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차가운 겨울 이적시장[1]
삐이익!
“주심 경기를 종료 시킵니다. 프리미어 리그 19라운드 선더랜드와 크리스탈 펠리스의 경기 이곳 선더랜드의 홈구장에서 승리하는 팀은 바로 홈 팀 선더랜드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멀티골을 넣으면서 총 36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는 김가람 선수의 능력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그렇죠. 그리고 맨시티는 레스터에게 충격적으로 패배하였고, 맨유가 번리와의 경기에서 후반전의 어이없는 자책골로 패배하면서 맨시티, 맨유, 리버풀 세 팀이 모두 2패를 하게 되어 공동 2위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서 선더랜드가 18승 1패로 리그 1위 자리에 올라가게 되죠.”
“승격팀이 우승하는 건 15/16시즌 레스터 시티이후에는 없었는데요. 당시 레스터 시티와 마찬가지로 반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20라운드를 앞두고 그동안 패배가 거의 없습니다.”
“선더랜드는 맨시티에게 1패를 한 것이 유일한 패배인데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21년을 맞이하는 선더랜드는 순위 1위로 시작하게 되는데요. 어려웠던 박싱데이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로테이션을 돌리며 오늘 크리스탈 펠리스와의 경기까지 거뜬하게 이겨내는 선더랜드에게 강팀의 면모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전반기 마지막 시합이자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20라운드 토트넘과의 경기가 21년 1월 2일에 치러지게 됩니다.”
“한국에 계신 축구팬들은 코리안 더비로 상당히 기대하고 있는 경기죠. 토트넘에서는 이강운 선수가 시즌 초반에 후보로 나서다가 11월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발탁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시즌 초반의 패배 때문에 앞서 나가는 4개의 팀과의 승점 차이를 좁히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토트넘이 승리하게 되면 5위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선더랜드의 선수들을 보면 패배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마틴 테일러의 말에 오늘 중계를 진행한 게리 네빌이 입을 열었다.
“글쎄요. 지금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선더랜드에게 곧 큰 위기가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바로 1월 1일부터 열리는 겨울 이적시장입니다.”
“겨울 이적시장에 왜 위기가...”
띠리리링 띠리리링
마틴 테일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려오는 수화기 소리에 김하늘은 TV를 껐다.
“네. 김하늘입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김하늘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요?”
김하늘의 항의에 반대편 수화기에 있는 사람도 사정을 이야기 하는지 김하늘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당신들 구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말은 해드리지 못하겠네요.”
그렇게 김하늘은 안수 파티와 데얀 클루셉스키의 이름에 붉은 팬으로 줄을 그었다.
“하아.. 제길..”
1월 1일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이곳 저곳 팀들에서 선더랜드 선수들을 흔들기 시작했고, 선수들의 에이전트들은 그런 오퍼를 받고 높은 주급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떠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보다 문제는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의
안수 파티와 데얀 클루셉스키를 임대 복귀시키겠다는 행동이었다.
원래는 가람의 생일파티에 갔어야 했지만, 구단주인 김하늘은 1월 1일에 쉬지도 못하고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원래 이런 문제는 축구 영입 디렉터가 하는 일이었지만, 구단주이면서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함여하고 선수들의 주급을 관리하는 김하늘이었기에 직접 해야 하는 일이었다.
심지어 내일 있을 경기는 상승세인 토트넘과의 경기이기에 두 선수의 임대 복귀를 최대한 늦추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똑똑
“들어오세요.”
김하늘의 말과 함께 박지석이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김하늘은 비서에게 차를 내오라고 부탁한 뒤에 박지석을 자신의 서재 가운데 있는 쇼파에 앉게 했다.
“박지석 감독님. 죄송합니다.”
“아니요. 이번 시즌에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이기 때문에 원 소속팀에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즌 도중에 호출할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시즌 도중에 복귀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기는 했지만, 한 팀도 아니고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가 동시에 복귀를 요청할 줄은 몰랐습니다. 선수들은 어떻게 말하던가요?”
“아무래도 선더랜드에서 뛰는 것보다는 원래 소속팀에서 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도 이번 시즌을 통해 둘 다 성장했으니 임대팀이 아닌 원래팀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안수 파티와 데얀 클루셉스키 선수는 복귀를 진행하도록 하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박지석 감독님이 이야기하셨던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방출되어서 지금 저희가 접촉하고 있습니다.”
“네에? 방출되었다고요?”
