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21화 (122/319)

121화 올림픽 대표팀

경기는 결국 가람이 종료 3분 전에 터진 골로 1대 0으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후 가람은 MOM으로 뽑혀 잉글랜드 축구 협회장인 윌리엄에게 작은 트로피와 함께 상금을 받게 되었다.

이어진 사진 촬영식에서 윌리엄은 악수를 건네며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복화술을 하며 다른 말을 꺼냈다.

“김가람 선수는 정말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뛸 생각인가요?”

“네. 저는 지난번에 말 했듯이 약한 팀에 관심은 없어서요.”

가람의 말에 윌리엄의 이마에 핏줄이 빠직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튀어나왔다. 윌리엄은 극한의 인내심으로 웃는 표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군요. 그 선택 분명 후회하게 될 겁니다.”

“글쎄요. 이미 후회는 몇 백 년동안 했으니 이제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가람의 말에 윌리엄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가람은 그런 윌리엄을 보며 웃음으로 화답한 후 라커룸으로 향했다.

몇 백년의 후회.

가람이 대한민국을 월드컵에 우승 시키기 위해 수많은 회귀 인생을 사는 동안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것을 후회로 보냈던 세월을 애둘러 말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윌리엄이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가람은 지난 수많은 세월에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것에 후회 많이 했지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번에는 어차피 월드컵 우승할 필요도 없는데 즐기면서 하면 되지. 게다가 부상 당하지 않는 몸이 있으니..’

그렇게 나름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

띠리링~

[재수 없는 잉글랜드 축구협회장의 계획을 무산 시켰습니다.]

[20 포인트를 부여합니다.]

상태창이 생각지 않게 보상을 줬더니 가람은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라커룸에 들어가려는 순간 자신을 향해 마이크를 들이대는 기자가 나타났다.

“김가람 선수 짧게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가람은 포인트 보상도 받았고,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기자는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스포츠문의 폴 스미스 기자입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가람은 아차 싶었다.

스포츠문이라는 매체는 가십거리를 중심으로 기사를 내는 곳이었고, 폴 스미스라는 기자가 지난 시즌에 선더랜드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를 잔뜩 썼기 때문이었다.

순간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폴 스미스가 가람을 잡은 순간 다른 기자들도 달려들어 마이크를 내민 상태였다.

이미 늦어버린 상황. 그렇다면 최대한 짧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최상책이었다.

“살짝 피곤하니 인터뷰는 짧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폴 스미스는 자신이 질문도 하기 전에 자신의 입장을 말하는 가람을 보며 순간 베테랑 선수의 인터뷰 대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베테랑들도 자신의 난처한 질문에 인상을 쓰며 화를 내곤 했다. 사실 지금 인터뷰도 대답을 듣는 것도 있지만, 가람이 질문을 듣는 순간 인상을 쓰고 화를 내게 하는 게 목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카메라맨이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을 것이고, 그 표정은 다음 날 가십거리 기사로 탈바꿈해서 나갈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인터뷰는 짧게 하겠습니다.”

“진행하시죠.”

“현재 잉글랜드와 대한민국 이중국적을 보유 중이신데요. 두 팀의 정식 A매치에 데뷔를 하지 않은 시점에 선택지는 두 개라고 생각이 듭니다. 어느 쪽 국적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솔직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었다. 만약 지금 대답하지 않겠다는 식의 대답이 나오면 폴 스미스는 이 부분을 길게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

그렇게 폴 스미스는 이미 가람이 대답을 얼버무릴 것을 예상해 다음 질문을 준비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입니다”

“정확한.. 네에?”

너무 확고한 대답에 순간 폴 스미스는 말문이 막혀버렸고, 가람은 폴 스미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인터뷰는 끝난 건가요?”

“아.. 아닙니다.”

“짧게 부탁드릴게요.”

생각지 않은 대답이었지만, 그래도 폴 스미스는 오랜 기자 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정심을 이어가며 입을 열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더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고, 제가 들은 정보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를 선택했을 때 좋은 혜택이 있다는 것 같은데요. 왜 대한민국을 선택하신 건지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오늘 경기 어느 팀이 이겼죠?”

되묻는 가람의 말에 폴 스미스는 또 다시 말문이 막혔고, 가람은 말을 이어갔다.

“오늘 경기는 대한민국이 이겼습니다. 어떻게 객관적으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제가 있기 전의 대한민국이었니다. 앞으로는 잉글랜드와 대한민국의 전력 분석을 아주 객 - 관 - 적으로 보셔야 할 것 같군요. 그리고 혜택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저는 혜택보다는 저의 조국인 대한민국을 택할 생각입니다.”

가람의 말에 폴 스미스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가람은 그대로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인터뷰는 그 날 저녁 주변에 있던 기자들에 의해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뿌려졌다.

- 대한민국의 김가람! 잉글랜드의 실익보다 조국을 택하다.

- 김가람 대한민국의 선수!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다.

- 김가람 이중국적 문제 자신의 입으로 결심을 말하다.

인터뷰를 통해 가람은 잉글랜드의 실질적인 혜택보다 자신의 조국을 선택하는 명예를 중시하는 개념과 근본이 있는 선수로 비추게 되었다.

