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화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 프라이부르크전[3]
가람이 찬 공은 골대를 벗어난 것으로 보였고, 베냐민 우포프는 먼쪽 골대로 나아가는 가람의 슈팅을 쳐다봤다.
하지만
토오옹~
철썩!!
"고오오오오올 골오오올~~ 후반 5분에 마리오 만주키치!! 헤딩으로 골을 만들어냅니다. 김가람 선수의 슈팅! 슛이 아니라 절묘한 패스였습니다."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가 헤딩으로 골을 마무리했지만, 그 전에 김가람 선수의 넓은 시야와 패스를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네요."
"그렇습니다. 김가람 선수가 들어오자,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더랜드입니다."
마리오 만주키치는 골을 넣자마자, 가람에게 달려들었다. 가람은 그런 마리오 만주키치를 보며 다가가 부둥켜안고 좋아하며 골을 축하했다.
그렇게 함께 골 세레머니를 즐긴 후 가람은 다시 원래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좋아.'
가람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이는 걸 보며 만족하며 상태창을 열었다.
김가람 / 나이: 만 19세 / 키 : 182 / 몸무게 : 75 / 주발 : 양발
|개인기 80 (90)|, |슈팅 90 (100)|, |킥정확도 85 (95)|, |드리블 85 (95)|, |헤딩 75 (85)|, |패스 85 (95)|, |태클 80 (90)|, |민첩 89 (99)|, |체력 89 (99)| , |속도 89 (99)|, |몸싸움 85 (95)|, |위치선정 85 (95)|
강이찬의 꼼꼼한 재활에 가람의 몸은 한 달이 지나자, 일부 능력이 회복되었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회복이 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강이찬의 치료를 받아본 가람은 확실히 그의 덕분에 능력치가 일부 회복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계속 강이찬이 치료를 받았는데 몸에 변화가 없었다면 그것도 나름 문제였다.
어쩌면 상태창이 강이찬의 치료에 맞춰 능력을 회복 시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똑같은 거였다.
능력이 점점 회복되면서 가람은 박지석에게 중앙 미드필더가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경기를 뛰겠다고 했다. 박지석은 걱정했지만, 가람이 지난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와 골까지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자, 박지석은 이번 경기에도 가람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이었다.
또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골까지 돕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괜히 깝죽거리다가 안 좋아지면 안 되지.'
정신적인 슬럼프가 아니라 몸에 문제가 있어서 슬럼프에 빠졌다면 이렇게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가람이었다.
그리고 다시 SC 프라이부르크의 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자, 공격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오히려 가람은 주변 선수들에게 수비를 지시하며 천천히 경기를 운영했다.
"후반 5분에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가 골을 넣은 후 현재 28분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소강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렇죠. 양 팀 모두 F조의 다른 팀을 생각한다면 서로 이기고 싶은 상대라고 생각할 텐데요. 지금처럼 소강 상태에 빠진 건 의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더랜드는 후반 5분에 골을 넣으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갔는데 김가람 선수가 경기 템포를 늦추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제이미 캐러거의 말을 증명하듯이 공을 잡은 가람은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중앙 미디필더 자리까지 내려와서 경기를 조율 했고, 가람의 조율에 맞춰 선더랜드의 선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김가람 선수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 있지만 중앙 미디필더 자리에 위치해서 천천히 공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SC 프라이부르크는 그런 김가람 선수를 압박하지 않고 있죠."
"SC 프라이부르크는 역습 상황에서 득점을 하는 게 특화된 팀인데요. 이렇게 선더랜드가 지공으로 나선다면 득점 상황을 만들 수 없거든요. 김가람 선수가 그걸 알고 플레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격에 나서지 않는다면 선더랜드도 골을 넣을 수는 없거든요. 아니면 선더랜드는 무승부를 생각하는 걸까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후반 5분에 보여준 날카로운 움직임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중계진의 바람에도 가람은 좌우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끄는 듯한 플레이를 할 뿐이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어느새 후반 40분으로 흘러갔고 중계진도 서포터즈들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SC 프라이부르크가 공을 잡은 후 후방에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끌기 시작하자, 되려 SC 프라이부르크 서포터즈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 이게 뭐 하는 거야!!
