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새로운 시즌 새로운 인물[2]
“난 이번 시즌에 바르셀로나에서 임대 이적한 안수 파티야. 스트라이커부터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까지 전부 커버 가능하지. 어제는 몸이 덜 풀린 거 같은데 나중에 몸이 좀 풀리면 1 대 1 한 번 해보고 싶다고!”
- 오우! 김가람한테 도전자가 나왔네.
- 난 안수 파티가 발린다는 쪽에 돈 건다.
안수 파티의 당찬 말에 선수들은 웃으며 박수를 치고 짓궂은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람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평상시 같으면 어린 유망주의 도발적인 말에 바로 실력으로 응징해줘야겠지만, 지금은 슬럼프 상황이었기에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같이 훈련하다 보면 자신의 상태를 눈치챌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이 상황에서 말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가람이 입을 열었다.
“그래. 시간 되면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내 몸 상태가 회복되면 1 대 1 한번 하도록 하자.”
가람의 담담한 대답에 안수 파티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놀랐고, 오히려 당사자인 가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석 팀닥터의 이야기로는 두 달에서 세 달은 회복기간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렇다고 훈련을 못할 정도로 어디가 부상을 당한 건 아니고 전체적인 컨디션이랑 피로 누적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러니 회복이 끝나면 상대해주도록 할게.”
그 말을 들은 선수들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팀에서 자신의 몸상태 특히 부상에 대해서는 숨기는 것이 어느 정도 용인되었다.
부상이 있다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는 다른 선수가 그 선수를 대체하는 당연한 이유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을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입으로 말한다는 걸 보면 별거 아닌 부상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 기간이 일주일, 이주일이 아니라 두 세 달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했다.
선수들은 가람이 장기 부상에도 저런 자신감 넘치는 말을 한다는 건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자신감이 뒷받침되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무거운 분위기를 쇄신하듯 마리오 만주키치가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마리오 만주키치다. 포지션은 스트라이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번 시즌에 우승을 하기 위해 이 팀을 선택했다.”
그 말에 선수들은 아까 가람이 부상을 말한 것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 마리오 만주키치를 봤고, 만주키치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챔피언쉽에서 바로 승격한 팀이 우승을 운운하는 게 웃긴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 가능성의 이유는 바로 김가람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지 않은 마리오 만주키치의 말에 가람은 당황했지만, 거기서 칭찬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마리오 만주치키 옆에 있는 선수가 입을 열었다.
“난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라고 한다. 주 포지션은 센터백이랑 수비형 미드필더, 키 작다고 무시하면 고생 좀 할 거야. 나도 마리오 만주키치처럼 이 팀에 우승하기 위해서 왔어. 그 이유는 나도 똑같아. 김가람 선수가 있어서 왔지. 솔직히 그의 플레이를 보면 마라도나나 펠레가 생각나지 않아?”
- 오우우~
선수들 살짝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고, 그 분위기를 타서 선수들은 각자 소개를 이어갔다.
“난 누누 멘데스. 왼쪽 수비수야. 잘 부탁해.
“난 데얀 클루셉스키, 오른쪽 윙어다. 유벤투스에서 임대로 왔고, 다른 건 모르겠고, 경기에서 많이 뛰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영입된 선수들이 대부분 인사를 마치고 남은 건 가람도 알고 있는 선수 두 명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닐 이안.. 이라고 합니다. 포.. 포지션은.. 미드필더 나 수..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2m에 가까운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작고 소심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를 보며 선수들은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가끔 그라운드에서의 모습과 평소 모습이 다른 선수들이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이 그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입을 열었다.
“닐 이안 선수가 저희 팀에 이적해왔다는 걸 듣고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친선 대회에서 보여주셨던 집요함과 수비능력으로 이제 다른 팀 선수들을 괴롭혀주세요. 기대 할게요.”
“어.. 그래..”
생각지 않은 가람의 기대에 닐 이안은 얼굴이 붉어지며 소개를 마쳤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해리 네쳐가 입을 열었다.
“후후훗! 주인공은 마지막에 소개하는 법이지. 나이 17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부터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모두 소화가 가능! 패스 마스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모두의 도움을 내가 책임 질게.”
“그리고 입이 참 걸죽하지.”
가람의 말에 해리 네쳐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가람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칭찬이 아니야. 좋아하지 마라. 저 녀석 생긴 것처럼 거친 말로 상대의 멘탈을 박살내니까 옆에서 듣고 있다가 멘탈 털리지 않도록 해.”
“뭐야? 내 얼굴이 그렇게 심하다는 거야?”
자신의 말이 얼마나 거친지 알고 있는 해리 네쳐가 울상을 짓자, 주변에 있는 모든 선수가 웃으면서 해리 네쳐의 나이가 정말 17살이 맞는지를 물어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훈련을 하는 도중 가람은 순간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다는 걸 눈치 챘다.
“성룡 선배. 코너 맥러플린씨는 왜 보이지 않는 거죠?”
“아. 너는 모르겠구나. 너 복귀하기 얼마 전에 모어컴으로 이적했어. 해리 네쳐를 영입을 하면서 대신 코너 맥러플린을 달라고 했던 것 같아.”
“그렇군요. 아쉽네요.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는데.”
