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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55화 (156/319)

155화 부상 그리고 휴식?[1]

가람은 부상을 당하는 순간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은 상태창의 회복 능력이 들키는 것이었다.

'이거 너무 빨리 회복되면 이상해 보일 텐데...'

[몸의 심각한 부상을 감지했습니다. 천천히 회복이 진행됩니다.]

가람의 걱정과 다르게 천천히 회복이 된다는 것은 의외였다.

여태까지 수많은 부상들을 당했지만, 거의 바로 회복되었는데 이번에는 천천히 회복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의 부상보다 더 심한 부상은 이전에 리사 뮐러의 차에 치였을 때였다. 그 때의 부상이 더 심했을 것인데 지금은 왜 천천히 회복이 된다는 건가? 라고 가람이 생각하는 순간,

[슬럼프 모드로 인해 회복 시스템의 능력도 저하됩니다.]

꼭 상태창은 설명이라도 하듯이 메시지 창을 띄웠고, 가람은 걱정 하나를 없앨 수 있었지만, 바로 다음 걱정이 생겨버렸다.

'그럼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 거지?'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상태창은 메시지 창을 띄웠다.

[완벽한 상태로 회복되기에는 3주가 필요합니다.]

사실 이전의 경험으로 봤을 때 발목이 부서진 정도의 충격이었고, 다른 선수라면 시즌 아웃이 되어도 의아할 것 없을 정도의 부상이었다.

3주라는 시간은 그에 비하면 상당히 짧아서 상태창의 회복 시스템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람은 자신이 빠지게 되면 선더랜드가 과연 얼마나 리그에서 순위 경쟁을 가지고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람이 생각하는 동안 의료진은 가람을 데리고 근처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시작했다.

진료를 받는 동안 강이찬은 걱정하고 있었지만, 가람은 이미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마음 편히 결과를 기다렸다. 병원의 결과로는 발목에 금이 갔다는 판정이 나왔고 상태창이 말한 대로 3주 정도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걸 본 강이찬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분명 현장의 상황을 봤을 때 발목이 부러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병원에서는 금이 갔다는 판정이 나왔다.

강이찬은 처음에 믿기 힘들었지만, 스포츠 재활 분야에 권위가 있는 의사 선생님이 계시는 병원에서, 심지어 그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람은 반깁스를 한 채 밖으로 나왔고, 그걸 본 강이찬은 가람을 보며 말했다.

"가람 선수는 정말 부모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이렇게 튼튼한 몸을 가진 것도 축복이죠."

"그런가요?"

그렇게 가람과 강이찬을 비롯한 의료진은 다시 선더랜드 선수들이 있는 베이스 캠프로 합류하게 되었고, 강이찬은 박지석에게 가람의 부상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3주 부상입니다. 그런데 3주 동안 반깁스를 하고 1주에서 2주 정도 발목 강화 훈련을 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걸 생각하면 한 달 정도는 결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

"그 정도면 괜찮네. 현장에서 봤을 때는 더 심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도 안 될 정도로 튼튼한 몸이에요. 하지만 이번 부상으로 가람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바로 경기에 투입하는 거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부상에서 회복한 후 바로 경기에 뛰었을 때 또다시 부상 부위가 충격을 받게 되면 그 후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가람 선수가 공격적인 임무를 수행하다가 부상을 당했으니 이 부분은 감안해야 합니다."

"알았어. 나도 그 부분은 수정하도록 할게. 우선 지금은 가람이 회복이 문제니까."

"그리고 저는 이 3주 동안 가람선수에게 휴가를 부여했으면 합니다."

"그 녀석 성격에 다치지 않은 발로 공을 차려고 할 텐데.."

"그건 감독님 권한으로 막아주세요. 가람 선수의 성격 상 아마도 다치지 않은 상체 훈련이라도 할 생각으로 보이는데요. 그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좋지 않습니다.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훈련을 하게 되면 좋을 게 없거든요."

"알겠어."

