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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16화 (117/319)

116화 친선대회 잉글랜드전[1]

6월 15일 토트넘 1군 경기장 핫스퍼웨이 감독실

내일 있을 친선대회 최종 경기의 선발 라인업을 보며 벤투 감독이 고민에 잠겨 있을 때 수석 코치인 세르지우 코스타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정말 선발 출전 시킬 생각이신가요?”

“그래. 가끔은 선수의 의지가 중요한 경기가 있거든. 그리고 나는 그게 내일 있을 잉글랜드와의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군요. 그만큼 김가람 선수도 내일 경기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 것 같군요.”

“그래. 오늘 연습장에서 봤듯이 그는 어디서든 골을 노릴 수 있는 선수야. 골만 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넓은 활동량과 뛰어난 수비력을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잉글랜드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하지만 아직 어린 선수이지 않습니까? 저는 걱정이 되는데요.”

“어린 선수라..”

벤투 감독은 잠시 그 동안 가람과 나누었던 대화를 생각해보며 입을 열었다.

“글쎄. 어린 선수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과도하게 성숙해. 그건 그렇고 내일..”

띠리리링~ 띠리리링~

대화를 이어가려는 벤투 감독의 말을 막는 것처럼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벤투 감독은 수화기를 들었고, 그 너머로 김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김철수입니다. 올림픽 대표 감독인 김한범 감독님이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시는데요.”

“올림픽 대표 감독님께서요? 무슨 일이죠?”

“다른 게 아니라 김가람 선수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게 있으시다고 해서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연결 부탁드릴게요.”

통화는 벤투 감독과 김한범 감독이 연결되고 김철수가 중간에서 통역을 하면서 3명이서 진행이 되었다.

“벤투 감독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대한민국의 젊은 선수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너무 험하게 쓰지는 말아주세요. 아하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시죠. 그것보다 김가람 선수에 대해서 궁금하시다고요?”

“아. 그렇죠. 원래 저는 올림픽 예선부터 준비한 녀석이 아니면 쓸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 친선 대회 경기를 보니깐 그 녀석 아주 물건이던데요. 안 쓰면 나중에 제가 욕 좀 먹겠어요.”

“하하하. 제가 그 마음 알죠. 여태까지 김가람 선수를 정식 A매치로 부르지 않아서 언론에서 혼쭐이 났거든요.”

“그러셨군요. 그래서 김가람 선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 여태까지 대한민국의 에이스인 손홍민 선수보다 김가람 선수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씀드려야겠군요.”

“호오.. 그 정도까지나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손홍민 선수의 마무리나 연계 능력 등 공격적인 재능은 지금으로 봐서는 김가람 선수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김가람 선수에게는 손홍민 선수가 가지고 있지 않은 넓은 활동량과 패스 게다가 훌륭한 시야와 세트피스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어차피 이번에 와일드 카드에는 홍민이를 부를 생각은 없거든요. 이미 병역 혜택 받은 녀석들은 뛸 때 느낌이 달라요. 무언가 절박함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크하하하.”

김한범 감독이 통쾌하게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제가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데 앞으로 김가람 선수를 대한민국 정식A매치에 부를 생각은 있으신 거죠?”

김한범 감독의 말 뜻을 단번에 이해한 벤투 감독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이 대답을 듣고 싶으신 것 같아 보이시군요.”

“크하하하~ 그렇죠. 솔직히 그게 아니면 그 녀석이 올림픽 나가서 이를 악물고 뛸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감독님 말씀처럼 내일 경기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철수야~”

“네. 감독님.”

“이제 통역은 안 해도 되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끊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철수는 벤투 감독에게 통화가 끝났다고 말하자, 벤투 감독이 수화기를 내렸고, 이제 전화로 김철수와 김한범 감독만이 연결된 상태였다.

“철수야. 내가 내일의 경기를 보고 공문 보낼 테니까 몇 명 녀석들은 바로 올림픽 합숙팀으로 데리고 와라.”

“바로요?”

“그래! 이미 친선 대회를 하면서 몸도 만들었겠다. 바로 합숙으로 팀워크 올려야지. 안 그래? 이제 한 달 조금 남았으니 말이야. 바로 바로 진행 시켜야지. 크하하하!”

“그래도 소속팀에서 반대할 수도 있을 텐데요.”

“뭐.. 그렇다면 그 녀석들이 이번 올림픽으로 병역 혜택을 못 받게 되는 거지. 안 그래? 아.. 그래도 다른 선수는 몰라도 꼭 가람이는 데리고 와라. 너 지석이랑도 친하냐?”

“아.. 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이 녀석! 알았다. 그건 내가 미리 지석이한테 연락 넣어둘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바로 납치해오도록 해. 너도 이번에 친선 대회 끝나면 올림픽 대표 홍보 담당관으로 합류하는 거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감독님.”

“그래. 그럼 그때 보자고. 크하하하.”

통쾌한 김한범 감독의 웃음 소리에 통화가 종료되었고, 김철수는 힘들다는 듯 고래를 좌우로 저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스탭진들이 가람을 두고 이미 대한민국 선수라고 생각해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한편 잉글랜드 국가대표 훈련장 세인트 조지스 파크 감독실

“그럼 협회장님께서는 역시..”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하자, 잉글랜드 축구 협회장인 윌리엄이 대신 말을 이어갔다.

