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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35화 (136/319)

135화 도쿄 올림픽 4강 스페인전[4]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이 놀라는 것과 별개로 경기는 스페인의 코너킥으로 이어졌다.

코너키커로는 사울 게니스가 준비했고, 스페인은 처음 맞이하는 코너킥 찬스에 중앙 수비수까지 나와 공격적으로 세트피스를 준비했다.

그리고 주심의 신호와 함께 사울 게니스는 공을 찼다.

뻐어엉!

사울 게니스가 찬 공은 가까운 골대도 아니고 먼 쪽 골대도 아닌 중앙에 선수가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날아갔고, 그 공을 노렸다는 듯 쿠키는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달려들면서 정확하게 이마에 공을 맞출 수 있었다.

쿠키의 이마에 맞은 공은 그대로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갔고, 구성운 골키퍼는 너무나 빠른 런닝 헤딩 슈팅에 반응조차 못했다.

그때

퍼어억!

“쿠키 선수의 런닝 헤딩슛을 어느새 나타난 김가람 선수가 머리로 막아냈습니다.”

머리가 뒤로 젖혀질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지만, 가람은 개의치 않고 그대로 자신의 머리에 맞고 튀어 오른 공을 보며 크게 외쳤다.

“이강운!!! 세컨볼!!”

가람의 말에 이강운은 발빠르게 움직여 세컨볼이 떨어질 곳으로 뛰어갔다.

그에 비해 골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던 스페인 선수들은 생각지 않은 가람의 수비에 놀라 반응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람의 머리에 맞은 공이 패널티 에어리어 라인 쪽으로 나갔고 이강운은 제일 먼저 뛰어가 그 공을 차지할 수 있었다.

“패스!!”

그리고 가람은 어느새 골대 앞에 패널티 에어리어로 뛰어와서 이강운을 보며 패스를 달라고 외쳤고, 이강운은 공을 잡은 후 조금 전진하다가 가람의 앞 공간을 향해 길게 패스를 뿌렸다.

“대한민국 기회입니다. 지금 스페인이 코너킥 공격으로 중앙 수비수들까지 모두 공격에 투입된 상황이거든요. 이 상황을 살릴 수 있다면 골 찬스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가람의 놀라운 속도에 다른 선수들은 당황했지만, 코케는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가람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해 가람보다 조금 더 앞에서 가람의 진로를 방해하며 가람이 쉽게 공을 잡지 못하도록 움직였다.

이대로 유지한다면 가람보다 앞선 위치에 있는 코케가 먼저 공을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가람의 역습 공격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타타타탓!!!

가람은 순간 부스터를 쓴 것처럼 더욱 가속했고, 코케가 막고 있는 곳에서 살짝 방향을 틀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 뒤처지는 것 같았다가 어느새 코케와 동일한 위치에서 뛰기 시작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원래 최고 속도를 내고 있는 상태에서 방향을 바꾼다는 건 그만큼 속도가 늦춰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물리 법칙을 무시한다는 듯 가람은 방향을 바꾼 후 속도를 회복해 코케와 동일한 위치에서 뛰었다.

둘은 하프 라인을 넘어섰고, 이제 패널티 에어리어가 조금 멀리 보일 뿐이었다.

코케는 원래 단순히 진로 방해를 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된다면 옐로우 카드를 받더라도 거칠게 몸싸움을 걸어 가람을 막아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코케는 가람의 어깨에 자신의 어깨를 부딪힐 생각으로 가까이 붙었다. 그때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타타타탓! 타타탓!!

분명 지금 뛰고 있는 속도가 김가람의 최고 속도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람은 한 번 더 속도를 높였다. 코케는 가람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몸은 가람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지만 가람을 막기는커녕 그의 뒤통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가람을 보낸다면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와 일 대 일 상황이 펼쳐질 것이고, 지금까지 가람의 플레이로 생각할 때 한 골을 더 먹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만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코케는 손을 뻗어 가람의 유니폼을 잡아 가람의 속도를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휘처엉

꼭 돌진하는 황소의 꼬리를 잡은 것처럼 코케는 오히려 딸려 움직여 중심을 잃어버렸다. 코케는 자신의 힘으로 가람을 막을 수 없다는 것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한 가지 선택지밖에 없었다.

코케는 가람을 따라잡는 것을 포기하고 넘어지면서 가람의 다리를 걸기 위해 다리를 뻗었다.

옐로우 카드까지 생각하며 용감하게 내민 코케의 다리였지만, 가람은 등 뒤에도 눈이 달렸는지 코케의 다리가 들어올 때 살짝 스탭을 바꿔 그의 다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걸 느낀 순간 코케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고, 원래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지만 결국 발을 높이 들어 가람의 다리를 걸었다.

터억!

부우우웅~

결국 코케는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가람의 다리를 걸 수 있었다. 가람은 자신의 빠른 속도에 따른 반동으로 공중에 잠시 떠오른 다음에 앞으로 크게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주심은 신경질적으로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아! 코케 선수가 김가람 선수와의 경합에서 밀리는 순간 뒤에서 비신사적인 태클을 걸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람 선수가 공을 잡지는 못했지만, 공을 잡았다면 골키퍼와 일 대 일 찬스를 이어갈 수 있었거든요. 이 부분도 참작해서 판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심은 바로 판정을 내리지 않고 VAR을 보겠다는 신호를 보냈고, 그 모습을 본 중계진은 흥분한 듯 입을 열었습니다.

“이건 바로 판정을 내리지 않고 부심의 의견을 듣고 주심이 VAR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중히 문제를 확인해보겠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지금 다시 나오고 있는 리플레이 화면에는 코케 선수가 발을 들어 김가람 선수를 넘어뜨리는 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주심의 판정을 기다리며 경기장이 뒤숭숭할 때 코케는 쓰러진 가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미안하다.”

