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31화 (132/319)

131화 멍청한 하루

8월 2일 한국 베이스 캠프 훈련장

선수들은 어제 있었던 벨기에와의 경기가 끝났고 이제 메달권에 들어왔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오전 회복 훈련을 마친 후 오후에는 가볍게 포지션별 훈련에 들어갔다.

뻐어엉!!

“나이스 크로스!”

이강운의 크로스를 본 우세훈은 공을 향해 뛰어갔고, 골키퍼인 구성운의 반대쪽으로 영리하게 공을 보내며 확실히 골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김한범 감독이 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열었다.

“녀석.. 점점 좋아지고 있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번에는 이강운의 낮은 크로스를 받아 진세진이 공간을 쇄도하며 공을 발에 맞췄다.

뻐어엉!!

촤르르르르~

낮게 날아오는 크로스를 진세진은 논스톱 발리슛에 가까운 동작으로 골을 만들었고, 이번에도 구성운 골키퍼가 손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골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야.. 진세진 선수도 좋은데요.”

그렇게 모두 의기양양하게 이강운의 크로스를 받아 골을 만들며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려는 시간에

뻐어엉!

퍼어억!!

이강운의 크로스를 안면으로 받아 쓰러지는 한 선수가 나타났다.

“뭐야!! 이게 무슨 일이여?! 의료진!!”

김한범 감독의 말에 안면으로 공을 받은 선수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더니 괜찮다는 듯 소리쳤다.

“감독님 괜찮습니다.”

하지만

주르르륵!

그 말이 무색하게 그 선수의 코에서는 쌍코피가 터져 나왔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혼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김가람! 너 나와! 오늘 훈련 열외다!”

“감독님. 잘 할 수 있습니다.”

“아니. 너는 그냥 주변에서 조깅을 하면서 몸이나 풀어! 괜히 공 찬다고 깝죽거리다가 또 공에 쳐맞지 말고!!”

결국 김한범 감독의 호통에 가람은 훈련장 주변을 천천히 돌면서 몸을 풀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았는지 움직일 때마다 몸은 휘청거렸다.

‘젠장.. 저 녀석 때문에 잠을 못 자서.’

삐리리리

[다시 깨어나는 열정]

각성 상태에 대한 고민[완료]

?????

?????

?????

[보상 : 각성 상태 전환]

어제 저녁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 상태창을 보며 불평을 했지만, 결국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들뜬다고 해도 컨디션 관리는 해야 하는데 잠을 못 잔 건 프로로서 실격이었다.

하지만 보상인 '각성 상태 전환'은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회귀를 하기 전 자신은 각성 상태를 통달할 수 있었고, 그 상태에 보내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고 반동을 줄여가며 세계 축구를 장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점점 회귀를 하면 할수록 각성 상태에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 되었고, 그 후에는 회귀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각성 상태의 괴물들을 상대하며 플레이를 했었다.

그런데 다시 각성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가람은 설렐 수밖에 없었다.

[다시 깨어나는 열정]

각성 상태에 대한 고민

?????

?????

?????

[보상 : 각성 상태 전환]

‘도대체 저 물음표 덩어리들은 뭐냐?’

어제 잠을 자면서 고민을 해봤지만,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상태창이 자신에게 주는 임무와 보상을 보면 크게 두 가지 형태였다.

경기 진행 중이거나 특정 상황에서 어떤 상대를 이기거나 특정 목적을 달성하라고 지시하고 보상을 하는 경우, 그리고 생각보다 큰 업적을 달성해 그 업적을 보상해주는 경우였다.

그런데 지금처럼 보상은 보여 주었지만,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열정이랑 관련 있는 걸까?’

사실 각성 상태에 대한 가람의 마음은 질투에 가까웠다.

원래 자신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쓸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런 능력을 쓰는 이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질투였다.

그런데 그것이 키워드로 열렸다면 질투의 감정을 깨우는 것일까? 가람은 다시 생각에 잠겼고, 그때

터어엉!!

“아우!!!”

이번에는 가람은 가만히 서 있는 스탠드에 부딪혔고, 그 소리는 훈련을 뛰고 있는 모든 선수에게 들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김한범 감독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저 녀석 왜 저러는 거야?”

그 말에 옆에 있는 김철수는 순간 움찔거렸고, 그걸 놓치지 않은 김한범이 눈을 얇게 뜨며 입을 열었다.

“철수야! 원래 범죄라는 건 말이다. 자수를 하면 형량이 줄어드는 법이다.”

거의 협박에 가까운 김한범 감독의 말에 김철수는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할 수밖에 없었고, 그 말을 들은 김한범 감독의 표정은 더 아리송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김가람은 그런 일로 흔들릴 선수가 아니였다.

여태까지 자신이 감독 생활을 하면서 만나왔던 그 어떤 베테랑보다도 탄탄한 멘탈을 가지고 있는 선수인데 심지어 진 것도 아니라 압승을 거둔 일에 왜 저렇게 얼빠진 모습을 보이는 지 몰랐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가 흔들린다면 그 영향은 단순히 그 선수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선수에게 감염되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이런 문제를 미리 포착해 예방할 필요가 있었다.

훈련이 끝난 후 김한범 감독은 가람을 따로 감독실로 불렀다.

똑똑!

“들어와라!”

