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화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 프라이부르크전[2]
정운영의 슈팅은 선더랜드의 중앙 수비수인 김만재와 파카요 토모리 사이로 날아왔고, 파카요 토모리는 공을 어떻게든 수비하기 위해서 몸을 날렸다.
티이익!!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날린 파카요 토모리는 결국 공에 몸을 맞추는 데 성공했지만 공에 실린 힘이 더 강해 공을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했다.
휘리릭~
파카요 토모리의 몸에 맞아 공의 방향이 바뀌자 오히려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딘 핸더슨에게 혼란을 줄 뿐이었다.
공은 딘 핸더슨이 준비하고 있던 방향의 반대쪽으로 날아갔고, 딘 핸더슨은 역동작에 걸린 상황이었다.
“젠장!”
하지만 딘 핸더슨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몸을 날려 최대한 손을 뻗었다.
파앙!!
“정운영 선수의 놀라운 슈팅!! 공은 파카요 토모리 선수의 몸에 맞고 굴절되었었지만, 딘 핸더슨 선수가 몸을 날려서 막아냅니다.”
“아! 아직 상황이 끝난 건 아닙니다. 지난 바이에른 뮌헨전에 이렇게 튀어나온 세컨볼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 선수가..”
제이미 캐러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딘 핸더슨이 튕겨낸 공을 향해 황소처럼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선수가 공을 밀어 골대에 넣었다.
뻐어엉!!
철썩!
“고오오오오로 고오올!! 전반 8분, 경기의 시작과 동시에 치열했던 두 팀 공방전의 마무리를 하는 건 RB 라이프치히에서 임대해온 황희천 선수입니다.”
“와.. 이건 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골로 마무리하네요. 지난번 경기에서도 저렇게 세컨볼에서 놀라운 골 집중력을 보이면서 이겼는데요. 이건 대박입니다.”
골을 넣은 황희천은 코너킥 에어리어로 뛰어가 점프를 뛰며 좋아했고, 그 뒤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골을 도운 정운영이 따라갔다.
황희천은 다가온 정운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의 도움을 좋아하는 제스쳐를 하고 그를 껴안았고, 뒤따라온 권창우까지 합류하며 골 세레머니를 했다.
그렇게 SC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의 세레머니와 SC 프라이부르크 홈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좋은 앙상블을 보여주었다.
“전반전 초반에 선더랜드 골을 먹힙니다.”
“그렇습니다. 이 골의 시작은 사실 데얀 클루셉스키의 공을 정확한 태클로 막은 크리스티안 귄터 선수부터 시작했는데, 그의 수비가 빛을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이렇게 역습을 통해서 SC 프라이부르크는 큰 재미를 봤거든요. 이렇게 되면 남은 시간에 SC 프라이부르크는 수비에 집중하며 경기를 진행할 것 같습니다.”
제이미 캐러거의 말이 꼭 예언이라도 된다는 듯 SC 프라이부르크의 감독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은 황희천을 포함한 모든 공격수들을 하프 라인 뒤쪽에 위치하라고 지시하고 수비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반대로 선더랜드의 박지석 감독은 그런 SC 프라이부르크의 수비를 뚫기 위해 가진 노력을 다했다.
“안수 파티 선수! 시간을 끌다가 결국 마누엘 굴데 선수의 수비에 막힙니다.”
“안수 파티 선수를 비롯해서 선더랜드의 젊은 공격 자원 선수들은 너무 서두르고 있어요. 그런 조급함은 오히려 독이 되거든요. 노련한 프라이부르크 수비진들에게는 먹이감이 될 뿐입니다. 심지어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공을 계속 잘리니까 최전방 공격수인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까지 밑으로 내려오게 되거든요. 이러면 선더랜드의 공격은 무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SC 프라이부르크의 노련한 수비를 뚫어내지 못했고, 이렇다 할 파훼법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무리해야 했다.
삐이익 삑!!
“전반전이 이렇게 종료 됩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더랜드 선수들이 오늘의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전반 9분에 황희천 선수의 골로 1 대 0으로 SC 프라이부르크에게 끌려갑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선더랜드의 젊은 선수들은 여태까지 흐름을 많이 타는 플레이를 하곤 했는데요. 전반처럼 흐름이 좋지 않으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오늘 경기 뿐만 아니라 남은 리그 경기에서도 힘들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선더랜드에는 후반전이 남아 있고, 그리고 후반전에는 제이미 캐러거 해설에게 내기 패배를 맛보게 해준 그 선수가 나오죠.”
“씁쓸한 말이지만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선더랜드의 감독인 박지석 감독이 왜 김가람 선수를 선발 출전 시키지 않는지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김가람 선수가 들어가면 선더랜드는 지금보다 2~3배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줄 겁니다. 이렇게 말하기는 좀 미안하지만 김가람 선수가 들어오기 전의 선더랜드의 경기력은 프리미어 리그 하위권 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김가람 선수가 들어오면 중상위권 팀으로 변모하거든요. 제가 내기에서 졌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SC 프라이부르크에서도 대비하고 있을 텐데요. 기대가 되는 후반전입니다.”
그렇게 중계진의 말이 끝나자, 중계 화면은 광고로 넘어갔다.
하프 타임에 전반전 경기를 뛴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자, 벤치에 있던 한 선수가 나와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 순간
- 꺄야야야야!!
- 김가람 오빠!!
- 나랑 결혼해!!
흡사 아이돌 그룹이 콘서트에 나온 것처럼 2만 5천 여명이 앉을 수 있는 경기장에 있는 대부분 여성 관객이 가람의 등장에 호응했다.
