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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20화 (121/319)

120화 친선대회 잉글랜드전[5]

웸블리 스타디움 VIP실

김하늘이 예약한 VIP실에 들어온 박지석은 생각보다 호화스러운 VIP실의 내부를 보며 놀랐다.

“이거 생각보다 비쌀 것 같은데요. 구단주님.”

“에이~ 그런 거 신경쓰지 마세요. 감독님.”

“그래도..”

“지금 저 밖에는 있는 수많은 한국분들이 감독님을 다 알고 있을 텐데요. 아니죠. 심지어 잉글랜드분들도 감독님을 알아볼 겁니다. 그래서 일반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 건 안전상 위험하다고요. 뭐 저도 갑자기 경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 말이죠. 잡을 수 있는 건 그나마 VIP실 뿐이었고요.”

원래는 강이찬 영입하는 일과 가람 면답 때문에 오늘 경기가 끝난 후에 오려고 했는데, 생각지 않는 문제가 생겨 결국 가람의 몸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 관전까지 하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생각은 해보셨나요? 가람이의 올림픽 대표 착출에 대해서요.”

“솔직히 병역 문제를 생각해보면 가람이의 의사를 물어보는 게 좋겠지만, 아직 가람이가 잉글랜드 국적을 가질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질지 확실하지 않아서..”

“에이 감독님. 그건 너무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그 녀석은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할 거예요.”

“너무 확신하시는 거 아닌가요?”

“저의 은인인 가람의 아버지를 닮은 녀석입니다. 혼혈이지만,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뛰어납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가람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올림픽 착출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 그리 결정하신다면 저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가람이도 분명 올림픽 착출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고요.”

“올림픽이 7월 22일부터 8월 8일까지니 리그 일정에는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체력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박지석의 말에 김하늘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감독님도 아시지잖아요. 그 녀석이 얼마나 괴물 같은 체력을 가지고 있는지요. 걱정하지 마시죠. 녀석은 잘 해낼 겁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오늘 이렇게 경기까지 관전하는 거 아닙니까? 혹시라도 문제가 있으면 착출을 막거나 합류 시기를 늦추려고 한 거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장거리 비행의 피곤은 생각보다 축적이 되고 회복도 더뎌서 걱정입니다.”

“그런가요? 그래도 감독님이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지고 계시니 가람이는 다행이네요. 그것보다는 이번에 많은 선수들을 영입할 생각인데 프리 시즌에 발을 맞춰보지 않는다면 나중에 팀워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김하늘의 말에 이번에는 박지석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가람이가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는 걸 잘하지는 않지만, 우리 구단에 들어오는 선수들은 대부분 가람이의 플레이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람이가 성격적으로 모난 것도 아니고 팀의 최고 에이스인 가람이에게 다른 선수들이 맞춰야겠죠.”

“하아.. 그렇게 되는 건가요? 저는 아직 가람이가 유망주라고 생각해서 다른 선수들하고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유망주라.. 나이는 유망주지만.. 실력은 이미 유망주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죠.”

“그렇죠.”

그렇게 둘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이적 시장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구단주님께서 주신 이적 리스트를 봤습니다. 제가 요청했던 포지션에 맞는 선수들이라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와 안수 파티 선수는 정말로 임대 영입이 가능한가요?”

“물론입니다. 오히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에서 임대하는 걸 원하는 눈치였습니다. 임대료도 받지 않고 데려가라고 하더군요. 대신 경기 출장은 확보해 달라고 했고요.제 생각에는 아마도 두 팀에서 제안한 가람의 이적 요청을 거절했더니 수를 쓰는 거 같습니다.”

“수라고 하시면..”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첩자를 심어두는 그런 거요.”

“하하하. 그럼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에서 가람이에게 접근하기 위해 선수를 임대해줬다는 건가요?”

박지석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김하늘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만약 저 선수들이 가람과 함께 지내면서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선더랜드가 다음 시즌에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가람이라도 흔들리지 않을까요?”

“...”

“아하하. 이건 감독님을 압박하려고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그냥 그런 수를 생각해서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가 선수를 임대해주는 것 같다는 거죠. 그건 그렇고 아직 원하시는 중앙 미드필더 선수를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원한 선수가 좀 까다롭기는 했죠. 중앙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면서 볼 키핑보다는 상대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파이터형 선수를 원했으니 말이에요.”

“그것 뿐만 아니라 공중볼에도 능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하하하. 그렇죠. 장기적으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리 캐터몰 같은 선수를 대체하면서 공중볼도 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나마 글랜 로번스 선수를 대체할 아약스의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선수는 발빠르게 영입한 게 다행이네요. 어? 이제 경기기 시작하는 거 같은데 볼까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적 시장 자료를 한 곳에 치워두고는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경기에 집중했다.

사실 이 경기에 대해서 두 사람은 독일전을 생각해 가람이 골을 넣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생각지 않은 닐 이안의 등장에 두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둘은 전반이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기를 지켜봤다.

“보셨나요? 구단주님.”

“봤습니다. 감독님. 리그1 플릿우드 소속 선수인 닐 이안 선수. 제가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후보 리스트에는 넣기는 했지만, 오늘 경기처럼 잘 뛰지는 못했거든요. 아무래도 국가대표에 뽑혀서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간혹 그런 선수들이 있죠. 클럽에서보다 국가대표에서 크게 활약하는 선수 말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놀랍습니다. 저런 식으로 가람이를 몰아붙일 수 있다니 말이에요.”

