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3]
마커스 래시포드가 찬 공은 먼 쪽 골대 하단으로 날아갔고,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에 찬 슈팅에 선더랜드의 수비수들은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소년 시절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마커스 래시포드와 함께 자라고 훈련을 해왔던 선수는 래시포드가 어디로 공을 찰지 이미 그의 습관을 파악해둔 상태였다.
파아앙!!
"슈퍼 세이브!! 선더랜드의 딘 핸더슨 골키퍼!! 이 어려운 슈팅을 막아냅니다."
"방금 전에 동작으로 봤을 때는 이미 래시포드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어느 위치로 차는 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몸을 미리 날렸거든요. 딘 핸더슨 골키퍼가 예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마커스 래시포드 선수와 함께 유소년 시절부터 훈련했기에 슈팅 습관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슈팅 습관을 알고 있다고 해도 막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요. 여하튼 딘 핸더슨 골키퍼의 능력은 대단해 보입니다."
딘 핸더슨은 공을 잡은 후 전방을 보더니 오른쪽에 있는 권윤성에게 빠르게 공을 연결하며 외쳤다.
"위로!!"
그 말과 함께 권윤성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공을 받자마자 전방을 향해 공을 찼다.
뻐어엉!!
권윤성이 찬 공은 빠르고 멀리 날아갔고, 순식간에 하프 라인을 벗어났다.
"권윤성 선수가 찬 공 멀리 날아갑니다. 그 공을 향해 뛰고 있는 건 선더랜드의 에이스 아니 용사 등번호 32번 김가람 선수입니다."
"이거 선더랜드의 역습 찬스입니다. 지금 맨체스터 유나티이드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양쪽 윙백까지 선더랜드 진영에 올라와 있는 상황이거든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김가람 선수를 막고 역습 찬스를 무산시킬 필요가 있고, 반대로 선더랜드는 이 기회를 살려야겠죠."
하프 라인 인근에서 준비하고 있던 가람은 권윤성이 찬 공을 향해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가람의 뒤에서 역습에 대비하고 있던 해리 맥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뢰프는 공이 가람 쪽으로 날아오는 걸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분명 위치상으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센터백 듀오인 빅토르 린델뢰프와 해리 매과이어가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런 물리적인 거리는 가람의 100까지 올린 속도 능력 앞에서 무의미했다.
그리고
토오옹!!
권윤성이 찬 공은 다비드 데헤아 골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센터백 듀오 사이로 지나가 패널티 에어리어 밖에 떨어졌다.
골키퍼인 다비드 데헤아가 나와서 걷어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였고, 센터백 듀오에게도 살짝 먼 거리였다.
만약 이 순간에 다비드 데헤아가 빠른 판단으로 앞서 나왔다면 지금의 기회는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그걸 알아챈 다비드 데헤아는 공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을 향해 4명의 선수가 달리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공을 얻은 건 가람이었다.
"김가람 선수 놀라운 속도로 공을 가로챕니다."
"이거 찬스예요. 다비드 데헤아 선수가 공을 처리하려고 나왔거든요."
다비드 데헤아는 이미 골문을 비워두고 나온 상황이었다.
지금 다시 골문을 향해 뛰어간다고 해도 이미 늦은 상황이었기에 어떻게든 가람을 막으려고 했다.
그래서 다비드 데헤아는 가람을 막기 위해 손까지 크게 벌리면서 온몸으로 넘어지며 슬라이딩 태클을 걸었다.
거의 가람을 쓰러뜨리겠다는 약간의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거친 태클이었다.
하지만
타타타타탓!
필드 플레이어의 태클도 귀신처럼 알아채는 가람이 골키퍼의 슬라이딩 태클을 피하는 건 더 쉬운 일이었고, 다비드 데헤아의 슬라이딩 태클 범위를 예측해 방향을 돌려 빠른 속도로 드리블해 나갔다.
그렇게 다비드 데헤아까지 없어진 골문을 향해 가람은 계속 질주했고, 그대로 슈팅을 해도 되지만, 슈팅을 하지 않고 공을 몰고 골라인 앞에서 잠깐 멈췄다.
순간 골을 넣지 않는 가람의 모습에 의아해할 때 가람은 뒤돌아서 자신을 추격해오는 빅토르 린델뢰프와 해리 매과이어를 보며 환하게 웃더니 뒤꿈치로 공을 차 골라인을 넘겼다.
또르르르
"고오오오오올!! 골입니다. 전반 20분에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이번 골은 나중에 회자가 될 정도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마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들은 김가람 선수를 두려워하면서도 미워하게 될 수도 있겠군요."
"그렇죠. 방금 전 골을 넣는 장면은 그냥 차서 넣어도 되는데 좀 쓸데없는 퍼포먼스를 보인 것 같습니다."
"김가람 선수의 성향상 저런 골을 만든다는 건 좀 의아할 수 있지만, 이곳이 다른 곳도 아니라 맨체스텨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이기 때문에 일부러 저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일부러요?"
