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1]
2020년 11월 8일 올드 트레포트(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경기장)
가람은 경기 시작 전부터 자신의 몸상태에 만족하였고, 공을 가볍게 트래핑하며 몸을 점검했다.
탁탁!
김가람 / 나이: 만 19세 / 키 : 182 / 몸무게 : 75 / 주발 : 양발
|개인기 90|, |슈팅 100|, |킥정확도 95|, |드리블 95|, |헤딩 90|, |패스 95|, |태클 90|, |민첩 100|, |체력 99| , |속도 100|, |몸싸움 95|, |위치선정 95|
미분배 포인트 : 0
11월 8일이 되면서 슬럼프 모드에서 벗어나 포인트를 분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몸도 원래 컨디션으로 회복하였다.
그리고 그 동안 분배하지 못해 쌓인 120포인트를 아낌없이 분배할 수 있었다.
우선 민첩과 속도에 각각 50포인트를 쏟아부워 100이라는 능력으로 만들었다.
이전에 슈팅을 100으로 올렸을 때 회귀 전과 근접한 실력으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번에 속도를 100으로 올리고 과연 어느 정도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씁쓸한 패배를 안겨주었던 부족한 헤딩 능력에도 20포인트를 부여해 90으로 올리면서 원하는 대로 헤딩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가람은 빨리 경기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람 선수. 경기 투입 전에 체크해보도록 하죠."
강이찬의 말에 가람은 공을 내려놓고, 자신의 라커 앞에 앉았고, 강이찬은 언제나처럼 경기 전에 가람의 몸을 마사지를 통해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체크를 하던 강이찬은 순간 놀라운 표정으로 가람을 쳐다보기만 하고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가람이 씨익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떤가요? 수석 팀닥터님. 오늘 제가 풀타임으로 뛰어도 되겠죠?”
“물.. 몰론입니다.”
그 말을 하고 강이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지석에게 가서 가람의 몸상태에 대해 보고했다.
“그래. 가람이 상태는 어때?”
오늘 경기에 대해 한국에서는 박지석 더비라며 기대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잉글랜드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선더랜드 그리고 그 선더랜드를 이끌고 있는 박지석이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를 앞둔 인터뷰에서 박지석은 다른 경기와 다를 것 없는 경기 중 하나이고, 현재 맨시티와 공동 1등을 앞다투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겨 좀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겠다는 다짐을 밝히며 담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와서 본다는 말에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다시 돌아온 올드 트레포드에서 박지석은 달라진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러기 위해서는 가람의 선발 출장뿐 아니라 오늘 경기에 풀타임으로 뛰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박지석의 속마음을 알아챈 듯 강이찬이 살짝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김가람 선수의 몸 컨디션은 최상입니다. 풀타임으로 경기할 수 있어요.”
그 말에 박지석이 환한 표정으로 가람에게 가려고 했다.
그때
터억!
강이찬이 자신을 지나가는 박지석의 팔을 황급히 잡았다.
“감독님. 부상 당한 선수가 이렇게 빨리 그것도 꼭 기계처럼 정해진 부상회복 시간에 부상을 회복한 건 제가 수많은 선수들을 치료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어요. 저는 솔직히 불안해요. 너무 잘되고 너무 잘 회복해서 말이죠. 오늘 경기에 꼭 김가람 선수가 선발출장해야 하나요?”
“네가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지만, 이건 감독의 권한으로 거절하도록 할게. 가람이는 해수가 아니야. 그리고 가람이도 너의 의견을 존중했지만, 지금 네 기분 때문에 출전을 못 한다고 말하면 납득이 되지 않을 거야.”
박지석의 말에 강이찬은 박지석의 팔을 놓아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혹시나 부상을 당하면 바로 교체할 테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박지석은 강이찬에게 가볍게 말을 건네고 가람에게 가서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 그 지시에 가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석의 말에 가람은 가볍게 웃어보였고, 강이찬은 왠지 모르게 그런 가람의 모습에서 해수가 겹쳐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해수는 몸상태를 숨기고 경기에 나선 거고, 가람 선수는 확실히 몸상태가 좋아.’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둘의 경우는 달랐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가람을 통해 해수가 보이는 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강이찬은 다른 선수들의 몸상태를 전부 점검했다. 모든 선수들의 준비가 끝나자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구호를 외치고는 경기장에 나가기 위해 복도로 나서려고했다.
그때
“수석 팀닥터님. 오늘도 라커룸에서 경기 보실 건가요?”
갑자기 들려오는 가람의 목소리에 강이찬은 순간 놀래서 고개를 돌려 가람을 봤다.
“어.. 그럴 예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시죠? 김가람 선수.”
“아니. 오늘은 다른 곳도 아니라 박지석 감독님이 뛰셨던 올드 트레포드잖아요. 벤치 자리도 다른 곳에 비해서 좋다고 들었는데 경기장에 와서 보시는 건 어떠세요?”
가람이 웃으면서 말을 하는 순간 강이찬은 갑자기 경기장에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불안한 감정이 사라졌다.
왜 갑자기 불안감이 살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축구 경기장에 들어왔을 때 느끼는 떨림이나 호흡의 불안정함이 사라졌다.
