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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33화 (134/319)

133화 도쿄 올림픽 4강 스페인전[2]

대부분 사람들이 골키퍼는 공을 차는 것을 보고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려 방어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일류 골키퍼는 그런 시야에 따른 판단보다는 자신의 감각을 이용한다.

수많은 훈련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집중 시키고, 거미줄을 뿜어낸 거미처럼 자신의 감각이라는 거미줄로 펼쳐 공이 올 곳을 미리 느끼고 몸을 날려 막았다.

하지만 방금 가람의 슈팅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의 감각에서 걸리지 않은 곳에서 날아온 슈팅이었다.

‘수비가 많아서 그런가?’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는 걸 믿고 싶지 않고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대 앞에 많은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슈팅이 날아왔다면 앞으로 저 선수의 슈팅을 막으려면 지금보다 모든 신경을 더 집중해야 하고, 그만큼 힘들어질 것이었다.

자신처럼 뛰어난 골키퍼가 아니라면 그의 슈팅을 막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었다.

그렇게 다비드 데 헤아가 생각을 정리할 때 가람은 선수들과 어울려 골을 넣은 것을 축하했고, 그 모습을 본 에르네스토 발데르데 감독은 터치 라인 근처에 있는 선수를 불러 전술 지시를 했다.

“전반 12분에 김가람 선수의 기분 좋은 골로 대한민국이 경기를 앞서 나갑니다.”

“그렇죠. 오늘의 스페인까지 포함해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올림픽 경기의 전반전에 모두 골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안드레 자딘 감독이 말했던 동양의 펠레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될 것 같은 설레임이 드는 순간입니다.”

장재현의 흥분도 잠시 스페인의 공으로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고, 쿠기의 패스를 받은 로렌조 곤잘레스는 잠시 앞을 보더니 전진을 하려고 했다.

그때 가람이 달려들어 강하게 압박했다.

쿠우웅!!

정당한 몸 싸움이었지만, 로렌조 곤잘레스는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흡사 어린 아이와 어른의 몸싸움을 보는 것 같은 순간이었고, 조금만 더 하면 가람이 로렌조 곤잘레스에게서 공을 뺏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때

토옥!

힘겹게 버티고 있는 로렌조 곤잘레스의 공을 같은 편인 쿠키가 가로채듯 가지고 가더니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사울 게니스 선수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걸 본 가람은 사냥개처럼 바로 사울 게니스 선수에게 달려들었다.

쿠우웅!

사울 게니스는 가람의 압박에 로렌조 곤잘레스보다는 잘 버티기는 했지만, 그래도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꼭 1대 1 경기를 하듯 사울 게니스와 가람의 공 다툼이 이어지다가 사울 게니스는 뒤쪽에 있는 코케에게 공을 돌렸다.

이 정도까지 한다면 보통의 선수는 포기하고 원래 위치로 돌아가야 했겠지만, 가람은 자신의 몸싸움과 압박에도 자신이 있고, 코케를 상대로 공을 뺏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 상태였다.

타타탓!

아까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가람은 코케에게 다가왔고, 코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람을 보더니 등 뒤돌아 공을 지키려고 했다.

코케는 여태까지 선수들보다 안정적인 자세로 공을 지켜냈지만 이내 못 이기겠다는 듯 또 다시 뒤쪽에 있는 오른쪽 윙백인 로렌스 선수에게 건넸다.

‘찬스!’

가람은 이제 로렌스를 압박해 공을 따낸다면 바로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로렌스를 향해 더욱 가속하며 뛰어갔고, 생각지 않은 가람의 속도에 로렌스는 놀라 바로 공을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에게 보냈다.

원래 이렇게 공격수의 압박에 의해서 공이 후방으로 오게 되면 수비수들은 당황하기 마련이고, 골키퍼도 마찬가지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람을 본 다비드 데 헤아의 표정은 당황함은커녕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예측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순간 가람은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예감이 들었고,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는 공을 받은 즉시 전방을 향해 강하게 골킥을 찼다.

뻐어엉!!

다비드 데 헤아가 찬 공은 멀리 뻗어 나갔고, 왼쪽 터치 라인에 있는 펠라요 모리야에게 정확하게 연결되었다.

“아! 여기서 다비드 데 헤아 선수의 롱 패스가 펠라요 모리야 선수에게 이어집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가람 선수를 따라 공격적으로 앞으로 나섰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중앙 수비 라인과 미드필더 간격이 상당히 벌어져 있거든요. 이거 위험합니다.”

펠라요 모리야는 공을 잡는 순간 자동차의 가속 기어를 올린 것처럼 간격이 크게 벌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중앙 수비수 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를 가로 질러나갔고, 순식간에 패널티 에어리어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맞춰 스페인의 스트라이커 듀오인 쿠키와 로렌조 곤잘레스는 이미 대한민국의 중앙 수비수 듀오인 권윤성과 권경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뻐엉!!

펠라요 모리야는 로렌조 곤잘레스의 앞 공간에 공간 패스를 넣었고, 공은 권경언과 오른쪽 윙백인 최성 사이로 가로질러 나아갔다.

타타탓!!

로렌조 곤잘레스가 순간 속도를 내서 순식간에 권경언을 앞서 나가더니 패스를 받아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슈팅 자세에 대한민국의 골키퍼 구성운은 각도를 좁히며 다가왔다.

모두가 슈팅을 찰 거라고 생각한 순간

투욱!!

