는 먼 쪽 골대로 향해 슈팅했는데 아쉽게 공이 나갔지만, 김가람 선수는 골대에 넣어버렸습니다.”
골을 넣은 가람은 이번에는 왼쪽에 있는 대한민국 응원단이 아닌 자신의 대형 브로마이드와 포스터로 도배한 구역으로 가서 그들을 보며 한쪽 다리를 빼고 허리를 숙이며 한쪽 팔은 허리에 한쪽 팔은 밑으로 휘젓는 일명 귀족식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꺄야야야야 강철의 귀공자!!!
-오빠 나랑 결혼해요!!!
-김가람 사랑해요!!!
경기장이 흡사 아이돌 콘서트 무대처럼 여성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이 상황의 주인공인 가람은 귀족식 인사를 끝낸 후 다시 한번 양손을 들고 흔들며 그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뒤늦게 다가온 대한민국의 선수들도 가람을 얼싸 안고 골을 넣은 즐거움을 함께했다.
“후반 42분에 터진 김가람 선수의 골. 이건 쇄기 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토마스 뮐러 선수의 만회골이 터진 후 사기를 끌어올리고 있던 독일에게 찬물을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독일의 공으로 시작되었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은 골을 넣은 후 좀 더 의욕적으로 이 리드를 지키고자 적극적으로 나섰고, 반대로 후반전에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사기가 떨어진 독일의 공격은 무뎌졌다.
그리고
삐이익 삑!!
“주심 휘슬과 함께 오늘 경기 마무리 됩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보셨습니까?”
“친선 대회라는 것도 있기는 하지만 강호 독일을 상대로 4골을 넣으며 이긴 경기였습니다. 사실 이전 본프레레 감독이 이끌던 시절에 대한민국이 독일을 상대로 3대 1로 완파한 경기가 있었지만, 4골을 넣으며 이길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온 선수는 역시 김가람 선수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김가람 선수의 오늘 플레이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제가 중간에도 그런 말씀 드린 것 같은데요. 만 19세에 이렇게 좋은 활약을 하는 선수가 어디 있나 싶습니다. 이제 유망주라고 말하는 건 김가람 선수에게 실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선수가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고 뛰는 한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중계진이 김가람에 대해서 칭찬을 이어갈 때 요하힘 뢰브 감독은 독일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의 패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말하면 오늘 경기를 보신 모든 관중분들도 알고 계시다시피 저는 김가람 선수를 너무 얕잡아 본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전반 두 골을 먹힌 이후 전술을 바꾸면서 김가람 선수를 막았지만 오히려 그게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꼴이 되었습니다.”
자존심 강한 요하힘 뢰브 감독이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패인에 대해서 확실하고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할 말이 있다면 김가람 선수가 아직 어느 국적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국적 선택에 독일이 없다는 게 슬프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적장인 요하힘 뢰브에게 인정을 받은 것도 모르고 가람은 토마스 뮐러와 유니폼을 바꿔 입은 후 어깨 동무를 하며 경기를 마무리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각자 라커룸으로 향할 때 토마스 뮐러가 가람을 보며 물었다.
“요즘 동양 선수들의 축구 실력이 이렇게 발전할 줄은 몰랐는데 대단해.”
자신 말고 뛰어난 축구 실력을 가진 동양 선수를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토마스 뮐러를 보며 가람이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짓자, 토마스 뮐러가 그 표정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너 혹시 야마구치 츠바사라고 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