"그렇습니다. 상대 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홈팬들을 자극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게 만든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어쩌면 저의 과장된 해석일 수도 있습니다. 어린 선수가 그런 베테랑의 생각을 했다면 김가람 선수는 정말 제 2의 펠레라는 평가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가람은 골을 넣은 후에 선더랜드 서포터즈들의 열열한 응원을 들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들은 침묵에 잠기게 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오늘 처음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하러 온 어린 서포터즈들은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이번 시즌에 10연승을 달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들은 오늘 경기가 살짝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승리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경기가 20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3대 0이라는 스코어, 그리고 그것도 단 한 명의 선수에게 해트트릭을 내어주는 자신의 팀을 보며 분노가 치솟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경기를 보러 온줄 알아?! 똑바로 하라고!!
-멍청한 자식들 역습 하나 못 막는 거야?!
-내가 뛰어도 너희들보다는 잘 뛰겠다.
가람의 플레이가 자극이 된 듯 맨체스텨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가람을 야유하기보다는 못하는 자신의 팀에 대해 분노하기 시작했다.
김가람이라는 선수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상대 팀이지만 경이로운 수준이었고, 그렇게 잘하는 선수를 비난하는 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졸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다른 선수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골을 만드는 가람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다수로 막지 못하는 자신의 팀이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었다.
오늘의 세 번째 골은 상당히 큰 파도를 일으키게 되었다. 그 후 가람은 후반전에 3골을 몰아치면서 경기를 이겼는데 각종 매체와 언론에게 회자된 것은 단연 세 번째 골이었다.
그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반에 가람의 해트트릭을 당한 이후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샌더랜드의 역습과 가람의 중거리 슈팅 심지어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슛까지 허용하며 패배하게 되었다.
2020년 11월 8일 선더랜드 서포터즈들에게는 승리의 날로, 맨체스터 유나티이드 서포터즈에게는 잊지 못할 치욕의 날로 기억하게 되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난 후 당연히 MOM으로 뽑힌 가람은 현지 중계진과 인터뷰를 나누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마틴 테일러입니다. 오늘 MOM으로 뽑히신 거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경기에 6골을 몰아넣으면서 20골로 득점왕 경쟁에서 제이미 바디 선수와 간격을 크게 벌리게 되셨습니다. 오늘 경기에 많은 골을 넣으셨지만, 특히 3번째 골은 상당히 재미 있는 퍼모먼스를 보여주셨는데요. 의도가 있었을까요?"
"그냥 넣을 수도 있겠지만, 일부러 도발해서 상대 팀이 더 공격적으로 나오고 그 틈을 이용해서 공격할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오늘의 해설자로 나온 게리 네빌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이런~ 그런 의도까지 있을 줄이야. 보기 좋게 한 방 먹었습니다. 오늘 경기에 살살하셔도 되는데요. 특별히 다른 경기보다 더 열심히 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경기를 열심히 뛴 이유가 있을까요?"
"아.. 사실 저는 올림픽 이후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해서 그동안 아쉬운 경기를 했었습니다. 특히 9라운드 맨시티전에서 아쉬웠고요. 오늘 수석 팀닥터님께서 풀타임으로 뛸 수 있다고 허락을 해주셔서 최선을 다했고, 수석 팀닥터님에게 몸이 완벽하게 회복되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열심히 뛴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하필이면 오늘 컨디션이 회복되신 거군요."
게리 네빌이 사심을 담아 말을 하자, 옆에 있는 마틴 테일러가 말을 가로채며 입을 열었다.
"오늘 경기 승리하면서 다득점으로 선더랜드는 2위를 차지하게 되셨습니다. 선더랜드는 가람 선수가 나오지 않을 때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올 시즌 선더랜드의 목표는 어떻게 될까요?"
"하하하. 솔직히 저는 모릅니다. 제가 목표를 정하는 위치가 아니라 감독님이 정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팀의 에이스로 스스로 생각하는 목표를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재차 이어지는 마틴 테일러의 요청에 가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지만, 지금 팀의 기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높은 위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높은 위치라고 하시면 우승을 생각하고 계시는 건가요?"
"그렇게 말하고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흑역사가 하나 생길 것 같은데요. 좀 애매하게 ‘높은 위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있을 박싱데이를 지나 1월쯤 되면 그때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약간 애둘러 말하는 가람을 보며 마틴 테일러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럼 나중에 다시 한번 인터뷰 기회가 생기면 1월쯤에 다시 한번 목표를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이렇게 되는군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1월쯤에 다시 한 번 김가람 선수와 인터뷰 예약을 하면서 김가람 선수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승리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가람은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선수들은 오늘의 주인공인 가람을 기다렸다가 환호하며 가람의 등을 때리기 시작했다.
와아아!!
"“선더 랜드의 용사! 김가람!! 그 누가 와도!! 이긴다! 김가람!!"
가람의 응원가를 부르며 좋아하는 선수들과 가람은 함께 뒤엉켜 즐거워했고, 한동안 축하가 진행되었다.
그때
끼이익!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몸 상태를 체크하도록 하겠습니다."
라커룸 문이 열리고 들어온 강이찬의 말에 선수들은 각자 라커 앞에 앉고 의료팀이 선수들의 몸상태를 확인했다.
다른 팀에서는 볼 수 없는 의료진 체크이지만, 강이찬이 수석 팀닥터가 되면서 생긴 시스템 중 하나였다.
그리고 강이찬은 제일 먼저 가람의 몸을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다치신 곳은 없네요."
"그럼요. 이제는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축구장에서 저를 봐주세요."
가람의 미소에 강이찬도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때
띠리링!
기분 좋은 알람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