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대처법
삐이익 삑!!
“경기가 종료 됩니다. 경기 최종 스코어 4대 1입니다. 김가람 선수가 또다시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 시킵니다.”
“그렇습니다. 후반 42분에 김가람 선수가 지친 스페인 수비진을 상대로 유린에 가까운 드리블 돌파 후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골을 넣으며 해트트릭을 완성 시켰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대한민국의 메달 색깔은 최소한 은빛으로 빛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승 상대는 바로 독일을 이기고 올라온 프랑스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경기에 프랑스는 무실점으로 결승전으로 올라왔는데요. 과연 모든 팀을 상대로 골을 넣고 있는 김가람 선수가 프랑스를 상대로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지금부터 오늘 대활약을 한 김가람 선수와 인터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배선재의 말과 함께 이어폰을 낀 가람의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안녕하세요. 김가람 선수. 우선 오늘 경기 소감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수비 조직력이 뛰어난 팀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골을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습했던 것이 결실을 맺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 말씀은 세트피스 문전 혼전 상황에서 넣은 첫 번째 골과 두 번째 코너킥 득점을 이야기 하시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까?”
“네. 그리고 세 번째 골대 맞춘 후 세컨볼의 골도 이강운 선수와 훈련을 했는데 실제로 골로 이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아. 그 세 번째 골이 우연이 아니라 만든 거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혹시 될까하고 연습했는데 잘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는 장재현이 입을 열었다.
“그건 그 거리에서 골대를 맞춘다는 가정 하에 준비를 했다는 건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생각지 않은 가람의 능력에 장재현은 놀랐고, 순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배선재가 입을 열었다.
“아. 한 가지 더요. 오늘 경기에 해트트릭을 기록하시면서 올림픽 역사상 최다골인 19골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특별히 골을 얼마나 많이 넣은 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데요. 이렇게 들어보니 골을 많이 넣은 것 같네요. 그래도 애매하게 19골 보다는 20골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렇지만 다음 경기는 월드컵 챔피언인 프랑스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데요. 긴장되시지는 않나요?”
“많이 긴장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빨리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경기를 승리하면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메달을 걸게 되었는데요. 이런 상황이 선수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제가 그걸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최소한 저는 프랑스를 상대로 이겨서 금메달을 걸고 싶습니다.”
“패기로운 모습 보기 좋습니다. 오늘 경기의 승리를 다시 한번 축하 드리고 이틀 뒤에 있을 결승전을 기대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고 가람은 라커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띠리링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30 포인트 지급합니다.]
‘역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12년에 열린 런던 올림픽에서 딴 동메달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자신이 올림픽에 올라서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상태창의 패턴으로 봤을 때 충분히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생각대로 포인트를 얻게 되자,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경기가 끝난 후 가람은 라커룸으로 들어갔고 라커룸에서는 가람을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은 가람이 들어오는 순간에 환호하면 승리를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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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가대표 베이스 캠프 비디오 훈련실
같은 날 오후 3시에 경기를 먼저 마친 프랑스 선수들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서 대한민국의 경기를 두 눈으로 지켜봤다.
“결국 결승전의 상대는 대한민국이다. 어떤가?”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말에 프랑스 선수들의 표정은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제일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선수를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지목했다.
“음바페 어떻게 생각해. 등번호 32번 선수.”
“상당히 빠르고 정교하네요. 몸싸움도 잘하는 거 같고요.”
“그 뿐만 아니라 노련하기까지 해. 꼭 경험이 많은 선수가 같다. 나이는 겨우 19살인데 말이야.”
그 말에 킬리안 음바페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고, 에르베 고나르 감독은 고개를 돌려 이번 대회에 와일드 카드로 뽑은 위고 요리스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경험해봤던 선수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주장.”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난번 경기 때와 달라졌고 더 성장했습니다. 속도는 물론이고 슈팅의 정확도도 많이 성장했습니다. 특히 오늘 경기에서 나왔듯이 하프 라인 밖 프리킥에서 유효 슈팅을 만드는 능력은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알고 있군. 역시 와일드 카드로 자네를 뽑길 잘했어.”
“칭찬 감사합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과 붙는다면 승률은 6대 4다.”
그 말을 들은 프랑스 선수들은 나름 안심을 하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본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웃음기 띈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6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6이다. 즉 우리가 진다는 이야기다.”
