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리버풀전[2]
사이드 라인에서 스로인 공격을 하기 위해 권윤성이 다가와 공을 잡았고, 권윤성이 공을 잡는 순간 가람은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때 판데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산더아놀드 따라 붙어!"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알렉산더아놀드는 가람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때에 맞춰 권윤성은 가람에게 공을 던졌다.
가람의 앞에 떨어진 공을 보고 알렉산더아놀드는 가람의 등 뒤에 바싹 붙어서 압박했고, 가람은 공을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을 지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제길.'
만약 자신의 움직임을 알렉산더아놀드가 조금만 늦게 알아챘다면 가람은 공을 잡아 그대로 골문 쪽으로 드리블을 칠 수 있었겠지만, 판데이크의 외침에 알렉산더아놀드의 수비 타이밍이 빨라 드리블을 치고 나갈 공간이 막힌 상태였다.
그렇게 가람이 등을 지는 순간 뒤쪽에서 또다시 판데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내가 커버할 테니 각자 수비 위치 지키고 마크맨 잡아!"
능수능란하게 수비를 조율하고 지시하는 판데이크를 보며 가람은 강승연의 시절에 자신을 애먹인 수비수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판데이크까지 가람에게 달려들었다.
가람은 수비수 두 명을 무리하게 제치려다가 공격 기회를 무산시키는 것보다는 뒤쪽으로 공을 차서 다시 공격 기회를 만들려고 했다.
토옹~
가람이 찬 공은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해리 네쳐가 받았고, 해리 네쳐는 공을 받는 즉시 반대편에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데얀 클루셉스키에게 길게 연결했다.
뻐어엉!
"해리 네쳐 선수의 시야가 확실히 좋습니다. 리버풀이 오른쪽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사이에 반대편에 있는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에게 롱패스로 연결합니다."
"지금의 패스! 선더랜드에게는 기회고 리버풀에게는 위기입니다."
데얀 클루셉스키가 받기 좋은 위치로 떨어진 공을 여유롭게 잡았다. 그리고 그 앞을 가로막는 건 리버풀의 왼쪽 수비수 앤디 로버트슨이었다.
만약 데얀 클루셉스키가 앤디 로버트슨을 뚫어낸다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데얀 클루셉스키는 이 상황에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휘이익~ 휘이익!
데얀 클루셉스키는 앞으로 드리블을 치면서 스탭 오버(헛다리 짚기)를 해서 앤디 로버트슨을 속이려고 했지만, 앤디 로버트슨은 침착하게 데얀 클루셉스키의 개인기에 속지 않고 압박을 가하며 수비 위치를 고수했다.
자신의 개인기에 넘어오지 않는 앤디 로버트를 보고, 데얀 클루셉스키는 입맛을 다시며 앤디 로버트슨을 따돌리기 위해 자신의 장기인 고속 드리블로 뚫어내려고 했다.
타타탓!!
하지만 앤디 로버트슨도 데얀 클루셉스키의 속도에 뒤쳐지지 않고, 계속 공간을 내어주지 않으면서 골라인 쪽으로 유도했다. 데얀 클루셉스키는 결국 끈질긴 앤디 로버트슨의 수비에 골대 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골라인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렇게 데얀 클루셉스키가 앤디 로버트슨을 공략하지 못하는 사이 리버풀의 수비진은 재정비가 되어버렸다.
"앤드 로버트슨 선수의 좋은 수비입니다. 이제 리버풀의 수비가 전부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거든요. 이건 좀 아쉽네요."
"맞습니다. 아까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가 개인기를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속도를 올려서 바로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흐름을 이어갔어야 하는데요. 아직 어린 선수라 판단이 좀 늦은 것 같습니다. 아쉽네요."
데얀 클루셉스키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어느새 리버풀의 수비수인 조 고메즈까지 다가와 협력 수비를 하려고 하자, 데얀 클루셉스키는 코너킥이라도 되라는 마음에서 공을 찼다.
뻐어엉!
티익!
