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맨시티전[4]
가람은 공을 몰고 그대로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후벵 디아스는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가람의 앞길을 몸으로 막았다.
그때
토오옹!
가람은 공을 후벵 디아스의 가랑이 사이로 빼냈다. 생각지 않게 공이 자신의 가랑이로 나가자 후벵 디아스는 당황해 뒤돌아 공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을 돌리는 순간 이미 가람은 후벵 디아스의 몸을 옆으로 스치듯 빠르게 움직여 순식간에 공을 다시 차지할 수 있었다. 후벵 디아스의 수비에 제쳐지는 순간 옆에서 그 모든 장면을 보고 있던 네이선 아케는 어떻게든 가람을 막기 위해 서둘러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촤르르르~~
네이선 아케의 슬라이딩 태클은 가람의 뒤쪽에서 들어오는 거친 태클이었고, 이대로 걸려서 넘어진다면 충분히 패널티 킥까지 나올 수 있을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타탓 타탓~
가람은 꼭 등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짧은 스탭으로 게가 움직이는 것처럼 옆으로 공과 함께 움직여서 네이선 아케의 슬라이딩 태클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에데르송 모라에스는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심정으로 팔을 내리면서 가람의 슈팅 각도를 최대한 막으며 달려들었다.
가람이 옆으로 이동하는 순간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에데르송 모리에스의 판단력은 좋았고, 다리도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게 벌려서 그 사이로 공을 넣기에도 애매했다.
게다가 손을 좌우로 내린 각도도 적절해서 그 옆으로 공을 찬다면 막힐 게 뻔한 상황이었다.
에데르송 모라에스는 이번에는 막았다는 생각으로 가람을 덮치듯 달려들었고, 가람은 큰 동작도 아닌 가볍게 오른발을 들어 공의 밑둥을 찼다.
뻐어어엉!!
휘리릭!!
에데르송 모라에스는 자신의 눈 앞에서 로켓처럼 빠르게 올라가는 공을 보고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 공은 그대로 골대 상단 그물에 명중했다.
촤르르르~~~
“고오오올~ 고로로로롤~ 후반 8분에 김가람 선수의 두 번째 골이 터집니다. 이건 정말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날이라도 잡은 듯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증명해내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맨시티의 수비수들이 수비를 안 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서 그대로 박살내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맨시티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에데르송 모라에스 골키퍼의 적절한 수비까지 넘어 슈팅을 차서 골을 만들어냅니다. 사실 저렇게 골키퍼가 나올 때는 골키퍼의 머리를 보고 위쪽으로 슈팅을 가져가는 게 정석이지만, 실제로 그걸 하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요. 다시 한번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가람은 골을 넣은 후 코너킥 에어리어로 가서 만세 세레머니를 한 후 지휘자처럼 지휘하자, 선더랜드의 열성적인 서포터즈들은 가람의 지휘에 맞춰 응원가를 불러주었다.
“선더 랜드의 용사! 김가람!! 그 누가 와도!! 이긴다! 김가람!!”
그리고 그 장면을 본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민머리를 두 손으로 만지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전보다 더 성장했어.’
과르디올라 감독이 오늘 경기를 준비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가람을 대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가람에 대한 자료를 더 많이 보고 분석했다. 그의 습관이나 위치, 골을 넣는 방식에 대해서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수비와 골키퍼인 에데르송 모라에스에게 교육했다.
그리고 방금 전 에데르송 모리에스가 달려들어 막은 위치는 자신이 볼 때도 정확한 위치였다. 지금까지 가람을 분석한 데이터로 봤을 때 저 위치에서 슈팅을 때린다고 해도 저렇게 강하게 슈팅을 가져갈 수는 없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가람은 저 위치에서 작은 동작으로 강력한 슈팅을 구사했다. 잠시 머리를 만지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 선더랜드 벤치에 앉아 있는 박지석을 봤다.
‘여태까지 일부러 숨기고 있던 건가?’
이번 시즌이 시작되면서 가람은 풀타임으로 뛴 경기는 없었다.
심지어 지난 시즌 끝날 무렵에는 올리비에 지루와 투 톱 파트너가 되어 새도우 스트라이커에서도 뛰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를 뛰게 하면서 공격적인 위치에서 플레이는 최대한 하지 못하게 했다.
덕분에 상대팀은 가람의 플레이를 많이 관찰할 수 없었고, 오늘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스트라이커 위치에 서게 된 것이었다.
게다가 이전에 새도우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했던 골을 배급하고 만들어주는 역할이 아니라 직접 해결하는 역할 즉 골 사냥꾼 역할을 맡아 오늘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 어린 선수는 얼마나 뛰어난 축구 지능을 가지고 있는 건지 그 골 사냥꾼이라는 역할에 맞게 자신의 신체 능력을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엄연히 말하면 정보가 부족했다.
심지어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도 다른 포지션을 뛰었을 때의 정보였기에 골 사냥꾼 역할을 하는 가람의 폭발력은 체크하지 못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먹힌 코너킥에서 골은 가람의 뛰어난 재능이 보여준 골이라면, 이번에 먹힌 골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가람의 능력을 잘못 파악한 자신의 실수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가람이 지금 골로 심취해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선다면 선더랜드가 나온 만큼 자신들도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테크니컬 에어리어 라인에 서서 큰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하며 공격적으로 나가라고 지시를 내렸다.
