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화 도쿄 올림픽 결승 프랑스전[4]
대한민국의 라커룸
"허억.. 허억.."
가람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숨을 몰아쉬며 최대한 크게 호흡해 체력을 회복하려고 했다.
'젠장.. 생각보다 많이 뛰었어.'
전반전에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도 참여한 가람은 전 지역을 뛰어다니면서 협력 수비를 해왔던 터라 후반 중반까지 뛰어야 할 거리를 전반에 다 쏟아버렸다.
지금은 자신을 중심으로 팀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든 괜찮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였기에 지친 기색으로 보여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몸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가람은 상태창을 켰다.
김가람 / 나이: 만 19세 / 키 : 182 / 몸무게 : 75 / 주발 : 양발
|개인기 90|, |슈팅 100|, |킥정확도 95|, |드리블 95|, |헤딩 85|, |패스 95|, |태클 90|, |민첩 98|, |체력 97| , |속도 97|, |몸싸움 95|, |위치선정 95|
미분배 포인트 : 30
가람은 남은 포인트를 모두 신체 능력에 분배했다.
|민첩 98 -> 99|, |체력 97 -> 99| , |속도 97 -> 99|
민첩에 6포인트를 투자해서 99로, 체력에 12포인트를 투자해서 99로, 속도에도 12포인트를 투자해서 99로 올리면서 탈압박 능력을 확실히 강화시켰다.
그렇게 체력을 99까지 찍자, 가람은 호흡이 점점 진정되었고, 방금 전보다 확실히 몸에 힘이 있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가람이 안심하고 있을 때 눈 앞에 상태창이 상기 시키는듯 창을 띄웠다.
삐리링
[도쿄 올림픽에서 프랑스를 꺾고 아시아 최초로 우승하라]
[보상 150 포인트]
[실패 시 3개월 간 슬럼프 상태로 돌입 - 모든 능력 15 저하 / 포인트 분배 제한]
그건 오늘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에 나왔던 창이었다.
기존과 다르게 이 미션은 수행과 거절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람은 눈 앞에 보인 보상 포인트 150이 들어왔다. 저 포인트라면 슈팅 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도 100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에 선더랜드를 이끌고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을 거라는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미션을 수락했고, 오늘 경기를 어떻게든 이기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김한범 감독이 선수들에게 뭐라고 말한 뒤 가람에게 다가왔다.
순간 포인트 분배 때문에 감독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던 가람은 흠칫했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생각할 때 김한범 감독은 가람에게만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은 거냐?"
"괜찮습니다."
그 말에 김한범 감독은 가람을 라커룸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이야기 했다.
"괜찮기는.. 너 이미 전반에 오버페이스 했어. 이러다가 끝까지 못 뛸 수도 있다고! 솔직히 페이스 조절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사이에 프랑스 녀석들이 치고 들어와서..."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알겠다. 네가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나는 믿을 수밖에 없다. 지금 프랑스를 막고 이길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근성이라는 말은 싫어하지만 버텨다오."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래. 후반전은 아까도 말했듯이 네 페이스에 맞춰서 다른 녀석들도 움직여 줄 거다. 혹시라도 무리가 될 것 같으면 스스로 페이스 조절을 하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가람이 오버 페이스라는 걸 김한범 감독은 알고 다독여주었고, 가람은 이미 포인트를 분배해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면서 후반전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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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익 삑!!!
"주심의 휘슬에 대한민국의 공으로 후반전 경기가 시작합니다."
우세훈의 공을 받은 가람은 공을 뒤로 돌리고 천천히 경기를 시작했다. 아무리 체력 포인트를 찍었다고 해도 아직 경기는 45분이나 남은 상황이어서 체력을 안배할 필요는 있었다.
그때
타타탓!!
"후반 시작과 동시에 프랑스 선수들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프랑스의 공격 자원 뿐만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까지 하프 라인을 넘어오고 있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2 대 1 로 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가람의 공을 받은 권창우는 순간 자신에게 압박을 가하는 앙쿠안 그리즈만에 놀라 공을 황급히 뒤로 돌렸고, 가람도 그 모습을 보고 수비를 돕기 위해 후방으로 뛰어갔다.
그 순간 가람의 앞 공간의 진로를 방해하겠다는 듯 킬리안 음바페가 뛰어들었다.
공을 두고 경합하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진로를 방해하는 킬리안 음바페에게 짜증이 난 가람은 방향을 바꿔 뛰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스만 뎀벨레가 가람의 진로를 방해했고, 가람은 바로 협력 수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권창우의 공을 받은 권윤성은 자신을 향해 오려는 가람을 보았다. 그리고 권윤성은 가람과 눈이 마주쳤고, 가람은 고개를 돌리고는 패스를 달라는 손짓을 했다.
지금 프랑스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상황에 역습을 펼친다면 좋은 찬스가 될 거라는 건 권윤성도 알고 있었고, 권윤성은 바로 오스만 뎀벨레의 키를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좀 높게 공을 찼다.
뻐어엉!!
권윤성이 찬 공은 다소 높고 강하게 형성되었고, 가람은 공을 잡기 위해 뒤돌아 달려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공의 낙하 지점을 포착해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순간
터억!
등 뒤에서 무언가 묵직한 느낌을 받은 가람은 뒤돌아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확인했다.
'라파엘 바란?'
공의 낙하지점이 하프 라인을 넘어서지 않은 가운데 프랑스의 중앙 수비수인 라파엘 바란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건 뒤쪽에 아무도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만약 여기서 라파엘 바란과의 경합에서 이겨서 공을 따낸다면 완벽한 찬스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가람은 라파엘 바란과 함께 날아오는 공을 향해 공중에 떴다.
