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26화 (127/319)

126화 도쿄 올림픽 조별예선 브라질전[3]

에데르송의 눈에는 제발이라고 외치는 듯한 애절한 감정이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바람은 공이 골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지만, 공은 그런 에데르송의 마음을 모르는 듯 야박하게도 골대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고오오오올!! 전반 12분 김가람 선수가 골을 만들어냅니다."

"그렇죠. 기록 상에는 가브리엘 선수의 자책골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책골로 기록된다고 해도 그 과정을 만들어낸 김가람 선수가 있었기에 브라질의 자책골이 나온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지난 대회의 챔피언인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에만 두 골을 만들어내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지난 골보다 지금의 골이 더 브라질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전반 5분에 골을 먹히고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해서 전술을 변경했는데요. 그 전술을 제대로 펴보기도 전에 김가람 선수가 그 전술의 약점을 파고들어 단번에 골을 만든 거거든요. 이러면 안드레자딘 감독의 머리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미 두 점이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골을 넣을 수는 없을 테고요."

골이 들어가는 순간 안드레 자딘 감독은 지금 이게 꿈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꼬집어 봤지만 냉혹한 현실은 그에게 고통을 주며 이게 현실이라는 걸 인식 시켜주었다.

가람은 골을 넣은 후 만세 세레머니를 했고, 이번에는 다른 대한민국의 선수들도 가람을 따라 만세 세레머니를 같이 해주었다.

그렇게 전반전 경기는 30분이나 남은 상황에서 2 대 0으로 경기가 다시 진행하게 되었다.

삐이익!

"이제 전반 12분. 2골이나 넣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브라질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 되는 순간입니다. 해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아무래도 브라질은 더 이상 밀려나갈 곳이 없거든요. 배수의 진을 치고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경기는 브라질의 공으로 다시 시작되었고, 브라질 선수들은 바로 공격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공을 돌리면서 점유율을 높이고 사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가람은 공을 미친 듯이 쫓아다니는 사냥개처럼 브라질 선수들의 사이를 쫓아다녀서 브라질 선수들은 공을 받는 순간 공이 시한 폭탄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서둘러 가까이에 있는 다른 선수에게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안드레 자딘 감독의 표정은 어두워 질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공을 잡는 걸 두려워하고 있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람의 체력을 빼기 위해서 공을 여유롭게 돌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감독인 자신이 보기에는 가람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허둥지둥 공을 돌리는 거라는 걸 간파했다.

자신들 사이에서 가장 탈압박 능력이 뛰어난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가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공을 빼앗겼기 때문에 공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게 부담감으로 다가 온 것이었다.

그리고 보통의 선수라면 몇 번의 패스가 오고 가면서 자신이 쫓아가지 못한다면 체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공을 쫓지 않고 멈추겠지만, 가람은 전반전만 뛰는 선수처럼 자신의 모든 체력을 태워 달렸다.

게다가 가람의 빠른 속도에 점점 브라질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을 돌리다가 결국 왼쪽 수비수인 알렉스 텔리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람을 보고 이번에는 길게 보낼 생각으로 동작을 크게 가지고 갔다.

그때

타타타탓!!

가람은 알렉스 텔리스의 모습을 포착한 순간 부스터를 쓴 것처럼 속도를 높였고, 순식간에 알렉스 텔리스 선수의 앞에 나타났다.

결국 당황한 알렉스 텔리스는 생각지 않은 가람의 속도와 압박에 놀라 공을 자신이 원하는 위치로 차지 못했다.

뻐어엉!

티이익!!

알렉스 텔리스가 황급히 찬 공은 가람의 몸에 맞고 크게 굴절 되었고, 원래 반대편에 있는 오른쪽 수비수인 에메르송에게 가지 못하고 브라질의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사이로 떨어졌다.

“김가람 선수의 적극적인 압박에 결국 알렉스 텔리스 선수가 실책을 범합니다.”

“좋습니다. 지금 브라질 선수들은 이미 두 골로 벌어진 경기에서 사기가 떨어진 상태인데요. 만약 지금 이 기회를 살려 또다시 골을 넣을 수 있다면 쇄기를 박을 수 있을 겁니다.”

공이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떨어질 때 이강운은 가람이 공을 뺏을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이미 공격적으로 위치를 잡기 시작했고, 공이 떨어지자 세컨 볼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갔다.

그리고 그런 이강운을 마크하기 위해 바로 뒤에서 중앙 미드필더인 마이콩이 뒤따라왔다.

가람은 이강운의 모습을 보며 그를 믿는 듯 공이 아닌 패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파고 들며 공격적인 위치로 공간을 찾아 들어갔다.

“이강운 선수가 공을 향해 달려듭니다. 게다가 김가람 선수는 패널티 에어리어로 파고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브라질 선수들이 빨리 판단해야 합니다. 김가람 선수를 막을지 아니면 이강운 선수를 저지할지 말이죠. 둘 중 하나라도 놓친다면 치명적인 장면이 만들어 질 것이고 그건 지금까지 흐름으로 봤을 때는 골로 이어질 것입니다.”