- 싸워보라고 싸워!
- 겁쟁이 녀석들아!! 우리가 이런 경기를 보려고 온 건 줄 알아?
그렇게 시시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홈 팀을 야유하는 놀라운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고, SC 프라이부르크의 감독인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는 선수들이 동요할 것을 걱정해 테크니컬 에어리어 끝에 서서 크게 소리쳤다.
"지금 상태를 유지해!! 괜히 동요할 필요 없다. 우리는 적들의 공격을 기다리면 된다!"
감독의 말에 SC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은 안정감을 찾고 공을 돌리는 순간
타타타탓!!
SC 프라이브루크 팬의 야유가 신호탄이라도 된 듯 선더랜드 선수들은 공격적으로 나섰다.
여태까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던 선더랜드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서자, SC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은 당황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자신들이 기다렸던 찬스였기에 좀 더 선더랜드의 선수들을 자신들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후방으로 돌렸다.
토오옹
공을 받은 SC 프라이부르크의 주장 크리스티안 귄터는 공격적으로 나서는 선더랜드 선수들을 보며 아직 경험이 부족한 애송이라고 생각했다.
후반 막판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선다고 자신들이 당황하며 실수를 할 것 같지만, 이미 자신들은 역습이 아니면 공격적으로 나가지 않도록 훈련을 해왔고, 참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그렇게 크리스티안 귄터는 선더랜드 선수들의 위치를 보며 어디로 공을 돌려야 할 지 전방을 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역습을 가지고 가도 괜찮을 텐데.. 어라? 후반에 들어온 녀석은 어디 갔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뒤에서 다급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장 조심해요!"
뭐어?라고 답을 하기도 전에 누군가 영리하게 어느새 자신의 등 뒤로 들어와 수비수들이 제일 싫어하는 사각지대에서 나타나, 몸싸움을 걸었다.
쿠우웅!
크리스티안 귄터는 준비를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지 않은 충격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고, 오늘 경기 몸싸움에 관대한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김가람 선수! 여기서 크리스티안 귄터 선수에게 몸싸움을 걸어 공을 가로챕니다."
"이건 제가 현역일 때도 당하면 별로 안 좋아하던 방법인데요. 김가람 선수 자신의 빠른 발을 이용해 중앙 수비수 안쪽까지 파고들었다가 오프사이드 트랩에서 살짝 앞으로 나온 크리스티안 귄터 선수의 사각지대로 돌아 뛰면서 공을 뺏어냅니다. 이 실수가 만약 골로 이어진다면 크리스티안 귄터 선수 오늘 잠 다 잔 겁니다."
제이미 캐러거의 말을 실현이라도 해주는 듯 가람은 공을 가로챈 후 그대로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파고 들었고, SC 프라이부르크의 중앙 수비수인 필리프 린하르트는 가람의 돌진을 막기 위해서 성급히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중앙 수비수인 마누엘 굴데는 비명 치듯 소리쳤다.
"자리를 지켜!! 나가면 안 돼!"
하지만 가람을 막아야겠다고 마음 먹은 필르피 린하르트의 돌진은 막을 수 없었고, 마누엘 굴데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백업하며 뒤따라갔다.
가람은 뛰쳐나오는 필리프 린하르트를 향해 그의 품을 파고들듯 더 적극적으로 안으로 파고 들었고, 필리프 린하르트는 그런 가람이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파울로 끊어내려고 했다.
타타탓!
필리프 린하르트의 바람과 달리 가람은 속도를 한 층 더 올리더니 순식간에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갔고, 필리프 린하르트는 파울로 가람을 막을 수 없었기에 그의 슈팅 각도를 줄이기 위해서 자세를 낮추고 그가 슈팅을 찬다면 몸으로 막을 생각을 했다.
