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20/21 프리미어 리그 첼시전[2]
8월 16일 선더랜드 의무실
강이찬은 마사지 의자에 누워 있는 가람의 몸을 이곳 저곳 눌러보며 무언가 체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박지석, 안정한 그리고 김하늘까지 시험 성적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강이찬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지만, 그래도 선발 출장은 어렵습니다.”
그 말에 박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 얼마나 출전이 가능할 것 같아?”
“사실 제 생각으로 후반 15분에 투입하는 걸 권유하고 싶은데, 무리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건다면 후반 시작과 동시에 출전해도 무리 없을 것 같습니다.”
강이찬의 말에 박지석의 표정은 환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개막전부터 붙는 팀이 프리미어 리그의 강팀인 첼시였다. 그런 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가람의 출전은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이찬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제가 경기장에 동행해서 몸 상태를 체크해보고 시간을 확정하겠습니다.”
축구 경기에 그라운드에는 수석 팀닥터가 아니라 현장 팀탁터가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강이찬이 축구장에 나서지 않는 걸 선호하는 유형이었는데 강이찬이 경기장에 오겠다고 하자, 박지석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축구장에 오겠다고?”
“네에. 그게 제가 편할 것 같아서요.”
“괜찮겠어?”
“이제는 괜찮겠죠. 만약 있다가 안 좋을 것 같으면 라커룸에만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현장 팀닥터는 민찬이가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지난번 강이찬을 영입하면서 같이 영입된 팀닥터인 이민찬을 언급하자, 박지석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8월 7일 스탬포드 브리지 하프 타임
가람은 하프 타임이 시작되는 동시에 몸을 풀기 시작했고, 오히려 그걸 옆에서 지켜본 강이찬은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리며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강이찬은 가람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몸은 충분히 푸셨나요?”
“네. 이 정도면 된 것 같습니다.”
“그럼 한번 체크해보도록 하죠. 잠시 벤치로 오세요.”
그렇게 둘은 벤치로 향했고, 강이찬은 가람의 몸을 이곳 저곳 눌러보며 몸상태를 확인해보았다.
“몸은 어제 체크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너무 무리하게 움직이게 되면 근육이 손상될 수 있으니 그건 명심하세요. 휴우~”
말을 하다가 도중에 눈을 감고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심호흡하자, 옆에 있는 이민찬 팀닥터가 다가와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강이찬은 손을 들어 그런 이민찬 팀닥터를 제지한 후 말을 이어갔다.
“저는 라커룸에 지켜보고 있을게요. 만약에 부상이 심해질 것 같다면 바로 감독님께 말해서 교체를 부탁할 테니 그 부분도 염두해두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하고 강이찬은 라커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민찬이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에 강이찬은 손을 들어 괜찮다는 제스처를 하며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가람이 이민찬을 보며 물었다.
“수석 팀닥터님 괜찮으신가요?”
“오늘 좀 무리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으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시고요. 가람 선수는 몸상태 점검에 집중하도록 하죠. 아까 수석 팀닥터님께서 말하신 것처럼 몸에 무리가 가면 바로 교체라는 건 알고 계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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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후반전 경기가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됩니다. 첼시는 전반전 라인업 그대로 유지했지만, 선더랜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기성룡 선수를 빼고, 김가람 선수를 투입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저는 올리비에 지루나,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 두 선수 중 한 선수를 빼고 김가람 선수를 공격수 자리로 투입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 걸 보면 좀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마리오 만주키치는 공을 뒤로 돌렸고, 공을 받은 해리 네쳐도 잠시 주변을 보더니 뒤쪽에 있는 가람에게 공을 연결했다.
그렇게 가람에게 공이 연결되자, 가람은 공을 툭툭 치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티에리 앙리가 살짝 의아한 듯 말했다.
“김가람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위치도 아니고 좀 더 밑에서 경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인데요. 김가람 선수의 빠른 발과 몸싸움을 활용하기에는 좋은 자리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가람이 공을 몰고 하프 라인 인근까지 오자, 그걸 지켜보고 있던 티모 베르너가 가람을 향해 압박을 가하려고 다가왔다.
가람은 티모 베르너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공을 다리 사이에 두고 왼발과 오른발로 번갈아 튕기며 앞으로 전진하는 일명 팬텀 드리블을 통해 가볍게 티모 베르너를 제치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김가람 선수! 개인기를 통해 티모 베르너 선수를 가볍게 제쳐냅니다.”
“김가람 선수라면 이대로 속도를 살려 첼시의 패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가람은 드리블을 하며 하프 라인에서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으로 갔지만, 평소 플레이 스타일처럼 빠르게 치고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가람의 움직임에 첼시의 수비진들은 가람을 경계하며 수비를 굳혔다.
그렇게 가람은 패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첼시의 수비진은 오른쪽으로 수비를 집중했다.
그때
뻐어엉!!
가람은 공을 오늘 경기에 왼쪽 윙어로 나온 하비 반츠의 앞 공간을 향해 긴 패스를 뿌렸고, 공이 살짝 멀리 떨어졌지만, 하비 반츠는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해 공을 잡을 수 있었다.
“김가람 선수 여기서 반대편으로 전환하는 롱패스!”
“첼시 선수들은 김가람 선수를 마크하기 위해서 오른쪽에 쏠려 있었거든요. 김가람 선수의 영리한 패스에 첼시 선수들은 다급히 왼쪽으로 수비를 전환합니다. 게다가 김가람 선수는 공을 찬 후 중앙으로 올라갑니다. 다른 노림수가 있는 걸까요?”
