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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44화 (145/319)

144화 새로운 시즌 새로운 인물[1]

"훈련은 끝난 건가요?"

다가오면서 질문하는 강이찬을 보고 가람은 살짝 경계하며 말했다.

"네. 지금 끝났습니다. 이제 정리만 하면 됩니다."

"정리는 직원분들께 부탁할 테니 저랑 같이 회복실로 가시죠."

강이찬의 말에 가람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이건 팀훈련도 아니고 개인 훈련이라 제가 치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입니다. 보통 선수들이라면 훈련한 것을 스스로 치우는 게 맞지만 부상자는 다르죠."

"부상자요?"

"네. 저는 감독님의 특별한 지시가 나올 때까지 가람 선수를 부상자로 대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방금 에이전트 아니 구단주님을 통해서 제 의견은 전달되지 않았나요?"

"물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뛰고 싶다는 의견을 구단주님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가람이 구단주인 김하늘을 언급하여 압박했지만, 강이찬은 눈 깜짝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렇군요. 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어제 이후 전달 받은 지시가 없습니다. 저는 수석 팀닥터로서 김가람 선수의 몸이 상당히 망가졌다고 판단했거든요. 지금 제 권유를 뿌리치셔도 상관 업습니다. 하지만 그거 하나는 알아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 가람 선수의 몸은 상당히 혹사된 상태이라 자칫 잘못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요."

만약 보통의 선수라면 슬럼프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이어간다면 강이찬의 말처럼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람은 보통의 선수가 아니였다. 그래서 강이찬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었다.

그때 가람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이 사람이 내 몸상태를 완벽하게 확인했었지.'

가람은 지난 번에 박지석과의 대화에서 팀닥터인 강이찬이 슬럼프 회복 기간에 대해 정확히 짚어낸 것이 기억났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앞으로 계속 지낼 사이가 될 텐데 굳이 대립 각을 세울 필요는 없고, 머지 않아 자신의 의견이 박지석과 김하늘의 대화를 통해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그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구단 직원분께 피해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이걸 다 치우고 가도록 할게요."

"그렇게 하시죠. 저도 돕겠습니다."

"아니요. 저 혼자 해도 되는데요."

"그 어떤 의사가 눈 앞에서 환자가 움직이는데 가만히 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둘은 훈련 장비를 치운 후 회복실로 향했고, 그곳에서 가람은 익숙한 얼굴과 낯선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여어~ 가람! 올림픽에서 아주 날아다니던데. 물론 내 후배들한테 당하기는 했지만 좋았어."

"올리비에 지루씨 아침부터 여기는 무슨 일이세요?"

"제가 오라고 했습니다. 올리비에 지루씨와 마리오 만주키치 같은 베테랑 선수들은 시즌 전에 잔부상을 최대한 회복 시켜야 하거든요."

강이찬의 말에 올리비에 지루가 양쪽 어깨를 으쓱대며 강이찬의 말이 살짝 까탈스럽다는듯 반응했고, 옆에 있는 마리오 만주키치는 가람을 향해 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마리오 만주키치다.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 눈 여겨 봤다."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인사를 나눴으니 모두 치료를 진행해 보도록 하죠."

그렇게 강이찬은 의료팀을 불러 각자 선수들의 상태를 확인해보고, 치료를 시작했다.

놀라운 점은 서양의 물리 치료와 회복 마사지에 이어 한의학에서 쓰는 침술과 부항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가람이 살짝 놀라워하자, 옆에 있는 강이찬이 입을 열었다.

"가람 선수는 혼혈이지만 영국에만 살아서 이런 치료 모습에 놀라울 수 있겠군요."

"아.. 그렇습니다."

사실 가람은 강승연의 삶에서 지겹도록 한의학의 도움을 받아왔기에 크게 어색함은 없었지만, 지금은 가람이라서 처음인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몸에 침을 꽂아두고, 이상한 컵 같은 걸로 자국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양의 의학이라고 불리는 한의학입니다. 서양에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NFL(미국미식축구)에서 뛰는 제임스 해리슨 선수는 16년간 선수 생활를 하면서 한의학 치료를 진행했고, 선수 스스로도 통증 회복과 몸이 건강해지는 걸 느꼈다고 하죠. 지금 저 작은 컵을 몸에 붙이는 건 부항이라고 하는데 그건 실제로 염증을 줄이고 혈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강이찬이 열심히 설명했지만, 가람이 한의학이 미래의 스포츠 재활 부분에서 상당히 각광을 받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심지어 강승연의 삶에서 모어컴에는 한의학 닥터를 따로 두고 선수들과 스탭들의 건강 관리를 전담했었다.

"그래서 가람 선수도 오늘부터 마사지와 함께 침술과 부항 치료를 병행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드리시네요. 올리비에 지루 선수가 호들갑을 떨었던 거에 비하면 상당히 남자답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는 올리비에 지루는 빼액하고 소리쳤다.

"어떤 사람이라도 팔뚝만 한 긴 바늘이 자기 허벅지를 관통한다고 하면 놀랄 수밖에 없다고!"

올리비에 지루의 말에 회복실에 있는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터뜨렸고, 가람은 올리비에 지루 왼쪽에 있는 침대에 누워 강이찬에게 침술을 받았다.

그렇게 천 가리막 하나를 두고 가람이 옆에 나란히 눕게 되자, 올리비에 지루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쉬웠다."

"네에?"

"올림픽 말이야. 아쉬웠다고. 만약 그때 너랑 비슷.. 아니지 그런 괴물이 또 있으면 안되니까 최소한 네 움직임에 맞춰 호응할 선수들만 있었다면 결승전에서 이기는 건 한국이 되었을 거야."