“김가람 선수를 원한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전술과 이 선수를 사용한다는 건 김가람 선수에게 오히려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부상이야. 잠깐 아닙니까? 그리고 길게 보자고요. 길게~”

“하지만..”

“하아.. 우리 감독님. 다 좋은데 너무 결단력이 없으시네요. 그럼 이런 조치를 하지 않고도 독일을 상대로 4골을 넣고 이긴 김가람 선수를 묶어둘 묘안이라도 있으신가요?”

윌리엄의 말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한참 동안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비등하게 경기를 한 독일이었는데 그런 독일을 상대로 4대 2 대승을 거둔 대한민국 정확히 말하면 김가람을 완벽하게 봉인할 방법은 딱히 떠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나마 독일에 비해 잉글랜드의 중원 미드필더 자원들이 젊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가람을 묶어두기에는 부족하다는 걸 이미 독일이 3명의 선수로 마크를 했지만 가람이 그걸 뚫어내는 걸 보며 알 수 있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말을 잇지 못하자, 윌리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제가 계획한 대로 진행해주세요. 만약 이대로 했는데도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그 결과는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윌리엄의 말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그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이 제안한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하니 받아드리는 게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물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윌리엄이 제안한 전술에 대해서 언론에게 욕은 자신이 먹겠지만, 패배에 대한 결과는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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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웸블리 스타디움

친선대회 잉글랜드전

“안녕하십니까? 오늘 친선 대회의 마지막 경기 잉글랜드와 대한민국,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가 이곳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지게 됩니다. 오늘의 도움 말씀에는 역시 저의 영혼의 파트너 장재현 위원님 함께 하십니다.”

“안녕하세요. 장재현입니다. 여태까지 왼쪽 오른쪽으로 똑같이 나뉘어졌던 서포터즈 석과 다르게 오늘 경기장에는 잉글랜드 서포터즈가 더 많은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말에 화면에 양측 서포터즈를 비추는 모습이 나왔고, 장재현의 말처럼 이전과 다르게 잉글랜드 서포터즈가 경기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잉글랜드 국가대표 경기다 보니 이미 친선 대회가 열리는 순간부터 많은 영국인들이 예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김가람 선수 팬의 수는 줄지 않은 것 같군요.”

이전 경기에서도 꾸준히 경기장에서 응원을 보내주었던 가람의 팬클럽은 이번에도 왼쪽 응원 구역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줄어든 건 대한민국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의 자리였다.

“그렇죠. 이렇게 되면 지금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과 다른 분위기라면 역시 원정 경기를 온 느낌으로 경기를 하게 될 거라는 말씀이시군요.”

배선재가 말을 마치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하기 시작했고, 배선재는 대한민국의 선발 라인업부터 말했다.

조현웅

김태완 – 김만재 – 권경언 - 권윤성

기성룡 – 황인보

황희천 – 이강운 – 손홍민

김가람

“오늘 경기에 황의준 선수가 아니라 김가람 선수가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렇죠. 이미 김가람 선수는 챔피언쉽에서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박지석 감독은 아직 어린 김가람 선수를 배려해서 원톱 자리에는 자주 내세우지는 않고, 투 톱의 한 자리인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기용했지만, 벤투 감독은 원톱으로 내세웠습니다. 오늘 경기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장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선재는 늦기는 했지만 잉글랜드의 선발 라인업을 불렀다.

딘 핸더슨

알렉산더아놀드 – 해리 맥과이어 – 마이클 킨 – 벤 칠엘

조던 핸더슨 – 닐 이안

마커스 래시포드 – 필 포든 – 제이든 산초

해리 케인

“오늘 경기에 잉글랜드 또한 4-2-3-1의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중에서는 제일 눈 여겨 봐야 할 건 닐 이안 선수죠.”

“그렇습니다. 이번 친선 대회에 30살의 늦은 나이로 데뷔하는 선수입니다. 리그1 플릿우드 소속 선수로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주로 뛰는 선수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큰 몸집과 근육을 자랑하는 선수죠.”

“그렇습니다. 프로필에는 190cm라고 되어 있지만 2m가까운 신장을 자랑하는 닐 이안 선수입니다.”

“그렇죠. 어마어마한 신장과 두터운 근육으로 거친 몸싸움을 좋아해서 안 좋은 별명이 있는데요. 바로 닐 이안 선수의 피부를 빗대어 '검은 파쇄기'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파쇄기요? 기밀이 적힌 종이를 갈아버리는 그 파쇄기를 말하시는 건가요?”

“네. 불행하게도 맞습니다. 오늘 경기에 아마도 잉글랜드는 상당히 거친 경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잉글랜드의 거친 몸싸움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잉글랜드의 공으로 시작됩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해리 케인이 공을 뒤에 있는 조던 핸더슨에게 건네자, 가람은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기 위해 다가갔다.

가람의 움직임에 조던 핸더슨은 가지고 있던 공을 닐 이안에게 패스했다.

그리고 닐 이안은 공을 잡자마자 패스를 돌리기지 않고 가람을 기다리는 듯 공을 잡고 대기하고 있었고, 가람은 닐 이안이 자기의 속도를 모른다고 생각해 그의 공을 빼앗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퍼어억!!

가람은 순간 눈 앞에 별이 보이는 기이한 현상과 함께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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