그때 가람은 공을 자신의 뒤꿈치로 가지고 가더니 가볍게 툭 쳐서 필리프 린하르트의 왼 편으로 공을 보내고 자신은 필리프 린하르트의 몸을 오른쪽 방향으로 휘리릭 돌면서 빠져나갔다.
필리프 린하르트는 공을 보다가 자신의 오른 편으로 빠져나가는 가람을 놓쳐버렸고, 뒤늦게 공을 향해 발을 뻗으려고 했지만 이미 공은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가람이 가지고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촤르르르~~
이 모든 상황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마누엘 굴데가 정확한 타이밍에 가람을 향해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공을 향해 들어오는 정교한 태클에 마누엘 굴데는 자신의 태클이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휘리릭
투욱~ 툭
가람은 꼭 마누엘 굴데가 태클을 걸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공을 발바닥으로 긁어 뒤로 보내는 동시에 몸을 뒤로 빼냈다.
그러자 마누엘 굴데는 허무하게 자신의 태클이 허공을 가르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재차 가람은 공을 왼발에서 오른발로 가지고 갔고, 이제 홀로 남은 SC 프라이부르크의 골키퍼 벤냐민 우포프에게 슈팅을 선사할 때 되었다.
'좋았어.'
몸상태가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이런 플레이는 몸에 가혹했기 때문에 자주 할 수 없었고, 가람은 경기를 조율하면서 가장 치명적인 순간에 상대에게 한방 먹여줄 생각을 했고, 지금 그 생각은 적중했다.
이제 이대로 다리를 과도하게 벌리고 있는 골키퍼 베냐민 우포프의 다리 사이에 골을 넣으면 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타타타탓!!
무언가 등 뒤가 서늘해지는 기분에 들었다.
꼭 각성 상태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민감해지는 오감처럼 뒤쪽에 무언가 위험이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태였고, 지금은 골 찬스였기에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가람은 오른발의 발목 힘을 이용해서 공을 찼다.
토오옹
공이 가람의 발을 떠나는 순간 그 위험하다는 느낌은 아까보다 더 크게 발동했고,
촤르르르
"아아악!!!"
가람은 비명과 함께 앞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고, 그와 동시에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골.. 골입니다. 후반 43분에 김가람 선수의 재치 있는 플레이로 선더랜드가 골을 넣었지만, 골이 되는 순간 SC프라이부르크의 주장 크리스티안 귄터 선수가 뒤쪽에서 비신사적인 태클을 걸었습니다."
"주심이 오늘 경기의 몸싸움에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지금 장면에서는 바로 레드 카드를 꺼내는군요. 지금 상황은 골로 인정하고 그 후 태클이 들어간 것으로 판정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가람은 크리스티안 귄터의 태클에 걸리는 순간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뚜욱
발목 쪽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몸 내부에서 들려오는 파열음
'이건 부러졌다.'
그 생각과 함께 가람은 그대로 쓰러졌다. 가람의 비명 소리를 듣는 순간 벤치에서 출발을 했는지 어느새 강이찬이 가람의 눈 앞에 보였다.
"가람 선수 괜찮아요?"
"으으윽!!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요! 지금 발목이 돌아가지 않았지만, 적어도 부러지거나 금이 갔어요. 이건 제 권한으로 바로 교체를 진행하겠습니다."
가람은 아까 괜찮다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의 부상은 좋지 않았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람은 들것에 실렸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본 권창우와 황희천, 정운영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괜찮은 거야? 미안하다."
"제길. 주장 녀석 오늘 경기에 흥분하지 말라고 말했더니 결국 지가 일을 쳤네. 미안하다."
"나도 대신 사과할게."
태클은 다른 선수가 걸었지만, 다가와 미안함을 표하는 한국 국적의 선수들을 보며 가람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실려서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김가람 선수 큰 부상으로 보입니다. 이번 경기는 크리스티안 귄터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는 2대 1로 이기겠지만, 김가람 선수가 있어서 나름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더랜드인데요. 앞으로가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