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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70화 (171/319)

170화 맨시티전 이후[1]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채 자신의 라커 앞에 앉아 있었고, 가람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을 본 박지석은 박수를 치며 선수들의 주목을 끌었다.

짜악!!

"모두 고개를 들어라. 오늘 경기 패배하기는 했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다. 상대는 이번 시즌에 최고의 팀이라고 불리는 팀이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역전을 했고, 대등한 경기를 했다. 오늘 경기 내용은 만족스러웠다. 결과까지 좋았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우리는 강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첫 번째 패배이고, 지난 유로파 리그 F조 예선까지 합치면 두 번의 패배다. 지금은 10월 말이고, 이제 곧 11월이 되는데 승격팀이 이렇게 좋은 스타트를 보여준 팀은 없었다. 너무 자신을 자책하지 마라. 요한 필립!"

생각지 않은 호출에 요한 필립이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네. 감독님."

"오늘 교체 출전을 시키지 못한 거 미안하다. 오늘 만약 뛰었다면 프리미어 리그에 최연소 데뷔였을 텐데 마지막까지 경기가 팽팽해서 타이밍을 놓쳤다."

보통 모든 경기에 교체카드를 사용하는 박지석이었는데 오늘 경기는 마지막까지 팽팽한 흐름 속에서 교체 카드를 쓰지 못한 것을 대놓고 미안하다고 하자, 요한 필립은 괜찮다는 듯 웃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대답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시즌에 더 많은 경기에 출전시켜주도록 하마."

"넵! 감사합니다."

"자. 그럼 모두 씻고 복귀 준비를 하도록 하자."

그렇게 박지석의 격려를 들은 선수들은 패배 후 무거웠던 분위기가 조금 쇄신되었고, 선수들은 약간씩 떠들며 다시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가람은 조용히 지켜봤다.

'그래. 아직은 조바심 낼 때는 아니야.'

오랜 기간 회귀를 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팀의 우승을 위해서 한 명의 선수만을 잘해서는 안 되었다.

팀이 성장해야 했고, 그런 팀의 성장에는 패배라는 밑거름이 필요했다.

물론 가람의 능력으로 팀을 몇 단계 높은 수준에서 뛰게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팀 기본기가 튼튼하고 강하다면 그 올라가는 폭도 더 강해질 것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하려고 할 때

"제길.. 이럴려고 임대온 게 아니라고."

안수 파티가 스페인어로 불만을 작게 말했다. 그 말은 같은 스페인어를 쓰는 선수들 몇몇이 알아들었고, 그 중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안수 파티에게 다가와 스페인어로 말했다.

"안수 파티. 오늘 경기는 수비가 팽팽한 경기였잖아. 아까 감독님도 교체 출전 카드를 쓰지 못한 거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고."

"그래. 그런데 그 교체카드가 저 꼬맹이를 위한 거라는 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들었잖아. 내가 왜 바르셀로나에서 여기로 임대를 왔겠어. 수준 높은 팀과 경기를 하고 싶어서 온 거였는데 이게 뭐야?"

"다 감독님의 생각이 있으신 거야. 너도 축구 선수라면 알아야 할 거야. 모든 경기에서 다 뛸 수만은 없다는 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말에 아직 어린 안수 파티는 고개를 저었다.

"난 솔직히 모르겠어.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아. 능력이 있으면 경기에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내 능력이 저기 꼬맹이보다 떨어진다는 거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말에도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 안수 파티를 보며 가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페인어로 능숙하게 입을 열었다.

이미 가람이 여러 가지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안수 파티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놀라지 않고 가람의 말을 들었다.

"선수마다 각자 재능이 있고, 솔직히 말하면 너는 임대생 신분이고 요한 필립은 우리 유소년 출신 선수야. 내가 감독이라면 둘 중 한 명에게만 기회를 줘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어."

가람의 팩트 폭행에 안수 파티는 움찔하며 화가 났다.

"뭐라고?"

"왜? 내 말이 틀린 것 같아?"

"그래도 나는 솔직히 말하면 저 꼬맹이 녀석보다 내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 마지막 교체카드 자리가 있다면 들어가야 하는 건 나라고 생각한다고!"

"그런 자신감도 좋기는 하지만, 문제는 팀의 전술과 그 상황에서 필요한 선수를 생각하는 거야. 요한 필립보다 네가 속도나 드리블, 개인기, 크로스 같은 건 뛰어나겠지. 하지만 골을 만들어내는 위치 선정 능력이 요한 필립보다 뛰어날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리고 아까 후반전 상황에서 필요한 건 골이었어. 너는 스스로 너를 객관화 시킬 필요가 있어."

"으으으윽!!!"

안수 파티는 가람에 이어지는 재차 팩트 폭행에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는 이러다가 싸움이 커지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며 둘을 지켜봤다.

그때 부주장인 그런트 리드비터가 웃으며 다가와 입을 열었다.

"내가 스페인어는 못 하지만, 그래도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건 알겠거든. 둘 다 오늘은 그만하고 씻고 나갈 준비를 하자."

그런트 리드비터의 말에 안수 파티는 가람을 흘겨보더니 겉옷을 입고는 라커룸 밖으로 나갔고, 가람은 그런 모습을 보며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요한 필립이 다가와 가람에게 말을 걸었다.

"저를 좋게 봐주시는 건 좋은데 안수 파티 선수에게 너무 뭐라고 하신 건 아닌가요? 스승님."