“그러게 말입니다. 만약 전반에 보여주었던 움직임을 후반전에도 보여준다면 저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 경기에서만큼만 해준다면 무조건 영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군요.”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둘은 어느 때보다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김하늘은 선더랜드에 있는 스카우트팀에 따로 연락해 닐 이안 선수의 정보를 수집하게 했다.

그리고 시작된 후반전은 전반전과 다를 것 없이 놀라운 투지와 집중력으로 가람을 훌륭하게 막아내는 닐 이안을 보며 박지석과 김하늘의 마음은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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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이지만, 그런 경우가 있었다.

경기를 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 경기력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선수. 그건 회귀하기 전 강승연에게 해당되었다.

하지만 회귀를 여러 번 걸치며 자신의 한계와 능력을 잘 알고 있는 가람이기에 그런 감정이나 상태에 빠지는 건 어려웠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장난처럼 가람이 아니라 가람을 막는 선수에게서 나타났다. 가람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그런 선수에게 말이다.

그리고 남은 정규 시간 5분을 두고, 가람은 자신과 경합하고 있는 닐 이안이 그런 상태에 들어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젠장.. 여기서!!’

안 그래도 까다로운 녀석이 여기서 각성 상태에 들어가는 건 최악의 상황이었다.

타타타탓!!!

“여기서 공을 따내는 건 닐 이안 선수입니다.”

“놀랍습니다. 지금 닐 이안 선수 잠깐이지만, 김가람 선수의 스피드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육체적으로 뛰어난 선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른 선수였는지 몰랐는데요. 대단합니다.”

닐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공을 먼저 가로챘고, 잠시 동안 거친 호흡을 진정시켰다.

“허억.. 허억..”

자신이 생각해도 놀라운 속도였고,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가지고 갔는지 몰랐다.

그렇게 잠시 어리둥절 할 때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방금 전 놀라운 움직임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듯 급격히 밀려오는 피로감. 그리고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아까 골대에 부딪히며 다친 머리쪽의 통증이 밀려온 게 설상가상이었다.

그리고

토오옹!!

닐 이안이 집중력을 잃은 순간.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가람은 닐 이안의 공을 가로채 다시 한번 패널티 에어리어를 향해 뛰어갔다.

닐 이안은 다시금 가람을 뒤쫓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찌리릿!!

아까 가람과 경합을 하며 느꼈던 전류의 찌릿함이 다시금 느껴졌지만, 이번에는 그 찌릿함 이후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닐 이안은 한쪽 무릎이 꺾인 채 그대로 무너졌다.

“여기서 닐 이안 선수! 김가람 선수에게 공을 빼앗깁니다.”

“닐 이안 선수가 방금 전 경합에서 이기기는 했는데 무리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몸을 겨누지 못하네요. 냉혹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오늘 경기 경합에서 이긴 건 김가람 선수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가람 선수 계속 안쪽으로 치고 들어갑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닐 이안이 공을 잡는 순간 수비에 성공했다는 생각으로 공격적으로 나가려다가 잠시 후 김가람이 공을 가로채자, 다시금 수비 위치로 찾아 들어가려고 했다.

그렇게 약간의 멈춤과 망설임의 시간 동안 가람은 바로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쇄도해 들어갔고, 가람을 본 마이클 킨은 어떻게든 가람의 전진을 막기 위해서 거칠게 태클을 걸었다.

만약에 걸린다면 패널티 킥을 내어줄 수밖에 없는 거친 태클이었지만, 마이클 킨은 차분하게 그런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촤르르르~~

거칠어도 정확하게 가람의 앞 공간을 저지하며 다가오는 태클이었다. 모두가 가람이 저 태클에 걸려 쓰러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토오옹!

타타타타 탓!!

가람은 마이클 킨의 태클을 보는 순간 공을 오른쪽으로 툭 친 후 빠른 잔스탭으로 마이클 킨의 태클 범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태클을 벗어난 순간 골대와 너무 가까운 위치까지 도달할 수밖에 없었고, 딘 핸더슨도 가람을 막기 위해 나오고 있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각도가 없으면 다른 선수들이라면 뒤쪽에 있는 동료나 골키퍼를 맞춰 코너킥을 노리는 플레이를 할 것이었다.

하지만

뻐어엉!!

가람은 뛰어나오는 딘 핸더슨의 가랑이 사이로 공에 회전을 넣어 강하게 찼고, 공은 딘 핸더슨의 가랑이를 통과해 먼 쪽 골대에 맞았다.

터어엉!!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후반 87분 김가람 선수! 각도가 없는 곳에서 한 슈팅이 딘 핸더슨 골키퍼의 가랑이를 통과해 반대편 골대를 맞고 골망 안으로 들어갑니다.”

“와 이건 정말 놀랍습니다. 대단해요. 여기서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슈팅을 넣는 센스는 둘째 치고 골대를 맞춰서 골망 안쪽으로 넣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그런데 그걸 해냅니다.”

김가람은 골이 터지는 순간에 한국의 응원단이 아닌 잉글랜드 응원단 쪽을 산책하듯 돌면서 유니폼 오른쪽 가슴에 새긴 태극기를 손바닥으로 쳤다.

그건 꼭 자신의 자리는 잉글랜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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