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도쿄 올림픽 조별 예선 포르투갈전
2020년 7월 2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
촤르르르~~
"고오오오올!! 김가람 선수!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전반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놀랍습니다. 누가 이 선수를 막을 수 있을까요?"
골을 넣고 펄쩍 뛰며 좋아하는 김가람을 보며 프란시스쿠 트린캉은 지금 이 냉혹한 현실이 꿈이었으면 하는 듯 고개를 떨구었고, 그 옆에는 주앙 펠릭스도 고개를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번 대회에 와일드 카드로 뽑힌 베르나르두 실바는 주변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어. 고개를 들어!!"
하지만 베르나르두 실바의 말에도 젊은 선수들은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고, 떨어진 사기가 다시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었지만 포르투갈의 선수들은 꼭 경기를 끝난 것처럼 공을 돌리면서 시간을 보냈고, 이내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삐이익 삑!!
그렇게 전반전 경기가 끝나자, 포르투갈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고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반면에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신나게 라커룸을 들어갔다.
선수들이 들어가자, 중계화면은 하이라이트 장면으로 전환 되었고, 그 모습을 보며 배선재가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의 전반전에 김가람 선수의 발에서 세 골이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그 멋진 장면들 보시죠."
그 말과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 대한민국의 골키퍼 구성운이 공을 길게 찼고, 그 공을 우세훈이 큰 키를 이용한 헤딩 경합에서 이겨 공을 가람의 앞공간에 떨어뜨려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가람은 공을 향해 뛰어 들어갔고, 가람은 자신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던 헤나투 산체스와의 경합에서 그대로 밀고 들어가며 몸싸움으로 헤나투 산체스를 이겨내고 패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슈팅을 때렸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전반 15분에 우세훈 선수의 헤딩 패스를 받은 김가람 선수가 저돌적으로 돌파한 이후 중거리 슈팅으로 첫 번째 골을 만들어냅니다."
"그렇죠. 오늘 경기 4-4-2 전술로 나온 김한범 감독인데요. 사실 4-4-2 전술이 수비적인 전술로 알려져 있지만, 빅 앤 스몰의 적절한 조합으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오늘 우세훈 선수의 플레이는 정말 헌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화면은 전반 25분의 장면이 나왔다. 이강운이 찬 코너킥을 우세훈이 따내었고, 우세훈이 따낸 공을 어느새 나타난 가람이 골대에 밀어 넣으며 골로 이어졌다.
"전반 25분에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우세훈 선수의 패스를 김가람 선수가 놀라운 위치 선정으로 골을 만들어내는 장면입니다."
"솔직히 이 장면에서는 우세훈 선수의 패스도 좋았지만, 김가람 선수의 좋은 위치 선정 능력이 골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김한범 감독이 세트피스 공격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썼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결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골 장면이 나왔다.
프란시스쿠 트린캉의 공을 정확한 태클로 가로챈 가람은 공을 몰고 직접 역습으로 나섰고, 가람의 역습을 막아내기 위해 주앙 펠릭스와 헤나트 산체스가 적극적으로 압박 수비를 했지만 가람은 여유롭게 그들의 경합을 이겨내고 패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했다.
이런 가람을 막기 위해 베르나르두 실바는 경고를 감안하고 뒤에서 태클을 걸었다.
하지만 가람은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베르나르두 실바가 태클을 하는 순간에 가속해서 아슬아슬하게 베르나르두 실바의 태클에서 벗어난 뒤 슈팅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촤르르르~~
"전반 45분에 김가람 선수의 골은 다시 봐도 멋있네요. 아군 진영에서 스스로 만든 찬스를 그대로 역습 찬스로 만들어서 스스로 마무리합니다."
"솔직히 김가람 선수가 지난 친선 대회 때 보여주었던 능력을 생각해보면 오늘 경기에서 일을 만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3골을 만들 줄 몰랐습니다! 대단합니다."
"그렇습니다. 후반전에 김가람 선수가 어떤 활약을 펼칠 지 기대하며 경기를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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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라커룸
포르투갈의 감독인 호르헤 헤수스 감독은 불 같이 화를 냈다.
"도대체 왜 저 동양인 하나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거냐!!"
2019년 브라질 프로팀 플라멩구를 10년 만에 우승 시키며 지도력을 다시 한번 인정받아 올림픽 대표팀 감독 자리까지 오른 호르헤 헤수스 감독은 무기력한 선수들을 보며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감독의 불호령에도 선수들은 쉽게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지난 U20 월드컵에 대한민국을 얕보고 가람에게 패한 프란시스쿠 트린캉의 충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
지난 월드컵이 끝난 후 자신은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훈련에 전념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소속팀인 SC브라가에서 주전으로 나와 30경기를 뛰면서 7골 9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올림픽에 합류하기 전에 바르셀로나와 계약해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았다.
솔직히 자신의 나이대에는 자신과 함께 뛰는 주앙 펠릭스를 제외하면 자신과 대등한 실력을 가진 이는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저 녀석은 괴물이야.’
U20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만나 멀티 골을 뽑아냈던 녀석이 이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경기를 이끌고 있는 것이었다.
‘젠장. 젠장!!’
프란시스쿠 트린캉은 하프 타임 시간에도 정신적으로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후반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경기 후반전으로 이어집니다. 이미 전반전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김가람 선수가 후반전에는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순간입니다."
