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도쿄 올림픽 결승 프랑스전[2]
앙투안 그리즈만이 찬 공은 왼쪽 골대 상단을 향해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순간 모든 선수들은 공의 궤적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휘리리릭~~
그나마 대한민국의 골키퍼 구성운이 날아오는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티이익!!
하지만 공은 빨랐고 구성운의 오른쪽 손가락을 스치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촤르르르르~
“골입니다. 전반 3분에 구성운 골키퍼가 몸을 날려봤지만,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의 슈팅이 더 빨랐습니다.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의 중거리 슈팅이 대한민국의 골망을 가릅니다.”
“이건 솔직히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의 능력을 칭찬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가람 선수의 정확한 태클에 맞고 나오는 세컨볼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었어요.”
“그렇습니다. 여태까지 전반 초반에 득점을 해왔던 대한민국인데요. 이번에는 오히려 프랑스의 예리한 공격에 역으로 전반 초반에 실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젊은 선수들이라 초반에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사실 이렇게 강팀과의 경기에서 초반에 비등한 경기를 한다면 괜찮지만, 선수들이 상상했던 강팀이 정말로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준다면 위축되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은 프랑스의 강한 모습을 보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대한민국 선수들이 이곳에 오면서 상대했던 팀들을 생각해보고, 자신감을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프랑스도 강팀이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이 꺾은 포르투갈, 벨기에, 브라질, 스페인 등도 모두 강팀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중계진이 불타는 것과 달리 앙쿠안 그리즈만은 코너킥 에어리어로 뛰어갔다.
그리고 앙투안 그리즈만은 오른손으로 L를 만든 후 이마 위에 올리고 양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리는 세레머니 일명 L 댄스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앙투안 그리즈만의 세레머니가 끝나자, 프랑스 선수들도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달려들어 함께 골을 축하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고개를 숙이며 좌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가람은 박수를 치며 외쳤다.
“이제 전반 시작을 했을 뿐이에요. 모두 고개를 들어요!”
하지만 쉽게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킬리안 음바페는 가람이 마크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이 압박 수비를 통해 마크하기로 했었다.
처음에는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들의 생각보다 더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쉽게 골을 만든 앙투안 그리즈만의 뛰어난 능력에 좌절한 것이었다.
특히 앙투안 그리즈만을 마크하기로 한 이강운은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이 이강운의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때렸다.
짜아악!!
“아아앗!! 아파!! 너 죽고 싶어?!”
“나한테 '죽고 싶어'라고 외칠 힘이 있다면 그 힘으로 나한테 패스 넣어!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
“그게 가능하겠어?”
“가능하니까 너는 패스해. 나한테 맡겨.”
“아.. 알겠어.”
그렇게 대한민국의 공으로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경기 시작과 동시에 우세훈의 공을 받은 가람은 앞으로 저돌적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가람의 전진에 맞춰 킬리안 음바페, 앙쿠안 그리즈만 가람을 향해 협력수비에 나섰고, 가람은 그 둘의 압박에도 개의치 않고 그대로 둘 사이를 향해 저돌적으로 나섰다.
“김가람 선수! 킬리안 음바페 선수와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의 협력 수비 사이로 공을 몰고 들어갑니다.”
“이건 좀 감정적인 모습으로 보이는데요. 전반 초반의 실점에 크게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너무 성급해 보입니다.”
가람이 다가오자,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은 가람을 압박하지 않고 오히려 가람을 경호하는 것처럼 옆에서 견제만 하며 가람의 속도에 맞춰 뛰었다.
그렇게 가람은 순식간에 하프 라인에서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까지 도착했지만,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은 섣불리 가람을 수비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람이 속도를 유지한 채로 그대로 슈팅을 하기에는 둘의 절묘한 간격은 슈팅이 지나기 부족했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가람은 이 상황에서 멈추게 된다면 빠른 속도로 적의 진영으로 진입하면서 지나쳐왔던 프랑스의 미드필더 선수들이 수비에 가세하게 될 것이고 그 순간 4명의 선수에게 둘러 쌓이게 될 것을 알아챘다.
꼭 그물에 가두려는 듯 한 프랑스의 수비 전술이었다.
이런 수준 높은 수비 전술에 보통의 선수라면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해서 이 공간에서 벗어나거나 판단이 늦어 그대로 뒤쪽에서 다가 오는 미드필더에게 협력수비를 당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가람은 이미 수많은 회귀를 통해 이런 상황도 수없이 경험해봤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 자신을 상대로 아니 자신만을 마크하기 위해 전술을 짠 상황이 오랜만에 겪게 돼서 마음 속에서 불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토오옹!!
가람은 공을 가볍게 차서 앙투안 그리즈만의 다리 사이로 공을 뽑아냈다.
앙투안 그리즈만은 순간 자신의 다리 사이에 공이 빠져나가자, 화들짝 놀라 공을 향해 뛰어가려고 했다.
그때
쿠우웅!!
등쪽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에 앙투안 그리즈만은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리고 가람은 앙투안 그리즈만을 커튼을 젖히는 것처럼 가볍게 젖혀버려 앞의 공간을 뚫고 나왔다.
다소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는 앙투안 그리즈만이 쉽게 벗겨지자, 뒤쪽에 대기하고 있는 프랑스의 중앙 수비수인 다요 우파메카노가 다급하게 앞으로 나와 공을 걷어내려고 했다.
“김가람 선수!! 황소 같은 돌진으로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를 제껴내고, 돌진합니다. 뒤에서는 킬리안 음바페 선수가 추격해오고, 앞에서는 다요 우파메카노 선수가 압박해 들어옵니다.”