강이찬은 자신의 불안증세에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오! 그래요? 그럼 오늘 수석 팀닥터님도 벤치에서 지켜보신다고 하니 더욱 힘내도록 할게요.”
그때 경기장 안내 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가람 선수! 투입 준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수석 팀닥터님 저는 가볼게요. 벤치에서 봐요.”
그렇게 가람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강이찬은 그 미소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
“뭐야..”
정상적인 이성관을 가지고 있고, 결혼까지 한 자신의 두근거림에 순간 놀랐지만, 그 만큼 방금 가람이 보여준 미소는 동성의 마음마저도 흔들리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는 두근거림과 기존에 느꼈던 불안감이 사라진 가운데 강이찬은 자신의 의료 가방을 들고 벤치로 향하려고 했고, 그 모습을 본 팀닥터 이민찬이 입을 열었다.
“형.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그래. 왠지 모르게 괜찮을 것 같아. 그리고 가람 선수도 와서 보라고 했잖아. 치료한 환자가 와서 봐달라고 하는데 의사가 옆에서 응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
“그래도..”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라커룸으로 갈 테니깐 걱정하지 마.”
“알겠습니다.”
그렇게 강이찬은 이민찬과 함께 벤치로 향했다. 이미 경기장에는 선수들이 자리하고 몸을 풀고 있었고, 강이찬은 그런 선수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때 경기를 준비하며 몸을 풀고 있는 가람과 눈이 마주친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게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는 듯, 가람은 강이찬을 보더니 손을 흔들어보였다.
가람이 벤치를 향해 손을 흔들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가람이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었고, 그 끝에 강이찬인 있는 걸 확인한 안정한이 화들짝 놀라 입을 열었다.
“뭐야? 너 괜찮은 거야?”
“그러게요. 오늘은 왠지 여기서 경기를 보고 싶어서요. 박지석 감독님께서 뛰었던 경기장이기도 하고, 제가 치료한 환자가 와서 경기를 봐달라고 하는데 거절할 수는 없죠.”
“그래. 모든 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
- 꺄야야야!!
- 가람 오빠!!
가람의 손짓에 가람을 응원하는 여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 순간 안정한은 말을 멈추고 웃으며 강이찬을 벤치에 앉게 했다.
“너 가끔 벤치에 앉을 때도 고개 숙이고 있어서 이런 광경은 잘 몰랐지.”
“뭐.. 소리로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여성분들이 환호하는 줄은 몰랐네요.”
“하하하. 그렇지. 우선 자리에 앉아서 보자.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지?”
“네.”
안정한과 강이찬은 3열로 되어 있는 벤치 중에 제일 첫 번째 열에 앉았고, 그 모습을 본 박지석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더니 안정한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완전히 얼었네. 얼었어. 크흐흐흐.”
“네에?”
“지석이 아니 감독님이 오늘 감독님답지 않게 긴장한 것 같으셔서 말이야. 농담도 안 하시더라고. 아무래도 예전에는 저 경기장에서 뛰었는데 이제는 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이라 그런가? 평소에는 저렇지 않거든. 벤치에 앉아 있는 녀석들에게 말도 걸고 너 걱정도 하는데 오늘은 감독님도 많이 긴장하는 것 같네. 너무 마음에 쓰지 마라.”
“그런 건 마음에 두지 않아요. 저 신기하게 갑자기 괜찮아졌어요.”
“하하하. 그래. 그래도 혹시 불안한 감정이 들거나 힘들다고 생각이 들면 이야기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도 돼. 알았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게 안정한은 강이찬의 어깨를 한번 툭 친 후 벤치 앞에서 긴장한 듯 서 있는 박지석을 보며 옆으로 다가가 일부러 크게 소리쳤다.
“악!!”
안정한의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박지석은 순간 화들짝 놀라 안정한을 봤고, 안정한은 입을 열었다.
“감독님. 너무 긴장하신 것 같아요. 적당한 긴장감은 좋지만 감독님이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다면 그게 선수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요.”
“아..”
순간 자신이 너무 긴장했다는 걸 눈치챈 박지석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정한 코치님. 혹시 껌 있으세요?”
정식적으로 안정한을 코치라고 부르는 박지석의 평소다운 모습을 보며 안정한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있습니다. 감독님. 그런데 혹시 퍼거슨경을 따라하려고 껌을 씹으시는 건 아니죠?”
“네에?”
박지석이 선수 시절에 알렉스 퍼거슨이 평소 경기를 볼 때 껌을 씹는 모습이 종종 볼 수 있었는데, 그게 단순히 껌을 좋아해서 그런 줄 알았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은 알렉스 퍼거슨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안정한은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박지석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그 발차기 잘 하던 축구 선수 뭐지? 아 맞다! 칸토나가 그러던데 제2의 칸토나, 스콜스, 긱스, 호날두는 나올 수 있지만, 제2의 퍼거슨은 나올수 없다고.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제 2의 퍼거슨이 되려고 하시는 건가요?”
농담으로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려는 의도를 알고 있는 박지석은 껌을 입에 물으며 답했다.
“제 2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님이라.. 재미 있네요.”
“그렇죠. 재미 있죠. 제가 보기에는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안정한의 말에 긴장이 풀린 박지석은 껌을 씹으며 경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렸고, 잠시후 주심의 휘슬이 크게 울렸다.
삐이익!
경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으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