강이찬의 보고를 받은 박지석은 가람에게 다가갔다.

"이야기는 들었다. 3주 동안 휴가 받았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푹 쉴 수 있으니 어쩌면 발목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거다."

"왼쪽 발목만 다쳤는데요 뭘. 오른쪽 다리는 멀쩡하고, 상체 훈련은 가볍게 하겠습니다."

"아니. 쉬는 것도 프로가 해야 할 일이다. 절대 훈련은 하지 마라. 이건 감독의 권한으로 내리는 명령이다."

박지석이 감독의 권한까지 들먹거리며 말하자, 가람은 강승연의 삶에서 박지석을 경험해본 결과 여기서는 물러나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대신 훈련장에 나서서 전술 훈련을 구경이라도 하는 건 안 될까요?"

"안 된다. 견물생심이라고! 훈련하는 선수들을 보면 공을 차고 싶고 몸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무조건 휴식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가람은 박지석과 대화를 마쳤고, 선더랜드 선수들은 SC 프라이브루크를 2대 1로 이겼지만, 꼭 패배한 팀처럼 선더랜드로 돌아가야 했다.

가람이 집에 들어오자, 이미 박지석의 통화를 들었는지 캐서린과 알렉스는 가람을 완벽한 환자처럼 대우했고, 언제 치웠는지 방에는 훈련 기구들이 전부 없어진 상태였다.

"하아.. 3주 동안은 꼼짝도 못하겠네."

가람이 한숨과 함께 침대에 눕는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가람은 캐서린이나 알렉스가 들어오는 줄 알고 누운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열려 있으니 들어오세요."

그 말과 함께 리사 뮐러가 쟁반에 물과 약봉지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들어오는 게 리사 뮐러라는 걸 알아챈 가람은 화들짝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 리사 뮐러씨 무슨 일로."

"아니.. 그게 아주머니께서 부상 선수에게는 관심과 정신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자신보다 내가 가지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말이야."

가짜 연인 행세를 하기로 한 리사 뮐러와 가람이었기에 진실을 모르는 캐서린의 배려는 틀리지 않았고, 리사 뮐러도 거절할 수 없어 가람의 방으로 온 듯 보였다.

"이런. 제가 괜히 피해를 끼쳤네요. 여기 탁자에 놓으시면 제가 먹을게요."

"그게.. 가람씨가 어렸을 때부터 약은 끔찍하게 싫어했다고.. 다 먹고, 빈 봉지 가지고 와 달라고 하셨어."

도대체 가람이 어렸을 때 얼마나 어리광쟁이었는지 몰랐기에 가람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달라는 듯 손을 뻗었고, 리사 뮐러는 가람에게 다가가 쟁반을 가람의 앞에 가져다 주었다.

가람은 단번에 입에 약을 넣고 물을 털어 넣었더니 말했다.

"이제 먹었으니 어머니께 가져다 주시면 될 거예요. 저 때문에 피해를 끼쳤네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런데 부상 부위는 괜찮아?"

"덕분에 3주 정도 휴가를 받았어요."

"아까 아주머니랑 중계방송을 같이 봤거든. 아주머니가 많이 놀라셨어."

사실 가람은 이런 반응은 새삼 놀라웠다.

강승연의 삶에서는 고아로 자라왔고,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걱정해주던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끔 헌신적인 사랑을 주던 여인이 몇몇 있었지만, 그들의 관심은 당시 귀찮음으로 다가왔었기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오늘은 피곤하겠지만, 내일이 되면 아주머니랑 이야기라도 나눠보는 게 좋아 보여."

"조언 감사합니다."

"그런데 3주 동안 휴가 받게 되었는데 계획은 있어?"

"계획이요? 글쎄요. 여태까지 계속 달려와서 그런 건 없어요."

"이번 기회에 차분히 쉬면서 생각을 해보는 게 좋을 거야. 할아버지도 너 부상을 당한 거 보셨거든. 부상에서 회복하는 것도 프로의 일이라며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여태까지 쉬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쉬라고 하셨어."