가람은 그런 여성 관객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푸는 데에 집중했고, 이내 하프 타임이 끝나고 경기가 재개되었다.
“후반전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선더랜드에서는 선수 교체를 진행합니다. 그렇죠. 전반전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와서 조급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안수 파티 선수가 빠지고 김가람 선수가 들어옵니다.”
- 꺄야야야!!
가람이 그라운드에 들어오는 순간 경기장은 아까 보다 더 큰 여성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고, 홈경기인데도 적을 응원하는 소리에 SC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이 놀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제이미 캐러거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저는 데이비드 베컴 선수랑 같이 뛰어보기도 했거든요. 김가람 선수는 데이비드 베컴 선수 전성기 때랑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 선수는 잉글랜드에서는 인기가 있었지만, 독일에서는 그리 인기가 있던 친구는 아니었거든요. 저도 이렇게 인기가 있어봤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유부남이 못하는 소리가 없으시군요.”
“물론! 지금이 아니라 다시 태어난다면 하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아이돌 콘서트가 아니라 축구 경기거든요. 김가람 선수는 자신이 이런 환호를 받을 만한 게 단순히 외모가 아니라 실력이라는 걸 증명해야 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겠죠. 그렇지만 저 선수가 만약 외모만 그럴싸한 선수라면 7경기 연속 골을 넣는 미친 활약을 하며 제가 내기에서 지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시즌 초반에는 중앙 미드필더 그것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경기를 진행한 김가람 선수였지만, 요즘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계진의 말이 진행되는 동안 후반전은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되었다. 경기가 시작되는 동시에 공을 잡은 가람은 공을 천천히 앞으로 툭툭 치고 나가며 주변을 보고 말했다.
“앞으로 나가!!”
그 말에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앞으로 전진했고, 중앙 수비수인 김만재, 파카요 토모리만을 제외하고 전부 SC 프라이부르크 진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선더랜드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서자, SC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은 이미 하프 타임에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한테 선더랜드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침착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선더랜드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패스 길목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선더랜드! 시작과 동시에 공격적으로 나섭니다. 공을 잡고 있는 건 김가람 선수인데요. 공을 툭툭 치며 앞으로 나오고 있지만, SC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은 김가람 선수를 막기보다는 선더랜드의 다른 선수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SC 프라이부르크는 아주 웅크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사실 여기서 괜히 전방 압박을 가하겠다고 나섰다가 김가람 선수의 탈압박 능력으로 한 두 명 선수가 제껴지게 되면 수비에 그만큼 구멍이 생기거든요. 아주 침착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SC 프라이부르크는 가람이 공을 툭툭 치며 하프 라인 인근까지 공을 몰고 왔지만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수비 위치만 신경 쓸 따름이었다.
가람은 그렇게 자신을 압박하지 않자, 조금 더 안쪽으로 치고 들어갔고, 그러자 황희천과 정운영이 가람을 마크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여기서 SC 프라이부르크 김가람 선수를 막기 위해 2명의 마크맨을 붙입니다.”
“아무리 선더랜드가 공격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밑으로 내려와 있는 SC 프라이부르크가 가동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입니다. 하지만 선더랜드는 뒤쪽에 두 명의 수비를 두고 있기 때문에 8명의 선수가 공격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순간적으로 2명이 한 선수를 마크한다고 ..”
말을 이어서 하려는 순간 가람은 정운영의 다리 사이로 공을 밀어 패스를 했고 그 패스의 끝에는 하비 반츠가 있었다.
공을 받은 하비 반츠는 공을 바로 옆에 있는 해리 네쳐에게 건넸고, 그 사이에 가람은 어리둥절하고 있는 황희천과 정운영 사이를 빠져나와 달려들었고, 해리 네쳐는 가람이 달려드는 공간을 향해 짧게 공을 패스해주었다.
“앗! 여기서 선더랜드의 놀라운 패스 플레이!”
“아주 짧은 순간에 하비 반츠, 해리 네쳐, 김가람 선수가 삼각형으로 꼭지점을 위치하면서 짧게 패스를 만들어서 SC 프라이부르크의 수비를 뚫어냅니다.”
순식간에 자신들의 수비를 뚫고 들어오는 가람을 보며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SC 프라이부르크의 중앙 미드필더 듀오인 니콜라스 회플러와 야니크 하버러는 가람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고 가람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둘을 보며 미소를 짓더니 발뒤꿈치로 공을 툭 쳤다.
토오옹~
가람이 찬 공은 어느새 가람의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단 닐 이안한테 갔고, 닐 이안은 공을 잡는 순간 자신의 왼쪽으로 돌아 뛰고 있는 해리 네쳐에게 바로 다이렉트하게 패스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니콜라스 회플러와 야니크 하버러는 공에 시선이 빼앗겼고, 자신의 수비에서 빠져나가는 가람을 신경 쓰지 못 했다.
그 순간
뻐어엉!!
해리 네쳐는 가람의 앞공간을 향해 공간 패스를 넣었고, 해리 네쳐의 패스는 그의 할아버지인 귄터 네쳐가 가지고 있던 Cm패스, 컴퓨터 패서라는 별명을 이어 받은 듯 가람의 발 바로 앞으로 공을 보냈다.
“선더랜드!! 찬스입니다. 몇 번의 패스를 통해! SC 프라이부르크의 수비를 뚫어버리고 패널티 에어리어의 안쪽으로 들어오는 데 성공합니다.”
가람은 공을 잡는 순간 바로 자세를 잡고 공을 찼다.
뻐어엉!!
하지만 공은 생각보다 크게 휘어져 나갔고, 골대를 앞에 두고 직선으로 뻗어나가기보다는 휘어져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