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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57화 (158/319)

157화 부상 그리고 휴식?[3]

"이거 엉망이군."

가람이 강승연의 삶에서 약체인 대한민국을 월드컵 우승을 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소속한 모어컴에 한국인 유망주를 추천하고 그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을 했었다.

그 당시 모어컴의 구단주인 김하늘의 안목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구단주나 에이전트가 바라보는 시선과 같이 뛰면서 느껴보고 선수의 시선은 엄연히 다르고, 특히 회귀를 통해 수많은 경험이 있던 강승연에 비하면 사실 김하늘도 당시에는 한 수 접어주어야 했다.

그렇지만 회귀를 하면서 모든 것들이 가람의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유망주가 어떤 생에는 자신의 바람대로 월드 클래스로 성장했지만, 어떤 생에는 조기 축구회 수준도 안되는 경우가 있었다.

단순히 재능이 있고 없고 수준이 아니라 꼭 신이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그렇게 선수들의 능력은 천차만별이었다. 강승연 시절에는 어떻게든 월드컵 우승을 하기 위해 한국인 유망주를 악작 같이 찾아내고 선별해 윗선에 추천해 모어컴의 스쿼드를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요한의 영상 자료를 보는 순간 그의 재능이 특출하지 않다는 것도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괜히 유소년 총괄이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는 경쟁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구나.'

요한은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아 골 찬스에서 상대 수비수의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기 일수였다.

그렇다고 작은 키에 무게 중심을 낮게 잡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상대를 따돌리는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민첩성이 좋아서 균형을 잘 잡는 것도 아니고,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는 특별한 능력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가람은 영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혹시나 자신이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꼼꼼히 영상을 보는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느끼게 되었다.

'뭐지? 분명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써 있었는데..'

영상 제목은 하이라이트였다.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응당 골이 들어가는 장면을 모아둔 내용이어야 할 것인데 그것 치고는 상당히 길었다.

물론 영상에서 요한은 골을 대부분 넣지 못하고 수비수에게 몸싸움을 당해 쓰러지는 안쓰러운 모습이 하이라이트라면 정답이겠지만, 아버지인 한스가 그걸 하이라이트라고 적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선더랜드 유소년 경기 특성상 전반 25분 후반 25분 총 50분을 뛰는데 요한이 한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거의 15분 정도 되었다.

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는 요한의 모습에 가람은 약간의 힌트를 얻었고, 이어서 유소년 팀의 훈련 리포트를 열어봤다.

"역시 속도는 다른 녀석들보다 빠르군."

그렇게 실마리를 찾은 가람은 재미 있겠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서 미리 받아둔 요한의 아버지 한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내일 새벽 훈련이 끝난 다음에 혹시 요한의 친구들 좀 부를 수 있을까요? 덩치가 큰 친구들로 한 6명 정도 부탁 드릴게요. 아! 축구를 잘 못해도 상관 없어요. 아니 오히려 축구를 못하는 친구가 더 좋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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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가람은 어제 한스 부자를 만났던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고, 역시 거기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한수 부자를 볼 수 있었다.

삐이익!

가람은 미리 준비한 휘슬을 불어 요한과 한스의 주목을 끌었고, 손짓을 해서 요한이 자신에게 오도록 했다.

"안녕? 요한. 어제 아버지에게 들었겠지만, 오늘부터 내가 너의 코치를 맡게 되었어."

"네에!! 영광이에요."

가람의 빅팬이던 요한은 가람이 자신을 훈련 시켜준다는 말에 어젯밤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는지 충혈된 눈으로 대답했다.

그런 모습에 가람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 얼굴 보니까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네. 선수의 휴식도 훈련 중 하나니까 내일 올 때는 충분히 자도록 해 알았지?"

"넵. 알겠습니다. 스승님."

"으응? 스승님? 그냥 코치로 불러."

"아니에요. 저는 스승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이미 마음에 결정을 내린 듯 요한의 굳은 의지가 느껴지는 눈빛에 가람은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건 마음대로 해. 그리고 들어보니 희망 포지션이 스트라이커라고?"

"네에.."

"그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

"그거야. 가람 선수가 스트라이커이시잖아요.저도 골을 넣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멋진 선수가 되고 싶어요."

"사실 나는 스트라이커보다 다른 포지션에서 더 많이 뛰었어. 그리고 스트라이커가 다른 선수들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많이 받기는 하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워크로 모두가 하는 거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중요하지."

"그런가요?"

"그래. 그래도 희망 포지션이 스트라이커야?"

가람의 말에 요한은 잠시 고민을 한 뒤 입을 열었다.

"그래도 스트라이커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다른 친구보다 체구도 작고 몸도 그리 튼튼한 편은 아니에요. 그런 제가 수비수 포지션으로 간다는 건 팀에 걸림돌이 될 뿐이고요. 미드필더 포지션도 중앙에서 몸싸움이 심해서 공을 가로챌 수 없어요."

"그렇다면 윙어는 어떨까? 너의 빠른 발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저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요. 아무리 빠른 발을 이용해서 안으로 파고들어 골을 넣는 윙어라고 해도 기본적인 크로스 능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게 많이 부족해요. "

요한이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해 말하는 걸 보며 가람은 기특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골 넣는 모습으로 스트라이커를 동경해서 스트라이커를 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스트라이커 포지션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래서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집중한다면 앞으로 자신과 할 훈련에 더욱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 좋구나. 나랑 생각이 똑같네."

"네에?"

