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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실패 축구 황제의 상태창-188화 (189/319)

188화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리버풀전[6]

‘제발!!’

판데이크는 요한 필립의 슈팅 자세를 보고 몸이 움직이라고 속으로 외쳤다.

그 순간 시간이 정지되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요한 필립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간혹 수준 높은 경기를 하다보면 느껴지는 상태 그리고 그 상태에 몰입하게 되면 자신은 생각지도 못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마침 이런 실점 위기에서 나온다는 건 정말 천운이었다.

판데이크는 속으로 희열을 느끼며 몸을 움직였고, 요한 필립이 골대를 향해 공을 차기 전에 그 앞을 막을 수 있었다.

이대로 요한 필립이 공을 찬다면 자신의 몸에 맞을 것이었고, 그렇다면 수비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판데이크는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각성 상태에 빠져 놀라운 움직임으로 요한 필립 앞을 막았고, 요한 필립은 천천히 움직이는 상태에서 공을 찼다.

뻐~어어엉~

요한 필립이 찬 공마저도 각성 상태에 들어간 판데이크에게는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공은 점점 자신의 몸에 가까워져왔고, 그대로 공이 날아온다면 수비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판데이크의 정면으로 와야 하는 공이 점점 꺾이더니 옆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공은 천천히 판데이크의 옆으로 지나갔다.

설마하는 생각에 판데이크는 공이 뻗어가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고, 거기에는 한 선수가 이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 바로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 선수가 슈팅을 차는 순간 판데이크는 각성 상태에서 빠져나갔다.

뻐어엉!!

촤르르르르르~~

“고오오오오오롤 고고고골!!! 후반 40분에 김가람 선수가 드디어 골맛을 봅니다.”

“요한 필립 선수의 엄청난 도움! 그리고 그걸 마무리하는 김가람 선수입니다.”

“솔직히 방금 전 상황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저뿐 아니라 시청자분들도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실 것 같습니다. 리플레이로 방금 골 장면을 다시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틴 테일러의 말과 함께 리플레이가 나왔고, 그 모습을 보며 제이미 캐러거가 입을 열었다.

“해리 네쳐 선수가 리버풀 선수들의 압박수비를 당하기 전에 패스를 한 게 이 골의 시발점이었습니다. 하비 반츠 선수가 패스를 받아서 앤디 로버트슨을 제치고 낮게 크로스를 올렸는데요. 이걸 김가람 선수가 바로 슈팅을 할 줄 알고 판데이크 선수가 수비에 붙었는데 김가람 선수가 영리하게 공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냈고, 그 공이 요한 필립 선수에게 이어졌습니다.”

“그렇죠. 이 장면까지는 모두가 보셨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바로 다음 장면인데요. 여기서 판데이크 선수가 말도 안 되는 움직임으로 요한 필립선수를 막았거든요.”

“그때 요한 필립 선수는 이미 빠르게 날아오는 낮은 크로스를 논스톱 슈팅을 할 것처럼 보였는데요. 요한 필립 선수가 찬 공이 김가람 선수에게 이어졌습니다. 이게 의도적으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우연이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더 놀라운 건 김가람 선수가 이 공을 마무리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요한 필립 선수의 실수인지 도움인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김가람 선수가 그 공을 마무리했고, 경기는 1 대 1 동점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가람은 골을 넣는 순간 선더랜드 서포터즈들이 있는 곳을 뛰어가 만세 세레머니를 이어갔고, 뒤이어 가람이 골을 넣은 걸 본 선더랜드 선수들이 가람에게 달려들어 뒤엉켜서 골을 축하했다.

그리고 자신의 골을 도운 요한 필립을 보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이스 패스였어.”

“스승님. 사실 저 판데이크 선수가 갑자기 제 앞을 막아서 잘못 찬 건데 공이 거기로 갔어요.”

이미 가람은 요한 필립이 자신에게 올 때부터 요한 필립의 실수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숨 막히는 순간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을 찬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었고, 그게 가능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그래. 하지만 어찌 되었든 결국 골이 된 건 사실이니깐. 그리고 정식으로 도움으로 기록될 거야. 다음에는 이런 상황에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패스하면 더 좋을 거야.”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요한 필립과 가람은 자신의 진영으로 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판데이크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엄청나군.”

방금 전 들어간 골 요한 필립이 찬 공이 실수였든 의도였든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반응해 골로 만드는 가람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판데이크 미안.”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가 몸을 날리며 수비를 끝까지 했던 자신을 보며 사과를 하자, 판데이크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골은 야신이 온다고 해도 막을 수 없을 거였으니 사과할 필요 없어.”

그렇게 경기는 다시 선더랜드의 공으로 시작이 되었고, 선더랜드는 한 골로 만족할 수 없다는 듯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리버풀는 남은 시간에 게겐 프레싱으로 기회를 만들어 어떻게든 공격적으로 나서려고 했고, 양 팀은 남은 시간에 서로의 약점을 잡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뻐어엉!

파아아앙!!

“모하메드 살라 선수의 슈팅! 딘 핸더슨 선수가 막아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추가 시간까지 포함해서 1분 정도 남은 상황입니다.”

“그렇죠. 방금 전의 슈팅은 좋았는데요. 김가람 선수가 공격적으로 나갔을 때 그 틈을 파고들어서 모하메드 살라 선수가 김만재 선수를 앞에 두고 찬 슈팅이었지만, 이게 골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선수들을 모두 세트피스에 가담하라고 주문을 합니다.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까지 나옵니다.”

“그렇죠. 이제 남은 시간을 생각했을 때 리버풀은 이번 기회를 살려서 어떻게든 골을 넣으려고 할 겁니다.”