“다요 우파메카노 선수가 중앙 수비수이기는 하지만 빠른 반사 신경과 속도는 공격 자원과 비교해도 될 정도로 발빠른 선수인데요. 심지어 공의 위치도 다요 우파메카노 선수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건 좀 어렵겠는데요.”
장재현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가람은 좀 더 속도를 높였고, 꼭 부스터를 쓴 것처럼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그리고
토오옹
다요 우파메카노는 자신의 앞에서 꼭 먹이를 낚아채가는 매처럼 공을 뺏아가는 가람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람은 다요 우파메카노가 뛰어 나온 방향에서 살짝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안쪽으로 돌파해 들어갔다.
다요 우파메카노는 가람이 뛰어 들어간 방향으로 몸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이미 자신의 속도 때문에 몸을 돌리는 건 무리였다.
“김가람 선수! 먼저 공을 따내서 다요 우파메카노 선수를 제쳐버립니다. 이제 남은 건 위고 요리스 골키퍼와 라파엘 바란 선수뿐입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슈팅을 해야죠!”
가람 혼자서 만들어낸 찬스에 모두가 가람이 마무리 지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예상을 실현시키겠다는 듯 가람이 오른발을 들어 슈팅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라파엘 바란이 몸을 날렸고, 위고 요리스까지 가람이 슈팅을 차는 곳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투욱~
가람은 오른발로 슈팅을 하는 척하면서 방향을 돌린 후 반대편 발인 왼발로 골대 구석으로 보고 정확하게 슈팅을 가져갔다.
슈팅의 파워는 강하지 않지만 가람이 원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뻗어나갔고, 놀라운 가람의 개인기와 그 이후 이어진 슈팅에 모두 골이라고 예상했다.
그때
퍼엉~
“킬리안 음바페 선수!! 김가람 선수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냅니다.”
“와! 이건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요. 잘 차고 잘 막았다는 표현을 이럴 때 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킬리안 음바페가 막은 공은 힘없이 골라인 앞으로 나왔고, 위고 요리스가 재차 몸을 던져서 공을 지켜냈다.
골을 막은 킬리안 음바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꼭 골을 넣은 것처럼 라파엘 바란과 다요 우파메카노가 달려들어 좋아했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은 싱긋이 웃었다.
그걸 본 킬리안 음바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대부분 선수들은 골이 막혔다면 좌절하거나 화를 냈는데 그게 아니라 웃는다는 건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는 알 수 있는 감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쉬운 장면이지만, 좋은 장면이었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이렇게 흔들 수 있다면 충분히 동점골을 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골킥으로 시작되었다.
위고 요리스는 공을 멀리 보내기 보다는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내려온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건넸고, 앙투안 그리즈만은 패널티 에어리어부터 천천히 공을 전진하면 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패턴이라면 녀석은 반드시 압박을 가하겠지.’
그렇게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가람이 앙투안 그리즈만을 압박하기를 기다렸다.
만약 가람이 나선다면, 그 순간 앙투앙 그리즈만은 옆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프랑스 선수에게 공을 연결하고 그 선수는 바로 킬리안 음바페에게 연결해 가람이 킬리안 음바페를 마크하지 못하게 할 셈이었다.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가 공격적으로 올라오지만 그 어떤 선수도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를 마크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원래 김가람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 대로라면 저렇게 편하게 공을 몰고 있는 선수를 가만히 두지 않을 텐데요. 오늘은 조용합니다.”
“김가람 선수는 킬리안 음바페 선수를 마크하고 있군요.”
“킬리안 음바페 선수가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를 그대로 둔다면 마찬가지로 위협적입니다.”
그렇게 앙투안 그리즈만은 아무런 방해 없이 하프 라인을 지나 패널티 에어리어를 향해 드리블을 치고 나갔는데 그를 막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타타탓!!
그렇게 되자, 앙투안 그리즈만은 속도를 올려 단번에 패널티 에어리어쪽으로 달려 들어갔고, 그제야 이강운이 앙투안 그리즈만을 막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하지만 다소 늦은 수비였고, 이강운의 수비 능력과 몸싸움은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앙투안 그리즈만은 이강운은 달고 그대로 패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모서리까지 도달했고, 그의 눈에 킬리안 음바페이 반대편에서 위협적인 위치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앙투안 그리즈만은 눈 앞에 있는 이강운을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을 할 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괴물 녀석은 어디 있지?’
그 생각을 마치려는 순간
“그리즈만! 조심해!!”
동료의 말이 귓가를 때렸고, 그 순간 뒤쪽에서 거대한 낫 같은 것이 나타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을 정확하게 쳐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느끼는 동시에 앙투안 그리즈만은 몸의 균형을 잃어버렸고, 쓰러지는 순간 자신의 공을 가로채가는 선수가 바로 그 괴물이라는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김가람 선수!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가 이강운 선수를 앞에 두고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려는 타이밍에 공을 뺏어냅니다.”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의 사각에서 나타나 공을 가로챘기 때문에 앙투안 그리즈만 선수로서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프랑스의 공격 자원 선수들을 포함해 미드필더 선수들까지 하프 라인 안쪽으로 들어왔거든요. 김가람 선수의 스피드라면 충분히 역습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타타탓!!
장재현이 말하는 순간에도 가람은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고, 순식간에 하프 라인을 넘어섰다.
이미 가람의 역습 스피드에 공격에 나선 프랑스 선수들은 따라와 막을 수 없었고, 그나마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비 라인만이 가람의 역습을 저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렇게 가람은 어느새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까지 도달했고, 프랑스 수비 라인은 더 이상 공간을 주면 안 되겠다는 듯 라파엘 바란과 다요 우파메카노가 가람의 앞공간을 향해 달려왔다.
그때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가람은 공을 찼다.
뻐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