그 말을 들은 프랑스 선수들의 표정은 구겨졌고, 그런 반응을 즐긴다는 듯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지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괜히 여럿 감독님들과 협조를 구하면서까지 와일드 카드를 뽑은 건 은메달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남은 이틀 동안 나는 6대 4에서 우리가 6이 되도록 만들 생각이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말을 듣는 순간 살짝 마음이 상한 듯 킬리안 음바페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한국을 너무 높게 보시는 거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이미 감독님께서 한국에 대해 대비를 하셨고, 그리고 지금 감독님의 발언으로 저를 포함한 선수들은 한국을 경계할 텐데 우리의 승률이 4라고 말하시는 건 너무 하신 것 같습니다. 안 그래?"
킬리안 음바페가 동의를 구하듯 주변에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웃자, 주변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 이에 호응하듯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기분이 나빠하지 않고,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음바페. 네가 이룬 업적이나 능력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녀석은 괴물이다. 어쩌면 너보다 더 엄청난 괴물이 될 수도 있지."
그 말에 자존심이 강한 킬리안 음바페의 표정은 굳어졌고,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뒤돌아 수석 코치를 보며 말했다.
"수석 코치. 그 영상을 틀어줘."
"하지만 감독님. 그러다가 사기가 떨어질 수도..."
"아니. 지금이라면 내 말을 믿게 해줘야 하는 게 맞거든."
"알겠습니다."
그렇게 수석 코치가 영상을 준비했고,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잉글랜드에서 친선 대회가 열렸고, 그 친선 대회는 인종차별 방지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사실 그 대회에 프랑스도 좋은 취지에 따라 참여를 하려고 했지만, 잉글랜드측에서 거부했지."
그 말을 들은 선수들은 웅성거렸고,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거부한 이유에 대해서 많은 소문이 있었지만, 유력한 소문은 잉글랜드는 아직 국적을 선택하지 않은 김가람이라는 선수에게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서 데리고 오려고 했다는 소문이었다.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았지. 그 친선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이집트, 독일, 잉글랜드를 전부 이겼다.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그 대회에 MVP는 김가람이었다."
잠시 말을 멈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주변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가람이 한국 국적을 선택한다는 인터뷰가 나왔고, 나는 그가 한국의 올림픽 대표로 나올 거라고 확신했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 대회에서 메달이 필요하거든. 뭐 이건 여담이고 그 후 내가 김가람 선수에 대해서 조사했다. 준비 됐나?"
"네. 됐습니다."
"그럼 플레이 시켜."
그 말과 함께 선더랜드 리그1 경기의 하이라이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각지 않은 하위 리그의 모습에 선수들은 어리둥절했고, 그 모습을 본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입을 열었다.
"국가대표와 마찬가지로 선더랜드에서도 등번호가 32번이다. 집중해서 보도록."
그렇게 시작된 영상에서 선수들은 등번호 32번인 김가람의 플레이에 집중해서 봤다. 지금과 아주 다르고 엉성하고 별 강점이 없어 보이는 김가람의 플레이에 선수들은 의아한 듯 지켜봤다.
몇몇 선수들은 자기들끼리 의논을 하며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등 말을 하면서 웃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람의 플레이는 좋아지기 시작했고, 리그1의 영상이 끝난 후 U20 월드컵의 하이라이트, 챔피언쉽의 하이라이트, FA컵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점점 선수들은 가람의 플레이에 집중하게 되었고 표졍이 굳어져 갔다.
그리고 친선 대회의 하이라이트와 올림픽 경기의 활약을 보면서 그들의 표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영상이 끝나자,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김가람 선수는 수비부터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 아니 이렇게 말해야겠지. 내 생각에는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그것도 각 포지션에서 월드 클래스에 가까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 게다가 너희들도 봤다시피 그 성장은 겨우 3년 사이에 이뤄진 거다. 이래도 내가 너희들에게 승산을 6대 4라고 말한 게 불만인 거냐?"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고, 그 모습을 본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만족스럽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다른 감독들도.. 아니 최소한 안드레 자딘 감독은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는 동양의 펠레라는 인터뷰를 하지 못 했겠지. 하지만 그는 그 생각을 자신만 가지고 선수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던 게 확실하다. 전술 훈련만 진행 했겠지. 그래서는 알맹이가 없어. 왜 이렇게 저 괴물을 막아야 하는 지 선수들은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너희들에게 이 모든 걸 공유한 거다."
그 말을 들은 킬리안 음바페가 입을 열었다.
"그럼 감독님은 오늘 스페인과 한국의 경기에서 한국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래. 물론 스페인이 더 많은 골을 넣고 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괴물 녀석은 아까도 봤다시피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듯 노련한 모습까지 보여주었지."
말을 마친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박수를 쳤다.
짝!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부터 그 어느 때보다 맞춤 훈련을 할 예정이다. 해산."
그 말과 함께 프랑스 선수들은 각자의 방으로 갔고,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킬리안 음바페만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