그렇게 선더랜드의 골문에 리버풀의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까지 가담해서 수많은 선수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선수들이 모이자 선수들의 신경전과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주심은 휘슬을 불어 구두로 경고를 주기도 했다.

약간의 소란이 지난 후 모하메드 살라가 코너킥을 찼고, 모하메드 살라가 찬 공은 선수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가까운 골대 쪽을 지나 먼 쪽 골대 쪽으로 날아갔다.

생각지 않은 공의 궤적에 딘 핸더슨은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판데이크는 모든 선수들이 날아오는 공을 향해 점프를 뛸 때 공의 움직임을 캐치해 점프를 하지 않고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순간 허벅지 뒤쪽에 찌릿함이 느껴졌지만, 만약 자신이 공에 머리를 맞출 수 있다면 골이 될 수도 있는 생각에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판데이크는 약간 무리를 하며 뒤쪽으로 크게 돌아 뛰어서 날아오는 공에 머리를 맞췄다.

토오옹~~

판데이크의 머리에 맞은 공은 먼 쪽 골대 구석 뱡항으로 날아갔고, 그대로 날아간다면 골대 구석을 맞은 후 골망을 흔들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그때

티잉~

누군가가 나타나 판데이크가 방향을 바꾼 공을 막아냈다.

“김가람 선수!! 판데이크 선수의 방향만 바꾼 헤딩 슛을 막아냅니다.”

“이거 막아낸 공이 멀리 가지 않고 김가람 선수가 소유하게 되는데요. 김가람 선수의 슈팅력을 생각한다면 알리송 골키퍼가 빨리 수비 복귀를 해야죠.”

리버풀의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는 아까 가까운 골대에서 선수들과 함께 경합하며 점프를 뛰었고 겨우 몸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람의 눈에는 빈 골대가 보였다.

하지만 가람의 주변에는 이번 코너킥에 공격에 참여한 앤디 로버트슨이 있었다.

앤디 로버트슨은 가람이 점프를 해서 머리로 판데이크의 헤딩 슈팅을 막아낸 후 착지하여 가슴 쪽으로 공을 떨어뜨리자, 다음에는 바닥으로 공을 떨어뜨릴 거라고 예측해 공이 떨어지는 공간에 발을 밀어냈다.

그때

토오옹!

가람은 머리에 맞고 가슴으로 내려오는 공을 허벅지로 가볍게 트래핑을 했다. 앤디 로버트슨은 허공에 발을 밀어넣는 형태가 되었다.

그리고 개인기를 90에서 95로 올린 것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가람은 허벅지에 맞은 공을 반대편 발쪽으로 흘린 다음에 물 흐르듯 슈팅 자세를 가지고 갈 수 있었다.

뻐어엉!!

가람이 찬 공은 로켓처럼 높이 올라갔고, 알리송 베케르는 가람이 찬 슈팅 소리가 100M 육상선수의 신호탄이 된 것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이 아무리 빨라도 공보다는 빠를 수 없었고, 뛰면서도 알리송 베케르는 공이 제발 다른 곳으로 흐르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말이 쉽지 반대편 골대에서 골대로 공을 차서 넣는 선수는 몇 안 되었고, 그런 행운이 이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알리송 베케르와 마찬가지로 방금 리버풀의 코너킥에서 역습을 대비하고 있던 알렉산더아놀드도 가람이 공을 차는 순간 발 빠르게 골대 쪽으로 뛰어갔다.

휘리리릭~~

가람이 찬 공에 선더랜드 선수들, 그리고 리버풀의 선수들, 그 두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들은 모두 숨죽여 공의 궤적을 쫓았고, 심지어 주심마저도 입에 휘슬을 문 채 시선이 공의 궤적을 쫓았다.

주심은 만약 공이 골대를 벗어나게 되면 바로 휘슬을 울려 경기 종료를 알릴 생각이었다.

“김가람 선수가 찬 공 날아갑니다. 방향은 좋아 보이는데요. 과연 이 공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설마 이게 골대로 들어가는 건가요?”

제이미 캐러거는 속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공의 궤적을 쫓았고, 공은 상당히 높은 곳에서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누군가는 이 말도 안 되는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기를, 누군가는 이 말도 안 되는 슈팅이 골망을 가르기를 기대했고, 공은 결국 바닥을 찍고 튀어올랐다.

토오옹~

또르르르~~~

“고오오오올 고고고골!! 후반 47분에 아니 경기 종료 시간에 김가람 선수가 반대편 골대에서 골대로 골을 넣어버리는 데 성공합니다. 아무도 없었던 골대에 골을 넣는 김가람 선수!!”

“와. 이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할 때 김가람 선수의 3번째 골에 버금가는 골로 축구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각인 될 것 같습니다. 이게 보기에는 쉬워도 실제로 들어가기 힘든 골이거든요.”

“아니요. 보기에도 어려운 골입니다. 어떻게 저 위치에서 골을 노릴 생각을 했을까요?”

“스트라이커라는 생물은 어느 위치에서든 골을 생각한다고 하는 말이 정말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 위치에서 골을 노리고 찼는지 놀라워요.”

가람은 골이 터지는 순간 바로 그 위치에서 만세 세레머니를 하며 좋아했고, 흥분한 선더랜드 선수들은 가람의 주변을 에워싸더니 김만재가 어느새 가람을 목마를 태웠고, 다들 좋아했다.

이 장면만 보면 대회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박싱데이 첫날에 이뤄진 경기에서 승리로 장식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박싱데이의 승리는 선더랜드가 이제는 우승을 가시권에 넣을 수 있었기에 좋아해도 될 만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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