"그렇습니다. 반대로 전반에 김가람 선수에게 당한 포르투갈이거든요. 분명 대응책을 가지고 나왔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삐이익!
주심의 신호에 대한민국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되었고, 우세훈에게 공을 받은 가람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더니 스스로 공을 몰고 나섰다.
그러자 프란시스쿠 트린캉이 가람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고, 그걸 본 가람은 속도를 내지 않고 프란시스쿠 트린캉과 대치하였고, 그 사이에 우세훈과 오늘 경기에 왼쪽 윙어, 오른쪽 윙어로 나온 이강운과 권창우가 포르투갈의 진영을 향해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프란시스쿠 트린캉과 만난 가람은 웃으면서 포르투갈어로 입을 열었다.
"아직도 내가 허수아비로 보여?"
이전에 U20 월드컵 조별 예선의 경기 전에 호텔에서 만났을 때 이강운을 빼고 다 허수아비라고 말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듯 가람이 말했다.
순간 프란시스쿠 트린캉은 소름을 돋았고 지난 대회에서 졌을 때 느꼈던 굴육감이 다시 생각났다.
그리고 가람은 말로 도발하는 동시에 속도를 높여 나갔다.
타타타탓!!
프란시스쿠 트린캉은 가람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했다.
하지만 가람이 뛰는 거리를 쉽게 따라잡지 못했고, 점점 간격은 벌어졌다.
그렇게 프란시스쿠 트린캉의 수비가 벗겨지자, 이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주앙 펠릭스와 헤나투 산체스가 가람을 향해 강한 압박을 펼치면서 다가왔고, 가람은 그런 둘이 자신에게 오는 걸 기다렸다가 그들의 뒤 공간으로 파고드는 이강운에게 공을 건넸다.
순식간에 공이 가람에게서 떠나자, 헤나투 산체스는 몸을 돌려 이강운을 쫓아갔고, 주앙 펠릭스는 가람을 놓치지 않고 계속 마크했다.
그리고 그 순간
토오옹!!
"이강운 선수! 여기서 김가람 선수에게 다시 리턴 패스를 합니다. 그림 같은 2대 1패스!"
"이거 결과적으로 김가람 선수는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 하나를 떨쳐내는 격이 되었습니다."
이강운의 리턴 패스는 정확히 가람의 앞에 떨어졌고, 가람은 어렵지 않게 공을 잡아 그대로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순간 이런 패스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주앙 펠릭스는 당황하며 가람의 뒤통수를 보며 뒤쫓을 수밖에 없었고, 이미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들어간 가람을 막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때
촤르르르~~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는 프란시스쿠 트린캉이 가람의 종아리를 향해 거친 태클을 걸었다.
으아앗!!
가람은 비명을 지르면서 경기장 바닥에 쓰러졌고, 프란시스쿠 트린캉은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씩씩거리며 쓰러진 가람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삐이익!!
주심의 휘슬소리에 경기는 멈추었다. 불길함은 예감한 베르나르두 실바는 주심에게 다가가 실수라고 말하는 듯 제스쳐를 보였지만, 주심은 단호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프란시스쿠 트린캉에게 다가가더니 레드 카드를 꺼내 보였다.
"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프란시스쿠 트린캉은 주심에게 뒤늦게 사정을 했지만, 이미 주심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는지 고개를 크게 저을 뿐이었다.
그렇게 프란시스쿠 트린캉은 퇴장을 당해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가람은 잠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누워있다가 의료진이 들어올 것처럼 준비를 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태창의 부상 표시도 나오지 않은 경미한 접촉이었지만, 적절한 액션을 이용해 포르투갈의 애송이에게 현실의 뜨거운 맛을 보여준 가람은 그렇게 패널티 킥을 준비했다.
"김가람 선수 패널티 킥을 준비합니다."
"아까 태클에 걸리기는 했지만, 소리만큼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고오오올! 김가람 선수 후반 5분! 4번째 골을 만들어냅니다."
4번째 골을 만든 가람은 선수들과 어울려 승리를 축하했고, 그걸 본 김한범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교체를 준비했다.
그리고 잠시 후 김학범 감독은 교체를 준비 시켰고, 그 대상은 바로 김가람이었다.
가람은 이미 라커룸에서 첫 교체에 자신을 뺄 거라고 들었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서 나오며 오늘 경기 응원해준 붉은 악마를 향해 박수를 치면서 벤치로 향했다.
그렇게 가람이 나오자, 붉은 악마 응원석에서 잉글랜드 친선 대회 때 불렸던 가람의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대한민국의 용사! 김가람!! 그 누가 와도!! 이긴다! 김가람!!”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가람은 터치 라인에서 공격수인 진세진과 교체했다.
“후반 10분에 김가람 선수가 교체됩니다.”
“그렇죠. 오늘 경기에 4골을 넣은 김가람 선수입니다. 4골 차이에 프란시스쿠 트린캉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이미 경기의 양상은 대한민국의 우위가 굳어진 상황에 팀에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김가람 선수에게는 휴식을 주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아까 프란시스쿠 트린캉 선수에게 당한 태클을 당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죠.”
그렇게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포르투갈은 한 명이 빠졌지만, 끈질기게 수비면서 역습에서 좋은 찬스를 만들었고, 결국 주앙 펠릭스와 베르나르두 실바의 역습으로 후반 막판에 한 골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찬스였다. 골을 먹힌 대한민국은 무리하게 공격에 나서지 않고 수비를 강화하면서 경기는 그렇게 4 대 1로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