몸싸움에서는 비등비등해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라파엘 바란의 큰 키와 점프력, 그리고 공중볼 상황에서의 능숙한 위치 선정은 가람이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토오옹!
"라파엘 바란 선수가 김가람 선수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이겨내고 공을 하셈 아우아르 선수에게 정확하게 패스합니다."
하셈 아우아르는 공을 받은 즉시 바로 전방에 있는 오스만 뎀벨레에게 공간 패스를 넣었고, 이미 좋은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스만 뎀벨레는 공이 오는 공간을 향해 앞으로 나갔다.
가람은 오스만 뎀벨레에게 공이 가는 순간, 그가 슈팅을 마무리 하지 않고 위치 더 좋은 앙투안 그리즈만이나 킬리안 음바페에게 연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좀 늦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속도라면 충분히 패스 길목을 커버해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달려가려고 했다.
그때
피이잇
헤딩 경합을 끝내고 원래 자리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라파엘 바란이 무슨 생각인지 가람의 유니폼을 잡고 같이 뛰기 시작했다.
생각지 않은 덤이 따라오자, 가람은 당황했지만 라파엘 바란은 그대로 가람을 마크할 생각으로 가람을 뒤따라 같은 동선으로 움직였다.
가람이 원래 생각했던 대로 수비에 복귀하지 못하는 순간 오스만 뎀벨레는 권창우를 가볍게 제친 후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드는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공간 패스를 넣었다.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패스가 이어지자, 권경언이 붙어 앙투안 그리즈만을 마크했지만, 앙투안 그리즈만은 권경언이 자신에게 붙으면서 나온 공간의 뒤쪽으로 침투하는 킬리안 음바페에게 논스톱으로 가볍게 투욱 차서 패스를 연결했다.
말은 길었지만 라파엘 바란의 헤딩 경합부터 킬리안 음바페까지 연결되는 동작은 한순간에 이어졌고, 그 순간 대한민국의 수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거 위험합니다."
장재현도 평소와 다르게 별다른 해설 없이 감정만 나타내는 듯한 말을 토해냈고, 그만큼 대한민국의 상황은 실점 위기였다.
그리고
토오옹~~
킬리안 음바페는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받은 패스를 논스톱으로 넘어지듯 슬라이딩 하며 발끝에 건드렸고, 공은 오른쪽 하단을 향해 정확히 나아갔다.
촤르르르르~~
"골입니다. 후반 3분에 킬리안 음바페 선수가 동점골을 만들어버립니다."
"아.. 이건 완전히 프랑스의 노림수에 당한 것 같습니다. 경기 시작과 끝날 때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를 노린 움직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랑스 선수들은 가람 선수를 방해하는 모습들이 나왔거든요."
"그 부분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아까 데이터가 나왔는데요. 김가람 선수가 전반에 상당히 많은 거리를 뛰었습니다. 거의 10km 정도 뛰었는데 김가람 선수가 한 경기에서 평균 15km 정도 뛰는 걸로 봤을 때 이미 상당히 많은 거리를 뛴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은 많은 거리를 뛰어서 지친 상태인데 거기다가 프랑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몸싸움을 걸고 방해를 한다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습니다. 김가람 선수를 위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인데 어린 선수가 너무 무리하는 건 좋지 않거든요. 이번 대회 결과도 중요하지만, 김가람 선수의 미래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말과 함께 카메라는 김한범 감독을 잡았고, 잠시 후 화면은 다시 킬리안 음바페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팔짱 세레머니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그렇게 프랑스 선수들은 골을 넣은 킬리안 음바페를 감싸며 함께 골을 넣은 것을 축하했다.
그렇게 세레머니가 끝난 후 경기는 다시 대한민국의 공으로 시작되었다.
우세훈의 공을 받은 가람은 이번에는 직접 드리블해서 앞으로 나갔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이 협력수비로 가람을 호위하듯 마크하기 시작했다.
전반 초반처럼 섣불리 수비를 하지 않고 주변을 마크하는 모습에 가람은 다시금 속도를 올렸고, 그 속도에 맞춰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이 호위하듯 따라왔다.
그리고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에 도착했고, 가람이 둘의 틈을 봐서 전진하려는 순간 그 뒤쪽 공간으로 라파엘 바란이 나타났다.
"김가람 선수를 향해 무려 3명의 선수가 마크 붙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가람은 포기하지 않고 공을 툭 차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간 후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 사이를 비벼 들어갔다.
순간 킬리안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은 가람의 빠르고 민첩한 동작에 마크가 뚫려버렸다.
그리고 이전과 다르게 그 뒤를 라파엘 바란이 대기하고 있었고, 가람이 찬 공을 라파엘 바란이 한 걸음 더 빠르게 차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타타탓!
하지만 가람은 빠져나오는 동시에 발을 길게 뻗어 공을 먼저 건드리는 데 성공했고, 공을 정확하게 라파엘 바란 가랑이 사이로 통과하게 했다.
원래 이 다음에는 가람의 생각은 자신의 장기인 속도를 이용해서 놀란 라파엘 바란보다 먼저 공에 다가가려는 것이었다.
그때
뻐어엉!
"아. 김가람 선수 아쉽습니다. 어느새 라파엘 바란 선수 뒤에 나타난 다요 우파메카노 선수의 클리어링이 한 발 더 빨랐습니다."
다요 우파메카노는 공을 클리어한 후 꼭 골을 넣은 것처럼 포효했고, 라파엘 바란은 그런 다요 우파메카노를 잘했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는 오버하는 모습으로 보였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수비가 뚫렸다면 골로 이어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걸 가람을 마크하는 선수들은 알고 있었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허억.. 허억.."
가람은 순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아쉬워했고, 터치 라인 밖으로 나간 곳으로 자리를 옮겨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