로렌조 곤잘레스는 공의 밑둥을 차서 퍼올렸고, 날아가는 공을 보며 구성운은 팔을 뻗어 받으려고 했지만 이미 각도를 좁히며 다가오는 순간 팔을 내리고 있었기에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찬 공은 가운데에서 권윤성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던 쿠키가 넘어지면서 공을 이마에 맞췄다.

토오옹~

촤르르르~~

“골입니다. 전반 20분에 쿠키 선수의 다이빙 헤딩골에 대한민국 골을 허용합니다.”

“아쉬운 장면입니다. 김가람 선수가 공격적으로 나섰을 때 대한민국의 공격진을 최대한 안쪽으로 끌어들인 후 단번에 역습을 가지고 갔습니다. 사실 이 골이 터지기 전에 공격의 시발점이 된 건 다비드 데 헤아 선수의 정확한 골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공격적으로 나섰을 때 단 번의 역습으로 골을 노릴 수 있는 스페인을 상대로 대한민국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람은 골이 터지는 순간 패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는 도착했지만, 이미 골문으로 쇄도하고 있는 쿠키를 막을 수는 없었다.

골을 넣은 쿠키와 로렌조 곤잘레스는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골 세레머니를 이어갔고, 가람은 그걸 보며 허탈한 듯 웃었다.

그리고 그때 김한범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 쪽으로 와서 크게 소리쳤다.

“아직 시간 많다!! 천천히 원래 페이스대로 진행해!!”

목소리를 들은 선수들은 감독의 말에 용기를 얻고 주변 선수들을 독려하기 위해 입을 열어 파이팅을 외쳤고, 그 중심에는 와일드 카드로 뽑힌 구성운, 권경언, 권창우 등이 있었다.

그렇게 와일드 카드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독려하자, 선수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경기는 다시 대한민국의 공으로 시작되었다.

우세훈의 공을 받은 가람은 아까처럼 앞으로 나가지 않고, 공을 뒤에 있는 권창우에게 건넸고, 권창우는 공을 받아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선수들 공을 뒤로 돌리며 지공을 나가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이렇게 대한민국 선수들이 공을 돌리고 있지만, 스페인은 공격으로 나설 생각이 없다는 듯 하프 라인 뒤쪽에서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직 전반전 2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스페인은 오늘 경기를 길게 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길게 보신다는 이야기면 무슨 뜻일까요?”

“지금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승부를 정규 시간인 전후반이 아닌 연장전으로 끌고 갈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아까의 역습 패턴이 또 나온다면 김가람 선수도 섣부르게 공격적으로 나서기는 어렵거든요.”

“왜 그렇게 보시나요?”

“김가람 선수는 전방과 중앙 미드필더 라인에 위치하면서 문제가 터지면 그 밑의 공간까지 내려와 수비를 도왔습니다. 그 위치에서 공을 끊어내면 역습에 나섰지만, 지금 스페인은 공격을 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역습 찬스를 노리고 있으니 김가람 선수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나서기는 보다는 수비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장재현 위원의 말이 현실이 된 것처럼 가람은 전반 초반처럼 최전방에 머무르기 보다는 권창우의 앞에 서서 공을 배급하며 천천히 공격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수비는 여태까지 다른 팀들과 다르게 탄탄한 수비 조직과 촘촘한 수비 간격을 보여주었고, 대한민국은 그런 수비에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며 시간이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삐익!

“아! 사울 게니스 선수의 거친 몸싸움에 권창우 선수가 쓰러집니다. 파울을 얻어내는 대한민국입니다.”

“하프 라인 바깥에서 프리킥을 얻어낸다고 해도 크게 위협이 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선수들의 영리한 수비예요. 하프라인 바깥에서 공을 돌리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거친 파울로 끊어내고, 하프 라인 안쪽에서는 압박만 가하고 파울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죠. 김가람 선수가 몇 차례 놀라운 프리킥을 보여주었지만, 이미 대응하고 있었던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전부 막아냈습니다.”

“이렇게 경기가 흘러가면 파울을 당한 대한민국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중계진이 대한민국의 불리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이번에도 프리키커로 나선 가람은 잠시 눈을 감아 집중을 하더니 프리킥을 찼다.

뻐어어엉!!!

관중석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와 함께 공은 거의 일직선으로 레이저를 쏜 것처럼 강하게 날아갔고, 그 공의 목적지는 오른쪽 골대 상단 바로 아래였다.

‘젠장!! 저 괴물 새끼!!’

다비드 데 헤아는 하프 라인 밖에서 무지막지하게 쏘아대는 미사일 같은 가람의 프리킥 능력에 속으로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퍼어엉!!

“다비드 데 헤아 선수 기민한 몸놀림으로 이번에도 김가람 선수의 직접 프리킥 슈팅을 막아냅니다.”

“와! 정말 대단합니다. 다비드 데 헤아 선수! 김가람 선수의 말도 안되는 중거리 직접 프리킥도 놀랍지만, 그걸 매번 막아내는 다비드 데 헤아 선수 또한 놀랍습니다.”

다비드 데 헤아는 몸을 날려 가람이 찬 공을 막아냈지만, 이번에는 실린 공의 힘을 완벽하게 흡수하지 못해 다비드 데 헤아의 손에 맞은 공은 골라인 아웃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대한민국의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가람은 천천히 걸어가 패널티 에어리어쪽에 있다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를 보고 우세훈에게 말을 하더니 갑자기 코너키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김가람 선수가 이강운 선수에게 가서 무언가 이야기를 합니다. 벤치에서 따로 지시가 없었는데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잠시 후 이강운은 알겠다는 듯 코너키커 자리에서 하프 라인 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가람은 이강운을 대신 코너키커 자리를 위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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