사실 게르트 뮐러는 부상을 당한 선수들이 심적으로 약해지니 리사 뮐러에게 이번 기회에 가람을 노리면 좋을 거라는 조언과 연애를 권장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그 내용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바쁘지 않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거동이 불편할 테니 도와줄게."

"아. 괜찮아요. 나름 목발은 잘 사용해서요. 오늘도 저 때문에 피해를 끼쳤는데 그럴 일은 없도록 할게요."

"피해는 아니야. 사실 가짜 연인이라고 해도..."

너에 대한 관심은 사실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벌컥!!

방문이 열리고 알렉스와 캐서린이 들어왔다.아무래도 두 사람은 가람과 리사 뮐러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했었던 것 같았다.

"아빠. 안 들린다고 문을 열면 어떻게 해요?!"

"아하하하. 이거.. 문고리가 고장난 거 같네. 나는 돌리지 않았는데..."

"외할아버지. 어머니! 이러실 거예요.?!"

가람의 말에 알렉스와 캐서린은 도망치듯 나갔고, 가람은 리사 뮐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 하셨죠?"

"아.. 아니야. 오늘 푹 쉬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하자."

그렇게 모두가 나간 후 가람은 여러가지 일이 있던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상태창의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가람은 루틴 대로 새벽에 일어날 수 있었다.

[휴식]

평소 나왔던 개인 훈련 메뉴얼 대신에 단 두 글자만 나타났다. 가람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 챈 상태창이었다. 가람은 다시 눈을 붙였고, 잠에 들고 싶었지만, 매일 같이 훈련을 하던 습관 때문에 쉽게 잠에 들 수 없었다.

그리고 가람은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목발을 사용해 문밖으로 나왔다.

다른 선수라면 반깁스한 상태에서 움직임이 불편했겠지만, 오랜 회귀의 삶에서 부상도 많이 당해봤고, 깁스도 많이 해본 경험의 덕분에 가람의 움직임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가람은 가만히 있는 것도 좀 쑤시는 상황이라 가볍게 목발을 사용해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난번 게르트 뮐러와 훈련했던 근처 공원의 훈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주변의 경치를 보고 있을 때 훈련장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서는 한 스탭 빠르게 가야 한다 요한."

"네. 아빠."

그 목소리에 이끌려 훈련장으로 갔고, 거기서 가람 어머니의 식당 2층 가드를 맡고 있는 한스와 초등학생 고학년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 한 명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은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고, 가람이 보기에 요한은 겉으로 보이는 나이 치고 공을 다루는 센스와 스피드가 상당히 좋아 보였다.

가람은 자신도 모르게 둘의 연습에 빠져들었다. 만약 요한이 찬 공이 자신 쪽으로 오지 않았다면 이 둘과의 만남은 거기서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었다.

또르르르

가람의 앞에 공이 굴러와 공을 반대편 발로 차려고 했지만, 박지석의 말이 떠오른 가람은 공을 손으로 잡아서 힘껏 던졌고, 그 공은 다가오는 요한에게 겨우 닿을 수 있었다.

요한은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이려가다 가람을 보고는 크게 소리쳤다.

"어!! 김가람 선수 아니세요?"

"어. 맞아. 아침부터 열심히 하는구나."

가람의 말에 요한은 가람을 보다가 가람의 왼쪽 발 깁스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어제 경기 봤어요.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그래. 괜찮아."

그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자, 한스도 훈련장에서 가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김가람 선수. 안녕하세요. 어제 경기를 봤어요. 다치신 곳은 괜찮으신가요?"

"괜찮아요.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훈련을 하시네요."

"하하하. 녀석이 김가람 선수가 이때 일어나서 운동한다고 자기도 학교 가기 전에 꼭 훈련하고 싶다고 해서요."

"그렇구나. 요한. 열심히 하는데 몇 살이야?"

"저요. 16살이요."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알게 된 가람은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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