장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브라질은 수비 라인을 적극적으로 올려 가람에게는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었고, 이강운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수비 라인이 올라오자, 가람도 오프사이드 트랩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수비 라인을 뚫지 않고 오히려 브라질의 수비 라인이 만든 일렬의 선을 따라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올라왔다.

토오옹~

이강운은 한 발 먼저 출발한 덕분에 공을 먼저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강운이 공을 잡기를 기다렸다는 듯 뒤에서는 마이콩이 압박을 가했고, 앞에서는 이강운의 앞 공간을 다르며 가브리엘이 압박했다.

한 순간에 앞과 뒤에서 다가오는 협력 수비에 이강운은 짓눌려 그대로 공이 빼앗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강운은 둘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앞으로 드리블을 치고 나갔다.

그리고 거의 아슬아슬할 정도로 가브리엘의 발에 공이 닿을 것 같은 순간

토옹!

공을 살짝 차서 왼쪽으로 치고 나갔고, 가브리엘은 이강운을 막기 위해 발을 뻗었다.

티이잇!!

아주 아슬아슬한 차이로 공은 가브리엘의 옆을 빠져나갔고, 이강운도 마찬가지로 가브리엘의 옷을 스치며 그 사이를 벗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가브리엘이 이강운을 막기 위해서 다가간 순간, 그 뒷공간을 향해 한 선수가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공간을 창출해 나아갔고, 이강운은 그를 보는 순간 미소를 띄우는 동시에 공간 패스를 넣어주었다.

토오오오~~

공은 약간의 회전이 걸려서 강하게 나아갔는데, 회전이 걸려서 너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고, 공을 기다리고 있는 선수가 받기 딱 좋은 위치로 떨어졌다.

“이강운 선수의 패스!! 김가람 선수에게 이어집니다.”

“김가람 선수 여기서는..”

장재현이 말을 하기도 전에 김가람은 여기서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었다.

뻐어엉!!!

가람은 이강운이 준 패스의 결을 살려 힘을 밀어주는 듯한 느낌으로 왼발로 다이렉트하게 찼다. 가람이 찬 공은 왼쪽 골대 하단을 향해 낮게 깔려 빠르게 나아갔다.

이미 전반전에 두 골을 먹힌 에데르송 골키퍼는 이를 악물고 빠른 반사 신경과 긴 팔로 가람이 찬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촤르르르르~~~

가람이 찬 공은 에데르송 골키퍼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고오오오오올!!! 전반 25분에 김가람 선수의 발에서 또 다시 골이 터집니다. 전반 5분에 김가람 선수의 도움으로 우세훈 선수의 골, 전반 12 분에 김가람 선수의 슈팅이 가브리엘 선수의 몸에 맞고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강운 선수의 센스 있는 공간 패스를 받고 김가람 선수가 골을 만들어 버립니다. 대한민국의 축구팬 여러분! 지금 스코어 3 대 0은 브라질의 스코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스코어입니다!”

흥분한 듯 말을 쏟아내는 배선재를 진정시키며 장재현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배선재 캐스터가 흥분하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아직 전반전도 끝나지 않은 시간입니다. 좀 더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재현의 조심성 높은 말과 다르게 브라질 선수들은 가람이 골을 넣는 순간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보거나 고개를 숙이며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안드레 자딘 감독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하늘로 들며 지금의 상황, 아니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저런 괴물이 하필 내가 올림픽 감독을 맡을 때 나타나다니..’

솔직히 축구에서 괴물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은 여럿이 있었다.

외계인이라고 불리는 호나우지뉴, 아직도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할 수 있는 메시, 말도 안되는 피지컬과 스피드 그리고 프리킥 능력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은 각각 약점이 있었다.

호나우지뉴는 뛰어난 개인기와 드리블이 있었지만, 혼자 시간을 많이 끌어 경기의 스피드를 줄어들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있고, 메시는 뛰어난 드리블과 경이로운 돌파 능력에 마무리까지 훌륭하지만, 피지컬이 부족했다.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엄청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뛰어난 속도와 프리킥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흥분하기 쉽고 경기 중에 잘 풀리지 않을 때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고 골 결정력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 김가람은 앞서 말한 선수들보다 지금 이 경기에서 한해서는 약점이 없는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안드렌 자딘 감독은 어떻게 해야 가람을 막을 수 있을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가까이서 압박을 하려고 하면 괴물 같은 피지컬을 가지고 돌파를 했다. 게다가 그는 피지컬을 공격적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사용하면서 상대를 괴롭혔다.

피지컬만 좋을 뿐 아니라 발재간이나 탈압박 능력도 좋았고, 찬스 메이킹 능력과 시야도 좋아 이타적인 플레이도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스트라이커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골 결정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점과 그 골 결정력을 뒷받침해주는 위치 선정 능력이 놀라울 정도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안드레 자딘 감독은 눈 앞이 캄캄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저 동양인 선수가 이번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전반전 세 골이나 넣었지만, 가람은 아직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듯 또다시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안드레 자딘 감독은 누군가의 어록이 떠올랐다.

‘베토벤이 음악을 위해 태어났고, 미켈란젤로가 미술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나는 축구를 위해 태어났다.’

- 이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의 별명 펠레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