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51화 (152/319)

151화 원치 않은 배려[3]

"리사씨 그럼 오늘도 부탁할 수 있을까?"

"물론이죠."

시즌이 끝나고 리사 뮐러는 한가해지면서 종종 캐서린의 가게 일을 도왔다.

특히 비시즌 중이라 선더랜드 선수들 뿐만 아니라 비밀이 보장되는 스미스 패밀리 식당 2층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고, 심지어 잉글랜드 북동부쪽 축구 클럽 선수들이나 좀 더 먼 곳의 선수들도 한식을 먹기 위해 이 곳으로 찾아 오게 되었다.

그런 곳에서 리사 뮐러는 2층의 안내 직원으로 겉으로는 아르바이트 하지만 속으로 잠입 취재라고 생각하며 캐서린의 일을 돕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캐서린도 리사 뮐러가 어떤 일을 하는 지 알기 때문에 일하는 도중 듣게 되는 민감한 이야기를 기사로 쓰면 안되기에 만약 여기서 알게 된 일을 기사로 쓴다면 미리 캐서린과 상의한 후 진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리사 뮐러에게 큰 이득이 없을 것 같지만, 2층의 공간은 다른 곳에서 들은 소문을 사실 여부를 확인 시켜주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예를 들어 특정 선수가 누군가 만나는 것 같다는 소문과 목격담이 있는 상황에서 그가 어떤 여인과 이곳 식당에 나타나고, 그게 계속된다면 그 사실을 바탕으로 밀착 취재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 한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리사 뮐러의 외모였다.

평소 인터뷰 때의 모습과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180도 변하는 그녀의 외모는 유명했기 때문에 선더랜드 뿐 아니라 다른 팀 선수들도 인터뷰를 한 이후에는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 많았다.

그 덕분에 리사 뮐러는 가발을 쓰고, 쓰고 있던 안경 대신 렌즈를 끼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 평소처럼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려고 할 때 리사 뮐러는 눈에 익은 한해진과 동행하는 아름다운 동양 여인을 볼 수 있었다.

'한해진씨가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라고 들었는데.. 옆에 있는 사람도 배우인가?'

둘이 들어간 후 한해진은 남편 일행이 오면 10분 정도 있다가 마테차와 커피를 한 잔씩 주문했고, 일행이 오는데 왜 두 잔만 시켰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리사 뮐러는 기성룡과 사복차림의 가람이 올라온 것을 보고 놀랐다. 가람이 자신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하자, 자신의 정체가 들킨 줄 알고 심장이 입으로 튀어 나올뻔했다.

하지만 스포츠 기자를 하기 전에 짧은 인턴 시절에 정치부 사회 기자를 하면서 잠입 취재 당시 배웠던 처음 보는 사람인 척하는 능숙한 연기로 정체가 들키지 않고 가람과 기성룡을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잠시 후 기성룡이 방에서 나오더니 그 뒤를 따라 한해진도 나왔다. 그걸 본 리사 뮐러는 순간 지금 저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 수 있었다.

'소개팅이구나.'

하긴 가람은 이제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될 것이고 19살이라는 나이가 살짝 어린 나이긴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 애인을 사귀고 가정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지금 슬럼프라고 들었는데 의외로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면서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는 선수들도 있었기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만약 일이 잘 돼서 가정이 생기면 책임감을 더불어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축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긴 했지만, 리사 뮐러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가슴 한 구석이 아파오는 게 느껴졌다.

그냥 짝사랑으로 만족하고 있었지만, 그 상대가 눈 앞에서 누군가와 미래를 그린다는 게 씁쓸했다.

하지만 그걸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용기가 없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리사씨! 리사씨!"

등 뒤에서 들려오는 2층 주방장의 목소리에 리사 뮐러는 뒤돌아봤고, 주방장은 그녀를 보며 살짝 놀라며 말했다.

"뭐야? 울었어?"

"네? 울어요?"

리사 뮐러는 자신의 눈을 만지자, 눈가에 맺힌 눈물을 느낄 수 있었고, 황급히 눈물을 닦아내더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 아니에요. 이거 하품하다가 그런 거예요."

"어.. 그런 거야? 여기 음료 나왔으니 2번 방에 가지고 나가면 돼."

"2번 방이요?"

"그래. 리사씨가 담당한 방이잖아."

여기 2층 서빙 구조는 방에 직원들이 배정되고 자신의 방에 배정된 직원이 서빙하게 되어 있었다.

손님들이 이야기를 하는데 만약 그 이야기가 다른 곳에 퍼졌을 때 항의를 할 수 있도록 책임제로 방을 담당하는 직원이 배정된 것이었다.

"알겠어요."

리사 뮐러는 들어가기 싫다는 마음도 들었지만, 반대로 들어가서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지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그렇게 음료가 든 쟁반을 트레이에 올려 방 입구까지 간 후 문 앞에 서서 문을 가볍게 노크하며 말했다.

"주문하신 음료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드리륵

옆으로 여는 미닫이 문을 열고 리사 뮐러는 음료가 든 쟁반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보지는 못했지만, 정면으로 보이는 동양인 여성은 같은 여성이 봐도 아름답다고 감탄할 정도 예뻤고, 몸매를 강조한 듯 딱 붙은 옷과 풍만한 몸매는 남성들이 좋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졌다는 마음이 들고, 스스로 가람을 그녀에게 보내는 상상까지 마친 리사 뮐러는 그렇게 채념하며 음료를 테이블에 세팅을 했고,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럼."

