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도쿄 올림픽 8강 벨기에전
8월 1일 도쿄 스타디움 8강 벨기에전
“허억.. 허억..”
이번 올림픽 와일드 카드로 뽑힌 로멜루 루카쿠는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자신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자신보다 8cm나 작은 183cm의 동양인 선수와 고전하고 있었다.
‘젠장.. 이걸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키는 분명 자신보다 작고, 얼굴은 귀공자처럼 여리게 생겼지만, 실제로 몸으로 부딪혔을 때 느껴지는 옹골찬 근육과 탄력 있는 몸은 막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타타탓 타타탓!!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아직 코너키커가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선수는 수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나마 다른 선수들에 비해 몸싸움과 키가 좋은 자신이 코너킥에서는 이 선수를 막기로 했는데 이렇게 많이 움직인다면 사실상 막는 건 불가능했다.
“허억.. 허어억..”
“아직 코너킥을 차지도 않았는데 벌써 숨이 차면 어떻게 해.”
자신이 마크해야 할 동양인 선수가 자신을 걱정하듯 말해주자, 순간 욱해서 네 걱정이나 하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뻐어엉!!
대한민국의 코너키커가 공을 찼고, 대한민국의 코너키커가 찬 공은 먼 쪽 골대쪽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로멜루 루카쿠는 자신의 마크맨에 대한 마크를 풀었다.
저렇게 멀리 나간다면 누가 헤딩으로 따낸다고 해도 그게 골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었고, 지금 자신이 마크하는 선수가 골로 이을 수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대로 공은 먼 쪽 골대를 크게 넘어가며 반대쪽 패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떨어졌고, 골대에 몰려 있던 벨기에의 수비 선수들은 하나 둘 공을 잡기 위해 , 그리고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오프사이드 트랩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뻐어엉!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한민국의 한 선수가 공을 먼저 잡아서 중앙을 보고 크로스를 올렸고, 크로스는 이번에 선수들이 몰려있는 공간으로 떨어졌다.
‘제길..’
순간 자신이 마크했던 선수를 놓쳤다는 생각에 로멜루 루카쿠가 아차 싶은 심정으로 서둘러 마크하던 선수를 찾았다.
하지만 자신이 마크하려던 선수는 공의 낙하지점을 잘못 파악했는지 아까 코너킥을 찼던 방향에 가까운 골대 쪽으로 이동했고, 로멜루 루카쿠는 안심했다.
만약 저 자리에서 공을 받는다고 해도 슈팅을 할 수 있는 각도가 전혀 없고, 심지어 그 앞에는 이미 자신들의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안심하며 로멜루 루카쿠는 천천히 공의 궤적을 쫓아 시선을 옮겼고, 공은 자신이 마크해야 할 선수의 앞 공간에서 거칠게 튀어올랐다.
토오옹!
공이 크게 튀어오르는 순간 벨기에의 수비수들이 달려들었고, 로멜로 루카쿠는 자신이 마크해야 할 선수가 수비에 막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뻐어엉!!
터어엉!!
촤르르르르!!!
로멜로 루카루가 마크하던 선수는 불규칙하게 튀어오르는 공을 그대로 발리슈팅 동작으로 찼고, 그가 찬 공은 골대 상단에 맞은 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반 25분에 김가람 선수의 고오오오올!! 멀티골을 기록합니다.”
“각도가 전혀 없는 곳에서 찬 공이 골대 상단을 맞고 그대로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오늘 경기 전반 4분 만에 하프 라인 인근에서 멋지게 찬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만든 후 이번에는 골을 넣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는 각도에서 또다시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제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경기에 김가람 선수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 보입니다.”
골을 넣은 가람은 점프를 한 후 만세를 하며 전매 특허인 만세 세레머니를 이어갔고,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가람을 보며 함께 환호하며 좋아했다.
그렇게 한바탕 골세레머니를 마친 가람은 자신의 발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 감각 오랜만이다. 돌아왔어.’
그 말과 함께 꼭 자신을 보라는 듯 상태창이 눈 앞에 나타났다.
김가람 / 나이 : 만 19세 / 키 : 182 / 몸무게 : 75 / 주발 : 양발
|개인기 90|, |슈팅 100|, |킥정확도 95|, |드리블 95|, |헤딩 85|, |패스 95|, |태클 90|, |민첩 98|, |체력 97| , |속도 97|, |몸싸움 95|, |위치선정 95|
미분배 포인트 : 0
슈팅 스탯 100
스탯을 100으로 맞추자 가람은 자신이 강승연 시절에 찼던 슈팅 감각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었다.
물론 원래 능력인 95에서 100까지 올리는 데는 95에서 99까지 1스탯을 올리는 데 6포인트가 필요했고, 99에서 100으로 올리는 데는 50포인트가 필요했다.
총 필요한 포인트는 74포인트였다.
사실 처음에 이런 포인트를 모은다는 건 불가능했다고 생각했지만 가람은 지난 친선전 잉글랜드 경기가 끝난 후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올림픽에서 지난 U20 월드컵처럼 활약을 한다면 더 많은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김한범 감독이 죽어라 시켰던 체력훈련에서 남은 포인트로 체력에 분배했다면 좀 더 여유 있는 체력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그걸 인내하며 포인트를 아꼈다.