반면 박지석은 골세레머니를 마치고 오는 맥스 파워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리더니 다시 벤치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오늘 경기 장외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습도 전반전과 사뭇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전에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대부분 시간에 벤치에 앉아 있고, 박지석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 라인에 서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소리쳤는데요. 지금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네요.”
“그렇죠. 투입과 동시에 거의 10분 안에 두 골을 넣어주고 있는 김가람 선수를 보고 그 어떤 감독이 지시를 내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족스럽죠. 하지만 맨시티도 이대로 쉽게 물러날 걸로 보이지 않거든요. 선더랜드가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그 허점을 노릴 겁니다.”
그렇게 경기는 다시 맨시티의 공으로 시작되었고, 공을 잡은 세르히오 아게로는 아까처럼 괜히 공격적으로 나섰다가 가람에게 공을 뺏길까봐 천천히 공격하기 위해 공을 뒤로 돌렸다.
그때
“아! 이거 어떻게 된 거죠?”
캐스터인 마틴 테일러가 놀란 이유는 선더랜드가 방금 전 보여주었던 공격적인 모습과 정반대로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반전처럼 수비에 집중하고 아까와 다르게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올라가지 않고, 수비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개리 리네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설마 역전을 한 후 이대로 수비적으로 나서게 되는 건가요? 선더랜드가 이렇게 영리한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니 놀랍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기 운영은 아까 박지석 감독이 지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이제 후반전에 남은 시간은 35분인데요. 벌써부터 수비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마 박지석 감독은 지금 이곳이 맨시티의 홈구장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저런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시죠.”
“모든 팀은 홈구장에서 뛰면 홈팬의 열정적인 응원을 받으며 다를 때보다 더 큰 힘을 얻고 경기에 뛰게 됩니다. 그래서 모든 팀들이 홈구장에서는 이기려고 노력을 하죠. 그리고 전반에 이기고 있다가 후반에 말도 안되게 역전을 당하게 된다면 맨시티는 어떻게 나오게 될까요?”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겠죠.”
“그렇습니다.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대를 두고 선더랜드는 굳이 그것을 맞서 공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고, 수비적으로 막아내겠다는 거죠. 심지어 자신들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렇게 되면 심리적으로 쫓기게 되는 건 맨시티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난 챔피언쉽에서 무패 우승을 차지한 선더랜드는 단순히 김가람 선수의 활약으로 그런 위업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는데요. 오늘 경기를 운영하는 걸 보면 박지석 감독도 대단해 보입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하지만 반대로 선더랜드의 저런 모습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건 아닐까요?”
“그건..”
개리 리네커가 말을 하려는 순간 맨시티의 진영에서 페르난지뉴가 바닥에 쓰러지고 김가람 선수가 양 손을 들어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했다.
그리고 잠시 뒤 이어지는 페르난지뉴의 교체 사인을 보며 개리 리네커가 입을 열었다.
“아까 전반전을 요약하면서 선더랜드 선수들이 위험한 지역이 아닌 곳에서 거친 몸싸움으로 파울을 만들어낸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네. 기억납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마리오 만주키치 선수가 빠지면서 김가람 선수가 그 역할을 최전방에서 하거든요. 선더랜드의 축구를 꾸준히 지켜보셨다면 김가람 선수가 귀공자처럼 생긴 외모와 다르게 얼마나 거친 몸싸움을 즐기고 잘하는 지 아실 겁니다. 사실 저렇게 수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맨시티는 김가람이라는 저 선수를 경계 안 할 수 없을 겁니다.”
“허허허. 그럼 맨시티는 공격을 하면서도 김가람 선수를 의식 안 할 수가 없겠군요.”
“그렇죠. 약간의 틈이 보이면 183cm에 근육질 몸을 가진 김가람 선수가 빠른 속도로 저돌적인 돌진을 하게 되고, 그 돌진을 피하기 위해 롱패스 위주로 경기를 하게 될 텐데요. 그렇다면 맨시티가 아니 과르디올라 감독이 추구하는 티키타카 전술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게 아니라 잠자는 사자를 영원히 재울 수도 있습니다.”
“하하하. 영원히 잠 재운다는 살짝 무서운 말씀을 하시는군요. 제가 이 말을 듣다 보니 김가람 선수가 포함된 선더랜드의 전술이 꼭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과 상극이 되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좀 확대 해석하는 느낌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기에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렇게 페르난지뉴가 나간 자리에는 필 포든이 들어오게 되었고, 그 모습을 본 개리 리네커가 입을 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일카이 귄도안 선수가 아니라 필 포든 선수를 투입하는 걸 봤을 때 맨시티가 공격적으로 나오겠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선더랜드도 바로 선수 교체를 이어갑니다.”
그리고 보이는 화면에서 오른쪽 윙어로 뛰었던 선더랜드의 데얀 클루셉스키가 빠지고 중앙 수비수인 피카요 토모리가 들어오는 모습이 잡혔다.
“선더랜드는 오른쪽 윙어에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가 나간 후 중앙 수비수 역할의 파카요 토모리 선수가 들어옵니다.”
“하하하. 이렇게 되면 3백 전술이나 중앙 수비수 자리에 파카요 토모리 선수가 들어가고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도 뛸 수 있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선수가 그 위치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럼 오른쪽 윙어 자리에는 어떤 선수가 들어가게 되는 건가요?”
“공격 위치에서 어디든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선더랜드에 있지 않습니까? 김가람 선수가 그 위치를 커버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람은 공격적인 위치에서 자리를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오른쪽 윙어 자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