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 아약스전[2]
뻐어엉!
촤르르르!!
"고오오오오올 전반 40분! 또 다시 골을 뽑아내는 선더랜드입니다. 이번에도 이번 시즌에 처음 선발 출장하는 오비 에자리아 선수가 골을 뽑아냅니다. 그리고 그 골을 도운 건 선더랜드의 에이스 김가람 선수!"
"오늘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나온 김가람 선수가 완벽한 골 메이킹 능력으로 2개 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부상을 당했던 선수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미드필더 지역이나 더 높은 위치에서 아약스의 선수들을 압박하고, 기회를 만들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중계진은 계속 가람을 칭찬하고, 그런 중계를 라커룸에서 설치된 TV로 보고 있는 강이찬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저렇게 높은 위치에서 몸싸움을 하다니 그러다가 또 다치면 어쩔려고..."
그때 언제 나타났는지 안정한이 입을 열었다.
"안 다치니까 걱정하지 마."
"정한 코치님."
"그런데 너는 괜찮은 거냐? 공황장애는 이제 괜찮아?"
"공황장애는 아니죠. 불안 증세라고 하는 게 의학적으로 맞아요. 축구장에서만 발작이 일어나니까요. 다른 곳에서 괜찮아요."
"그래. 그래도 이렇게 라커룸에서 앉을 수 있는 거만으로도 많이 발전한 거지."
"그러게요. 그런데 김가람 선수를 보면 왠지 그 녀석이 떠올라서 더 걱정이에요."
그 말에 안정한은 강이찬의 옆자리에 앉아서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나도 가끔 가람이를 보면 해수가 떠오르기는 해. 하지만 이제 잊어야지.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해수도 자신 때문에 네가 계속 고통 받는 걸 원하지 않을 걸."
"그렇겠죠. 그 녀석이라면 제 머리를 한 번 쾅 쥐어 박으면서 정신 차리라고 하겠죠."
"그래. 너도 그때와 다르게 성장하기도 했고, 가람이는 네 말 잘 듣잖아. 그리고 언제든 말하라고. 가람이 녀석이 네 말 안 듣고 무리하면 내가 바로 응징해줄 테니깐."
"고마워요. 정한 코치님. 아니 정한이형."
"그래. 형 소리 들으니까 좋네."
"하하하. 그런가요?"
"그래 이렇게 사석에서 단둘이 있을 때는 형이라고 불러 이녀석아! 너무 벽 쌓지 말고."
"이전에는 코치라고 부르라고 하시더니 이제는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시네요."
"자식아! 그건 다른 사람 앞이니깐 그런 거고 단둘이 있을 때는 형이라고 부르라는 거지. 자식 융통성 없는 건 여전해."
그렇게 둘이 티격태격 하는 순간 복도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더니 선더랜드의 선수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수들은 각자 자리에 앉았고, 안정한과 강이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며 격려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석이 들어오고 박수를 치며 선수들의 주목을 끌었다.
"오늘 경기의 전반전이 아주 순조롭게 풀렸어. 잘했다. 후반전에는 미리 이야기한 대로 가람이는 빠지고 요한 필립이 들어갈 거다. 해리 네쳐 너는 가람이가 뛰는 자리로 들어가고, 작전 대로 요한 필립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서 있겠지만, 실제로는 공격수처럼 움직일 거고. 주장!"
"알고 있습니다. 제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내려와서 몸싸움을 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좋았어. 남은 시간에 쉬도록 하고. 후반전에는 실점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다. 무리하지 말고 알겠지?!"
"알겠습니다."
박지석의 말이 끝나고 라커룸에서는 선수들이 물을 마시고, 서로 대화를 하며 전반전 경기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후 선수들이 나가고 라커룸에는 가람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가람을 향해 강이찬은 자신의 의료 박스를 들고 곁으로 다가왔다.
"거친 몸싸움은 부상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가람 선수."
"하하하. 그런가요? 하지만 어차피 전반 45분만 뛰기로 한 거 모든 힘을 다 해야죠."
"오늘 경기 전반 종료 직전에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고 들었어요. 그럼 1골 2도움까지 했는데 뭐가 아쉬운 거죠?"
"축구 선수들은 욕심쟁이여서 말이죠."
순간 그 말에 강이찬은 해수와 가람이 겹쳐보였다.
'바보야! 축구 선수들은 욕심쟁이야!'
그 순간 강이찬은 손을 멈추었고, 가람은 그런 강이찬을 보며 말했다.
"수석 팀닥터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
"아. 아닙니다. 잠깐 딴 생각을 했네요. 죄송합니다. 그럼 몸 상태를 좀 점검해보겠습니다."
그렇게 강이찬은 마사지를 통해 가람의 몸 상태를 점검했고, 역시나 가람의 몸은 이전에 비해 상당히 회복된 상태였다.
지금의 상태라면 풀타임으로도 충분히 경기를 소화할 수 있다. 가람이 근육의 회복은 빨랐다.
'오히려 발목 부상을 당한 게 도움이 된 걸까?'
발목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강제 휴식을 취하면서 그동안 혹사 당했던 근육은 상당히 회복되었고, 이전에는 푸석푸석했던 근육의 질이 이제는 어느 정도 탄력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전 친선 대회를 할 때 느꼈던 탄력까지 돌아오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회복 속도를 보인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어떤가요?"
"거친 몸싸움을 한 거 치고는 상당히 좋은 몸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몸을 혹사 시키지는 마세요."