사실 요한은 가람이 포지션에 대해 말을 꺼냈을 때는 선더랜드의 유소년 코치들처럼 다른 포지션으로 변경하라고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가람이 자신의 생각을 동의하자 요한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트라이커 포지션 싫어?"

"아니요.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네가 정말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 뛰려면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할 거야. 혹시 너 필리포 인자기라는 선수 아니?"

"필리포 인자기요?"

"그래. 최전방 공격수.. 아니 프로 선수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몸싸움, 어정쩡한 주력, 드리블도 거의 공을 운반하는 선수였지. 물론 패스나 크로스도 형편 없었지. 하지만 그는 AC밀란을 대표하고 세리에A를 씹어 먹었던 스트라이커였어."

꼭 자신을 말하는 것 같은 말에 요한은 귀를 쫑긋했고, 가람은 미리 준비한 태블릿PC에 담아온 필리포 인자기의 영상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

영상 속 필리포 인자기는 수비 라인 앞에서 서 있다가 윙어가 보낸 크로스를 보고는 잠깐 멈칫하더니 뛰어갔고, 그대로 공에 말을 맞추면서 골을 만들어냈다.

수비수들은 당연히 손을 들고 오프 사이드라고 주장을 했고, 그걸 보던 요한도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오프 사이드 트랩에 걸렸네요."

아까 가람이 말한 것과 다르게 오프 사이드에 걸리는 모습을 보고는 실망했지만, 잠시 후 주심은 그대로 골을 인정했고, 영상을 보던 요한은 화들짝 놀랬다.

그리고 이어진 리플레이 화면에서 필리포 인자기가 잠깐 멈칫 하는 순간 오른쪽 수비가 오프 사이드 트랩에서 한 걸음 나가 오프 사이드 트랩이 깨졌고, 그걸 필리포 인자기는 눈치 챈 것이었다.

"어때? 정말 놀라운 움직임이지. 사실 모든 경기에서 오프 사이드 트랩을 깨지는 못하고 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의 수비 라인 브레이크 능력은 최고라고 할 수 있어."

"네에.."

"내가 보기에는 너는 어느 정도 위치 선정 능력은 가지고 있어. 하지만 문제는 그걸 수비수들이 눈치를 챈다는 거야. 네가 키가 크거나 근육이 좀 많으면 지금 상태에서도 상당히 위협적인 순간을 만들 수 있겠지만, 지금은 수비에게 걸리는 순간 쾅! 넘어지고 슈팅을 찰 수도 없게 되는 거지."

"그렇죠."

"제일 베스트는 네가 수비수들의 수비를 견뎌내는 몸을 만드는 거지만, 남은 기간 동안 그건 힘들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너의 장점을 더 특출하게 만드는 거야."

"장점이요?"

"그래. 아까 말했던 위치 선정 능력 말이지. 뭐 이건 사실 내 스승이신 게르트 뮐러 스승님께 배운 방법인데 난 이미 터득하고 있어서 너한테 알려주도록 할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한스는 요한의 동네 친구 6명을 데리고 왔다. 그걸 본 가람은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싸인 그리고 사진을 찍어준 뒤 훈련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아! 그럼 훈련을 시작해볼까? 여러분."

"네에!"

요한을 포함한 요한의 친구들이 동시에 대답하자, 가람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훈련은 간단해. 내가 패스를 할 거고 요한은 그걸 받아서 골대에 슈팅을 하면 되는 거지."

"부상이신데 괜찮으세요?"

"그렇게 강하게 패스하지 않을 거니깐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꼭 골이 되지 않아도 돼. 슈팅이 골대쪽으로 하면 되는 거야."

그 말을 들은 요한이 간단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간단하네요."

요한은 아무리 덩치가 큰 친구들이라고 해도,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운 친구들이 아니었기에 자신의 개인기를 쓰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지만 3번의 터치로 이걸 해야 해."

"3번의 터치요? 그건 너무 어려운데요."

"지금 저 친구들을 원래 유소년 친구들이라고 생각해봐. 더 빠르고 집요하게 너를 공략할 거다. 네가 3번의 터치를 하는 동안 너한테 와서 쾅 하고 부딪치겠지. 우리의 목표는 수비가 붙기 전에 슈팅을 하는 거야."

조금은 가혹한 훈련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하지 않는다면 몸싸움이 약한 요한이 2주 뒤에 있을 연습 시합에서 살아남기는 힘들 거라는 판단에 기준을 올린 것이었다.

"그리고 10번의 찬스에서 친구들이 8번에 슈팅을 저지하면 네 용돈으로 친구들 아이스크림을 사줘야 할 거야."

그 말에 친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요한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건 너무해요. 할 수 없어요."

"아니. 할 수 있어. 그리고 해내야 해. 실제 스트라이커가 한 경기에 얻을 수 있는 찬스는 얼마 되지 않아. 스트라이커는 그 찬스를 골로 연결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 처음에는 아이스크림 값이 많이 나가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지도 않을 거야. 그리고 이 정도로 해야 아침부터 나온 친구들에게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겠어?"

"하긴 그렇겠네요."

"그래. 아까도 말했지만 패스는 내가 직접 넣어줄 거야. 그러니 너는 패스를 받기 좋은 위치로 움직여야 할 거다. 만약 내가 속으로 1분을 세는 동안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지 못했다면 그대로 카운트는 하나 사라지는 걸 명심해."

"알겠습니다."

"자아! 그럼 시작하자."

그렇게 가람의 말에 훈련이 시작되었다. 요한은 그 날부터 일주일 동안은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 사주었고 용돈을 전부 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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