그 덕분이라고 말하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지만 끝까지 포인트를 쓰지 않고 체력 훈련에 임해서 결과적으로는 스탯 포인트를 분배하지 않고도 체력을 95에서 97로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쓰지 않고 모아둔 포인트는 지난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하며 30포인트가 추가되면서 50포인트가 되었고, 조금만 더 모으면 슈팅을 100으로 맞출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브라질 경기가 끝난 후 생각지 않은 상태창의 보상이 나타났다.
띠리링
[죽음의 D조에서 무패로 조별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24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꼭 가람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부족한 24포인트를 지급했고, 가람은 고민 없이 모든 포인트를 슈팅에 투자했다.
그렇게 완성된 슈팅 100의 능력은 처음에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훈련을 할 때도 그냥 공이 잘 맞는다 이런 느낌이었다. 솔직히 기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경기에서 확실히 몸이 풀린 듯 공을 차는 족족 골대에 빨려 들어가며 확실히 변화된 느낌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골을 넣은 후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낀 가람은 오늘 경기는 다를 때보다 더 날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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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익! 삑!!
“주심 휘슬을 불어 경기 종료를 알립니다. 이렇게 또다시 유럽 강호 벨기에를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경기 스코어 6대 0. 김가람 선수 오늘 경기 6골을 몰아치며 아직 결승전을 포함해 2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미 16골을 터뜨리며 올림픽 득점왕 자리에 올랐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죠. 솔직히 지금까지 만난 팀들 중에 알제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강팀이었는데, 그런 팀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득점력을 폭발시켰습니다. 심지어 오늘 경기에서는 전반 3골 후반 3골을 혼자 넣으면서 해결사의 역할을 보여주었는데요. 오늘 경기를 봤을 때 올림픽 경기에서는 김가람 선수를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4강까지 안착하면서 이제 메달 사정권 안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더 좋은 경기력으로 동메달보다 더 좋은 메달을 따기를 기원합니다.”
“방금 끝난 일본과 스페인의 대결에서는 일본이 패배해서 결국 4강 상대가 스페인으로 결정되었는데요. 이번 대회에 스페인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데포르티보의 스트라이커 쿠키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주최국인 일본을 3대 2로 누르고 올라왔습니다. 과연 무적함대 스페인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그렇게 중계진은 마무리 멘트를 이어갔고, 가람은 경기를 마친 후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선수들은 메달권에 들어왔다는 것에 기뻐하며 환호했고, 가람도 그런 분위기에 순응해서 함께 좋아하면서 앉아서 땀을 식히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라커룸의 문이 열리더니 김한범 감독이 특유의 웃음 소리와 함께 들어왔다.
“크하하하!! 내 새끼들 잘했다! 오늘 경기 아주 잘했어. 뭐 우리 동양의 펠레도 역시 잘했고.”
그 말에 선수들은 가람을 쳐다봤고, 가람은 부끄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지난 안드레 자딘 감독의 인터뷰 이후 김한범 감독은 인터뷰에 나왔던 동양의 펠레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람을 동양의 펠레라고 불렀다.
“오늘은 푹 쉬고 4일 뒤에 있을 4강전 스페인과의 경기를 준비해라. 일본 녀석들 그렇게 우리랑 붙으면 이기겠다고 하더니 결국 스페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우리가 스페인을 이겨서 일본의 코를 확실히 납작하게 해주자고! 모두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김한범 감독은 말을 마치고 선수들은 하나 둘씩 샤워실로 가서 몸을 씻고 버스에 오를 준비를 했고, 가람도 그 흐름에 맞춰 움직였다.
‘4강에 올랐다고 특별히 포인트를 주는 건 아니구나.’
슈팅을 100으로 만들면서 이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가람은 다른 능력들도 원래 능력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자기 마음 대로인 상태창이 언제 포인트를 부여할지 몰랐기에 가람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도쿄 인근에 있는 베이스 캠프에 도착한 선수들은 가볍게 회복 훈련을 한 후 호텔로 이동했다.
호델로 이동한 선수들은 대부분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가람도 이강운과 권윤성과 대화를 하면서 휴식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하루를 마감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띠리리리 띠리리리
방에 있는 인터폰이 울렸고, 이강운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어나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네에.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이강운은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가람아. 철수 홍보관님이신데 너를 찾아온 사람이 있다고 하네.”
“나를 찾는 사람?”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일본에는 아는 사람이 없는 가람이기에,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라는 말에 의아했다.
그리고 심지어 국가대표 숙소는 통제가 되어 있는 상황이인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찾아왔다고 만나게 해준다는 건 더 의아한 일이었다.
그렇게 국가대표 로고가 새겨진 트레이닝 복을 챙겨 입은 가람은 한 층 아래에 있는 김철수의 방 앞에서 벨을 눌렀다.
찌리링 찌리링
4성급 호텔과 어울리지 않는 촌스러운 아날로그식 초인종이었지만, 이런 걸 전통문화라고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감성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잠시 기다림이 지난 후 문을 열고 나온 것은 김철수가 아니라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녀석이었다. 심지어 방금 울었는지 눈은 퉁퉁 부어 있는 상태이고 자신을 보며 당장이라도 품에 안겨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