"수석 팀닥터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그 말에 강이찬은 가람의 눈을 봤고, 그 눈에는 결의에 찬 포부가 느껴졌다. 강이찬은 부상 선수들이 이런 눈빛을 보낼 때가 언제인지 알고 있기에 가람의 부탁을 들어보고 싶지 않았다.
"안 됩니다."
"네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안 된다니요."
"그런 눈빛을 가진 선수가 하는 말이 뭔지 안 들어도 알고 있습니다. 안 들어도 알아요. 풀타임으로 경기를 뛰고 싶다는 거겠죠. 그리고 리그 1위 자리를 두고 맨시티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면 더욱 그렇죠."
"윽!"
가람이 움찔하는 모습에 강이찬은 자신의 말이 정확히 들어 맞았다는 걸 확인하며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가람 선수의 몸은 현재 어느 정도 회복이 된 상태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풀타임 경기를 해도 될 정도로 말이죠."
"그럼 풀타임 경기를..."
"아니요. 말 했듯이 어.느.정.도입니다. 아직 완벽하게 회복하려면 지금의 회복 속도로 봐서는 3주 혹은 한 달 정도 더 있어야 합니다."
강이찬의 말에 가람이 고개를 숙이자, 강이찬이 가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김가람 선수! 선더랜드가 1위를 유지한다는 건 좋은 일이겠죠. 하지만 자신의 몸도 미래도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만약 맨시티를 이긴다고 해도 경기에서 몸이 또 부상을 당하면 회복 기간은 더 길어질 겁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본인을 위해서라도 완벽한 몸상태로 나가셔야 합니다."
거기까지 말한 강이찬은 침통을 꺼내 가람에게 침을 놓을 준비를 했다.
그때 가람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이렇게 회복에 집착하시는 건 수석 팀닥터님 친구의 죽음 때문에 그런 건가요? 그 해수라는 선수 말이에요."
툭!
강이찬은 생각지도 않은 가람의 말에 들고 있던 침통을 떨어뜨렸고, 다급히 다시 침통을 줍고 대답했다.
"그 말은 어디서.."
"박지석 감독님께 들었어요. 이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축구장에 오시면 상당히 불안해하는 모습이나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요. 그리고 그런 불편함을 이겨내시면서도 어떻게든 제가 뛰는 경기에는 축구장에 오시려고 하잖아요."
"그렇군요. 이미 박지석 감독님께 들으셨군요. 그렇다면 알고 계시겠죠. 팀닥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경기에 출장했다가 선수가 어떻게 되었는지 말이에요."
"하지만 저는 달라요. 저는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근육 회복의 문제잖아요."
가람이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려고 하는 모습에 강이찬은 침통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래서 문제라는 겁니다. 근육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피와 산소가 필요하고, 그런 피의 공급은 결국 심장이 담당합니다. 가람 선수는 다른 선수에 비해 왕성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면 결국에는 근육의 피로도에 따라 심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근육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된다면 심장에 더 많은 부담이 될 거고요. 물론 제가 말하는 게 억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팀의 수석 팀닥터로 있는 동안에는 완벽한 몸상태가 아닌 선수를 풀타임으로 뛰게 할 수는 없습니다."
강이찬의 강경한 말에 가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고, 강이찬은 다시 침통을 꺼내 침을 놓기 시작했다.
그때
우우우우!!
갑자기 들려오는 야유소리에 가람과 강이찬이 고개를 들어 라커룸에 설치된 TV를 보자, 골 세레머니를 하고 있는 요한 필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리플레이 화면에서 요한 필립은 마리오 만주키치가 중앙 수비수 두 명을 유인해 나오는 공간을 파고들었고, 그 때 날아온 해리 네쳐의 공간 패스를 받아 바로 슈팅으로 이어가 골을 넣었다.
전반에만 3골 그리고 후반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1골을 헌납한 아약스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열성적인 홈팬들은 오늘 경기에 수준이 낮은 자신의 팀에 야유를 퍼붓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강이찬이 입을 열었다.
"김가람 선수. 동료를 믿어보세요. 물론 선더랜드의 에이스가 가람 선수라는 건 알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을 믿고 의지해보세요."
"알겠습니다."
결국 가람은 강이찬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얌전히 강이찬의 침술을 맞았다.
침술이 끝난 후 가람은 샤워하고 나왔고, 이어지는 강이찬의 회복 마시지를 받고 그렇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경기는 5대 0으로 끝났다. 후반 교체 투입으로 들어간 요한 필립이 후반전 경기 시작 후에 한 골과 경기 끝나기 직전에 한 골을 넣으면서 2골을 기록했고, 교체로 출전했지만 경기의 MoM으로 뽑히게 되었다.
----------------
10월 22일 에티하드 스타디움 믹스존
챔피언스 리그 리옹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믹스존에 서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늘 경기의 승리 축하드립니다. 오늘 경기 이후 리그에서 무패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선더랜드와 경기하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준비하실 생각이십니까?"
"저희 맨시티는 선더랜드를 상대로 최상의 컨디션인 선수와 전술로 그들을 맞이할 생각입니다."
"지난 FA컵 준결승전에서는 아쉽게 패배하셨는데요. 혹시 비책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때의 선더랜드를 상대했을 때는 힘을 배분하며 상대하는 어리석음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선더랜드는 결코 힘을 배분해 상대할 정도로 약한 팀이 아닙니다. 방심은 없을 것이고,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럼 선더랜드에서 제일 경계하고 있는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한번 씨익 웃더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김가람 선수입니다. 다음 경기에 김가람 선수를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