“괜찮아요.”

“너를 막으려고 어쩔 수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어.”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하지만 오늘 경기는 여기까지 뛰실 것 같네요.”

가람의 말이 끝나는 순간 주심은 경기장으로 뛰어 들었고, 코케를 향해 레드 카드를 들어 보였다.

“아. 여기서! 코케 선수가 레드 카드를 받습니다. 이렇게 되면 추격을 해야 하는 스페인 입장에서 상당히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죠. 후반 6분에 김가람 선수에게 태클을 걸었던 코케 선수는 이대로 경기장 밖으로 나가고 스페인은 10대 11로 경기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생각지 않은 변수의 등장에 머리가 복잡했지만, 그래도 다니 올모를 가운데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쿠키를 계속 기용해 역습을 통해 골을 노리도록 지시했다.

그렇게 경기는 대한민국의 프리킥으로 다시 시작되었고, 하프 라인 안쪽 패널티 에어리어에서 가까운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맞이한 가람을 보더니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수비벽을 2명이 아닌 4명을 배치했다.

“아! 스페인에서 프리킥 수비벽을 4명 배치합니다. 이미 대한민국에 비해 사람수도 부족한데 이렇게 수비벽에 신경 쓴다는 건 그만큼 김가람 선수의 프리킥 능력을 높이 산다고 봐야겠죠.”

“그렇습니다. 하프 라인 밖에서도 직접 슈팅을 때리던 김가람 선수니 말이죠.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아니었다면 골이 터졌을 겁니다. 저렇게 긴장하는 것도 이해는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자, 가람은 잠시 수비벽을 보더니 싱긋이 웃었다. 그리고 주심의 신호를 기다렸다가 주심이 휘슬을 불자, 그와 동시에 공을 찼다.

뻐어엉!!

가람이 공을 수비벽이 뛰어오르고 내려오는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찼고, 그대로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는 다비드 데 헤아는 이미 가람이 찬 방향을 향해 몸을 날릴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는 완벽한 타이밍에 공이 날아오는 정확한 방향으로 몸을 날렸고, 공은 그렇게 다비드 데 헤아의 품에 안길 것 같았다.

하지만

터어엉!!

“김가람 선수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옵니다. 이건 김가람 선수의 실책일까요?”

모두가 김가람의 실수라고 생각한 순간, 한 선수가 공이 꼭 이곳으로 올 거라는 예측이라도 했다는 듯 튀어나오는 공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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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NFC 올림픽 대표팀 훈련장

“아니 내가 이런 일을 왜 해야 하는 거야?”

“아까도 말 했듯이 만약에 감이 좋은 골키퍼가 있는 팀이랑 겨루게 된다면 그런 상황을 대비해서 프리킥을 연습하는 거야.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너 말고도 이 훈련에 동참하고 싶은 선배님들은 많거든.”

가람의 말에 이강운은 바로 꼬리를 내리더니 입을 열었다.

“에헴. 생각해보니 외톨이인 너를 위해 이 형님이 도와줘야겠어.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에휴.. 그래. 내가 공을 차서 골대를 맞출 테니 그걸 어떻게든 받아서 골로 연결하면 되는 거야.”

그 말에 이강운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위치가 어디인 지나 알고 있어? 하프 라인을 넘었다고! 패널티 에어리어.. 아니 골대하고 한참 멀리 떨어져..”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가람은 공을 찼고, 공은 이강운의 얼굴을 지나 정확하게 골대를 맞췄다.

터어어엉!!

가람의 강한 슈팅에 골대는 한동안 휘청거렸고, 그걸 본 이강운은 다시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 정도로 빠른 슈팅이라면 골대를 맞는 순간 이 형님처럼 놀라운 반사 신경을 가진 선수가 필요하다는 거겠군.”

빠른 태세 전환에 가람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가람과 이강운은 가람이 골대를 맞추고 나온 공을 골문에 넣는 연습을 진행했다.

말로는 골대에서 튕겨져서 나오는 공을 다시 넣는 쉬워 보이는 일이었지만, 골대에 맞은 공이 어디로 튀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훈련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 많은 골을 넣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을 미리 학습했다는 것은 공격 패턴 하나가 더 생겼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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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토오옹~

이강운은 골대에서 튕겨져 나오는 공을 향해 정확하게 발을 가져다 맞췄고, 공은 다소 높게 형성되었지만 위쪽 골망을 흔들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고오오오오올!!! 후반 7분에 이강운 선수!! 김가람 선수가 직접 골망을 노리고 찬 공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귀신처럼 세컨볼 위치를 찾아 들어가 골을 만들어냅니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또 다른 재능! 이번 시즌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손홍민 선수를 대신해서 토트넘에 이적한 이강운 선수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입니다.”

골을 넣은 이강운은 순간 어안이 벙벙한 듯 멈칫하다가 골이 들어간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가람을 향해 뛰어왔다.

그리고 그런 이강운의 뒤에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뒤따라왔고, 가람은 저렇게 흥분한 선수들에게 잡힌다면 샌드위치가 될 거라는 걸 예상하고는 이강운과 대한민국 선수들을 피해 구성운이 있는 골대로 도망갔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는 세 번째 골을 자축하는 전대미문의 술래잡기 세레머니가 이어졌다. 그 모습을 본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순간 안드레 자딘 감독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물론 저보다 뛰어난 감독님이나 이기고자 하는 승부욕을 가진 열정적인 선수들이 있다면 대한민국과 상대할 때 지금의 점수차는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측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경기에서 이기는 건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안드레 자딘 감독의 인터뷰를 들은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그때는 그냥 패자의 쓸데없는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김가람이라는 선수를 상대하면서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안드레 자딘 감독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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