"으응? 뭐야? 너 방금 대화를 들은 거야? 혹시 스페인어 할 줄 알어?"

"사실은 아버지가 축구를 할 때 스페인어랑 포르투갈어를 배워두면 나중에 소통하기 좋다고 해서 어려서부터 좀 배웠거든요."

과연 사커 대디라고 할 수 있는 한스의 조기 교육 덕분에 요한 필립의 또 다른 능력을 알게 된 가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구나. 솔직히 말해주면 나는 딱히 너를 옹호하려고 한 말은 아니야. 객관적으로 말했을 뿐이지. 그리고 너도 스스로 자신을 낮출 필요는 없어. 16살의 나이에 데뷔하는 건 단순히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재능이 있는 거니까. 그리고 너 내 제자라고!! 네 재능은 확실히 뛰어나."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너무 감사해요. 더 열심히 할게요."

그렇게 둘은 대화를 마친 후 샤워를 했고, 선더랜드의 모든 선수는 잠시 후 구단 버스에 올라 선더랜드로 복귀했다.

돌아오는 구단 버스에서 가람은 안수 파티를 한 번 봤지만, 안수 파티는 그런 가람의 눈빛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창문을 볼 뿐이었다.

다음날 오후

어제 선발로 뛰었던 선수들은 회복 훈련을 진행하고, 뛰지 않았던 선수들은 각자 포지션 강화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이었다.

박지석은 자신의 감독실에서 어제 있었던 경기를 다시금 보면서 경기의 문제점과 실점 상황을 리플레이하며 공격코치인 안정한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첫 번째 골에서는 역시 재차 올라오는 크로스에 대한 반응이 느렸다는 게 문제지. 그건 너도 알고 있다시피 브라이언 오비에도의 순간 반응이 느렸던 게 문제야."

"그 부분은 저도 공감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뭐. 답은 나와 있지 않나? 솔직히 말하면 브라이언 오비에도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주전 선수는 아니야. 백업 선수로 어울리지. 이번에 새로 들어온 누누 멘데스가 좀 괜찮아 보이던데 그 친구에게 좀 더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게 좋겠어."

"그렇다면 로테이션을 좀 더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겠군요."

"그렇지. 그럼 다음으로 두 번째 골이랑 마지막 골을 먹혔던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건 케빈 데브라이너랑 가브리엘 제수스가 잘 찬 거라고 해야지. 뭐 수가 있나? 없지."

"하지만 앞으로 상대할 팀에는 저런 선수들이 있을 거고, 그때마다 어쩔 수 없다고 하면 우리는 골을 먹힐 수밖에 없어요."

박지석의 냉철한 말에 안정한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너 이번 시즌의 목표가 어디냐? 솔직히 말해봐라. 지금도 승격팀으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그 말에 박지석은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디 가서 말하지 마세요."

"그래."

"우승이요."

그 말에 안정한은 순간 멍해졌고, 잠시 뒤 정신을 차린 다음에 입을 열었다.

"너.. 내가 알고 있는 지석이 맞냐? 겸손하고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지석이가 감독이 되더니 너무 변한 거 같은데.."

"좋은 스쿼드를 가지고 있으니 욕심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저는 오히려 어제 경기를 맨시티에게 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뭐어? 너 어디 아픈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아프지 않아요. 지금 선수단 분위기가 어떤지는 알고 계시죠?"

"어떤 지라고 말하면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알어? 좀 힌트가 될만한 걸 알려줘야 알지."

"가람이요."

"아. 그거구나. 가람이가 나오면 경기를 해결해줄 거라고 가람이에게 의존하는 그거 말하려는 거지."

"맞아요. 하지만 어제 후반전에 가람이의 분전에도 경기는 졌어요. 그 경험을 미리 하면서 스스로도 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네 말대로 선수단들이 생각하면 좋겠지만, 반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선수도 있을 껄. 가람이 빨리 부상에서 회복해서 풀타임으로 경기 뛰면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겠다고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부류도 있겠지만, 그건 좋지 않은 방향이죠. 이 팀에 가람이가 뛰고 안 뛰고의 경기력 차이가 있다는 걸 스스로 느끼고 발전하려는 선수가 있다면 좋겠어요. 게다가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더 무언가 바라는 선수가 있다면 좋겠죠."

"그게 다 네 마음대로 되겠니?"

안정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들어오세요."

박지석의 말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안수 파티였고, 그 모습을 본 안정한이 안수 파티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 포지션 훈련 다 끝냈어?"

"네. 끝냈습니다. 코치님."

"그래.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이야?"

“감독님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아. 그래. 그럼 내가 여기 있을 필요는 없겠네."

"아니요. 같이 계셔도 됩니다."

"그래. 그럼 자리에 앉아."

안정한은 안수 파티에게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고, 박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음료를 준비하려고 하자, 그런 박지석을 손으로 제지하더니 안정한이 직접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안수 파티에게 건넸다.

그렇게 어느 정도 대화할 준비가 되자, 박지석이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일로 온 거지?"

"어제 저는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는 마지막 교체카드로 제가 아닌 요한 필립을 생각하신다고 했고요.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서 가람 선수와 라커룸에 다투었습니다."

이미 기성룡을 통해서 라커룸에 있었던 일을 들은 박지석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축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런 말다툼은 사소한 일이기 때문에 박지석은 그걸 굳이 문제 삼고 싶지 않았는데 그걸 안수 파티가 직접 이야기 하는 건 살짝 놀라웠다.

"그리고 어제밤에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고민했고,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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