일부의 잉글랜드 팬들이 분노를 사기는 했지만, 반대로 명예를 중시하는 잉글랜드의 문화 배경 속에서 가람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팬들의 수가 더 많았다.

그리고 그런 가람의 선택과 함께 이어진 올림픽 대표팀의 합류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0년 6월 20일

“안녕하세요. 오늘의 스포츠 배선재입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진행할 장재현 위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재현입니다.”

“잉글랜드에서 펼쳐졌던 친선 대회 이후 한국에 와서 시차 적응도 하지 못하고 바로 이렇게 녹화를 하게 되었는데요.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하하하. 아주 죽을 맛입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죠?”

“그거야 저희는 입만 움직였지만, 온 몸을 움직이고 친선 대회 3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선수가 쉬지도 못하고 바로 올림픽 대표팀에 뽑혔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배선재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화면은 인천공항에서 인터뷰를 하는 가람의 모습이 잡혔다.

Q : 올림픽 대표로 뽑힌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저는 이번 올림픽 대표에 뽑힐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대회에 나서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발탁이 되었으니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Q : 결과로 보여주신다는 말씀은 어떤 뜻인지 말씀해주십시오.

”결과라고 한다면 메달을 노린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출전을 하게 되었으니 메달을 따서 병역 혜택을 받을 생각입니다.“

Q : 좋은 각오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건 모두 팬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이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마지막 화면을 끝으로 화면은 다시 배선재와 장재현을 비추었고, 장재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저희보다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은 김가람 선수도 저렇게 웃으면서 올림픽 대표에 승선했으니 피곤하다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김가람 선수뿐만 아니라 친선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권윤성, 백승훈, 이강운 선수도 발탁했습니다. 게다가 김한범 감독은 와일드 카드도 빠르게 선정했는데요. 미드필더 자리에 권창우 선수, 수비에 권경언 선수, 골키퍼에 구성운 선수까지 선발한 상태입니다.“

”생각보다 빠른 배정이었고 이제 올림픽 대표팀은 담금질에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지난 19년 U20월드컵 우승 멤버들이 대부분 들어온 상태라 김가람 선수와 이강운 선수는 적응이 쉬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죠. 일각에서는 손홍민 선수를 뽑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김한범 감독은 이미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를 뽑을 생각은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과연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재현의 말이 끝나는 순간 화면은 조별 화면이 나왔다.

D조

7월 23일 포르투갈

7월 26일 알제리

7월 29일 브라질

”사실 죽음의 조라고 불리는 D조에 속한 대한민국입니다. 조 추첨의 저주라도 걸린 걸까요?“

”그렇죠. 그래서 일각에서 손홍민 선수를 뽑아서 김가람 선수와 함께 보여주었던 콤비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이 나온 것이죠. 그렇지만 김한범 감독은 자신의 선택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김한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아직까지 패배를 모르는 상황이라 어쩌면 좋은 경기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제 예선까지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인데요. 그동안 완벽한 준비를 마치고서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은 이어졌고, 이강운은 TV를 보다가 전원을 껐다.

”하아.. 쉴 시간도 없군.“

”그럼 오지 말지 그랬냐?“

”안 올 수 있냐? 네가 가는데 이 형님도 가야지.“

”너는 그냥 남아서 토트넘에 적응하는 게 좋지 않겠어?“

”적응도 중요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지. 구단에서도 흔쾌히 허락해주었단 말이야.“

그때 노크 소리도 없이 권윤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배. 노크는 하셔야죠.“

가람의 말에 권윤성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권윤성은 원래 할머니 생신을 핑계로 일주일 동안 한국에서 폭식을 할 예정이었지만, 바로 올림픽 대표로 뽑혀 오게 되어 멘탈이 나간 상태였다.

겉으로는 호쾌한 김한범 감독이지만, 선수들의 몸상태와 식단은 꼼꼼히 체크를 했고, 심지어 벤투 감독도 약간은 풀어주었던 야식이나 라면도 일절 못 먹게 했다.

방에 들어온 권윤성은 좀비처럼 움직이더니 힘 없이 침대에 쓰러지며 입을 열었다.

”몰라.. 이 방에는 먹을 거 없겠지?“

”또 좀비처럼 먹을 거 찾으러 다니시는 거예요? 만약 몰래 먹다가 걸리면 감독님한테 혼나는 거 잊지 않으셨죠? 선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식단 조절하고 식욕을 버리시는 게 어떠세요?“

”나는 너랑 달라.. 너처럼 퍽퍽 가슴살만 먹고 퍽퍽 인간이 되고 싶지는 않아.“

”에휴~ 알겠어요. 그런데 왜 저희 방으로 오신 거예요?“

”그냥..“

그렇게 권윤성이 시든 풀처럼 기운 없이 푸욱 가라앉는 순간

삐익! 삐익!

방송 시작음과 함께 김한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신나는 오후다!!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너희들이 좋아하는 체력 훈련이다.“

그 방송을 듣는 순간 이강운과 권윤성은 비명을 질렀고, 체력에 자신 있는 가람도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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