데얀 클루셉스키가 찬 공은 바로 앞에 있는 앤디 로버트슨의 어깨를 맞고 굴절되며 예상치 못하게 패널티 에어리어 안쪽으로 떨어졌고, 데얀 클루셉스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상황을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 가람이 공이 떨어지는 지점으로 달려들었고, 가람의 그림자처럼 판데이크도 바로 뒤따라 뛰어가기 시작했다.
타타탓!
딱 한 치의 차이로 가람이 공을 먼저 잡게 되었고, 가람은 공을 잡는 순간 바로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갔다.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가 찬 공을 김가람 선수가 잡았습니다. 기회입니다!!"
그렇게 가람의 발이 공에 닿으려는 순간
촤르르르~~
공 앞에 또 다른 발이 나타났다.
그 순간 가람은 자세를 바꿀까 생각했지만, 공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상태도 아니고, 튀어 오르는 공을 발리 슈팅으로 때리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여기서 자세를 바꾸는 순간 공은 다른 곳으로 튀어 나갈 것이었다.
그렇게 가람은 어쩔 수 없이 슈팅을 이어갔다.
뻐엉
터어엉~~
"여기서 판데이크 선수의 멋진 태클 수비!! 김가람 선수의 슈팅을 막아냅니다. 오늘 김가람 선수가 판데이크 선수의 수비에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약간 흥분한 듯한 제이미 캐러거의 해설에 옆에 있는 마틴 테일러가 진정하라는 듯한 제스쳐를 보냈고, 제이미 캐러거는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입을 열었다.
"아까 제가 말씀 드린 대로 김가람 선수와 판데이크 선수의 공방전이 오늘 경기의 핵심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지금까지는 잘 막아내고 있는 판데이크 선수의 승리라고 봐야겠네요. 하지만 선더랜드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코너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선더랜드는 코너킥을 준비했고, 이번 시즌에 코너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해리 네쳐가 코너킥을 준비하려고 할 때 가람이 다가왔다.
"브라더! 플랜B야."
그 말에 해리 네쳐는 알겠다는 듯 가람에게 코너 키커 자리를 내어준 뒤에 선수들에게 가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말을 들은 선더랜드의 선수들은 골키퍼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여기서 선더랜드의 코너키커가 김가람 선수로 변경됩니다."
"해리 네쳐 선수도 잘 차지만 김가람 선수의 코너킥도 날카롭거든요. 리버풀 끝까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람은 코너킥 에어리어에서 오른손을 들고 주먹을 잠깐 쥐었다가 폈다.
가람이 코너킥을 차는 순간 선더랜드 선수들은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가람이 찬 공은 골키퍼가 있는 가까운 쪽으로 날아갔고, 이번 코너킥은 가까운 골대 쪽으로 붙여서 골을 만들려는 의도로 찬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공격수들과 골키퍼가 모여 있는 상황에서 공의 궤적이 예상된다면 머리를 사용해야 하는 필드 선수보다 팔을 사용할 수 있는 골키퍼가 유리했다.
알리송 베케르는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보며 주먹을 쥐어서 펀칭을 하려고 했다.
그때
휘리리릭!!
알리송 베케르가 손을 뻗는 순간 공이 흡사 복싱 선수가 상대 주먹을 피하는 것처럼 휘어지더니 알리송 베케르의 펀칭 거리에서 벗어났다.
말도 안 되는 공의 움직임에 알리송 베케르의 머릿속에는 실점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공은 기이하게 꺾여서 골대 안쪽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그때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은 한 선수가 나타났다.
뻐어엉!!!
"판데이크!!! 여기서 공을 걷어냅니다!!"
마틴 테일러가 입을 열기도 전에 흥분한 제이미 캐러거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김가람 선수의 코너킥에 알리송 베케르 선수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지만, 이런 상황을 대비라도 한 듯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판데이크 선수가 공을 걷어냅니다."
"단지 여기서 끝나지 않죠. 지금 선더랜드 선수들은 공격적으로 많이 올라온 상황이거든요."