“그래. 코너 맥러플린도 그런 이야기 하더라. 네가 많이 성장해서 보기 좋다는 말도 전해 달라고 했고 어차피 여기 축구판에 있다 보면 언제가 다시 만나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훈련은 체력 훈련 및 포지션 훈련을 진행했고, 안정한은 귀신처럼 가람이 힘들 것 같은 타이밍에 가람을 데리고 회복실로 향했다.
그렇게 훈련의 시간은 지나갔고, 프리 시즌 경기를 치르며 어느덧 리그 개막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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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7일 스탬포드 브리지(첼시 홈경기)
“안녕하십니까? 20/21시즌 첼시대 대 선더랜드, 선더랜드 대 첼시의 경기는 첼시의 홈경기장인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캐스터 마틴 테일러입니다. 이번 시즌에 해설로 함께하시게 되는 티에리 앙리 해설자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티에리 앙리입니다.”
“네. 오늘 경기 시작 전부터 상당히 뜨거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승격팀인 선더랜드가 이번 램파드 감독이 이끄는 첼시와 붙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에 감독 데뷔와 함께 나름 괜찮은 리더쉽을 보여주며 4위로 챔피언스 리그 티켓을 따낸 램파드 감독인데요. 이번 시즌에도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로 기대됩니다. 선더랜드는 첫 경기부터 어려운 팀과 승부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첼시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번 시즌 승격팀인 선더랜드에 대해 여러 가지로 변한 것이 있는데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그 말과 함께 선더랜드 구단과 도시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왔고, 그와 함께 티에리 앙리가 입을 열었다.
“선더랜드는 다들 아시는 익숙한 이름인 선더랜드가 맞습니다. 07/08부터 16/17 시즌까지 10연속 프리미어 리그에 있었던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16/17,17/18 시즌에 충격적인 백투백 강등으로 리그1까지 덜어졌습니다. 하지만 18/19시즌에 잭 로스 감독이 챔피언쉽으로 승격을 시켰고 그 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이자 엠버서드로 활동했던 박지석 감독이 팀을 맡아서 챔피언쉽에서 37승 9무 무패, 승점 120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프리미엄 리그로 승격했습니다.”
“무패 우승이라.. 실제로 아스날에서 무패 우승을 경험해본신 앙리씨는 그 무게감을 알고 계실 텐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챔피언쉽이라고 해도 무패 우승을 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심지어 선더랜드는 승격팀이었거든요. 그런데 기존에 있던 팀들을 이기고 바로 승격하고 우승했으며, 게다가 무패 우승까지 했다는 건 쉽게 볼 팀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선더랜드의 감독은 박지석 감독입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아시아 출신 감독이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팀의 감독이 되겠습니다.”
“선더랜드가 이런 놀라운 승격에는 박지석 감독도 있겠지만, 선더랜드 구단을 인수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선더랜드 구단 뿐만 아니라 선더랜드를 관광도시로 발전시키고 있는 김하늘, 샤오루 공동 구단주도 선더랜드의 승격을 도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좋은 감독과 구단주의 지원 속에서 열심히 결과를 만들었던 선더랜드! 그 팀의 중심에는 어떤 선수가 있을까요?”
그 말과 함께 화면에 선더랜드의 경기 하이라이트가 나왔고, 그 화면에서는 압도적으로 골을 넣고 만세 세레머니를 하는 선수가 나왔다.
“역시 선더랜드라고 하면 선더랜드의 용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선수 김가람 선수가 중심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 리그에서 43골 25개 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과 도움왕을 획득한 괴물 같은 선수입니다. 이미 잉글랜드 친선 대회에서 그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는 약체라고 평가 받은 대한민국을 이끌고 결승전까지 올라 프랑스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는데, 아쉽게 패배하며 은메달을 땄습니다.”
“김가람 선수 이외에 눈 여겨 봐야 할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이번 시즌에 레스터 시티에서 완전 이적한 하비 반츠 선수나, 올리비에 지루 선수 게다가 이번 시즌에 영입된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를 눈 여겨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경기장에 선수들이 입장하는 순간 선더랜드의 서포터즈들은 선수들을 살펴보다가 자신이 응원하고 이번 경기에 당연히 선발 출장할 선수라고 생각한 선수가 그라운드가 아니라 벤치로 향하는 것을 보자,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 이런! 오늘 경기에 김가람 선수는 벤치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좀 놀라운데요. 혹시 부상이라도 당한 걸까요? 첼시를 상대로 해서 그런지 아니면 김가람 선수를 아끼려는 걸까요? 의도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양 팀 선발 라인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첼시입니다.”
에두아르 멘디
리스 제임스 – 커트 주마 – 티아고 실바 – 벤 칠웰
은골로 캉테 – 조르지뉴
메이슨 마운트 – 카이 하베르츠 – 크리스티안 폴리식
티모 베르너
“다음은 선더랜드입니다.”
딘 핸더슨
권윤성 – 김만재 –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 브라이언 오비에도
안수 파티 – 기성룡 – 해리 네쳐 – 하비 반츠
마리오 만주키치 - 올리비에 지루
“선더랜드의 선발 라인업에는 정말 김가람 선수가 빠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