하비 반츠는 공을 잡은 순간 첼시의 오른쪽 수비수인 리스 제임스가 압박을 하며 다가왔다. 하비 반츠는 리스 제임스를 상대로 속도 경쟁을 하며 좀 더 우위에 서더니 골대를 보면서 넘어지듯 크로스를 올렸다.
“하비 반츠의 크로스!! 넘어지듯 찼지만 정확하게 골대 중앙을 향해 날아갑니다.”
하비 반츠의 크로스를 향해 첼시의 중앙 수비수이자 베테랑인 티아고 실바는 마리오 만주키치를 마크했고, 커트 주마는 올리비에 지루를 마크하며 이번에는 공중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렇게 첼시의 문전 앞에서 선수들이 공중볼 경합을 위해서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고, 그리고 그 공을 따내는 건
토오옹~
“올리비에 지루!! 오늘 경기에 공중을 지배하는 건 올리비에 지루 선수입니다.”
하지만 올리비에 지루가 헤딩한 공은 골대가 아닌 패널티 에어리어 쪽으로 날아갔다. 지금 이 상황만 두고 봤을 때는 꼭 올리비에 지루가 자신의 소속을 혼동해 친정팀인 첼시를 위해 공을 걷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 공을 기다리고 있는 선수를 보는 순간 첼시 선수들은 모두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어느새 나타난 김가람 선수가 공을 잡아냅니다!”
“이건 찬스라고 할 수 있죠. 김가람 선수의 강하면서 정확한 슈팅이 나온다면 충분히 골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티이익!!
가람은 원래 생각 대로라면 올리비에 지루가 헤딩 패스로 준 공을 그대로 발리 슈팅으로 차서 골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발에 공이 닿는 순간 공이 자신의 생각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고, 바로 슈팅을 가지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제길..’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찬스에서 물러설 가람은 아니었고, 재차 공을 컨트롤 하여 다시 슈팅을 할 수 있는 좋은 자세를 가지고 갔다.
그때
타타탓!!
어느새 나타난 은골로 캉테가 가람의 앞을 막아섰고, 슈팅을 때릴 타이밍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하지만 가람은 슈팅을 하는 듯 큰 동작을 가지고 갔고, 은골로 캉테는 몸을 돌려 가람의 슈팅을 막으려고 했다.
다른 선수가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간다면 은골로 캉테가 몸을 돌리는 게 아니라 손을 뒤로 돌리며 끝까지 수비 자세를 유지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하프 타임 때 램파드 감독에게 가람은 패널티 에어리어 인근에서 대부분 슈팅을 가지고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이 슈팅이라고 확신하여 완전한 수비 자세를 취한 것이었다.
하지만
토오옹~
가람은 슈팅을 하는 척 페이크 동작으로 공을 다시 돌려 세웠고, 은골로 캉테를 벗겨내면서 다시 슈팅 각도를 만들 수 있었다.
이대로 슈팅을 차면 골을 기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순간 가람의 눈에 생각지 않는 선수가 너무 좋은 위치로 파고드는 게 보였다.
그리고 가람은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그 선수에게 정확하게 공간 패스를 넣었다.
투우욱~
가람이 찬 공은 선수들이 공중볼 경합을 하기 위해 모여 있던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치우쳤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는 공 앞에 한 선수가 번개처럼 나타나 그대로 자신의 속도를 살려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뻐어어엉!!!
촤르르르르르~~~
“고오오올~~고고고고고고로롤~~~ 후반 10분에 안수 파티 선수가 김가람 선수의 패스를 이어받아 골을 만듭니다.”
“지금 김가람 선수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눈 여겨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안수 파티 선수를 칭찬 안 할 수가 없네요. 저 타이밍에 저 위치에 들어와서 가까운 골대와 가까운 곳에서 차는 정확한 슈팅! 아주 멋집니다. 왜 이 선수를 바르셀로나에서 데리고 있는지, 그리고 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 선더랜드에 임대로 보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골을 넣은 안수 파티는 양 손을 활짝 펼치며 세레머니를 하다가 이내 자신의 골을 도운 가람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이내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마틴 테일러가 말을 이어갔다.
“오늘 경기에 김가람 선수가 투입되면서 선더랜드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활기차졌다고 해야 하나요? 분명 경기는 후반전인데 전반전인 것처럼 선더랜드 선수들은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에이스 선수가 경기장에 뛰냐 안 뛰냐에 따라 달라지는 팀의 사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팀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겨우 19살 선수가 이렇게까지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게 놀랍니다.”
“사실 저는 방금 골장면에서 김가람 선수가 슈팅을 하는 척하면서 페이크를 건 것도 놀랍지만, 그 후에 여태까지 가람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당연히 슈팅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패스를 하다니 놀랍습니다.”
“저도 그 부분은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석 감독이 오늘 경기에서 어떤 역할을 부여했는지 모르겠지만, 김가람 선수는 오늘 경기에 자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마무리 능력보다는 연계와 플레이 메이킹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베테랑 선수처럼 찬스 상황에서 상당히 침착하게 동료를 볼 수 있는 시야는 인상적입니다.”
그렇게 중계진이 말을 이어갈 때 가람은 안수 파티에게 가서 골을 넣은 것을 축하했고, 그렇게 후반 초반에 선더랜드는 첼시에게 앞서 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