판데이크가 걷어낸 공은 사이드 라인으로 나가지 않고, 중앙 하프 라인 쪽으로 떨어졌고, 뒤쪽에서 상대팀의 역습을 대비하고 있던 권윤성과 브라이언 오비에도만이 날아오는 공을 보며 설마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토오옹~
공이 튀어 오르는 순간 여태까지 이 상황을 기다렸던 모하메드 살라가 달려들어 공을 빠른 속도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리버풀의 역습입니다! 모하메드 살라 선수!! 기회에요."
최고조로 흥분한 제이미 캐러거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고, 마틴 테일러도 제이미 캐러거가 일어나자, 덩달아 일어났다.
"수비수는 2명!! 리버풀의 공격은 모하메드 살라 선수 하나뿐입니다."
모하메드 살라는 공을 잡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고, 바로 속도를 높여서 선더랜드의 진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가 공격을 하는 순간 공격에 나갔던 선더랜드 선수들 모두 복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하메드 살라의 속도는 빨랐고, 아무리 가람이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이미 물리적 거리도 떨어진 상태에서 자신과 거의 비슷한 속도를 지닌 모하메드 살라를 따라잡아 수비하는 건 힘들었다.
그래도 가람은 포기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고, 만약 권윤성과 브라이언 오비에도가 조금만 시간을 끌어준다면 수비 가담을 하려고 했다.
타타탓!!
모하메드 살라는 상대팀이 수비 가담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패널티 에어리어 앞까지 치고 들어갔다.
모하메드 살라의 앞을 막고 있는 브라이언 오비에도는 더이상 모하메드 살라의 전진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으로 카드까지 생각하며 온몸으로 모하메드 살라에게 부딪히려고 달려들었다.
그때
탁!
모하메드 살라는 순간 공을 멈췄고, 브라이언 오비에도는 그 타이밍에 몸으로 부딪히려고 달려들었기에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 순간을 노렸다는 듯 모하메드 살라는 다시 속도를 올려서 가볍게 브라이언 오비에도를 제쳤다.
그렇게 브라이언 오비에도를 제친 모하메드 살라의 앞에 남은 건 권윤성과 딘 핸더슨이었다.
여기서 좀 더 치고 들어가서 골을 넣어도 되고, 아니면 이 자리에서 슈팅을 때려도 되는 순간이었다.
"모하메드 살라!! 살라!!!"
제이미 캐러거는 모하메드 살라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모하메드 살라의 빠른 판단을 재촉했다.
그 순간
타타타타탓!!!
가람이 자신의 속도를 최고로 올리며 모하메드 살라 인근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모하메드 살라는 가람이 다가오는 걸 알고 있다는 듯 자신이 차기 좋은 위치에 공을 슬며시 밀어둔 후 바로 슈팅을 가지고 갔다.
뻐어엉!!!
모하메드 살라가 슈팅을 때린 후 가람은 모하메드 살라 바로 뒤에 도착할 수 있었고, 모하메드 살라는 눈은 공을 쫓으며 등 뒤에 있는 가람을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조금 늦었네."
철썩~~
"고오오오오올!!!! 골오오올!! 전반 8분에 선더랜드의 공격을 막아내고 버틴 리버풀이 선취점을 가지고 갑니다. 골을 넣은 선수는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입니다!!"
"이번 골 리버풀의 역습에 모하메드 살라 선수가 완벽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 골의 시작은 김가람 선수가 찬 코너킥을 판데이크 선수가 막아내고 역습으로 이어지는 롱패스를 했거든요. 이 골은 모하메드 살라 선수의 마무리도 좋았지만, 판데이크 선수가 50프로는 만들어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하메드 살라는 골을 넣은 후 가람의 어깨를 한 번 툭 짚으며 입을 열었다.
"지난번 친선대회 때의 설욕은 오늘 갚아주겠어."
지난 잉글랜드에서 주최한 인종차별 방지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집트와 대한민국의 경기에서 패배한 모하메드는 설욕하겠다고 말하자 가람은 오늘 경기는 정말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