박지석은 자신이 요청한 선수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기에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고, 그 모습에 김하늘은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아무래도 잡고 싶었던 모양인데요. 자기가 생각할 때 거기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저희 구단이 더 매력적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사전에 접촉한 건 아닙니다. 계약이 6개월 미만이 남은 시점에 정당하게 접촉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아무래도 제가 몸 담았던 팀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인재를 빼가는 것 같아서 기분은 그리 좋지는 않네요. 그럼 안수 파티 선수가 빠진 왼쪽 윙어 자리는 그 선수가 담당하면 될 것 같네요.”
“네에? 이제 갓 17살밖에 안 된 선수인데요?”
“더 어린 요한 필립 선수도 경기에 뛰고 있는데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선발 출장은 시키지 않겠지만, 점차 시간을 늘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마 그가 우리 팀에 오기로 한 건 자신보다 어린 요한 필립 선수가 경기를 뛰는 걸 보고 재능만 있으면 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결심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만약 어리다고 출장시키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숄라 쇼레티레 선수는 서류 절차를 다 끝내고 1월 5일 21라운드 스토크 시티전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 숨 놓을 수 있겠네요. 안수 파티와 데얀 클루셉스키의 빈자리에 하비 반츠와 오비 에자리아 선수를 투입하고 그나마 서브 자원으로 숄라 쇼레티레 선수를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입니다.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단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최대한 재계약을 통해 선수단 방어를 하면서 윙어 자원을 보강할 생각입니다.”
그 말을 들은 박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적어온 메모를 꺼내 김하늘에게 건넸고, 그걸 본 김하늘은 약간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원하시는 선수가 제가 준비한 선수와 많이 비슷하네요. 스카우팅 데이터는 준비되었으니 나중에 저와 같이 보시면서 영입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시죠. 우선 재계약 조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그전에 팀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니 팀급료를 상향조정 하고 싶은데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부분은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미 공동 구단주인 샤오루와 상의했고, 재계약에 대해 주급 부분은 상당히 올려주는 것으로 합의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그렇군요. 좋습니다.”
둘은 선수단에 있는 모든 선수의 주급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활약에 비해 너무 많은 주급을 받는 선수들은 조정하기도 했다.
그렇게 둘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두 선수에서 멈추게 되었다.
“제이크 클라크숄더와 파카요 토모리 선수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이크 클라크숄더 선수는 아직도 거친 플레이 때문에 카드를 종종 받곤 합니다. 챔피언쉽에서는 좋은 수비력이었지만, 프리미어 리그로 넘어오면서 발 빠른 공격수에게 뒷공간을 내어주기도 했고요. 파카요 토모리 선수는 수비 집중력이 살짝 부족하지만, 김만재 선수와의 호흡도 좋고, 최근에는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선수를 찾아서 배우려고 하는 모습도 좋습니다.”
“지금 제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시고 말해주시는군요.”
“아무래도 모든 선수의 주급이 올라가면서 그걸 다 허용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에는 겨울 이적시장을 두고 나가야 하는 선수는 있겠죠.”
“알겠습니다. 제이크 클라크숄더 선수의 에이전트에게 재계약은 어렵다고 말하고, 그대로 주급을 유지할지 그게 싫으면 이적 시장에서 다른 팀을 구해도 된다고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영입 자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감독님이 아까 주셨던 메모에 있는 선수들을 전부 영입하기에는 돈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말에 박지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김하늘은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박지석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구상하신 대로 제일 시급한 오른쪽 윙백과 오른쪽 윙어 자리의 선수는 어떻게든 영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권윤성 선수를 센터백으로 기용한다는 건 다른 팀에게 상당히 골치가 아플 전술로 보이거든요.”
“알아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감독님과 재계약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으니 이대로 재계약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이 재계약 조건에 거절하는 선수가 있다면 추가 방출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의 좋은 재계약 조건에 싸인을 하지 않는 선수라면 구단에서 잡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동의하겠습니다.”
“그럼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김하늘은 박지석과의 면담을 마친 후 한동안 혼자서 고민하더니 결국 결심을 했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등록된 번호를 눌렀다.
번호에 저장된 이름은 저승사자라고 되어 있다. 통화연결 대기 소리가 나오자, 등록된 사진에는 김하늘의 억지 웃음을 신경쓰지 않고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대머리 중년 남성이었다.
연결 대기가 길게 이어지자, 김하늘은 통화가 연결되어야 영입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차라리 연결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며 어느 게 정말 자신의 진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하늘은 귀에 대었던 핸드폰을 때려는 순간 핸드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구. 무슨 일인가? 김사위.”
그 말에 김하늘은 능숙한 중국어로 입을 열었다.
“장인어른 잘 계셨나요?”