올리비에 지루의 진심이 담김 위로의 말에 가람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지난 일인데요. 이제는 리그에 집중해야죠."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다. 사실 나랑 여기 만주키치는 우리의 역할이 어떤건 지 확실히 알고 있거든."

"그 말씀은?"

"너를 완벽하게 서포트 할 거라는 말이지. 솔직히 나이도 있고 최전성기라고 할 수는 없으니 말이야. 안 그래 만주키치?"

그러자 올리비에 지루 오른쪽에 누워 있는 마리오 만주키치가 입을 열었다.

"인정한다."

"녀석. 말이 짧기는. 원래 저런 친구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말고. 여튼 이번 시즌에도 열심히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가람의 몸상태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지 올리비에 지루는 가람이 회복을 위해 이곳에 온 것이라고 생각한 듯 했다.

가람도 굳이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같이 치료를 받았다.

그렇게 모든 치료를 받고, 회복실을 나가려는 순간 강이찬이 무언가 적힌 표를 가람에게 주었다.

"여기. 이건 식단입니다. 이대로 드시면 회복에 좋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어차피 식단은 매일 같이 닭가슴살과 적당한 야채 그리고 탄소화물을 먹고 있었기에 크게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한 가람은 식단을 봤다.

그 순간 거기에 적힌 메뉴에 상당히 놀래 강이찬을 보며 말했다.

"여기에 탄소화물이 상당히 많은 걸로 보이는데요."

"무너진 근육을 회복 시키기 위해서는 그 정도 양의 탄소화물을 드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로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끄응. 하지만 이대로 섭취하면 몸무게가 늘 것 같은데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일주일 단위로 몸상태를 체크해서 결과에 따라 피지컬 코치와 함께 식단을 조절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식단은 이미 가람 선수의 어머니께 전달해드렸으니 집에서도 드실 수 있을 겁니다."

"네에. 알겠습니다."

가람이 나가려는 순간 자기 뿐 아니라 올리비에 지루, 마리오 만주치키도 마찬가지로 식단을 받은 걸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셋이 밖으로 나가자, 곧 아침 훈련 시간이 다가왔고 셋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미 식당에서는 강이찬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식단대로 식사가 준비된 상태였다.

"뭐야! 가람 너는 왜 이렇게 빵이랑 라이스가 많은 거야?"

퍽퍽한 닭가슴살과 야채만 가득한 식판을 받은 올리비에 지루가 투정하듯 말하자, 가람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근육 회복을 하기 위해 탄소화물을 많이 먹으라고 해서요."

"하아.. 부럽다. 나는 매일 같이 이 닭가슴살만 먹어야 하는데..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

"투정 부리지 마라. 이렇게 해서 몸상태가 좋아지다면,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갈 수 있을 거고, 가족들도 활약하는 아빠를 보며 좋아할 거다."

"하아.. 만주키치 너는 왜 이렇게 감성이 없냐. 네가 말한 건 당연한 거지만, 그 과정이 너무 괴롭잖아."

"괴롭다면 하지 마라. 너 대신 내가 경기에 나설 테니까."

"뭐야! 이 녀석! 적응하기 힘들다고 해서 옆에서 도와주고 끌어주었더니 내 자리를 넘봐? 지난 시즌에 봤듯이 가람이에게 잘 어울리는 건 나 올리비에 지루다."

"흥! 네 녀석이 완벽한 몸으로 풀타임을 뛸 수 있었다면 가람이 원톱으로 경기에 나오지는 않았었겠지."

"뭐라고?!"

"난 틀린 말 하지 않았다."

살짝 언쟁을 한 뒤 마리오 만주키치가 식사를 시작하자, 올리비에 지루도 경쟁하듯 식사를 했고, 여유로운 식사라기보다는 전투적인 식사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가람도 그 분위기에 휩싸여서 순식간에 식사를 했다.

둘은 그 후에도 티격태격하며 말을 이어갔지만, 가람이 보기에는 올리비에 지루는 주전자리를 두고 좋은 경쟁을 하는 선수가 들어와 기분 좋은 모습으로 보였다.

지난 시즌에는 올리비에 지루는 경쟁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붙박이 주전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한 시즌 동안 매경기 나가면서 시즌 후반에 이르러 체력이 무너졌고, 결국 후반에는 가람과 로테이션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박지석 감독이 스트라이커를 추가 영입한다고 했을 때 거부감보다는 반겼던 올리비에 지루였다.

'하긴 이제 프리미어 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두터운 선수층이 필요하지.'

가람은 둘을 보며 김하늘과 박지석이 어떤 선수들을 영입했는지 궁금해하며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아직 훈련 시간 전인데 훈련장에는 이미 전부 나와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무리에는 기성룡도 있었고, 다가오는 가람을 발견한 기성룡이 인사를 건넸다.

"오늘도 아침훈련을 한 거야?"

"네. 선배 그런데 이번에 영입된 선수들하고 인사 시켜주실 수 있어요?"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어제는 너 좀 피곤해 보였거든."

"아. 그랬나요?"

"그래. 잠깐만. 모두 주목 여기 봐봐."

그 말에 선수들이 기성룡을 봤고, 기성룡은 선수들을 보며 가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이 매번 궁금해하던 우리팀의 에이스 김가람이다. 가람이가 영입된 선수들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모양인데 일일이 다 소개시켜주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한번에 인사하도록 하자. 먼저 가람이부터."

"네? 저부터요?"

"그래. 너 먼저 해야지."

"알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가람이라고 합니다. 포지션은 올라운더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올라운더 포지션이라고 소개하자, 선수들은 당황하면서 놀라워했고, 그런 당찬 소개가 마음에 든 한 선수가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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