덥썩

리사 뭘러는 순간 손이 테이블 어디에 걸린 줄 알고 화들짝 놀라 자신의 손을 봤을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자신의 손을 가람이 잡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람의 말에 리사 뮐러는 이게 꿈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전혜수씨. 저는 여기 계신 분과 사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혜수씨의 관심을 받을 수가 없네요. 미리 이런 관계에 대해서 주변에 알려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여기 음료랑 식사는 제가 계산할 테니 천천히 드시다가 가세요. 가시죠. 리사 뮐러씨."

순식간에 들려온 가람의 말은 빨랐지만, 리사 밀러는 그 말 하나 하나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람은 자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고, 리사 뮐러는 뒤돌아 전혜수를 보며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잠시 후 가람의 이끌림에 리사 뮐러는 스미스 패밀러 가든에서 나와 뒤쪽에 있는 주차장쪽으로 갈 수 있었다.

"허억. 허억.."

가람의 빠른 걸음에 맞춰 걷다 보니 살짝 숨이 찬 리사 뮐러가 숨을 고르고 있자, 가람이 입을 열었다.

"리사 뮐러씨 맞죠?"

"어."

리사 뮐러가 가발을 벗고 말하자, 가람이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역시 어디서 본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 그래.. 그런데.."

리사 뮐러가 아직도 쿵쾅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고, 이게 꿈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가람을 보자, 가람이 갑자기 허리를 90도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리사 뮐러씨."

"으응?"

"아까 계신 저분이 저한테 관심이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아직 연애 같은 것에 신경 쓰고 싶지 않거든요. 그냥 축구에 집중하고 싶어서 리사 뮐러씨를 이용했어요. 죄송해요."

그 말에 리사 뮐러는 지금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살짝 화가 나기는 했지만, 이게 자신이 처한 현실이라는 걸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그렇구나."

"제가 어머니에게는 오해가 생각지 않도록 말씀드릴게요."

가람의 말에 리사 뮐러의 머리에는 그동안 섭렵했던 수많은 연애 소설이 래파토리가 떠올랐고,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정답이 그려졌다.

"아니. 그러면 나중에 지금처럼 똑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차라리 내가 가짜 애인이 되어줄게."

"네에?"

가람은 순간 리사 뮐러의 제안에 당황했지만, 살짝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리사 뮐러씨가 괜찮다면 그 제안 받아드릴게요. 정말 고마워요. 대신에 리사 뮐러씨가 곤란한 일이나 원하는 게 있으면 하나 들어드릴게요."

"그.. 그래.. 아! 대신 할아버지한테는 말 하지 마! 만약 알게 되신다면 가짜 애인 관계라고 해도 독일 뿐 아니라 전세계로 퍼질 테니 말이야."

"하하하. 그렇죠. 그렇게 할게요. 감사해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일은 왜 하고 계신 거예요? 기자 일은 그만 두신 거예요?"

리사 뮐러는 자초지종을 말해주었고, 여기 계속 있는 것보다는 자리를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람을 차에 태워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뒤 가람에게 캐서린의 전화가 걸려왔고, 가람은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던 것처럼 능숙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캐서린은 오히려 가람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해프닝은 마무리 되었다.

"리사 뮐러씨. 오늘 계획 있어요?"

"계획? 원래는 오늘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누군가의 방해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

"그건 죄송해요. 이미 어머니께도 설명 드렸으니 어머니도 대타 자리를 구하신다고 했으니 남은 시간 저랑 보내실래요?"

"뭐어?"

생각지 않은 가람의 데이트 신청이 리사 뮐러는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람과 함께 하는 미래를 스스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

그 날 저녁 리사 뮐러와 함께 해안가 공원 드라이브와 식사를 마친 가람은 평소보다 늦게 들어왔다. 그리고 캐서린과 알렉스에게 자신과 리사 뮐러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캐서린은 사실 리사 뮐러의 첫만남이 가람의 교통사고였기 때문에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 후 싹싹한 리사 뮐러의 모습에 어느 정도 마음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관계가 발전되자, 진심으로 축하했다.

"어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 우리 관계는 다른 곳에 말하지는 말아주세요."

"아니 왜 그러니?"

"축구 선수와 스포츠 기자의 연애를 주변에서 좋게 볼 일은 없잖아요. 그리고 리사 뮐러씨 주변에서 저와의 관계를 통해 정보를 알아내라고 압박을 할 수도 있고요."

이미 잉글랜드 스포츠 기자와 언론사들이 얼마나 악질인지 알고 있는 캐서린과 알렉스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비밀 연애를 하는 거구나."

"네 맞아요. 외할아버지. 한동안은 그냥 지켜봐주세요. 물론 스승님께도 비밀이에요."

"어머. 그건 너무 한 거 아니니? 사돈 어른 되실 분인데.."

캐서린의 말에 옆에 있는 리사 뮐러가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소문을 잘 내고 다니셔서.. 만약 알게 되면 독일 뿐 아니라 세계에 소식이 퍼질 거예요."

"그렇구나. 알겠다. 하지만 둘은 데이트를 하고 다니면 결국 파파라치들에게 들키지 않을까?"

"들키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들키지 않았으니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오늘 일에 대해 식당 직원들도 모르면 좋을 것 같아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괜히 스미스 패밀리 식당이 인기가 많은 줄 아니? 우리 직원들의 입은 자물쇠니까 말이야."

그렇게 가람은 캐서린과 알렉스를 속인 후 리사 뮐러와 헤어졌다. 물론 두 분이 보고 있는 상황이라 보여주기 식으로 리사 뮐러의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고 헤어졌고, 그 모습에 캐서린과 알렉스는 완벽하게 속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모든 해프닝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띠리리링~

생각지 않은 상태창 갱신 알람이 들려왔고, 가람은 그 내용을 보며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