김한범 감독의 말에 가람은 감독실로 들어왔고, 김한범 감독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가람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오늘 훈련에서 얼빠진 모습이 보였는데 계속 그럴 거냐?”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단번에 자신의 실책을 사과하는 가람을 보며 김한범 감독은 원래 좀 더 강하게 질책을 하려다가 방향을 급선회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고 있는데 그걸 괜히 들먹거려봤자, 오히려 선수의 컨디션만 떨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오늘 훈련에서 보여주었던 멍한 모습은 그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말해 너는 평소의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이번 대회에 그 누구도 너를 막을 사람은 없을 거다. 이건 내가 보증할 수 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믿겠다.”

“알겠습니다.”

가람의 모습을 본 김한범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가보라는 듯 손짓했다.

그렇게 가람이 인사를 하고 문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김한범 감독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너를 믿는다.”

그 말에 가람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화답한 후 문밖으로 나갔다. 김한범 감독이 말한 것을 가람이 이해를 못 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김한범 감독은 크게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이해 할 수 있었다. 팀에 에이스를 향한 믿음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오늘은 아주 멍청한 하루였다. 가람은 아직 열리지 않는 임무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눈 앞의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다.

8월 6일 신주쿠 신국립 경기장 4강 스페인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오늘 대한민국 올림픽 국가대표 팀의 중요한 일전 바로 대한민국과 스페인! 스페인과 대한민국의 경기가 이곳 신주쿠 신국립 경기장에서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 신주쿠 신국립 경기장은 오늘의 경기 뿐 아니라 결승전도 열리는 곳인데요. 오늘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서 다음에 있을 경기는 이곳에서 치러지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경기는 꼭 홈구장처럼 수많은 교민들과 대한민국의 붉은 악마 서포터즈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6만 명이 들어올 수 있는 신주쿠 신국립 경기장은 만원이 된 가운데 중간 집계 결과를 따르면 4만 여명이 붉은 악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티셔츠를 입고 들어왔습니다.”

“일본은 이번에 스페인에게 져서 떨어졌거든요. 그런 스페인을 상대로 대한민국이 어떤 경기를 펼치게 될 것인지 상당히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럼 경기 전 각 팀의 키 플레이어는 누가 있을지 알아볼까요?”

그 말에 화면은 스페인의 하이라이트 경기 장면으로 바뀌었고, 그 화면에서는 두 명의 스페인 선수가 경기장의 대부분을 장악하며 수많은 선수들을 견제하고 그들의 공을 가로채는 모습이 나왔다.

“스페인은 지금 올림픽 경기를 치르면서 최소 실점을 한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 일본전을 제외하고는 전혀 골을 먹히지 않은 팀이었거든요. 그 팀의 중심에는 이 두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AT마드리드의 중앙 미드필더 듀오인 사울 니게스 선수와 코케 선수입니다.”

“그렇죠.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U23 올림픽 감독으로 뽑힌 에르네스토 발데르데 감독이 직접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과 면담을 통해서 와일드 카드로 뽑은 두 선수인데요. 결국 설득에 성공해서 데리고 온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감독이 직접 면담을 통해서 데리고 와야 할만한 선수인지 그들은 활약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이 직접 클럽 감독과 면담을 통해 데리고 온 또 다른 선수가 있죠.”

그 말과 함께 화면이 넘어갔고, 수많은 슈팅을 몸을 막아내며 포효하는 골키퍼를 보여주었다.

“그렇습니다. 지난 경기 야마구치 츠바사 선수의 기이한 슈팅과 골로 두 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클린 시트를 자랑하고 있던 디비드 데 헤아 선수입니다.”

“사실 다비드 데 헤아 선수는 지난 시즌에 맨유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맨유 챔피언스 리그를 확정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었는데요. 그런 놀라운 선방을 지금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스페인의 키 플레이어 선수는 대부분 와일드 카드 선수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이 선수 이외에도 활약을 하는 공격 듀오가 있다는 것을 빼놓고 말씀드리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장재현의 말과 함께 화면은 골을 넣는 두 명의 젊은 선수들을 보여주었고, 장재현은 말을 이어갔다.

“데포르티보의 스트라이커 쿠키 선수와 맨체스터 시티 소속인 로렌조 곤잘레스 선수의 공격 듀오는 이번 올림픽의 합작으로 10골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로렌조 곤잘레스 선수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기보다는 다른 팀에서 임대를 통해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는데요. 제 생각에는 이번 올림픽이 끝난 후 맨체스터 시티로 다시 콜업되어 1군에서 경기를 뛸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쿠키 선수는 이번 대회에 만약 김가람 선수가 없었다면 가지고 있는 7골의 기록으로 득정왕도 노릴 만 합니다. 지난 일본전에서 해트트릭을 하면서 좋은 골 결정력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해보니 키 플레이어 선수가 무려 5명이나 되는 스페인인데요. 과연 이런 스페인을 상대로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어떤 경기를 준비했을지 기대가 됩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키 플레이어라고 하면 김가람 선수, 이강운 선수, 정운영 선수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이고요. 브라질전에서는 잠깐 권윤성 선수가 빠지면서 가동이 멈췄던 권윤성, 권경원 수비 듀오의 막강한 수비 플레이도 오늘에는 기대해봐야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플레이를 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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